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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밴티지 포인트 (Vantage Point, 2008)

밴티지 포인트
‘대통령이 저격당했다!’는 메인 카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 “밴티지 포인트”는 미국 대통령의 암살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 때문에 이 영화의 거리 홍보용 벽보가 국내에서는 문제가 되었던, 일종의 해프닝이 있기도 했지요. (...참 찔리시는게 많은가 봐요.)

스페인 마요르 광장에서 대테러규제 협약이 열리고, 이를 알리는 자리에서 소감을 발표하던 미국 대통령이 두 발의 총성과 함께 쓰러집니다. 영화는 그 자리에 있던 8명의 인물의 눈을 통해서 이 암살의 배후와 진실을 밝힙니다.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현장을 보여주고, 다시 시간을 되돌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사건을 다시 바라보는 식입니다. 왠지 화면 좌측 하단에 시간이 표시될 때는 미드 “24”의 느낌이 나기도... 처음의 시간 되돌리기와 시점 변화는 나름 신선하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반복 될수록 지루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각각의 시선을 통해서 무언가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다분히 설명 위주로만 구성된 이야기는 계속적인 되감기 속에서 흥미를 유발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영화는 그런 식의 전개를 보이다가 마지막에는 그냥 모든 진실을 한 번에 다 밝혀버리다시피 하는데 이 같은 모습 역시나 그간의 지루함에 대한 보상이 되지 못합니다. 결국 영화는 이야기로 해결하기보다는 액션 장면으로 때우려하는데, 액션 영화에 빠지지 않는 카체이스 장면이 그것입니다.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이 장면은 확실히 인상적이긴 합니다. 근래 가장 인상적이었던 카체이스 장면이 나오는 “본 얼티메이텀”과 비교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시도하고 끌어왔던 이야기들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이 장면은 빛을 바랍니다.

헐리우드에서 만든 영화라는 것을 당연히 감안해야하지만, 그래도 최근의 분위기와는 달리 이 영화는 지나치게 미국에 옹호적입니다. 흔히 말하는 ‘미국 만세’ 계열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폼나게 ‘복수는 그들이 바라는 바다.’ 라며 참모진의 테러집단 본거지에 대한 폭격명령 제의를 내치고, 대통령 경호원은 악착같이 테러리스트를 추격해 소탕해버립니다. 테러리스트들은 협박따위를 일삼아 선한 사람을 이용하고, 조국의 성전을 위해 자살테러로 수많은 민간인들을 살상해버리는 한마디로 ‘나쁜 놈들’로만 나옵니다. 그러니 그런 녀석들을 쓸어버리는 미국 대통령의 경호원은 그들과 비교하면 참으로 잘나고 멋진 영웅이 되어 버립니다. 이렇다보니 결론에 이끄는 과정도 상당히 근거가 미약한데, 수많은 사람들을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살해하는 이가 고작 그런 이유로 작전을 실패로 돌리다니, 말 그대로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그렇게 영화 초반의 앤지의 보도 내용이나 극렬한 반전 시위는 그저 면피용 이었던 것이 드러납니다.

요즈음의 흐름으로 봤을 때 단순한 액션 영화로 보기에도 불편한, 거기에 지루하기까지 한 영화. “밴티지 포인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