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순간
얀 트로엘 감독의 "영원한 순간"은 1900년대 초의 스웨덴을 배경으로 마리아 라르손이라는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얀 트로엘 감독 부인 쪽 친척의 실제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는 한 대의 사진기와 마리아의 딸, 마야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복권에 당첨되어 얻게 된 이 사진기로 인해 엄마 마리아와 아빠 시그프리드 라르손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시그프리드(이하 시게)는 건강하고 힘센 남자로 그렇기에 부두에서도 항상 일거리를 얻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부두사람의 이미지처럼 시게는 술을 좋아하고, 종종 그 때문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마리아는 그 때문에 시게와 이혼까지 할 작정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을 향하지만, 친정 아버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 때 그녀가 발견한 것은 과거의 사진기. 마리아는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사진사 페데르센도 만나게 됩니다.

영화는 마리아의 일생을 이야기하면서 중간중간 스웨덴의 사회사도 양념으로 첨부합니다. 북유럽에 불기시작한 사회주의의 바람과 영국과의 갈등, 그리고 1차세계 대전 등이 그러합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마리아의 가족도 그만큼의 영향을 받습니다. 노조를 만들어 파업에 참가한 시게와 그 틈을 노려 부두의 일을 도맡은 영국인들의 모습이나, 전쟁으로 인해 징집당한 시게의 이야기들이 그려지며, 어느새 비행선이 하늘에 등장할 정도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그러한 이야기 속에서 시게는 여전히 돈을 벌어오는 일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으나 바람을 피기도 하는 등 가정사에는 그리 충실한 남편이 아닙니다. 마리아는 그런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사진기와 사진에 대한 관심으로 돌려서 풀어나갑니다. 친절한 사진사 페데르센과의 만남 역시 그녀에게는 작은 위로거리입니다.

영화 속에서 마리아의 모습은 지금의 관점에서는 조금 답답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의 우리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처럼 뭔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위치와 가치를 찾아나간다거나 하는 모습이 아닙니다. 남편의 반응을 무시하고 사람들까지 불러모아 사진을 찍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이 사진에 빠져 가족을 돌보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도 합니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의 관습과 가치관 속을 살아가는 마리아라는 여성에게는 요즘같은 그런 적극적인 모습보다는 이 영화 속에서 처럼 사진을 통해서 마음의 위안을 얻으며 가족을 아우르는 모습이 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에 영화는 사진을 그 대상을 영원히 지속시키게 만드는, 영원한 순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마리아는 죽기 얼마 전에야 유일하게 자신을 담은 사진을 한장을 찍습니다. 딸 마야는 끝까지 가정을 지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그래도 '엄마는 아빠를 사랑했나 보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녀가 진정 시게를 사랑해서였는지, 아니면 사회적 가치관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였든 자신의 지금 순간을 영원히 남기고 싶은 행복한, 혹은 여유로운 때를 그녀가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순간"은 이런 마리아의 생애를 잔잔한 감성과 따사로움으로 그려냅니다. 갈등과 인내, 잠정적 화해가 되풀이는 조금은 단조롭다 할 수 있는 극의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그 감성입니다.

P.S


이 사진의 정체를 아시는 분. PIFF의 "영원한 순간" 소개 페이지 및 포털에 소개된 페이지에 있는 스틸인데...영화 어디에도 저 장면은 없습니다. 아마 잘못 집어넣은 듯 하죠?

