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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2008)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지난 2000년 홀연히 온라인에 등장해 1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던 류승완 감독의 중편, "다찌마와 리". 2008년 여름 다찌마와 리가 '대형 스크린을 압도박하는 박력과 흥분'을 머금고 극장판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그것입니다.

지난 중편을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다찌마와 리"는 의도된 어색함과 6,70년대 한국영화에나 나옴직한 억양과 대사들로 큰 폭소를 자아냈던 작품입니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은 극장판에도 이어집니다. '그녀는 내 마음의 마지막 세입자.' 라던가, '더러운 죄악에 종지부를 찍을 내 주먹을 사라', '내 인생에 삼각은 오로지 삼각김밥뿐이오.' 등 듣는 것만으로도 폭소를 자아낼 주옥과 같은 대사들이 영화내내 넘쳐납니다. 이런 대사를 비롯한 이 영화 웃음의 핵심 코드는 철저한 뻔뻔함입니다. 이 영화가 첩보코메디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영화는 최근작으로는 "겟 스마트" 그리고 조금 더 뒤로가면 "오스틴 파워"가 있습니다. "겟 스마트"가 어쩌면 스티브 카렐의 처량하리 마치의 순진함이 뻔뻔함으로 승화된 경우라고 봤을 때, 이 영화는 "오스틴 파워" 쪽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으나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단 한명도 빼지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앞뒤 안 가리는 뻔뻔함으로 무장하고 있는 이 영화는 진정한 뻔뻔(FunFun?!) 무비입니다.

멋드러지게 등장하는 다찌마와 리(임원희 분)에게 전작의 화녀와 충녀처럼 많은 이들이 환호하며, 연방 잘 생겼다는 말을 하는 이 뻔뻔함(임원희 씨께 사죄의 말씀을..쿨럭..)의 그 기반에는 이 영화의 (다른 말로는 느낌이 안 살아서 부득이하게) 쌈마이 정신이 있습니다. 저렴한 제작비 내에서의 최대한 효과를 이루어내려던 B급의 쌈마이 정신이 이 영화에 살아 있습니다. 이러한 의도적인 쌈마이는 영화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도도히 흐르는 한강과 성수대교, 그리고 뒤쪽에 지나다니는 냉동탑차를 두고서도 이곳은 두만강이라고 생색을 내지를 않나, 전혀 안 프린스턴 대학스러운 장소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프린스턴 대학이라고 우기는 그 불굴의 정신이란... 이 외에도 영화는 자체발광 쌈마이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터넷 중편을 보지 않았더라도) '아, 이 영화 원래 이런 영화구나'라고 절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이 영화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웃음은 위에서도 언급한 쌈마이 정신에 기초한 웃음인데, 절정으로 치닫기 전의 한 액션신에서는 그런 웃음기가 싸악 가실정도의 뭔가 갖춰진, 그간의 영화흐름과는 이질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이는 '액션 키드'라고 불리우는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욕망을 주체못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하나의 액션 시퀀스로는 만족스러운 부분이나 영화 전체로 봤을 때는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일백프로 후시녹음인데도 불구하고 몇몇대사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존재하는 영화지만, 나름 기대했던 작품으로서 극장판 "다찌마와 리"는 올여름 한국영화중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내내 사람의 웃음을 자아내는데에 대한 만족감에 더해 이런류의 영화가 주류상업영화로 제작되어 한국극장가에 걸릴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 정말 호방합니다.

P.S 200억들여서 해외로케이션 한 영화보다 28억 들여서 영종도에서 만주인척 찍은 영화가 더 만족스럽다니... 뭔가 불공평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