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th Berlin Film Festival - Eden Is West Photocall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2005년작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The Ax, Le Couperet, 이하 액스)를 리메이크 예정인 것에 대해 소감을 밝혔습니다.

코스타 가브라스는 정치성 있는 장르 영화를 만들어 온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리메이크 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으며, 부산에서 박찬욱 감독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원작영화의 감독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전해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액스"는 성실히 일하던 한 회사의 중견 간부가 정리해고 된 후, 2년간 무직자로 지내다 다시 재취업하기 위해 자신의 경쟁자인 다른 지원자들을 살해한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오늘 YES24 주최로 압구정 CGV에서 열린 '박찬욱 감독과 함께하는 "박쥐" 특별상영회에 다녀왔습니다. "박쥐"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이어서 박찬욱 감독, 김영진 평론가께서 자리한 가운데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6~7개 정도의 질문이 이어졌으며, 아래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하 질문과 대답에 있어 경어가 생략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한, 일부 내용에 있어서 제가 차마 정리 못한 부분으로 인해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밝혀둡니다.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과의 "박쥐" 특별상영회

김영진 평론가(이하 김) : 다들 이번이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인가? (관객들 다수 '아니요~') 이거 또 환자들만 모였군.(웃음)

Q : 상현은 강우만 죽인 것이 아니라 맹인 신부 또한 죽였다. 극중에서는 강우를 죽인 죄책감에 대해서는 표현이 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박찬욱 감독(이하 박) : 별 이유는 없다. 노신부에 대한 죄책감을 표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강우의 경우 그 죄책감은 상현과 태주가 공유하는 죄책감으로 그것을 그리는 것이 중심이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노신부의 경우에는 끊임없이 상현에게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달라고 요청을 했었고 그로 인해 그 살인은 상대적으로 상현이 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한다.

Q : 영화에서 보면 실가위를 입 안에 넣었다 뺐다 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 입은 무언가가 밖에서 들어오는 통로라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했다. 갖은 것들이 들어오지 않나. 태주가 상현에게 '넌 병균이야' 하는 것처럼 병균 같은 그런 것들. 밖에서 무언가 내부로 침입하는 통로라고 생각했다.

Q : 상현은 태주를 죽이고는 그녀의 피를 빨고, 그녀에게 피를 준다. 그 전에 그들을 바라보는 라여사의 시선을 보고 상현이 깜짝 놀라는데, 라여사의 그 시선이 주는 의미가 궁금하다.

: 그 장면은 10년 전 이 영화를 처음 구상할때 처음으로 생각한 장면이다. 단 6~7페이지 정도의 원고로 결말 부분도 없던 시기에 가장 먼저 떠올렸던 시퀀스다. 라여사의 그 시선이 관객의 시선일 수도 있다. 상현은 그 시선을 보고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깨닫는다. 태주를 살해하고 참아왔던 흡혈의 본능이 눈을 떠 그는 태주의 피를 빤다. 그러던 중 라여사의 시선을 받고는 그는 지금의 자신에 깜짝 놀란다. 그리고는 태주와 서로서로 피를 빨면서 그들의 피는 순환되고 그로 인해 또 하나의 뱀파이어가 탄생한다. 이 영화의 핵심 장면이다.

Q: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의 영감을 얻은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읽었는데, 그 소설의 등장인물과 영화의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유사성이 보인다. 의도한 것인가?

: 그렇다.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여자 주인공 이름을 생각하다가 음차적으로도 맞고해서 처음에는 태주, 이어서 나머지 캐릭터들의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 다만 상현은 아니다. 이유는 상현의 캐릭터가 소설의 캐릭터와 가장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상현. 앞으로 해도 현상현, 뒤로 해도 현상현 으로 지었다. (스테판 주: "테레즈 라캥" : "박쥐" => 테레즈 : 태주, 강우 : 카미유, 라캥 부인 : 라여사, 로랑 : 현상현)

박찬욱 감독과의 "박쥐" 특별상영회

Q: 박찬욱 감독의 지난 영화를 보면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는데 이번 영화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상현은 자신의 선택으로 뱀파이어가 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자살을 선택하는데 에는 이유가 없는 것 같다.