애모
영화 "애모"의 초반은 빠른 전개와 각각 다른 이야기의 편집이 눈길을 끕니다. 한 고등학교 수업시간 불어교사 사빈은 아이들에게 한 남자가 자신의 부인의 짐에 폭탄을 숨겨 비행기를 폭파하려고 했던 사건을 다룬 기사의 번역을 시키고, 한편으로 자신의 학생인 사이먼에게는 그것을 이용해 연극수업을 위한 대본을 쓰게 합니다. 사이먼은 그 기사 속 등장하는 부부를 자신의 죽은 부모로 대체하여 마치 사실인냥 이야기를 지어나가고, 학교 수업시간으로 그치지 않고 인터넷 채팅방을 통해서 그 이야기를 퍼뜨립니다. 사람들은 그 일을 사실로 믿고 논쟁을 벌입니다. 영화의 초반은 학교에서의 사이먼과 사이먼이 지어낸 이야기, 사이먼과 사빈, 그리고 사이먼과 그의 삼촌, 사이먼과 외할아버지 사이의 이야기가 엇물리면서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흥미로운 초반 그리고 중반을 지나가면서 영화는 초반에서 흩어졌던 이야기들에서 진실과 거짓에 대한 가지치기 작업이 이뤄지고, 과거 사이먼 가족에게서 일어났던 아픈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애모"는
사이먼의 가족사를 통해 9.11 이후의 미국과 이슬람권 사이의 갈등과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러한 문제에 바탕을 둔 의심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제를 그저 한 가족의 과거사로 풀어나가는 모습은 초반의 인상에 비해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과정에 있어서 때로 빈약합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동방박사의 경배(adoration) 그림과 철저히 왜곡된 시선을 가진 외할아버지의 인터뷰를 담은 핸드폰을 불태우고, 아버지가 만들었던 바이올린 스크롤을 쥐고 있는 사이먼의 모습으로 마무리하는데, 이는 사이먼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리는 애잔함의 표현이자 기독교만큼이나 뿌리깊게 서구사회를 지배하는 이슬람에 대한 편견에 보내고픈 작별을 그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애잔함 같은 아쉬움이 뒤따른 영화였습니다.

일 디보
영화 "일 디보"는 총리 7차례, 장관만 25번을 지내며 전후 이탈리아의 정치계를 지배했던 줄리오 안드레오티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지만, 그의 삶 전체를 조망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의 정치적 일대기 전체를 다루는 영화도 아닙니다. 영화가 집중하는 부분은 그의 정치생활의 말년입니다. "일 디보"의 시작은(용어설명을 제하고) 그의 어머니의 말로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할 수 없다면, 그에 관한 말을 아예 꺼내지 마라.' 이어지는 장면은 경쾌한 음악과 함께 자행되는 암살들입니다. 영화는 이 시작부분을 통해서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정치적 자산과 그 성장동력이 무엇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어서 안드레오티가 당수로 있는 기독교민주당(기민당) 소속의 그의 손발들이 등장합니다. 안드레오티의 비서는 그들을 보고 말합니다. '또 먹구름들이 밀려왔네요.' 그들이 한명씩 등장할때마다 휘파람 소리가 울립니다. 그 휘파람소리는 마치 조롱기를 가득 담은 듯 합니다. '보세요. 이 버러지같은 놈들을.' "일 디보"는 영화 내내 줄리오 안드레오티와 그를 압박하는 이전 기민당 당수, 알도 모로의 독백이 그를 압박하는 형국을 취합니다. 알도 모로는 총리이던 1978년 극좌테러단체인 '붉은 여단'에 납치되어 54일째 되는 날 살해된체 발견되었는데, 안드레오티가 그 납치/살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로의 독백은 모로가 납치되었을때 적었던 수첩에 적힌 내용으로 안드레오티는 그것을 입수해 발표 하려던 'OP'지의 기자 미노 페코넬리 역시 살해했습니다. 그렇게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등장해 그의 내면을 압박해오는 모로의 독백은 안드레오티에게 남아있는 일말의 가책입니다.

"일 디보"의 중심인 줄리오 안드레오티는 영화가 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의 전체가 드러나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여전히 비밀이 많습니다. 그런 비밀들로 인해 비어있는 부분에는 다른 것들이 채워집니다. 이탈리아 정치판의 모습, 사회의 모습들이 그것입니다. 영화는 줄리오 안드레오티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통해서 전체 이탈리아 정치계의 모습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도는 영화 후반부의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독백으로도 드러납니다. 그의 과거 행적들에 대한 의혹이 하나씩 불거지고, 결국 청문회에 불려나가게 된 그는 청문회 출석을 앞둔 어느 날 의자에 앉아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봅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권력의 핵심과 정의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영원할 필요악이라고 강변합니다. 영화 내내 조용하고, 차분했던 그가 빠르게 내뱉는 그의 말들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독이 의도한대로 인정할 수 없는 그의 말. 그 말이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돌아가는게 바로 이탈리아 정치계입니다. 이는 비단, 이탈리아 정치계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안드레오티는 청문회에 나가서 '기억이 안납니다.'로 일관합니다.

