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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핸콕 (Hancock, 2008)

핸콕
알콜중독에 성격은 다혈질로 걸핏하면 욱하고, 자기 멋대로인지라 남에게 피해 끼치기가 다반사인 슈퍼히어로가 바로 영화 "핸콕"의 주인공 핸콕입니다. 어쨋든 그는 슈퍼히어로로서 위기에 처한 상황에 짠하고 등장하거나 악당들을 상대하기는 하는데, 위에 이유로 결과는 썩 좋지 않습니다. 영화의 초반은 이런 핸콕의 모습을 비춥니다. 그간의 슈퍼히어로물들과는 달리 대중들에게 야유받고("스파이더맨"에서는 데일리 뷰글에서 선정적인 악의적 기사를 쓰기도 하고, "배트맨"에서도 영웅인가 악당인가 하는 신문기사가 언급되긴 합니다만, 어쨋든 그들은 인정받는 슈퍼히어로들이고) 그에 또 욱하여 더 삐뚤어지는 핸콕의 모습은 흥미로움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흥미로움을 영화 전반적인 재미로 승화시키지 못합니다. 핸콕의 사회적 재활을 위해 노력하는 PR 전무가 레이. 그의 노력을 그리는 과정의 모습은 지나치게 루즈한데, 핸콕의 심리적 변화를 그다지 효과적으로 표현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어진 개과천선 모드의 핸콕의 모습은 초반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인지라 그 매력을 반감시킵니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핸콕이 묘한 관심을 보이던 레이의 아내 메리의 정체가 이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그때까지의 이야기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후부터 영화는 스스로 허물어져내립니다.

여름 블록버스터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볼거리 혹은 액션이라고 생각해봤을 때도 이 영화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합니다. 기타 슈퍼히어로물이나 액션영화의 차별점을 크게 느낄 수 없는 액션 연출에, 가장 큰 액션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클라이막스 아닌 부분에서 펼쳐지면서 영화의 이야기와 동떨어진 느낌을 강하게 느끼게 합니다. 영화 내용상 클라이막스에서의 액션도 마뜩찮은건 마찬가지이고 말입니다.

이렇다보니 영화 보는 내내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물이란 겉옷을 입은 흑백차별에 대한 우화가 아닌건지.'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어쩌면 차라리 이 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종종 기존 슈퍼히어로물에 대해 언급하며 살짝 비꼬기기도 하면서 웃음을 선사합니다. 다른 슈퍼히어로들을 떠올리게 하는 코믹스 표지를 보고 '호모'라고 표현하는 핸콕이나, 핸콕의 정체에 대해 '우주에서 왔다던지, 군실험을 당했다던지'하며 추측하는 레이가 그러한데, 이 것이 결국 이 영화의 한계를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족보 없는 듣보잡 슈퍼히어로의 몸부림이랄까요. 수많은 기존 슈퍼히어로들 사이에서 자신을 드높이고 싶었더라면, 어느 쪽이든 강한 모습을 보였어야 합니다. 이야기든 액션이든. 다른 슈퍼히어로들과의 큰 차이점도, 나은 모습도 보이지 못하면 그저 외면당할 뿐입니다. 족보 있는 슈퍼히어로들이 어느때 못지 않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지금이니까 말입니다. 윌 스미스란 배우에 대한 기대치를 제하더라도 이 영화는 실패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