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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cross The Universe, 2007)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어느 바닷가에 한 남자가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를 잡은 카메라를 향해 노래합니다. ‘내 얘길 들어줄 사람 누구 없나요? 나와 함께 했던 그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는 화면은 밀려오는 파도를 비추고, 그 파도 속에 앞으로 있을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지나갑니다.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그 밀려드는 파도 같았던 격동의 시대, 미국의 1960년대 후반을 비틀즈의 주옥같은 노래 33곡을 통해서 들려줍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주드는 리버풀의 조선소에 일하는 청년으로 그가 미국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영화는 처음에는 주드와 그가 미국에서 만난 친구, 맥스의 여동생 루시와의 로맨스로 진행될 듯 보이나 점차 당시의 시대 상황을 비추기 시작합니다. 히피 문화, 디트로이트의 흑인 폭동, 베트남 전쟁과 반전 운동 등. 루시의 남자친구는 베트남 전쟁 중 사망, 그녀의 오빠 맥스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루시는 극렬반전운동에 참여하게 됩니다. 주드는 정신없는 그런 현실로 발을 내딛지 못하고 거리를 둡니다. 이처럼 영화는 그 시대의 굵직한 사건들에 주인공들을 끌어들이고, 그 모습을 비틀즈의 음악으로 풀어냅니다. 비틀즈의 음악이 좋아서가 단연코 1순위이고, 뮤지컬 연출에 일가견 있는 감독 쥴리 테이머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화면들, 비틀즈의 음악들을 스토리에 맞게 절묘하게 사용하는 모습은 영화에 푹 빠져들게 만듭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맥스가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펼쳐지던 장면들(엉클 샘의 모습 등)과 주드가 만들어낸, 마치 붉은 피를 흘리는 듯한 딸기의 모습들. 다른 많은 장면들이 있었지만 이 두 장면만큼은 강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비틀즈 헌정 영화로써도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지만, 영화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입니다. 비틀즈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영화이자 비틀즈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영화라고 할까요. 고집 센 비틀즈 팬들이 이 영화에서 해석한 비틀즈 노래들에 불만을 표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영화 속에서의 이야기는 노래를 통해 이끌어낼 수 있는 많은 것들 중 하나니까요. 이런 괜찮은 영화가 서울 시내 단 세 곳의 개봉관에서만 상영된다는 것이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P.S 주드는 역시나 리버풀 F.C 팬입니다. ‘This is Anfield'. 리버풀은 역시 비틀즈와 리버풀 F.C의 도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