영화는 빠른 편집과 전개로 속도감을 자아내며, 그 속도감 속에서도 각 장면 하나하나마다 공들인 티가 느껴질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화면 내에서 줄리오 안드레오티로 분한 토니 세르빌로의 연기 또한 인상적입니다. 구부정한 등에 깍지 낀 손을 가슴팍에 모은 체 조용조용 말하는 토니 세르빌로는 영화 속에서 그런 모습과는 다르게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가득 드러냅니다. 비밀에 가득 쌓인 존재이면서도, 보는 이를 압도하는 모습. 그의 연기는 영화를 빛나게 하는 또다른 한 축입니다.

P.S 이탈리아와 우리나라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 글쎄요, 그 쪽은 이렇게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는데..


P.S2
줄리오 안드레오티 토니 세르빌로 토니 세르빌로
L->R 실제 줄리오 안드레오티, 토니 세르빌로, 영화 속 안드레오티


글을 적다가 알게 된 건데... 토니 세르빌로가 역시 이번 PIFF에서 본 "고모라"에도 나왔더군요. 기억을 떠올려보면, 폐기물처리업자였던 것 같은데..분장을 저렇게 해놔서 동일인물인 줄 전혀 몰랐네요;;

스카이 크롤러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신작 "스카이 크롤러"는 또다른 현재, 아니면 멀지 않은 미래의 유럽 어느지역으로 추정되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인상적인 오프닝으로 눈을 사로잡습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격렬한 도그파이팅을 선보이는 전투기들, 슬로우모션으로 흩뿌려지는 탄피들, 360도, 전후좌후로 이동하는 시점. 이 공중전이 끝나고, 구름 너머 영화의 제목이 등장합니다.

