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
Stephan
2009. 5. 3. 17:31
2009. 5. 3. 17:31
이 영화를 처음 인지한 것은 시사회 직후 온라인 상에서 보인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과속 스캔들"을 이을만한 잘 만든 코메디'라는 식의 글들에서였습니다. 너무 뻔한 홍보방식이긴 한데, 어쨋든 그걸로 일단 존재는 알렸으니 어쨋든 성공이긴 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의 외향만 보면 단연 한국판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가 떠오릅니다. 물론 그 쪽은 킬러가 직업이었고, 이 쪽은 국가요원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커플이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그로 인한 갈등 과정이 주요 포인트라는 점에서는 사실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스미스' 부부보다 이 영화는 일단은 더욱더 코메디에 치중을 하는 편입니다.
영화는 사실 큰 폭소를 일으키거나 그래서 기억에 남을 웃음을 제공해주지는 않습니다.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오해하며 아웅대는 커플들의 모습이나 국가요원이라는 뭔가 있어보이는 직업이라도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평범한 사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순간순간의 간단한 웃음을 지속적으로 구사합니다. 흔히 말하는 빅 재미와 폭소라는 측면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무리하게 큰 웃음을 유발하려는 억지노력보다는 잔잔한 웃음이라도 꾸준하게 엮어나가려는 모습은 나름 성공적이다라고 생각됩니다.
주인공들의 임무가 국가요원이다보니 불특정다수를 노리는 테러범들을 상대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액션에 치중하게 되는데, 황당한 이야기라도 해도 조금은 얼기설기한 이야기 전개가 아쉽습니다. 또한, 영화가 그리 큰 예산의 영화가 아닌지라 기본적인 '때깔' 측면에서 아쉬운데, 그러한 것은 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액션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흔히 말하는 '싼티'가 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오히려 만천하에 다 드러낸 꼴입니다.
홍보멘트의 "과속 스캔들"을 이을 코메디는 말그대로 홍보 멘트입니다. 이 영화는 일단 "과속 스캔들" 만큼 다양한 연령을 커버하며 웃음을 줄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고 간단히 '재밌었다' 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기에는 괜찮을 만큼의 영화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가격대비 성공이란 말이 가장 적절할 듯 합니다. 그게 바로 코메디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Stephan
2008. 9. 14. 12:50
2008. 9. 14. 12:50
'개그는 개그일뿐 따라하지 말자.'나 '콩트는 콩트일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쇼프로그램의 말과 비슷하게, 영화 "영화는 영화다"는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과 같을 수 없다'라는 간단한 메세지 정도만 전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재밌습니다.
영화는 인기배우로 스타의 자리에 있는 수타(강지환 분)와 깡패인 강패(소지섭 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수타는 스타라는 지위에 취해서 경솔하고 오만하며,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같이 출연하는 동료배우 여럿을 병원에 입원하게 만듭니다. 강패는 한때, "초록 물고기"의 단역으로도 출연하며 영화배우를 꿈꾸었고, 지금도 부하들 몰래 홀로 극장을 찾아 영화보는 것을 즐기지만, 지금은 깡패로 조직에 해가 되는 인물들을 바다 속에 잠재우기도 합니다.
동화 '왕자와 거지'가 그랬던 것처럼 서로 다른 인생을 살던 두 인물은 우연히 조우하게 되고, 극과 극은 같다라는 말처럼 서로에게 이끌립니다. 왕자와 거지가 서로 닮은 외모였다면, 둘에게는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왕자가 그랬던 것처럼 제안을 하는 것은 밝은 세상에 있는 수타입니다. 동료배우와의 트러블로 더이상 같이 출연하겠다는 배우가 없자, 수타는 고육지책으로 강패를 상대배우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영화를 점차 촬영하면서, '나도 배우가 안됐다면 너 정도 주먹은 됐어.'라는 수타도, '영화? 그거 다 가짜아냐?' 라는 강패도 점차 자신이 몰랐던 것들에 대해 차차알아가면서 변화를 겪습니다. 그것은 둘의 로맨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강패는 같이 출연하는 여배우와 마치 영화 같은(깡패와 인기 여배우의 만남) 사랑을 하고, 수타는 언제나 자기자신의 진실한 모습이 아닌 카메라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 대중들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여자와 어색하고 쑥쓰럽지만 솔직한 현실적인 사랑을 하게됩니다. 다른 삶에서도 그러한데, 강패는 영화 속의 대사를 똑같이 읊으며, 죽여야 할 사람을 놓아주고 강패는 가학적 폭력 앞에서 자존심을 버리고 현실을 바라봅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통해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마지막에서나 드러나는 가장 큰 액자와 그 속의 또다른 액자를 보여주는 식의 연출을 통해 '영화는 영화일뿐.'이라는 영화 자체의 의도를 드러냅니다. 이러한 의도로 인해 영화 속 전개 과정에서 일부 진부할 수 있는 장면들이 그러한 의도에 의해 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그러한 부족함을 이런 방식으로 메우려했다고도...)
이런한 영화의 의도는 영화의 전체적인 재미와는 어쩌면 무관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 영화의 재미는 서로 다른, 그러면서도 닮은 수타와 강패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 묘미를 크게 했던 것은 수타를 연기한 강지환과 강패를 연기한 소지섭의 안정적인 연기였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왠지모르게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의 이미지/연기톤이 비슷했던 소지섭보다는 그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선보인 강지환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또한, 이 두 배우 외에도 이 둘 사이에서, 리얼한 영화를 찍고 싶어 안달이 난 봉감독 역을 맡은 고창석은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하는 주연과 같은 조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에서 여자가 존재하고 활용되는 방법이나 다른 여타 모습들에서 김기덕의 냄새가 스물스물 피어오르긴 하지만(각본이 김기덕 감독) 입봉작으로서 장훈 감독은 무난 혹은 무난 이상의 상업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