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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페르세폴리스 (Persepolis, 2007)

페르세폴리스
영화 "페르세폴리스"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격동의 이란의 현대사를 살아온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이란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내용이구요.  친서구화의 길을 걷던 왕정국가에서 1979년의 이슬람혁명 이후의 공화정국가와 이슬람 근본주의. 그후의 이란-이라크 전쟁까지...

주인공인 마르잔은 궁금증도 많고, 특유의 반항심도 있는 소녀입니다. 기실 이런 모습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나름의 시선을 가지고, 억압된 현실에 대해 반발심리도 있지만, 실상 공권력 등의 힘을 동반한 강제적 논리 앞에서는 그저 작아지고, 때로는 비겁해지는 모습 등이 말입니다. 마르잔의 모습이 이러합니다. 어린 나이에 오스트리아 유학을 통해서 이란의 현실과 타국인으로서의 차별 등을 알고, 사랑의 아픔에 방황하며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고국의 현실은 그녀를 점차 힘들게 할 뿐입니다. 결국 그녀가 사랑하던 가족을 고국에 두고, 다시 해외로 나가는 모습은 그녀 역시 현실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의 모습이 바로 우리 중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작가의 자서전이기도 한 이 영화가 이란인이 아닌 다른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깊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리는 격변의 이란 현대사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민중의 갈망과 희망에 의해 세상이 점차 살기좋게 변할 것 같지만, 그것은 결국 민중들의 소박한 꿈일 뿐 현실은 각종 이권과 이데올로기 등에 의해 민중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우리네도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더 공감이 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소박한 꿈을 오늘도 꾸어보지만 말이죠.

이런 영화의 이야기를 제쳐두고, "페르세폴리세"는 두 부분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마르잔의 현재와 과거로 말이죠. 현재는 컬러로 표현되어지고,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거는 검은색과 흰색, 흑백으로만 표현되어집니다. 평소에 자주 접할 수 있는 미국/일본 애니메이션에 비한다면 투박하고 단순하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단순히 흑백으로 그려내는 영상들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또한 이런 모습과 더불어 그 속에 풀어놓은 상상력들은 전체적으로 무거워 질 수도 있는 영화의 이야기와 그 균형추를 맞추는 역할도 수행해냅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근래에 본 "아주르와 아스마르"에 이어서 또다른 인상적인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엿본 것 같아서 뭐랄까, 기분이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