오프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작부분에서 주인공 간나미 유이치가 한 공군기지로 배속받는 모습이 보입니다.
기지의 책임자인 구사나기 스이토는 유이치의 보고를 받으며, 기다렸다는 말을 합니다. 기지를 둘러보며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유이치. 유이치는 다음날 동료 도키노와 함께 정찰 비행을 나갑니다. 그 정찰비행 중 유이치는 자신의 전임자인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진로에 대해 궁금해진 유이치는 그에 대해 묻고다니지만, 다들 그에 대해서는 숨기는 기색이 역력하고, 구사나기가 진로를 쐈다는 이야기만 듣게 됩니다만 여전히 그 정체는 안개 속에 쌓여 있을 뿐입니다. 영화는 진로의 정체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것들이 베일에 쌓인체 전개가 됩니다. 그 전개 중에 하나씩 이야기되는 식입니다. 현재 이 전쟁은 어떤 국가와 국가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라우테론과 록스톤이라는 군수회사가 위임받아 치루고 있는 전쟁으로,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파일럿들은 그 회사의 직원들입니다. 그리고 이 파일럿들은 나이가 들지 않고 계속 청소년의 모습인체 전투 중 죽지 않는 이상 영원히 사는 '키르도레' 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전쟁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합니다. 기지에 방문을 온 민간인들은 유이치에게 '당신들때문에 우리가 평화 속에 살아요.'라며 고마움을 표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후반부의 이 전쟁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집니다. 이 영화 속의 세계의 모습은  대부분이 공군기지와 그 주변의 모습으로만 보여주고 있지만, 얼핏 보이는 그 외부의 모습에서는 풍요롭고 안정되어 보이는 사회로 보입니다. 그런 사회에서 전쟁은 왜 발생한 것일까요? 인류의 역사상 전쟁이 없던 날은 불과 며칠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느날 전쟁이 사라진다면, 전쟁이란 불안과 위협을 통해 사람들이 갈망하던 평화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집니다. 오래된 인식과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함이라는 필요악적 명분으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쟁은 국가가 아닌 거대기업체 라우테론과 록스톡이 위임받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 필요악적 명분보다는 기업이 관여하면서 결국은 돈이 크게 관여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에는 영원히 나이들지 않고 전쟁을 치뤄야하는 '키르도레'들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전쟁이라는 것이 과연 정당한 명분이란 것이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러한 전쟁에 끊임없이 투입되고 있는 젊은이들. 영화는 전쟁과 '키르도레'들을 통해 현재의 전쟁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키르도레'들은 위에 언급된 내용과는 다른 의미도 띄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픈 가장 큰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는 영원히 청소년인 상태로 남아있는 '키르도레'들과 그들과는 반대로 그들이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성인 남자로 알려져 있는 적 파일럿 '티처'가 등장합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파일럿들은 전쟁이나 그들이 행하고 있는 전투자체에 대해서는 무감각합니다. 그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드라이브인 식당의 주인이 전투에 참가할지도 모를 유이치에게 말합니다. '조심해요.' 그러나 유치이는 답합니다. '뭘요?' 그들에게 창공을 향해 날아가는 일은 당연한 일을 넘어 즐거운 일입니다. 유이치는 하늘이 좋다고 말합니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모습들과는 다르게, 지상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지루하고, 나른한 듯한 모습일 뿐입니다.하지만 그 좋아하는 하늘에는 그들이 상대하기 벅찬 '티처'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창공 가득을 누리지 못하고, 돌아와야만 합니다. 유일한 죽음이 두려워 '티처'를 보면 도망치기에 바쁩니다. 전쟁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 놓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각 회사를 옮겨다니는 '티처'는 현재의 기성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영원히 자라지 않은 '키르도레'는 현재의 젊은이들입니다. 기성세대인 '티처'가 만들어놓은 현재의 모습에 대해 젊은이들은 지속된 패배의 모습에 도전이라기보다는 적정한 균형만을 유지하며, 새로운 모습을 포기합니다. 분명 새로운 것을 꿈꾸는 마음과 열망은 있지만, 적당한 타협만을 찾습니다. 영화에서 유이치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간이 어른이 될 필요가 있는가'라며 스스로를 늙지 않는, 현재성만을 갖는 인물로 스스로 정의해버립니다. 하지만, 후반에 가서 자신의 존재론적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은 유이치는 '키르도레'임에도 아이까지 낳은, 그들과 같은 존재이면서도 성숙함으로 좀 더 나아간 구사나기에게 '당신은 무언가를 바꿀때까지 살아남아요.'라고 말하고는 '티처를 격추하겠다'라며 출격합니다. 하늘에서 지상의 풍경을 바라보는 유이치의 독백.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은 오늘과 다르다. 매일 다니던 길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설사 그 길이 같다 하더라도 그 곳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독백은 엔딩크레딧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영상의 결과가 암울한 비극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작은 한걸음임을 이야기합니다. 감독 오시이 마모루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메세지입니다.

"스카이 크롤러"는 오시이 마모루의 전작들처럼 존재론적 고민 등이 등장하긴 하지만, 기존 작품들에서 보이던 다분히 현학적인 대사들은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이는 오시이 마모루의 그런 점을 좋아하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될테지만, 그가 이 영화를 통해 말하는 바를 들어주길 원하는 대상들이나 그런 이전의 모습으로 인해 거부감을 일으키던 기존 관객들에게는 더욱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일 것입니다. 또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중 전투씬의 스펙타클함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주는 메시지를 떠나서라도 단순히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오시이 마모루는 아직 건재합니다.

P.S 이런식으로도 생각해봤습니다. 하늘에는 성인 남자인 '티처'가 있고, 지상에는 '마마'(엄마)라고 불리우는 정비사 사사쿠라가 있습니다. 여자 파일럿이 있긴 하지만, 이 대결을 유이치와 '티처'의 대결로 본다치면, 일종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발현이 아닌가 하고 말이죠. '키르도레'가 청소년시기라는 것도 그렇고, 기성세대의 억압이라고 봤을때도 그렇고...

P.S2 야외상영장에서의 상영중단사고만 없어서도 참 좋았을텐데 말이죠. 뭐, 기계적 오류야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요.


