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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스피드 레이서 (Speed Racer, 2008)

스피드 레이서
"마하 고고고". 국내 방영명 "달려라 번개호".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다고 하지만, 저는 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닌지라 그와 관련해서 이 "스피드 레이서"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전무합니다. 즉, 제게는 그저 "스피드 레이서"라는 영화 한 편일 뿐이지요.

영화 "스피드 레이서"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자동차 레이싱 오덕후 가문인 레이서 가의 차남 스피드 군은 죽은 형처럼 레이서가 된 후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릅니다. 그런 그의 앞에 드리워진 검은 그늘이 있으니 정정당당한 줄로만 알았던 레이싱계에 배금주의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이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런 현실과 그를 괴롭히는 위협 앞에 스피드는 위기를 겪지만 결국에는 가족의 사랑으로, 가족을 위해 승리를 차지합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분히 아동용 내러티브의 틀을 따르고 있습니다만, 그냥 유치한 내용으로 끌고 가기에는 그랬는지 위에도 있듯이 자본주의의 그늘을 갈등의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미국 애들이 좋아라하는 가족이 곧 모든 것이자, 가족애야 말로 모든 것의 해결책이라는 가족주의를 더했구요. 뭐, 이런 이야기들이 잘 조합이 되었다면야 문제없겠지만, 바람과는 달리 썩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전적으로 아이들용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성인층을 대상으로 하기에도 그런 어정쩡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처럼 이야기의 매력이 그다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런닝타임은 2시간이 약간 넘어가버립니다. 이런 영화의 특징상 기댈 곳은 화려한 영상 및 액션(이 영화의 경우는 레이싱 장면)이라고 볼 때 보통 일반적인 이런 류의 런닝타임은 90분에서 100분 정도가 적당하죠. 그에 비해 "스피드 레이서"는 20~30분이 더 길다보니 영화의 중간중간 처지는 기운이 적잖이 있습니다.(아이들 영화에 가깝다고 봤을때도 이런 런닝타임은 독입니다.) 스피드의 동생 스프리틀과 침팬지 침침의 썰렁한 개그씬은 영화의 맥을 뚝뚝 끊어먹구요.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결국 이 영화가 내세울 것은 영상 밖에 없습니다. 처음 예고편을 보았을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거 너무 애니틱한데...' 워쇼스키 형제의 의도가 원래 그랬다고 하지만, 첫인상은 제 취향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었습니다. 계속 공개되는 예고편 및 영상들을 보면서도 그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보통 이런 뉘앙스면 그 다음 이어지는 내용은 실제로 보니 아니다라고 나오지만) 그것은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각종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원근감을 지워내 2D 애니메이션 처럼 보이게 하는 '실사 아니메 영상'이라든지 '2 1/2D'라는 용어들은 그 쪽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의미있는 것이지 실제 일반 관객들에게 별 상관없는 내용들이지요. 어떻게 보여지고 어떻게 느끼느냐. 형형색색의 화려함과 속도감 있는 레이싱 장면의 연출은 인상적이었지만, 취향상 과도하게 애니틱한 영상들에는 살짝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베오울프" 마냥 전체CG로 가든지, 아니면 의도한바대로 아예 애니메이션으로 가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 '당신의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워쇼스키 형제의 전작 "매트릭스"의 카피를 다시 들고 나왔지만, 절대 그만큼의 새로운 이펙트는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쇼스키 형제가 쉬다보니 감을 잃었나, 아니면 이 덕후 형제들이 자신들의 어릴적 로망을 이루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라 방향을 잃어버린걸까...(PJ는 "킹콩" 잘만 만들었는데...)

P.S 언론 매체에서 이야기와는 다르게 비의 출연분량은 상당히 적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대사가 별로 없고, 주조연이라는 보도와는 다르게 실제 극에서 차지하는 그의 배역의 비중을 봤을때 조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혹여라도 비 때문에 보실 분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언론의 보도만 믿고 가신다면 낚이시는 겁니다.

P.S2 대사도 훨씬 적고, 훨씬 적게 나오는 사나다 히로유키가 엔딩 크레딧에서 비보다 이름이 먼저 나오더군요. 헐리웃에서의 네임밸류 차이라는 그 냉정함. 그런데, 정말 제대로 잡힌건 한 두장면 밖에 안되는 박준형의 이름이 마지막에 있는 것을 보고는 순간 황당...

P.S3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마하 고고고"의 오프닝송을 변형한 스코어가 나오는데, 전 왜 그 곡에 맞춰서 속으로 "십오야"의 '삼돌이가 부르는 사랑의 노래~' 부분을 흥얼거렸을까요. 정말 비슷한데...

P.S4 크리스티나 리치는 이쁩니다. 쿨럭;;

P.S5 역시 정답은 썩은토마토를 보면 나옵니다. 현재 "스피드 레이서" 신선도 29%(북미 개봉 전이라 리뷰수가 적긴 하지만..)..."아이언맨" 93%... 혹여라도 둘 중에 어떤 것을 한번 더 볼래 라고 묻는다면, 저는 "아이언맨"을 한번 더 봐서 삼세번을 채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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