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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The Orphanage, El Orfanato, 2007)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길예르모 델 토로. “헬보이”, “판의 미로”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감독입니다. 최근에는 J.R.R 톨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호빗”의 감독이 되면서 더욱 유명해졌지요. 그의 영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환상과 현실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가면서 그 과정 안에 특유의 음침한 세계관을 잘 표현해낸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판의 미로”에서 잘 볼 수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그가 제작을 맡은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이하 오퍼나지)은 그의 손길이 상당히 많이 들어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로라는 자신이 어릴 적 자랐던 고아원에 남편과 입양한, 불치병에 걸린 아들(본인은 모르는) 시몬과 함께 이사해 옵니다. 시몬은 이사 온 후, 보이지 않는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부모는 그런 시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로라는 이사한 집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몇 명 데려다가 키우려는 작은 소망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녀와 남편의 소망은 어떤 정체 모를 할머니의 등장과 자신이 입양되었고, 죽을 병에 걸렸다는 걸을 알아버린 아들 시몬. 그리고 이어지는 시몬의 실종으로 깨지게 됩니다. 그렇게 6개월, 9개월 시간이 흐르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시몬이 죽었다고 말하지만 로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들이 말하던 그 친구들의 정체에 대해 알아가게 됩니다.

영화의 초반에 설정해 놓은 이야기들을 보면 각각의 어떤 영화들이 금방금방 떠오를 정도로 상당히 익숙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진부하지는 않은데, 이는 영화가 외형적 표피로 이용하는 호러 요소의 적재적소의 활용을 통한 강약의 조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영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로라가 겪는 호기심과 두려움을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음침한 느낌 가득한 영화의 분위기는 이를 잘 돕고 있으며,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효과를 더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익숙함을 넘어설 그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판의 미로”가 여러 신화적, 동화적 요소를 스페인 내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풀어냈다면, 이 “오퍼나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 동화를 새롭게 변주해 낸 영화입니다. 그 과정에서 호러 영화라는 틀을 이용한 것이지요. “판의 미로”를 국내에서는 “해리포터” 류의 판타지로 홍보하는 바람에 아이들과 같이 극장을 찾았던 부모들을 경악시켰다는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이번 작의 홍보는 준수해보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판타지'라고 하면 고정관념 마냥 생각드는 것들이 있기에,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약간 핀트가 어긋나보이기는 해도 말입니다.

전체적으로 “오퍼나지”는 나름 만족스러운 작품이기는 하지만, ‘길예르모 델 토로’의 이름에서 오는 기대감에는 조금은 못 미치는 모습입니다. 그만큼 이제 그의 네임 브랜드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자아낸다고 할 수 있을 (지난 연말 개봉했던) 우리영화 “헨젤과 그레텔” 보다는 훨씬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두 감독(델 토로는 이번 영화에서 제작자이지만)이 외형적으로는 참 비슷한데...

P.S 시사회 양도해주신 DP의 sota 님께 감사드립니다.
P.S2 국내 개봉일은 2월 14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