스탈린의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스탈린의 선물"은 카자흐스탄의 감독 루스템 압드라쉐프가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구 소련시절, 소수민족들이 척박한 중앙아시아 땅으로 강제이주를 당하던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유대인소년 사쉬카 역시 강제이주를 당하던 중으로 그의 부모님은 수용수에 갇혀있으며,  이주기차안에서 사쉬카의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납니다. 그렇게 고아가 되버린 사쉬카는 같은 기차 안의 사람들의 도움과 기차가 정지한 카자흐스탄에서 철도관리일을 하는 카심 할아버지를 만나 목숨을 구합니다. 사쉬카는 카심과 같이 살게되면서, 베르카와 예지크, 그리고 다른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영화의 제목인 "스탈린의 선물"은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스탈린의 70회 생일을 맞아 사람들이 준비하는 선물입니다. 영화에서는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 중간중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방송을 통해서 넌지시 알려줍니다. 스탈린 정권을 찬양하는 방송들 같은 것이 그렇습니다. 사쉬카는 가장 잘만든 선물을 만든 사람은 그 선물을 직접 스탈린에게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이 아끼던 양을 자진해서 내어줍니다. 스탈린이 자신의 부모님을 풀어주었으면 하는 소망과 함께. 하지만, 어린이의 이런 순수한 바람과는 다르게 스탈린이 바라던 선물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카심이 불안감에 사쉬카를 이스라엘로 떠나보내고 얼마 안 있어, 그들의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스탈린이 원하던 진짜 선물이 보내집니다. 거대한 버섯구름과 함께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는 핵폭탄. 스탈린이 원하던 것은 인민들의 선물이 아니라, 냉전의 한축을 지탱할 수 있는 힘을 줄 무기였습니다.

"스탈린의 선물"은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사쉬카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억압이 가득한 암울한 시대를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방식은 진부한 방식으로, 영화는 이를 해소시킬 어떤 모습도 보이지를 못합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정권 시대를 그렸던 "말레나"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13세 소년이 자신의 성적 판타지의 대상인 말레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되는 영화와 이 이야기는 시대가 가지는 유사성 등에서 어쩔 수 없이 흡사한 분위기를 보입니다. 또한, 사쉬카와 카심의 관계는 같은 감독의 "시네마 천국"에서의 그 관계가 떠오를만큼 이 모습 역시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며 시대의 비극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의 작위성은 눈에 거슬립니다. 다분히 카자흐스탄이라는 공간적 특이성과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그 모습이 이런 단점들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개막작이 지니는 PIFF의 방향성('발굴과 발견')에는 맞았을지 모르겠지만, 그 방향성이 추구하는 결과에는 이 "스탈린의 선물"은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밤새 영화를 보고 나온 피곤함에 헤롱헤롱 대다가 5일 하루동안 볼 세편의 영화가 모두 롯데센텀에서 상영되기에 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3일날보다는 훨씬 적지만, 그래도 여전히 현장에서 표를 사시기 위해 기다리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저는 어차피 예매해놓았기에 벤치에서 가방 끌어안고 꾸벅꾸벅 졸았습니다.

7시가 되어 실내로 입장한 후에는 관객 대기실의 의자에서 거의 졸도(-_-)... 그러다 일어나 5일의 첫번째 작품인 얀 트로엘 감독의 "영원한 순간"을 보았습니다.  얀 트로엘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 영화는 자신의 아내의 친척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1900년대 초의 스웨덴을 배경으로, 마리아라는 여성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잔잔하다고 할 수 있는데, 많이 본편은 아니지만 저한테는 대체적으로 북유럽 쪽 영화의 감성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는 말은 이 영화도 재밌게 봤다는 말이겠죠^^

스테판 in PIFF

GV에 참석한 얀 트로엘 감독입니다. (...갑자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떠올라버렸던..) 영화의 색감이 뭐랄까, 세피아톤 이라고 할까요. 과거의 모습이라는 것을 드러내면서 따뜻한 느낌이 참 많이 들었는데, 얀 트로엘 감독의 말에 따르면, 조명기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최대한 자연광을 이용해 찍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더군요. 16mm로 촬영해 35mm로 뻥뛰기 한 후 DI를 했기에, 자신이 생각하던 빛이나 색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어 본 영화는 클레르 드니 감독의 "35 럼 샷" 입니다. GV에서는 이 영화 제작 배경에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한 영화가 영향을 주었다는 말을 했는데, 찾아보니 오즈 야시즈로 감독의 49년작 "만춘"이 그것입니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을 둔 부녀의 이야기. 영화의 주인공들은 흑인인데, 감독은 파리 안의 그들로 인해 그 모습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스테판 in PIFF

GV에 참석한 클레르 드니 감독입니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살짝 놀랐습니다^^ GV가 있었던 작품은 이 작품까지였고, 이전의 GV를 포함해서 감독("다다의 춤"은 배우도..) 분들의 싸인을 모두 받았습니다. 흐흐..