: 어떤 동기나 이유를 감독이 답해서 정해주면 영화가 협소해진다. 관객의 생각과 견해가 곧 감독으로서 얻는 것이고 남는 것인데 그 재산을 줄이는 일이다. 언론과의 인터뷰나 영화 DVD 코멘터리를 꺼리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어떤 운명이든, 혹은 신의 뜻이든 자신이 그렇게 된데 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 이쯤에서 밥값은 해야겠다. (웃음) 이 질문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비판하는 시선들 중 하나이다. 영화사적으로 과거의 영화들은 인과론적 관계를 따랐다면 시간이 흘러 영화가 발전하면서 점차 인과론적 관계에 반해 여백과 틈을 열어두는 식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현대 영화의 흐름이고, 그중에서도 특히 최근의 한국영화에서 이런 모습이 많이 보이고 있다.

Q : 영화의 마지막에서 고래가 피바다를 가로지르는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 각본상이나 스토리보드상이나 애초에는 그런 장면이 아니었다. 그 장면은 영화의 완성단계에서 이루어진 마지막 변화이다. 각본상에는 훨씬 복잡한 이미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피로 가득한 바다는 동일하지만 그 바다에 알수 없는 생명체들이 셀 수 없이 많이 등장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해가 천천히 떠오르고 천국인지 지옥인지 모를 풍경의 그 곳. 영화의 초반에 보였던 지네. 날개 달린 커다란 지네가 하늘을 뒤엎고, 상현이 보게 되는 몸의 진드기. 거대하고 다리가 길게 확장된, 맘모스 크기의 진드기가 바다를 걸어 다닌다. 그런 극단적인 아름다운 풍경, 이미지를 그리고 싶었다. 허나 주위에서 영화 완성 후 만류를 하더라. 사랑 이야기에 꼭 그럴 필요가 있나하고. 나도 관객들이 보고 싫어하지 않을지 항상 걱정한다. (웃음) 원래 의도는 죽기 직전 이 순진한 신부가 보는 환영 속에서 자신이 죽은 후에 갈 곳, 그 지옥인지 천국인지 모를 낯선 환경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관객이 인물과 함께 하면서 느낄 비극적 감상을 날려 버릴 것 같았다. 어찌 보면 굉장히 어린 아이처럼 유치하고 낭만적인 환상 아닌가. 그러나 낭만적이지도 않은. 영화에 들어간 것은 고래 암수 두 마리가 사랑을 나누는 듯한데 그 곳이 피로 가득한 바다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그로테스크 하지 않나. 이런 이미지도 영화와 어울릴 것 같았다.

Q : 일종의 영화의 오독의 결과에 바탕을 둔 질문이다. 어찌 보면 이 질문은 감독이 아니라 신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마지막 상현의 죽음이 결국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의 상현의 기도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순교를 위해 그의 목숨이 아니라 그의 신념을 버리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위험한 환경에 놓고 그를 시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성경의 욥처럼 말이다. 이 영화의 신을 보면 기존의 기독교에서의 신이 아니라 마치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인간만이 착하게 살아야하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는가. 정말 신에게 물어봐야할 질문 같다.

: '살이 썩어가는 나환자처럼~' 그 기도는 자신을 구원하는 기도가 아니라 자신을 자책하는 의도기 때문에 그런 식의 의견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엠마누엘 연구소에서도 순교와 자살을 혼동하지 않는가라고 묻는데, 이 영화에서 상현은 (순교에 대한) 욕망이 강한 신부다. 애초에 시나리오 상에서는 상현의 그런 면이 더 강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마무리

: 인터넷에서 험한 말도 많이 듣곤 했는데(웃음),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

오늘의 상영회와 대담 자리가 끝나고 개인적으로 얻은 보너스.

박찬욱 감독과의 "박쥐" 특별상영회

영화 개봉과 함께 출간된 소설 "박쥐"에 박찬욱 감독의 사인을 사삭 받았습니다^^

개봉 날에 이어 이 "박쥐"를 두 번째 보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제 생각은 별 다를 바 없습니다. 이 영화 참 재밌는데 말이죠.


박쥐
박찬욱 감독의 2009년 신작 "박쥐"는 한글 제목뿐만 아니라 영문 제목 "Thirst" 까지도 이 영화의 속성을 너무도 잘 드러냅니다.

