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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천일의 스캔들 (The Other Boleyn Girl, 2008)

천일의 스캔들
내용도 그렇고 영화적으로도 그렇고 명백히 영화 "엘리자베스"의 프리퀄인 "천일의 스캔들"은 시퀄들 보다도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작품입니다.

"천일의 스캔들"은 앤,메리의 두 볼린가 여인과 헨리 8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뉴욕타임즈 선정 '지난 1000년간의 최고의 스캔들' 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각각 앤과 메리 역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과 스칼렛 요한슨. 기존의 이미지(뭐, 나탈리 포트만의 배역의 폭이 워낙 넓어서 고정되거나 정형화된 이미지가 무엇이라고 들이대기에는 심히 어폐가 있습니다만..)로 유추해보았을때는 서로의 배역이 바뀌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영화 보기 전의 생각과는 달리 영화 속에서 둘은 각자의 배역에 매우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헨리 8세 역을 맡은 에릭 바나는 사실 왕이란 지위로 두 여자를 취한다는 것외에는 영화 상에서 딱히 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출연분이나 존재가 대단치 않은지라 포스터에 떡하니 있는게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 더군요.

실제 역사 속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은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역학 관계가 어찌됐든지간에 관객의 흥미를 위해 많은 각색을 거치게되는데, 이 영화는 순수하고 착한 메리와 야심가득하고 요부에 가까운 앤으로 두 여성의 캐릭터를 정하고, 이 둘의 대치와 그 사이에 낀 헨리 8세를 통해서 극 내의 갈등을 생성시킵니다. 이렇게 너무 극단으로 차별된 두 캐릭터를 대치시키는 것은 상당히 진부한 형식입니다만, 영화 상에서는 그런 진부함을 떨쳐낼 어떤 요소도 보이지 않습니다. 영국 왕실의 모습이라던지, 복장은 이미 "엘리자베스"와 그 후속작 "골든 에이지"에서 이미 실컷 맛보았으니 흥미거리도 아니구요. 그렇다보니, 욕망과 치정에 얽힌 내용들이 거의 다 비슷하겠지만 마치 우리나라 아침 일일드라마에서 울궈먹고 또 울궈먹는 그렇고 그런 내용들과 비슷하게 이 영화는 흘러갑니다.

그리고, 이런 과거를 다룬 영화에서 범할 수 있는 실수가 그 당시의 문화와 생활을 지나치게 현대의 관점으로 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비극적인 마무리로 끝나게 되었지만, 어찌보면 그 당시의 인물들에게는 당연시되었을 일(그게 아니었다면, 진작에 무너져내렸겠지요.)을 영화 속에서의 몇몇 인물들이 마치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듯이 그 사건을 비판적 시선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 시선은 스크린을 통해 보는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에 "엘리자베스"를 언급하며("엘리자베스"나 "골든에이지"와 너무도 유사한 마무리) 끝나는 이 영화는 글의 맨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엘리자베스"의 프리퀄 격(영화사야 틀리지만)으로, 심하게 말해 그 의미 외에는 없는 영화입니다. 그만큼 엘리자베스 여왕을 다룬 "엘리자베스"가 괜찮은 작품이었다는 말이지요. 아, 정말 "엘리자베스"나 기회가 되면 다시 봐야겠습니다. (DVD 대여점에 있으려나..)

P.S 무도회 장면만 나오면 왠지, 누군가가 'Play a volta!'를 외칠 것만 같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