올해 PIFF에서의 제 계획의 마지막 영화, 아톰 에고이안 감독의 "애모". 그냥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소개된 시놉시스로만 추측하고 그 방향으로 기대한다면 낚인다랄까요.

이렇게 작품을 보고 저는 막차에서 두번째 KTX 열차를 타고 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조금 넘겨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에서 떠나오기 전에

스테판 in PIFF

부산역도 찍어보고..  나름의 즐거움과 또한 나름의 아쉬움도 있었던 제 13회 부산국제영화제였습니다. 마지막 날은 밤샘여파로 계단 올라가는 것도 힘들만큼 많이 피곤했었는데, 그래도 서울 올라오니 다시 기운나더군요. 역시 집이란 게 좋은 건가 봅니다^^

5일 3회차 이후부터 상영해 아쉬운 영화들, "헝거", 다르덴 형제의 "로나의 침묵", "프로즌 리버", "해피 플라이트" 등등.. 남아서 보시는 분들 너무 부럽습니다 ㅜ_ㅠ...

이후는 그냥 보너스 사진;

스테판 in PIFF

야외상영장 입구

스테판 in PIFF

3일의 남포동 PIFF 광장. 말그대로 사람들로 북적북적.

스테판 in PIFF

3일. 대영시네마 앞에 있던 시간표. 3/4일이 저렇게 거의 다 매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휴 마지막날인 5일은 여유가 많더군요.

사진을 못찍어 아쉬웠던 것 하나. "해피 고 럭키"를 보려고 앉아있는데 많이 앞 쪽으로 어떤 백인 남성이 들어오더군요. 검은색 티셔츠에 하얀색으로 '외국인'이라는 한글 세글자가 써있는 디자인 이더군요 :) 그래서 영화 끝나면 가서 사진 좀 찍자고 부탁하려고 했는데...(....음...뭐라고 말하지..고심고심... 익스큐즈 미~ 아이 해브 어 페이버 투 애스크 유. 캔 아이 테이크 어 픽쳐 오브 유....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생각해놓고 있었는데...) 영화 끝나고 나서 바로 나갔는지 안 보이더군요..아쉽;;


7편의 영화들을 본 후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얻지 못해 실망을 했기에 남은 작품들에서는 건져야겠다는(..그게 네 마음대로 되냐?!)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스카이 크롤러" + "고모라"를 상영하는 야외상영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개막작 때 쌀쌀해서 바람막이를 걸치고 걸었는데...땀이 뻘뻘...

다행히도 이 작품들은 나름 크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의 "스카이 크롤러"는 현란하고 인상적인 공중 전투씬으로 눈을 사로잡고, 전쟁에 대한 의미,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 질문을 하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본 14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영화입니다. 영화 시작할때 태원에서 수입했다고 나오니, 국내에서도 조만간 정식개봉 할 것 같습니다. 이어진 "고모라"는 이탈리아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그 사회의 단면을 폭로하는 영화입니다. "일 디보"와 "고모라"를 같이 본다면, 로마의 유적들은 잊혀지고 어느새 '고담 이태리'라는 생각이 이탈리아라는 나라에서 떠오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 디보"는 정치권이라는 위에서, "고모라"는 나폴리 빈민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래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4일날의 이 야외상영에서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스카이 크롤러" 상영 도중 상영이 중지된 것입니다. 이게 참 타이밍이 압권인데, "스카이 크롤러"에는 그 안에 다양한 복선과 암시가 깔려있고, 그것이 의도한 해답이 밝혀지는 결정적 장면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아주 난감한 상황이지요.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상영 중단된 직후, 20여분 가까이 이 중단에 대한 어떤 안내도 나오지가 않았습니다. 후에 설명으로는 발전기가 문제를 일으켜서 장내 안내방송도 할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기계적 고장이야 사전대비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문제의 발성가능성이란 것이 있기에 그 사고원인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안내가 없는 20분 동안 관객들은 그냥 벙찌고 앉아서 기다려야만 했던 것이 문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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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분이 지나서야 자원봉사자들 몇명이서 확성기를 들고서 상영 중 문제 발생이라고 안내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수도 많지 않아서 잘 들리지도 않았고, 상영이 중단된 마당에 누가 문제가 발생한 것을 모른답니까...그만큼 안내가 늦었으면 확성기라는 제한된 도구 상으로라도 자세한 정보를 알려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니면 자봉들이 목소리를 내기라도 했던지요. (나중에 장내안내방송이 나올때까지 외국인 관객들은 개별적으로 직접 물어보지 않는한은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상영 중단 시간은 1시간 정도 되었습니다. 그 중간에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언급했듯이 영화의 결정적 부분에 끊겼다가 다시 상영이 재개된지라, 영화가 끌어오던 느낌이 산산히 부서진 뒤였습니다. 15분간의 상영이 끝나고, 또다른 결정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던 중 사과방송 시작. 다른 곳도 아니고 영화제에서 무슨 짓입니까. 더군다나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오는 중요한 쿠키 상영 중에도 사과 방송을 지속하는 굳은 심지. 에휴.