'Thirst'. 갈증, 혹은 갈망. 무엇을 향한 갈증과 갈망일까요? 뱀파이어가 된 신부,  현상현(송강호 분)에게는 피를 향한 목마름이고 태주(김옥빈 분)에게는 '평생 그들의 강아지처럼' 산 자신의 지겹고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망, 아버지 신부(박인환 분)에게는 단 한번이라도 세상을 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고,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그 것의 해소를 찾습니다. 수요일마다 마작을 즐기러 태주의 한복집을 찾는 모임의 이름마저도 '오아시스' 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결핍, 그리고 결핍의 갈증의 해소가 그들에게 만족을 줄까요? 아닙니다. 갈증의 해소는 그 과정에 있어서 다른 무언가를 필요로 합니다. 상현에게는 그를 '더 이상 수도자도, 신부도 아니게' 만들고, 태주는 '신앙이 없어 지옥에 가지 않는다며' 자기의 욕망을 상현에게 설득시키고 그 뜻을 이루지만, 지옥보다 더한 죄책감의 무게가 그녀를 짓누릅니다. 그러한 해소는 다른 무엇과의 상호 존립할 수 없는 상충적인 관계를 만듭니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처럼 이 모순적인 관계와 상황의 연속이야 말로 이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한글 제목 '박쥐'. 뱀파이어를 상징하는 동물로서 뿐만 아니라, 우화 속에서 등장하는, 날짐승들은 들짐승이라고 하고 반대로 들짐승들은 날짐승이라고 비난하는 박쥐의 그런 애매한 관계 속 모순은 바로 이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애초에는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을 "Evil Live"라고 지을 생각이었다 합니다. 악과 삶이 철자의 앞뒤를 바꾸는 것만으로 같아집니다. 삶 속에 악이 있고, 악 속에 삶이 있는, 삶에 자리 잡은 본능과도 같은 죄악. 이 역시도 영화와 어울리는 재밌는 제목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전개되는 원동력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순과 그 충돌입니다. 상현이 뱀파이어가 되어 버린 것도 애초에는 다른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목적으로 자신을 백신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다 뜻하지 않게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행복고전의상실'은 절대 '행복'하지 않고 한복집에서 마작을 즐기는데에 그치지 않고 라여사는 '시마이'라는 말로 영업종료를 알립니다. 상현에게 고백성사를 통해 죄를 사해준 아버지 신부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적 희생양으로 변합니다. 상현은 그를 성자로 믿는, 자신에게서 구원을 바라던 사람들을 위해 강간을 택합니다. 일일이 늘어놓을 수 없는 영화 속 모순의 합창은 잔혹한 치정극 속의 블랙 코메디라는 형태와 더불어 박찬욱 감독이 전작에서도 이야기했던 죄악과 그 구원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집니다.

충돌하는 강렬한 이미지와 이야기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정신을 자극합니다. 그 짜릿함이 "박쥐"의 재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하는데에 배우들의 호연도 빠질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대표배우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도 당연스러운 송강호의 연기는 물론이고, 김옥빈의 연기는 말 그대로 놀랍습니다. 일상의 권태로움에 지쳐가는 여자에서 색기와 요기를 넘나드는 그녀는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전 "올드보이"의 강혜정이 그러했듯 김옥빈은 "박쥐"라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한 획을 그을만한 작품을 만났습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조금은 미흡한 행보 이후에 다시 자신의 자리로 박찬욱 감독이 돌아온 것 같아 더욱 마음에 드는 영화 "박쥐" 입니다.

P.S "쌍화점"의 조인성 씨도 아니고, 송강호 씨의 노출이 여배우의 영화 속 노출을 눌러버리다니..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놀라움 아닌가요?(퍽..)


박쥐

YES24에서 주최하는 박쥐 스페셜 상영회에 당첨이 되었습니다. 오늘 즉석당첨 이벤트를 하길래 마우스 클릭질 좀 하다보니 덜컥~ 되버리네요^^

다음주 일요일 즐거운 마음으로 다녀와야겠습니다. 압구정CGV니 디지털 상영이려나요? 류승완 감독 관객과의 대화 때처럼 혹 기회가 있으면 이번 예매 이벤트로 받은 시나리오에 사인이라도 받아야겠습니다.

박쥐
박쥐

특별경품이 너무다 탐이 났던지라, 기다리다가 바로 예매완료했습니다^^ 정작 예매는 정각 2시보다 약간 일찍 시작한 듯 싶네요.

