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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라듸오 데이즈 (2007)

f라듸오 데이즈
영화 “라듸오 데이즈”는 1930년대 경성,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7명의 인물들이 조선 최초의 라디오 날방송 라디오 드라마 ‘사랑의 불꽃’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라디오 드라마는 소설가 장훈과 신여성 애리수, 구여성 영신과의 사랑을 다룬 일종의 통속극입니다. 로미오 줄리엣 마냥 장훈과 애리수가 이별을 하고, 폐병에 거린 장훈은 그를 돌보는 영신과 사랑에 빠지고... 처음에는 인기가 없던 이 드라마는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을 위장하고 잠입한 소리담당 K의 등장과 예기치 못한 각종 상황들의 해결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모으게 됩니다.

이처럼 영화는 7명의 인물들이 모여 발생하는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그 인물들의 캐릭터 중 인상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영화의 주연인 류승범이 맡은 ‘로이드’는 안타깝게도 가장 그러한데(주연이어서 더더욱), 광고에 한량스럽다느니 하는 등 유쾌하고 가벼운 캐릭터일 듯 했던 ‘로이드’는 그러한 성격은 물론이고 그와 다른 캐릭터성도 딱히 드러나지 않는 전혀 색깔 없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어디 하나 딱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는 것에 이어서, 영화의 내용 역시 어딘가 몰입을 할 부분이 없습니다. 극의 굴곡 없이 평탄한 이 영화는 그렇게 끊임없이 지루함을 유발시킬 뿐입니다.

또한, 이 영화의 장르인 코메디에서도 함량 이하입니다. 캐릭터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니 그들을 통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계가 있고, 현시대의 드라마 내용을 그 시대에 등장시키는 요소도 처음 이후로는 그저 시큰둥할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엔딩을 결정도 못하고 계속 바뀌는 극에 고민하는 작가의 캐릭터로 인해 현시대 드라마 제작 형태를 은유하는 모습만 더 크게 눈에 띕니다. 코메디 영화로 앞이든 뒤든 웃음을 줘야 하는데, 영화는 어디서 웃으라는건지를 뭐를 황당함을 선사하기에 이릅니다.

그렇게 영화는 진행되어 끝을 향해 가고, 일제는 로이드에게 드라마의 내용을 학도군 자원을 부추기게 하는 내용으로 끝내라고 지시하지만 로이드는 이에 크게 반발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서 이 영화의 가장 큰 제작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그간의 로이드 캐릭터로는 그가 이런 모습을 모이기에는 참 애매하거든요. 청진기대보면 진단이 나온다고, 이 영화는 설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코메디물이 흔히 말하듯 먹히기에 충분하니 그것으로 정하고, 일제 치하를 배경으로 해서 그를 통한 약간의 민족성을 자극해보자는 그 생각만으로 제작된 안일한 영화입니다. 어떤 것 하나 제대로 통하지가 않아서 더 문제지만 말입니다. 한국 영화 힘들다고 하죠? 그런데 아직 그렇게 많이 안 힘든가봐요. 아직도 이렇게 얼렁뚱땅 만들어서 극장에 거는 것 보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