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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가루지기 (2008)

가루지기
저와 같은 20대 중반(만으로는 초반이라고 우기고 싶은)들에게 '변강쇠'의 이미지는 다수의 코메디쇼(그중의 대부분은 박수홍의 어설픈 개인기)에서 패러디 되던 배우 이대근의 모습입니다. 딱 거기까지요. 그 외의 원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접할 기회가 없었지요. 물론, 역시나 각종 코메디 및 버라이어티쇼에서의 이야기 등을 통해서 그 작품의 개략적인 분위기 등은 알고 있지만요.

영화 "가루지기"는 '변강쇠'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습니다. 위에서와 같은 경로를 통해서 알고 있는 힘의 상징으로서의 변강쇠가 아니라, 어릴 때의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응?)사고로 별볼일 없던 강쇠가 노승의 도움을 통해서 무지막지한 남자의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초중반은 마치, 헐리우드의 맨시리즈의 우리나라 고전화 같습니다. 정확히는 '스파이더맨'이요. 말 그대로 별볼일 없는 주인공이 우연적인 사고/만남을 통해서 이전과는 다른 큰 힘을 얻게되는 것이 말이죠. 영화의 시작에서 보이는 장승코로 인해 음양의 조화가 깨져서 음의 기운이 커진 마을의 모습은 흥미롭습니다. 성역할의 변화에서 오는 웃음은 힘없는 사내 강쇠에 대한 조롱으로 까지 이어지면서, 더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어지는 내용과 강쇠의 각성(?!), 그것을 통해 마을 여자들에게 천국을 안겨주는 부분까지는 재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그 동안 이끌어왔던 분위기가 뜬금없이 '진짜 사랑은 이런게 아냐'라고 내뱉는 강쇠의 모습부터 틀어지기 시작합니다.(거기다가 들어냈는지, 딱히 그에 관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서역 대표와의 힘자랑이라든지, 신열을 앓는 달갱이, 돌아오는 형 강목, 마을의 가뭄과 웅녀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무리 이 영화가 초반부터 B급 감성을 드러냈다고 해도 심하게 번잡스럽습니다. 거기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한국코메디 영화의 짜증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웃다가 마지막에는 눈물빼게 하자' 말입니다. 초중반의 유쾌한 분위기는 오간데 없고, 강목이와 달갱이 사이의 진실, 동굴 앞에서 눈물 흘리며 비오기를 기원하는 모습들은 심각한 괴리감을 들게 합니다. 대체 왜? 왜? 왜?... 그렇게 욕을 먹고 또 들어먹어도 이 같은 방식을 버리지를 못하는 걸까요? 시대 배경이 달라도, 이야기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한국코메디영화의 이런 판에 박힌 전개는 정말 넌덜머리가 납니다. 그렇게 중반 이후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망쳤습니다.

영화 만들 때는 예상 못했겠지만, 어쨌든 붙는 상대는 "아이언맨"이라구요. 결과요? 말안해도 뻔하지요.

P.S 개봉일은 오는 4월 30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