어찌됐든 예매하고 몇분 안되서 예매불가더군요. 약간 미리 열린 것 감안하면, 5분만에 매진된 셈이네요. 흐흐...운이 좋았습니다. 이제 개봉날만 기다리면 됩니다. 개봉날은 필름으로 한번 보고, 디지털상영하면 그것으로 또 한번 더 봐야겠습니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의 2009년 신작, "박쥐"(Thirst)의 정식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존경받던 신부 상현(송강호 분)은 아프리카에서 비밀 백신 실험에 참여하던 도중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고는 뱀파이어가 됩니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은 친구(신하균 분)의 아내(김옥빈 분)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박쥐"는 헐리우드 자본의 투자를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며, 영화 속에서 강도높은 정사씬에 대한 소문 역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최근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을 받았습니다. "박쥐"는 오는 4월 30일 개봉합니다.

여기서 보너스! 이 화질 만족 못하시죠? 인코딩에 쓰인 원본인 720P WMV 파일을 공개토록 하겠습니다. 9.9M 단위로 분할압축 해서 업로드하니 다 받으신 후에 압축을 풀어주세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의 박찬욱 감독의 2009년 신작, "박쥐"(Thirst)의 정식 예고편(유출본)이 Affenheimtheater를 통해 온라인에 공개되었습니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존경받던 신부 상현(송강호 분)은 아프리카에서 비밀 백신 실험에 참여하던 도중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고는 뱀파이어가 됩니다. 뱀파이어가 된 상현은 친구(신하균 분)의 아내(김옥빈 분)와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홍보대행사의 요청으로 삭제 처리합니다.

"박쥐"는 헐리우드 자본의 투자를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며, 영화 속에서 강도높은 정사씬에 대한 소문 역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최근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을 받았습니다.

"박쥐"는 오는 4월 30일 개봉합니다.


친절한 금자씨

"트레인스포팅", "28일 후", 그리고 최신작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작품상/감독상의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떠오른 대니 보일이 엠파이어 온라인을 통해 가진 대화에서 흥미로운 언급을 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Lady Vengeance) 리메이크가 그것입니다.

Kinema : 한국이나 홍콩 같은 아시아 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많은 한국의 영화들이 미국에서 리메이크 되고 있다. 괜찮은 한국영화를 리메이크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는가?

대니 보일 : 진지하게 말해서, "올드보이" 이후의 작품인 "친절한 금자씨" 리메이크 제의를 받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시아) 영화는 오디션(미이케 다카시 연출)이다.

리메이크 제의를 받았었다 일 뿐인지라 확대해석은 무리이지만, 대니 보일에게도 제안이 갔다는 것이 나름 흥미롭습니다. "친절한 금자씨"의 헐리우드 리메이크 관해서는 가장 근래의 이야기로는 샤를리즈 테론이 극 중에서 이영애가 맡았던 금자 역의 물망에 올랐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미쓰 홍당무
종종 '올해 한국영화 상반기는 "추격자", 하반기는 "멋진 하루"다.'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오늘부로 하반기는 바로 이 영화, "미쓰 홍당무"입니다. 29년동안 꾸준히 삽질인생을 살아온 안면홍조증 환자 양미숙을 그리고 있는 "미쓰 홍당무"는 무지막지한 웃음 폭탄을 선사하는 영화입니다.

'세상이 공평할 거란 기대를 버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더 열심히 살아야 돼.' 라는 우리 미스 양의 어록이 떠오른후 시작되는 영화는 고등학교 시절 얼굴이 시뻘개친채, 반 단체사진에 찍히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뛰어오른 그녀의 얼굴을 비춥니다. 그 때부터 시작된 그녀의 안면홍조증은 지금까지도 계속 되고 있고, 그녀는 연모하는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자, 지금은 동료교사인 서종철 선생 앞에서 열심히 (진짜) 삽질 중입니다. 아... 삽질!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왕따 인생을 걸어오고 있는 양미숙은 사실, 동정의 여지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괴팍합니다. 집 살 돈을 모은다고 교무실에 묵고 있으며 요상한 좌욕기에, 거울에 붙어있는 일종의 좌우명은 '1등에 목 맬 바에야 목을 매고 만다.' 일 정도니 말입니다. 미숙은 4년전의 티코 안에서의 일 때문에 종철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착각하며 살아오고 있는데, 그때 이쁘다는 이유로 남들에게 대우받는 이유리가 유부남인 종철과 사이에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 사이를 방해하려 계획합니다. 미숙은 유리와 같은 고등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쳤으나, 러시아어의 수요가 떨어지면서 유리에 밀려 중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종철 + '이쁜 것들!'에 대한 증오가 그녀의 삽질을 부추깁니다. 그 계획에 미숙이 끌어들이는 이는 종철의 딸 종희. 종희는 학교에서 왕따로, 부모의 이혼을 막기 위해 미숙과 의기투합합니다.

