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턴 프라미스

"폭력의 역사"의 데이빗 크로넨버그 연출, 비고 모르텐슨이 주연을 맡아서 너무도 강렬한 기억을 남긴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의 후속작이 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MTV News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비고 모르텐슨은 후속작에 대한 생각이 있으며, 괜찮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조만간 전작의 각본을 맡았던 스티브 나이트 등과 만나 이야기를 해 본 후, 마음에 드는 각본이 나오게 되면 후속작을 제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계획대로 후속작이 제작이 된다면, 우리는 엔딩에서 느꼈던 그 음침하고 어두운 기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니콜라이는 그 후 어떤 길을 걸었을까요?


데이빗 크로넨버그 탐 크루즈 탐 크루즈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탐 크루즈가 덴젤 워싱턴과 함께 "본" 시리즈의 원작소설 작가인 로버트 러들럼의 소설 "마타리즈 서클"(The Matarese Circle)을 원작으로 한 MGM의 영화에 캐스팅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연출은 (무려!) "폭력의 역사", "이스턴 프라미스"의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맡았습니다.

"마타리즈 서클"은 20여년간 서로를 죽이려 했던 앙숙의 미국 정보요원과 구소련 정보요원이 모든 음모의 진원지인인 마타리즈라는 비밀단체와상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로 힘을 합치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으며 "원티드"의 마이클 브란트와 데릭 하스가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했던 원작을 현대배경으로 각색할 것이라고 합니다.

MGM은 "마타리즈 서클"과 더불어 러들럼의 또다른 작품인 "마타리즈 카운트다운"(The Matarese Down)의 판권을 사들였는데, 유니버셜의 "본" 시리즈처럼 프랜차이즈로 키울 생각이라고 합니다.

"마타리즈 서클"은 올해말부터 제작에 들어가 2010년 개봉할 예정입니다.

P.S 감독에 배우에, 정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이스턴 프라미스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는 팬들이 이름 붙이길 전작 "폭력의 역사"에 함께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폭력 2부작'이라고 부르는 작품입니다. "폭력의 역사"에 이어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폭력이란 주제를 바탕으로 다시한번 의미심장한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폭력의 역사"와의 관계성은 단순하게는 주연배우에 있어서도 알 수 있습니다. "폭력의 역사"에서 폭력이 수반된 악행에 젖어살던 과거를 잊고 평범한 가장으로 살아가던 톰 스톨을 연기했던 비고 모르텐슨이 이번 "이스턴 프라미스"에서는 러시아 마피아단의 운전수인 니콜라이 루진 역을 맡아 열연을 선보입니다. 혹자들은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뒤늦게 자신의 페르소나를 만났다고도 이야기하는데, 그 이야기가 결코 틀린 것 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스턴 프라미스"는 "폭력의 역사"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곳에서의 충격적인 살인 장면으로 그 시작을 엽니다. 차이가 있다면, "폭력의 역사"가 대낮이었다면, 이번 영화의 시작은 비내리는 저녁이라는 것입니다. 영화는 폭력이라는 하나의 큰 주제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폭력의 역사"와 때로는 유사하게, 그러다가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영화는 영국 런던의 러시아 마피아와 운전수 니콜라이(비고 모르텐슨 분), 그리고 한 병원의 간호사인 안나(나오미 왓츠 분), 그녀가 지키려고 하는, 마피아보스의 강간으로 인해 잉태되어지고 태어난 후 혼자가 된 여자 아이의 존재를 통해 통해 극을 전개시킵니다. 영화 상에서 그리는 러시아 마피아의 모습은 일견 "대부"의 그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한쪽에서는 딸의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두운 방안에서는 밀담이 오고가던, 조카의 세례식장에서 악을 멀리하겠다고 하던 마이클의 모습과 대조되는 살인 장면처럼, "이스턴 프라미스"의 러시아 마피아단도 속과는 다른 겉을 가지고 있습니다. '트랜스 시베리아'라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상 그들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어둠의 일을 합니다. 이런 그들과 달리 안나네는 평범한 일반 가정입니다. 이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두 집단이 여자 아이, 크리스틴이란 존재의 접점에서 만나게 되고, 그 곳에서 갈등이 일어납니다. 그 갈등 사이에 니콜라이 루진이 존재합니다. 니콜라이는 역시 러시아 마피아처럼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중적 면모가 드러나는 순서는 반대입니다. 마피아(정확히는 보스)의 모습이 처음에는 포장된 선이었고, 이후에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면, 니콜라이의 처음 모습은 애초부터는 악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포장된 악으로 후에 그의 진짜 정체가 드러납니다. "폭력의 역사"에서는 톰 스톨이 마주하고 다시 인정하고 정리하려는 과거의 모습을 통해 폭력의 끊어지지 않는 고리를 이야기했다면 "이스턴 프라미스"에서는 서로 다른 이중성의 그늘에서 펼쳐지는 폭력을 통해서 그 서로 다른 의도에 따라 각각의 폭력에 정당성이 부여되어질 수 있는가를 이야기합니다.

