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핑퐁
영화 "분노의 핑퐁"은 헐리우드에서도 나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B급 코메디 장르의 영화입니다. 스포츠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벤 스틸러의 "피구의 제왕"이나 윌 페럴의 "블레이드 오브 글로리"를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 영화들만큼 웃기다거나 재밌지가 않다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말입니다.

때는 1988년 서울올림픽. 천재적인 탁구 실력으로 12세에 세계 재패를 눈앞에 둔 랜디 데이토나가 보입니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그는 패하고 아버지를 잃습니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후, 과거의 귀여운 꼬마는 간데없고 헝클어진 머리에 배불뚝이 뚱보가 쇼무대에 서있습니다. 랜디는 그렇게 망가진체 세월을 보내고 있던 중 FBI의 요청으로 미스터 펭이라는 괴사나이를 체포하기 위한 작전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펭이 주최하는 탁구대회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그렇기도 하고 이런 영화에서 관객들이 바라고 있지도 않듯이 이야기의 개연성은 별 상관이 없습니다. 어떤 황당한 상황이 전개되어 어떻게 웃겨줄지가 관건입니다. 영화의 주연인 랜디 역의 댄 포글러는 외모로만 본다면, 그리고 영국 하드록 밴드 데프 레파드의 음악에 맞춰 탁구채로 연주하는 흉내를 내는 것을 보자면 마치 잭 블랙과도 닮아보이지만, 잭 블랙에게서 웃음기를 싹 뺀 버전이라고 하면 좋을 듯 합니다.

이 영화에서 랜디 역의 댄 포글러가 결정적으로 웃기는 장면은 없습니다. 펭 역으로 등장해 괴상한 헤어스타일과 복장으로 망가져주는 크리스토퍼 월켄과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우리말 대사, "히어로즈"의 마시 오카의 카메오 등장 정도만이 아주 잔잔한 웃음을 제공해 줍니다.

웃음기가 쫙 빠진 코메디 영화 속 황당한 상황를 보고 있는 관객들은 그저 낯부끄러울 뿐입니다. 정형돈 씨는 안웃긴게 컨셉이라, 그리고 그 컨셉을 통해 역설적으로 웃기기라도 하지, 코메디 영화가 웃음이 없으면 이거 좀 문제있잖습니까.

P.S 사실 이런 류를 좋아해서 나름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에 보니 2월 5일 개봉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어서 예매하려고 찾아보니 없던 차에 애초 개봉일이었던 날에 시사회를 통해 보게 되었네요. 그럼 개봉은 언제일까요?

삼국지 - 용의 부활
영화 "삼국지 - 용의 부활"은 "삼국지"를 각색한 픽션입니다. 조자룡(유덕화 분)을 "삼국지"란 이야기의 중심으로 내세우기 위한 요건이었겠죠. 그렇다보니 어찌보면 영화 "삼국지 - 용의 부활"(이하 용의 부활)은 코에이의 게임 "삼국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해진 큰 줄기는 있지만, 그 사이사이의 이야기는 플레이어의 선택따라 입맛따라 변하는... "용의 부활"은 제작자/작가의 입맛에 따라 변한 "삼국지"입니다. 그러니, 연의/정사와의 모순을 따지는 것은 불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게임할때, 연의/정사 대로 따라가지는 않으니까요.(뭐, 하드코어 게이머라면 몰라도 말이죠.)

"용의 부활"은 나평안과 조조의 손녀 조영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서 조자룡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조자룡의 등장과 활약, 그로인해 얻은 명성. 그리고 그의 노년의 최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조자룡의 활약은 눈부십니다. 아두를 구한 장판파 전투나, 후반의 봉명산에서의 전투 등. 중국 특유의 무협스러운 모습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삼국지" 속의 거물급 명장의 실력이라고 본다면 그런 허풍은 눈감아 줄만합니다. CG와 물량공세를 적절히 사용한 스케일도 괜찮은 편이구요.

문제는 흐름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조자룡의 삶을 쫓기만 합니다. 그냥 그런 일대기 같은 모습일 뿐 조자룡이란 인물의 개인적 면모를 크게 조명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 되어버렸습니다. 거기에 너무 뻔한 배신 끝에 최후에 '인생무상'이라는 네 글자를 스크린 가득 채우며, 적진을 향하는 조자룡. 그간의 이야기 속에서는 마지막의 그런 감흥을 크게 다가오게 할 요소가 부족합니다. 그렇다보니 사실 그런 마무리가 심하게 쌩뜽맞은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죠. 어차피 큰 각색을 취하고, 가상의 인물까지 투입한 마당에 이런 식의 이야기는 실망을 자아낼 뿐입니다.

주연인 조자룡 역을 맡은 유덕화는 말그대로 멋있습니다. 게임 "삼국지"에서 꽃돌이로 보이는 조운의 모습에  '꽃돌이 중년'(?) 유덕화의 모습이 겹쳐지는 느낌이랄까요. 나평안을 맡은 홍금보는 그다지 비중이 없는 편이고, 조영 역을 맡은 매기큐는 그 이국적인 외모가 조금 어색해보입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모두 평면적이고, 단선적인지라 인물의 매력도는 그다지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차라리, 잠깐 등장하는 제갈량에게 더 관심이 간달까요..(두 영화적인 연계성은 전혀 없으나, "적벽"에서는 제갈량을 조금 더 볼 수 있겠죠?)

가장 먼저 적었지만, 이 영화는 원 "삼국지"의 내용은 잊으시고, 유덕화의 멋드러진 모습에 취해 보시면 됩니다. 깊은 생각은 하지 마시구요~

P.S 그런데, 부제가 왜 "용의 부활"인지...설마, 그냥 이름때문에...
P.S2 개봉일은 오는 4월 3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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