"미쓰 홍당무"의 가장 큰 매력은 양미숙을 필두로 한 캐릭터들에 있습니다. 외모적 컴플렉스와 자기 자신을 옹호하는 각종 궤변으로 무장하고, 사회성에서도 부적합한 성격을 가진 양미숙은 존재 자체로도 큰 웃음을 주며, 그녀의 행동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습니다. 거기에 더해 양미숙의 거울과도 같은 존재인 왕따 종희는 월등한 'EQ'로 미숙을 당황케 할 정도의 활약을 보입니다. 그리고 미숙이 뒤로는 이를 갈고, 앞에서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이유리는 누구나 좋아할 정도의 외모를 가지고 있으나 자기 자신을 내숭으로 감싸고 있으며, 거기에 살짝의 백치미도 더하고 있습니다. 이 주요 여성캐릭터들이 펼치는 소동은 크게는 미숙-종희의 계획이 이행되는 모습을 통해서 보여지지만, 산발적으로도 각각의 캐릭터들이 펼치는 이야기들이 더 크게 두드러집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주고받는 대화나 상황은 그 각각으로 큰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만큼 영화는 이들 캐릭터성에 기대는 면이 큽니다. 역시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주인공인 양미숙으로 그녀의 캐릭터는 조롱과 비웃음의 대상으로 비춰집니다. 그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어처구니없는 행동들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비웃음은 중간중간 당혹감을 주는데,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하게 만드는 컴플렉스의 면모가 종종 우리네가 가지는 그것과 겹쳐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그런 비웃음은 씁쓸한 자조적 미소가 되며, 동정할 여지가 없던 양미숙에게도 동정의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아니라면, 당신은 엄.친.아 or 엄.친.딸?!) 영화는 '이상한 행동에도 이유가 있다' 며 양미숙의 삽질을 감싸려하는 듯한 모습을 취하기도 하는데, 양미숙의 비호감적이고 엉뚱한 캐릭터가 불러일으키는 상황으로 인해 그러한 모습조차도 폭소를 자아냅니다.  삽질...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삽질에 이유가 있겠습니까. 하라고하니까는 여기 팠다가 덮었다가 저기 팠다가 덮었다가...되짚어보면 대체 뭐한건지 알 수 없는 그 삽질. 내가 한 삽질에 이유를 붙이려고 들수록 이 역시도 별 필요없고, 그래봤자 달라질게 없다는 것을 느끼는 그 과정을 양미숙이 밟고 있습니다. 영화는 마무리 부분의 해결 과정에서 학교라는 공간 내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축제라는 이벤트를 활용하는 조금은 진부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변함없이 왕따, 아웃사이더이자 삽질인생을 역시나 주욱 살아갈 미숙을 그리면서 그 부분을 그저 약간의 아쉬움 정도로만 남게 만듭니다. 미숙에게 한바탕 큰 삽질 후에 남은 것은 변함없는 현실과 그나마 앞으로의 삽질 인생을 같이할 친구 정도입니다.

미쓰 홍당무

양미숙을 연기한 공효진은 망가지는 모습에도 개의치 않고, 비호감 자체인 역할을 너무도 훌륭하게 연기해냈습니다. 그녀의 필모 중 가히 최고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 보입니다. 최근 "미인도", "박쥐" 등의 영화에서 여배우의 노출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여배우의 노출이 곧 이미지 변신이나 연기력 인증으로 비춰지는 지금의 모습에서 "미쓰 홍당무"와 "미쓰 홍당무"의 공효진은 여배우가 노출만으로 자신의 연기력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보이고 있습니다.(물론, 다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 황우슬혜와 서우도 기대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합니다.) 제작자로 참여한 박찬욱 감독이라는 든든한 방패막 및 지원군도 큰 효과를 내긴 했겠지만, 이경미 감독은 독특한 생각과 이야기로 인상적인 장편데뷔작을 만들었습니다. 이경미 감독의 이후의 행보에도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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