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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7)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엔 형제의 신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합니다. 황량한 사막에서 사냥으로 소일거리를 하다가 우연히 거액의 돈가방을 발견하게 된 르웰린 모스(조시 브롤린 분), 사이코 살인광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분), 그리고 은퇴를 앞둔 노년의 보완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 분)이 그들입니다.

영화의 스토리는 이 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도망치는 모스와 그를 쫓는 쉬거, 그들의 일에 개입하는 보안관 벨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이렇게 한 줄로 표현될 수 있는 줄거리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이야기 속 이 세 인물들의 존재를 통한 상징성입니다. 모스는 끝까지 거액의 돈을 포기하지 않는, 재물에 집착하고,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를 나타내는데, 그 때문에 그는 부인을 살릴 수 있었던 기회마저 포기합니다. 모스를 쫓는 안톤 쉬거는 인간성의 상실, 그 자체입니다. 덥수룩한 바가지 머리의 얼굴에 떠오르는 기묘한 미소는 우수꽝스러울 수도 있으나 그가 행하는 일련의 살인 행위들은 그런 그의 미소를 더 이상 인간의 그것으로 생각지 않게 합니다. 또한,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캐틀건이라는 것인데 주로 소 등의 가축을 도살할 때 고통을 덜고 육질을 좋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 가축 도살용 기구로 그는 사람들을 살육합니다. 이에 비한다면 나이프는 물론이고 권총, 샷건 류는 차라리 인간적입니다. 보안관 벨은 정체를 알 수는 없는 이 쉬거라는 존재를 ‘유령’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순수한 악으로, 그에게 인간이라는 표현은 부적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벨은, 이 영화의 제목이 내포하는 의미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노인의 지혜로움을 가졌고 복잡한 방식의 삶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으며 돈과 마약, 살인에 물든 현실을 개탄해 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는 현실은 그가 원하는 바와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흘러갑니다. 그렇다고 그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습니다. 그렇게 그는 은퇴하고 세상에서 지워질 것입니다. 그와 반면에 쉬거는 오늘도 유령처럼 살인을 행하겠지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이런 상징성만으로 대변되는 영화는 아닙니다. 물론 그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기는 하지만 영화는 장르적인 즐거움 역시 충분히 선사하고 있습니다. 안톤 쉬거의 강도 높은 폭력씬과 쫓기는 모스의 모습은 끊임없는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문 하나를 두고 대치하고 있는 쫓기는 자와 쫓는 자. 자주 사용되는 구도이지만, 그럼에도 그 압도적인 불안감, 긴장감에 몸을 의자에 파묻게 되는 것은 안톤 쉬거가 가진 그 악마성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그가 뿜어내는 존재감은 영화 내내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관객을 몰아붙입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마치 영화 초반에 보였던 사막과도 같은 영화입니다. 그 황량함과 건조함, 그로 인한 갈증을 닮았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느껴지는 먹먹함은 마치 사막의 그 모래를 한 웅큼 집어먹은 듯한 느낌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코엔 형제는 다시 한번 자신들을 뛰어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