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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GP506 (2007)

GP506
무대인사에 온 공수창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전작 "알포인트"에서의 우리 군인들에서 30년이 지난 현재의 우리 군인들로 바꾸고 싶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 말에 맞게 "GP506"은 전작에서도 보였던 '전쟁의 아픔과 상처' 를 그리고 있습니다.(우리나라는 종전 상태가 아니라, 휴전상태니까요.)

어느날 밤 휴전선 내 비무장지대의 506GP에서 21명, 전GP대원이 몰살당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노성규 원사(천호진 분)와 그 과정이 이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GP506"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은 전쟁이라는, 인간의 원망과 미움이 빚어낸 참담함입니다. 영화 초반의 자막에서도 나오지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냉전의 잔해인 GP는 그 장소로 제격입니다. 거기에 더해 6.25라는,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과거의 모습이 영화 속 현재의 GP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면 이 영화의 주제는 더욱더 잘 드러납니다.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 외에도 군대라는 통제되고 고립된 상황에서는 오는 진실의 은폐와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 역시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제와 문제제기는, 그리고 그로 인한 무게감은 좋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러한 주제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영화의 중간중간 자주 사용되는 플래쉬백은 이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돕기보다는 오히려, 산만한 느낌을 주며 극의 맥락을 끊는 모습을 보입니다. 장르의 특성상 이런 영화는 관객에게 일종의 물음을 던지며 그 답을 찾는 과정에 얼마나 관객을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인데, 이런 극의 흐름은 그 몰입을 방해합니다. 그 이전에 관객의 호기심만 자극할 뿐이지, 관객을 이 사건 속으로 불러들여서 관객 스스로 추측을 해볼만한 요소가 전적으로 부족하기도 하구요. 그렇다보니 보는 이들이 그저 노원사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만 지켜보게 됨으로써, 결국에는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자극해 놓은 호기심과 그 기대에 비해 무리하게 주제로 회귀하는 듯한 마지막은 실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시사회는 밀리터리 매니아 및 군복무 당시 GP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듯한데, 그래서 공수창 감독도 '고증에 신경을 쓰기는 했는데 어떤 평이 나올지 조금 두렵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허나, 서울 바로 옆 하남시의 모 부대에서 2년 내내 경계근무 및 위병조장 근무만 선 저는 딱히 뭐라고 언급할 수가 없네요. 어찌됐든 고증은 부차적으로(이라지만, 중요한 것은 틀림없는) 해결할 문제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이야기와 흐름이라는 것을 이 영화가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기대했던 영화이기에, 그로 인해 실망한 요인도 있지만 말이예요.

P.S 이번 시사회에는 무대인사로 이 영화의 프로듀서, 공수창 감독, 영화에서 '꼴통' 강상병으로 나오는 이영훈 씨가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꼴통' 캐릭터가 왜 '꼴통'인지가 전혀 납득이 안되네요. 잡지 인터뷰 보니, 캐릭터를 위해서 이영훈 씨의 제안으로 육군에서는 금지하는 머리스타일인 옆머리만 돌리기를 했다는데... 일단 캐릭터가 전혀 안 그런데, 머리스타일 바꾼다고 뭐 틀려질까요.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 안의 캐릭터성도 미약합니다.

P.S2 영화의 개봉일은 오는 4월 3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