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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점퍼 (Jumper, 2008)

점퍼
여러분에게 공간을 자유롭게 텔레포트하는 능력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영화 “점퍼”는 어느 날 그런 능력을 얻게 된 데이빗(헤이든 크리스텐슨 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점퍼’의 능력에 ‘자신이 직접 가본 곳으로만 텔레포트 할 수 있다’라는 약간의 제약 조건이 있지만 이 능력은 말 그대로 굉장한 것입니다. 데이빗은 생명이 위태로운 위기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자신을 학대하는 아버지를 피해, 뉴욕으로 떠납니다. 그리고는 점퍼의 능력을 통해서 은행을 터는 등의 방법으로 부자가 됩니다.

그가 그런 능력을 통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부유하게 사는 모습이 보여진 후 팔라딘이라는 집단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중세 때부터 점퍼들을 사냥해온 존재들인데, 그런 팔라딘의 수장격인 롤랜드(사우엘 L. 잭슨 분)는 처음으로 데이빗과 마주한 자리에서 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힘에는 그만한 댓가가 따르는 것을 몰랐나’ 라구요. 흐음... 뭔가 “스파이더맨” 스럽죠?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의미심장한 그 주제와는 달리, 데이빗의 행동거지 때문에 이 영화에서의 그 말은 그저 철 없는 녀석이 벌 받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롤랜드에게서 도망친 후의 행동이 더 가관인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습격을 당한 후에 한다는 것이 고작 예전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모습이지요.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이름을 알린 “스타워즈” 프리퀄에서 봤던, 첫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치부하기는 좀 연결고리가 어색하고, 나아가 진부합니다. (그 상황에서 여유롭게 로마 관광을 즐기는 모습이라니...) 이렇다보니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이빗보다는 다른 점퍼인 그리핀(제이미 벨 분)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점퍼들이 사실 그다지 고까워보이지가 않는데, 어찌됏든 영화에서 보이는 점퍼들이 팔라딘의 말대로 심하게는 ‘인류의 해악’으로 밖에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데이빗은 롤랜드에게 자신은 다르다라고 주장하는데, 별로 근거가 없습니다. 다른 점퍼들이 못했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했다고 그들과 다른 건 아니니까요. TV 뉴스에서는 홍수로 불어난 물 때문에 지붕 위에 대피해 있는 사람들을 보며 기자가 ‘그들에게 필요한건 기적 밖에 없어보입니다.’라고 하는 내용이 소개되지만, 그것을 그저 무관심하게 넘기는 데이빗의 모습을 보면 말이죠. 후반부에도 딱히 그 모습과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점퍼들이 왠지 가벼워 보이고, 영화의 이야기는 그저 시시껄렁한 데이빗이라는 녀석이 점퍼의 능력을 알고나서 악용하다 고생 좀 하는 내용으로 밖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9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에 많은 것을 담기에는 무리여서 이런 식으로 구성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도 속편을 위해서인지 각종 떡밥들을 깔아놓기에 바쁜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참 아리송해 지는 영화입니다.

하기는, 이 영화가 ‘헐리우드 액션영화’ 라는 것을 상기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원래 스토리는 단순하고, 때로는 허술한데 비해 볼거리로 그것을 상쇄시키는 것이 ‘헐리우드 액션 영화’들의 특징이니까 말입니다. 적어도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점퍼의 순간이동을 통해 보여지는 화려한 액션, 시각적 효과는 인상적입니다. 액션 장면의 속도감도 상당하구요. 하지만 문제는 이 정도 기준에 부합하는 ‘헐리우드 영화’는 널리고 널렸고, 단순한 액션 영화 이상을 보여주는 영화들 역시 많다는 것이겠지요. 더그 라이먼 감독은 전작인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이어 또 한번 실망을 주고 말았습니다. “본 아이덴티티”는 우연이었으려나요. 아니, 작가가 문제인가. 에이, 따지기 귀찮은데 그냥 감독에게 다 덮어씌우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