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규동
Stephan
2009. 7. 11. 15:20
2009. 7. 11. 15:20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 이 다섯 명의 감독은 대체 이 영화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까요?
"오감도"는 '에로스'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섯 명의 감독들이 각각 한 편씩의 연출을 맡은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각 감독들이 어떤 식으로 표현해 낼지를 비교해 보고 그 감독의 색을 찾아보는 것이 옴니버스 영화의 재미일 수도 있지만 그 재미를 음미할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오감도" 속의 다섯 편의 완성도는 형편 없습니다.
각각이 한편의 단편영화라고 보기에도 어정쩡한 이야기 구성과 전개, 그리고 그 한편에서 어우러지는 배우들의 호흡도 인상을 찌푸릴만큼 삐그덕대며 연기력도 널을 뜁니다. 저렴한 제작비로 완성했다 하는데, 그 저렴한 제작비로 인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도 못미치는 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최소 2편 이상의 장편 연출작을 내놓은 감독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친분으로 끌어모은 게 아닐까 생각되는 배우들을 데리고 단편 영화 찍을 때의 습작 수준에도 못미치는 영화들을 끌어모아다가 '에로스, 그 이상의 사랑 이야기'라는 괜시리 거창한 주제를 붙여서는 얼기설기 이어놨습니다. 보통의 옴니버스 영화들이 그 안의 모든 편이 마음에 드는 것은 상당히 드물지만 그 안의 모든 편이 다 마음에 안드는 이번과 같은 경우도 참으로 드문 것 같습니다.
"오감도"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에로스'? 아닙니다. 주궁장창 늘어지며 하품까지 나오게 하는 키스씬입니다. 대체 저 입술박치기는 언제 끝나나요?
Stephan
2008. 11. 16. 08:27
2008. 11. 16. 08:27
애초에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홍보 모양새에서 퀴어물 냄새가 났기 때문입니다. 제가 호모포비아는 아니지만, 동성끼리 사랑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해는 못하는 부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종 퀴어영화를 접할 때 곤혹스러운 것이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선을 도통 따라잡지 못해 영화를 이해 못하는 사태까지 가곤 합니다. 퀴어물은 질색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보게 된 이유는 홍보는 그런 식인데, 영화는 전혀 그 쪽이 아니다더라는 말이 많아서였습니다. 원작만화를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원작은 그런쪽 분위기가 나는데 이번 영화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 어떤 사람을 찾고 싶어서지만 표면적으로는 손님이 여자가 많아서라는 이유로 케이크 가게 '앤티크'를 연 진혁(주지훈 분)과 고등학교 시절 진혁에게 고백했다가 '뒈져버려, 호모 새끼야.'라는 말을 들어야 했던, 그러나 이제는 천재 파티쉐이자 마성의 게이가 된 선우(김재욱 분), 전직 동양챔피언으로, 은퇴후 중국집 배달을 하다가 선우의 케이크 맛을 보고 그의 제자가 된 기범(유아인 분), 진혁의 집에서 어릴때보다 살며, 그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보디가드 타입의 수영(최지호 분)을 주요인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크게는 다른 세명 보다는 진혁의 과거에 얽힌 비밀의 타래를 풀어가는 것이 주된 이야기이고, 나머지 인물들은 그런 과정에서의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첫 우려와는 다르게 "앤티크"는 퀴어하고는 거리가 먼 영화입니다. 그저 네 남자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유쾌한 분위기로 그려내는 영화입니다. 요즘 극장가면 볼 수 있는 모 인터넷회사의 광고가 있습니다. '약간의 스릴, 약간의 로맨스, 유머 약간 합치면 또 새로운 영화.'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저 문구 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딱히 특출난 점은 없습니다. 오히려, 각각의 이야기 사이의 결집력은 약하고, 각각의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지도 않고 그저 약간은 보여줬다는, 생색 내기 수준입니다. 각각의 상처를 갖고 있는 네 명의 인물들이 케이크 가게 '앤티크'라는 공간을 통해서 그 상처를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인물들의 비중은 심히 적고 진혁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지면서 생색 내기 식으로 보여주는 다른 인물들은 초라해집니다. 진혁의 이야기에 다른 이들의 이야기의 배합비율은 그다지 맛없게 배합/조리 되어 있으며, 그것을 보기에는 좋은 꽃미남이라는 크림으로 가려놓은 격입니다. 그 크림 위에 약간의 스릴, 약간의 (동성애적) 로맨스, 그리고 유머 약간이라는 장식재료를 얹어놓았습니다. 그렇게 겉모습이 얼핏 보기에는 참 맛있게 보인다는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장점입니다. 한입 베어 물면 달달하고, 이맛저맛 다 느껴지는게 맛도 좋은 듯 합니다. 하지만, 조그만 씹다보면 그 첫 느낌은 사라지고 찝찝함이 남습니다. 비중이 적은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저 산만한 느낌만 가중시키고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진혁의 이야기의 흐름이 곧 영화의 흐름과 일치하는데, 밝은 듯 했던 진혁의 뒤에 가려져 있던 아픔과 후반부에서 미스테리 스릴러로의 급격한 변화과정과 마무리는 원작에 대해 숙지가 된 팬들이 아닌 이상에야 당황스럽게 만드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희생해가며 만들어낸 결과인지라, 더욱 아쉬움을 자아냅니다.
그래도 장점인 그 크림이랑 위에 얹은 재료가 보기는 좋은지라, '무난'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킬링타임용은 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P.S 그래도 남자끼리 뽀뽀할때는 닭살이 좌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