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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원스 어폰 어 타임 (Once Upon A Time, 2008)

원스 어폰 어 타임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1944년의 조선. 석굴암 불상의 이마에 꽂혀있었다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발견되면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시작됩니다. 미레르빠의 여가수 하루꼬(춘자, 이보영 분)는 밤이 되면 ‘해당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도적이고, 사업가 행세를 하며 그런 춘자의 정체도 모른 체 그녀에게 추근덕대는 사기꾼 가네마루(오봉구, 박용우 분). 그 둘은 둘다 ‘동방의 등불’을 노리다가 훔치는 과정에서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일제는 잃어버린 그 다이아몬드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미네르빠의 사장(성동일 분)과 요리사(조희봉 분)로 분하고 있지만 실상은 독립운동가인 두 콤비는 오늘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어디선가 지령을 받고는 계획을 꾸밉니다.

‘독립군의 시대는 가고, 사기꾼의 시대가 왔다!’라는 메인헤드카피를 당당히 내세우고 있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이지만, 결국 이 영화의 귀결은 독립군의 이야기이고, 일제 치하의 이야기이며, 광복의 이야기입니다. 일제의 잔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원죄로 그 시대 배경을 다루는 데에 어려움이 많은 것은 인정하나, 그 배경을 계속 그리고 그저 민족주의 코드로만 남용하는 모습은 볼썽사납습니다. 포스터에서 보이기로는 이 영화는 마치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 “내셔널 트레져”를 꿈꾸는 듯 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에 더해, ‘동방의 등불’을 찾아나서고 그에 얽히는 모습들이 위의 영화들 같은 류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재미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기에 실망만 자아냅니다. 이 영화가 제공하는 재미라는 것은 그저 빨간 양말 양정팔스러운 캐릭터의 두 콤비가 주는 사소한 웃음 뿐.

영화 속에서 봉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오까네가 아리마센’이라고. 경제도 어렵고 그러다보니 관객들도 역시 ‘오까네가 아리마센’임에도 설날을 앞두고 있으니 먹힐 거라 생각했는지, 이렇게 시원찮은 코메디로 포장한 시즌용 민족주의 자극성 영화를 통해 관객들 돈 뜯어내려고 생각한 영화계 제작자들은 정말 대가리 박고 ‘스미마셍’ 해야 됩니다. 아, 조금은 덜 박으셔도 되요.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같은 주에 개봉한 “라듸오 데이즈” 보다야 그나마 작은 웃음이나마 준다는 점에서 조금은 나으니까요.

P.S 역시 영화는 그 감독을 보면 대충 답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