영화에서는 러시아 마피아의 특징 중 하나로 감옥에서 새기는 문신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문신이 그 사람의 '삶의 기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니콜라이 역시 몸에 문신이 가득하고, 영화 도중에는 마피아에 정식으로 입회를 하게 되면서 새로운 문신을 몸에 새겨넣습니다. 그 추가된 문신은 또다른 그의 삶의 기록입니다. 영화 상에서는 삶의 기록이라는 의미의 또다른 요소가 등장합니다. 그것은 상처입니다. 영화는 지속적으로 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클로즈업합니다. 처음 이발소에서의 그것, 시체의 절단된 손가락, 아짐의 조카 목에 깊이 난 상흔이 그것입니다. 그것은 곧 직접적 사인 등으로 판명될 그 사람 삶의 마지막 기록입니다. 그리고 문신이 곧 몸에 행하는 또 다른 종류의 폭력이라고 봤을 때 이 둘은 기록과 폭력이란 점에서 동일합니다. 이러한 요소가 극대화되는 것은 바로 사우나 장면입니다. 알몸이라는, 그 자체로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니콜라이의 몸에는 칼이 그어집니다. 알몸으로 피를 범벅을 한 체 바닥을 나뒹굴고, 처절하게 생존을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니콜라이를 담은 이 장면은 말그대로 전율을 일으킵니다. 니콜라이는 가득한 문신 위에 상처라는 타의적인 폭력이 그의 몸에 남긴 기록을 가지고 살아남습니다.

영화는 말미에 안나네의 평화로운 모습을 비춰지면서 밝은 면을 보이지만, 다음 장면에서 어두운 식당 안에 홀로 앉아있는 니콜라이를 비춥니다. 바로 전 장면과 달리 극도로 어두운 분위기는 순간 섬찟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섬찟함은 니콜라이의 향후 모습이 결코 안나네의 모습이 주는 그것과는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습니다. 결국 니콜라이도 새롭게 새겨지는 문신과 상처처럼 점점 폭력이라는 어둠에 몸을 맡길 것 같은 그런 예감을 말입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폭력의 역사"에 이어 "이스턴 프라미스"로 아직도 그가 할 말이, 할 일이 남은 감독이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의 영화가 주는 전율과 긴장을 다시 한번 느낄 날을 기다려봅니다.

P.S 메가박스유럽영화제에서 한번 보고, 그 후에 정식개봉 후에 한번 더 봤음에도 사우나 장면은 정말 후덜덜합니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
여러분에게 '영화관'이라는 장소와 그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옴니버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지난해 칸영화제의 6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거장이라 꼽히는 35인의 감독들이 그 물음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담은 33편의 단편(마이클 치미노와 코엔형제의 작품 경우 자신들의 이 영화가 상업적인 용도에 쓰이지 않았으면 해서, 그들의 작품은 빠져있습니다. 즉 31편)을 담은 영화입니다. 칸영화제의 생일을 위한 참 특별한 선물인 셈이지요.(작년 선물이긴 하지만요.)

그 중에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 몇개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각각의 단편의 내용들이 있습니다.)

