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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10,000BC (10,000 B.C., 2008)

10,000BC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 "10,000BC"(이하 만비씨)는 "고질라"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투머로우"로 재기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살리던 감독을 다시금 차디찬 바닥으로 밀어넣은 영화입니다. 밀어넣었다는 것은 사실 그다지 적합하지가 않네요. 감독이 만들었으니 스스로 걸어들어갔다는 이야기가 맞겠네요.

영화는 인간이 맘모스를 사냥하고 살던, 옛날 옛적 선사시대의 어느 한 부족에서 시작합니다. 선사시대라면 왠지 꼭 나올듯한 주술사가 예언을 읆조리고, 그 예언의 징조가 하나하나 드러나는데, 영화는 결국 그 예언이 이루어지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들레이는 예언이 지목한 푸른 눈의 여인 에볼렛를 사랑하고, 잡혀간 그녀를 위해 산을 넘고 사막을 건너는 모험을 겪습니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인간사회의 발전과정을 따라 가는데요, 아직도 수렵생활을 하는 들레이 부족에서 산을 넘으니 농경생활을 하는 부족이 나타나고, 또 사막을 건너니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대피라미드를 건설할 정도이니 말이죠.)가 나타납니다. 마치 국사책 맨 처음에 나오는 이야기 같죠? 이 영화는 그런 발전과정을 보여주면서도 모순을 보입니다. 문명발전단계에서 가장 떨어져 있는 들레이가 그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를 그냥 한방에 무너뜨리고 말죠. 예언이 그러니까요. 이 뿐만 아니라, 영화의 모든 전개는 바로 그 예언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계속적인 우연을 그 예언으로 무마시키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영화는 제대로된 개연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이야기는 뻔하고 그래서 진부하며, 한치도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마지막에 가서는 피식하는, 실없는 웃음까지 나올 정도로 말이죠. 거기다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백인 들레이가 흑인부족들을 규합해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모습이란... 마지막에는 너무도 뻔한게 흑인과 백인의 화합과도 같은 분위기까지 연출.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를 눈 감아줄 정도로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나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물량을 많이 쏟아부었다는 티는 내지만 영상에서 큰 이펙트나 새로움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 물량을 자랑하려는 듯이 자주 사용되는 원경에서의 촬영이 오히려 지겹게 느껴지더군요.

예언으로 시작해 예언의 완성으로 끝나는 이 영화를 보니, 문득 한 영화가 떠오릅니다. 그렇다보니 이 영화를 한마디로 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디워"나 이 영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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