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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The Chronicles Of Narnia: Prince Caspian, 2008)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처음 읽은 것은 군대에서 였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처음은 초등학교때이긴 합니다. 천주교인인지라, 성당에서 성바로출판사에서 나왔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얻게 되어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외박나왔다가 부대로 주문해놓고 들어갔던... 부대에서 소설은 다 읽었지만, 제때 밖에 나오지 못해 정작 극장에서는 놓친 아픈 기억이지요. 훗날 DVD로 접하기는 했지만요.

이 원작 "나니아 연대기"가 기본적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인지라, 영화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아이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어 말 그대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아이들과 같이 오는 어른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만을 자아냈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더욱 그랬죠. 판타지라면 일단 "반지의 제왕"을 기대하던 관객들에게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어린이용 "반지의 제왕"으로 밖에 비쳐질 수 없었습니다. 사실상 원작에 특별한 각색을 추가하지 않았던 전작에 비해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이하 캐스피언 왕자)는 각색에 좀 더 신경을 쓴 느낌입니다.

영화는 ‘사자,마녀, 그리고 옷장’의 모험을 마치고 우리 세계로 돌아온 페번시가 사남매가 1년 후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마법의 힘에 이끌려 다시 나니아로 돌아가면서 시작합니다. 그 사이 백 년이 흐른 나니아에서, 삼촌 미라즈에게 아버지를 잃고 왕좌를 빼앗긴 캐스피언 왕자가 마법의 뿔나팔을 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전작에서 수잔의 그 나팔이죠. 나니아는 지금 캐스피언 1세 이후 텔마르 사람들에게 점령당해, 말하는 동물들을 비롯한 국민들이 모두 숨어사는 처지입니다. 캐스피언 왕자와 돌아온 페번시가 사남매는 옛 나니아를 복원키 위해 미라즈왕과의 일전을 준비합니다.

원작 "캐스피언 왕자"는 제목은 저렇지만 실제로는 "제다이의 귀환" 아니, "왕의 귀환" 아니, "페번시 사남매의 귀환"이나 다름없는 내용으로 정작 캐스피언 왕자의 비중이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영화 "캐스피언 왕자"에서는 캐스피언 왕자의 비중이 좀 더 커졌습니다. 원작과는 달리 나이도 거의 피터와 비슷하거나 많은 느낌이 들게 변했고 말이죠. 영화 후속작인 "새벽출정호의 항해"를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또한 영화는 원작과는 달리 맏이인 피터와 수잔의 성장에 더 할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원작에서는 피터와 수잔 등이 루시처럼 아슬란을 빨리 보지는 못하지만, 결국은 좀 늦게 보게 되고 다시금 완연한 나니아의 옛 '제왕'의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루시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마지막까지도 아슬란을 보지 못하고, 피터는 여럿 미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미라즈의 성을 기습하나 결국은 많은 동료들을 미라즈의 성에서 희생시킨 후 도망나오는 모습은 피터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가장 큰 예일 것입니다. 이어지는 캐스피언 왕자와의 갈등 역시 그러하구요. 이 갈등은 또한 위에 언급된 캐스피언 왕자의 비중 강화로도 이어집니다. 원작의 경우, 페번시가 남매들은 '나니아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점차 옛 능력을 찾아간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같은 실패없는 성장은 사실 지나친 루즈함을 유발시킬 수 있는 방식이자, 단순한 처리입니다. 소설의 텍스트적으로야 문제가 없지만, 영화로 옮겨올 경우에는 그것을 극복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성장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말이죠. 수잔의 경우는 캐스피언 왕자와의 멜로가 추가되었는데, 이 역시도 결국 성장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소녀가 어른이 될때, '사랑'만큼 직접적인 표현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 역시도 캐스피언 왕자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방편일테구요. 성장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이후로 피터와 수잔은 이제 나니아와는 더이상의 인연이 없기때문인데 이는 영화 속 아슬란의 '이제 다 배웠다.'라는 말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캐스피언 왕자"의 각색은 결국 피터와 수잔의 성장과 캐스피언 왕자의 비중을 높이는데 그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그 각색의 성과는 나름 유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각색들은 원작의 너무 단순한 전개를 어느정도 회피했으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금 어둡고 심각하게 만드는 효과를 내었습니다. 이러한 각색이 원작의 아동스러운 분위기를 완전히 탈피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만, 아동용 원작의 틀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각색을 이루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전작보다는 많은 발전을 보인 모습입니다. 이것이 원작의 팬들에게는 불만일수도 있겠지만, 영화로 오면서 그 아동틱함에 그다지 손을 대지 않은 전작에 실망했던 저에게는 플러스 요인이었습니다. 뭐, 바로 직전 언급했지만 여전히 그 틀안에서의 일입니다만.

이런 이야기 외적으로 영화는 후속작의 법칙답게 전편보다는 좀 더 커진 스케일을 보여줍니다. 이는 미라즈의 성에서 전투라던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전투씬에서 크게 드러나는데, 전작의 전쟁씬보다 더 많은 물량과 효과가 동원되었습니다. 아동용이라고는 생각되어지지 않는 대규모 전투씬에서의 전술을 보는 것도 흥미진진합니다. 또한, 피터와 미라즈왕의 일대일 대결은 박진감이 넘치구요. 그렇게 영화는 시각적인 면에서 전편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입니다.(여전히 피는 안튀깁니다.) 원작에서도 있었던 부분인지라, 어쩔 수 없지만 "반지의 제왕"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은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요. 그러고보니 웨타가 이 작품에 참여했더군요.

"캐스피언 왕자"는 분명, 전작보다는 더 나은 영화입니다. 스케일면으로나, 전연령층을 아우르기위해 노력한 흔적,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기는데에 사용된 CG의 질 등에서 말입니다. 그렇기에 전작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좋아했던 아이들이라면 물론 이어서 좋아할테고, 전작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어른들도 어느정도나마 그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분명 확실한 것은 여전히 이 영화는 크게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가족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나저나,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상당히 심심한 편인데, 어떻게 그려낼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군요.

P.S 리피치프의 캐릭터가 조금 짧긴했지만 그래도 잘 표현된 것같아 만족스럽더군요. 꼬리 잃은 부분도 잘 살려주는 센스~
P.S2 리피치프에 관한 또다른 이야기. 영화에서는 언급이 안되지만, 리피치프를 포함한 쥐들이 말을 하게된 것에는 연유가 있습니다. 전작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의 일입니다. 영화에서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슬란이 줄에 꽁꽁 묶인체 돌탁자 위에서 죽어있는데, 그 줄을 갉아서 끊는게 바로 쥐들입니다. 그 공로로 인해 그때부터 쥐들은 다른 나니아의 동물들처럼 말을 하게 됩니다.
P.S3 역시나 전작에서 이어지는 안습의 에드먼드. 홀로 산타클로스에게 받은 선물이 없는 상황 또 연출. 피터는 검과 방패, 수잔은 활을 들고는 뿔나팔을 찾으려하고, 루시는 마법의 몰약을 집어들지만... 원작에서는 콕찝어서 전작의 아픔을 다시 상기시키는데, 영화에서는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니 그나마 좀 나은거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