-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3분"(Three Minutes), 구스 반 산트의 "첫 키스"(First Kiss)
"3분"은 극장에 들어선 한 여자가 보이며 시작합니다.  그녀는 계속 누군가를 찾아 헤맵니다. 그리고는 결국 찾던 남자를 발견합니다. 스크린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 그녀는 그에게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앵글 밖에서 들려오는 한마디. '컷, 3분 다 됐어요.'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그 속으로 빠져듭니다. 영화관이 주는,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바로 그 순간을 말하고 있는 단편입니다. "첫 키스"는 극장에서 영사 준비를 하는 한 소년을 보여줍니다.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시원한 바닷가, 그리고 그 안의 아름다운 여인. 어느새 소년은 스크린 안에 들어가 아름다운 그녀와 키스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단편 역시 현실과 영화의 그 경계를 지우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제목인 "첫 키스"와 소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를 통해 영화관에서 이뤄지는 성장의 모습도 말하고 있습니다.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애나"(Anna), 첸 카이거의 "자전거 모터"(Zhanxiou Village)
이 두 작품은 공통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라는 것이 그저 시각적인 방식으로만 소통되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애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한 여자를 비춥니다. 영화가 계속 되는 도중 옆에 있는 남자가 그녀에게 영화의 내용을 조그마한 목소리로 설명해줍니다. 여자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영화관을 나온 그녀는 뒤따라 나온 남자에게 묻습니다. '영화가 흑백이었나요?' "자전거 모터"는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여줍니다. 그러던 중 배터리가 나가게 되고, 아이들은 자전거를 발전기 삼아 영화를 봅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쫓아내는 한 사내. 하지만, 아직 도망가지 않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가 사내에게 묻습니다. '영화 끝까지 보면 안되요?' 이때까지 흑백이던 영화는 컬러로 바뀌고, 앞이 보이지 않는 나이든 사내가 영화관 의자에 앉습니다. 이 사내가 그 어린 소년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 난니 모레티의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일기"(Diary of a Movie-Goer)
이 단편이 어쩌면 가장 일반적인 의미의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이지도 모르겠습니다. 난니 모레티는 영화관에 얽힌 자신의 추억담을 이야기합니다. 이 극장에서는 어떤 영화를 보았고, 아들과는 영화관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였습니다.

- 장예모의 "영화 보는 날"(Movie Night)
어떤 산골마을에 간이영화관이 설치됩니다. 들뜬 마을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 설레여보이는 한 꼬마가 보입니다.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다리는 꼬마의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집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을 잘 표현해낸 단편입니다.

- 라스 폰 트리에의 "그 남자의 직업"(Occupations)
극장에 앉아있는 한 남자. 그리고 그 옆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보입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옆의 그 남자는 몸을 비비꼬더니 라스 폰 트리에에게 계속 말을 겁니다. 자신이 영화평론도 하지만 또한 잘나가는 사업가라는 둥, 앞으로 가죽사업이 비전이 있다는 둥...계속 라스 폰 트리에의 신경을 건듭니다. 그의 마지막 질문, '당신의 직업은 뭐요?' 라스 폰 트리에가 답합니다. '살인자'. 그러고는 장도리를 꺼내어 그를 무참히 두들겨, 조용히시키는 라스 폰 트리에. 이제는 조용히 영화 감상할 시간입니다. 이 정도까지의 수위는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유발하게끔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지요.

- 마누엘 데 올리비에라의 "독특한 만남"(Sole Meeting)
구소련의 후르시초프 서기장과 교황 요한 23세가 한자리에서 만납니다. 후르시초프의 보좌관의 묘하게 설득력있는 설명으로, 그는 교황을 동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오는 교황. 교황은 후르시초프의 배를 만지며, '우리도 공통점이 있네요.'라고 말합니다. 영화가 빗어낼 수 있는 유쾌한 상상력을 그린 단편입니다.

- 월터 살레스의 "칸느에서 8,944km 떨어진 마을"(A 8,944km de Cannes)
프랑소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가 상영 중인 극장 앞에 서있는 두 명의 남자. 그 두 남자는 티격태격 신나는 노래판을 한바탕 벌이면서 칸영화제의 60회 생일을 축하합니다.

-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최후의 극장에서 자살한 마지막 유태인"(At the Suicide of the Last Jew in the World in the Last Cinema in the World)
지구상에서 남은 최후의 극장의 남자화장실에서 자살하려는 최후의 유태인과 그의 모습을 해설하는 두 명의 캐스터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이 단편은 권총을 머리, 눈, 입으로 옮기면서 쏠까 말까 하는 유태인(데이빗 크로넨버그 그 자신!)의 모습을 통해서 그 짧은 3분의 시간동안 극도의 서스펜스를 유발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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