13회 째를 맞는 국내 최대 영화제에서의 사고, 사고는 문제가 아니고 그 사고에 대한 대처가 너무도 실망스럽습니다. 마지막에는 김동호 집행위원장까지 오셔서 사과하시고, 나갈때는 자봉들이 하나둘 타이밍 마쳐서 허리 90도 숙이면서 '죄송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는데, 솔직히 그냥 민망해요.

"고모라"의 상영이 끝나고 "미드나잇패션2"를 보기 위해 해운대 메가박스로 이동했습니다. 상영사고가 없었어도 어차피 시간상 "인주"는 못보기에 입구에서 기다렸습니다. "인주"가 끝나고, 박카스 한병을 마신 후(-_-) 두번째 영화부터 보기 위해 상영관으로 들어갔습니다. 박카스를 마실 필요가 없더군요. "카멜레온" 보니 잠이 깼어요. 영화가 좋아서가 아니라 반대라서요. 어처구니없음에 그냥 잠이 싹 달아났습니다. 나중에 감상기를 적게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번에 부산에서 본 14편 중을 넘어서 올해 본 150여편의 영화들 중에서도 Worst 순위권에 들 영화입니다. 후에 이어 상영된 장 끌로드 반담이 출연하는 "장 끌로드 반담"도 그저 그랬습니다. (그래서 더 졸린..)

....밤을 괜히 샌건가 하는 일말의 후회가...("인주"를 봤다면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그 후회와 더불어 밀려온 피로와 함께 새벽의 거리로 나왔습니다.


오늘 이 글을 올리는 지금, 이번 제 PIFF 일정의 절반이 끝났습니다 영화 7/14편.

오늘 본 "남쪽 바다의 노래"(GV).

마랏 사룰루

영화의 연출을 맡은 마눗 사눌루 감독입니다. (이번에도 싸인..쿨럭..)영화는 키즈키르스탄에서 촬영되었는데, 보여지는 자연 풍경이 멋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는 조금은 아쉽더군요. 각각의 주제의 유기적인 흐름, 조직에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카자흐스탄의 역사의 흐름 속에서 벌어진, 다민족국가라는 환경에서 오는 갈등과 개인의 정체성과 고독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어서 본 영화는 마이크 리 감독의 "해피 고 럭키".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주연배우 샐리 호킨스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쾌활/발랄/낙천적인 포피라는 여성의 행복 바이러스 퍼뜨리기 정도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기대했던 바든 아니면 그냥이든 So so 였습니다.

개막작부터 불안했는데, 이번 계획의 절반을 넘겼음에도 아직까지 그렇게 크게 만족한 작품이 없습니다. 이러다가 혹, 부산 온 보람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좀 있다 야외상영장에서 볼 두 작품 중 한 작품인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스카이 크롤러"에는 내심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모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씨네21에서 보니 베니스 영화제 정리 기사를 쓴 기자의 말로는 본인은 경쟁부문 중 최고의 작품으로 "스카이 크롤러"라고 확신할 수 있다더군요. 과연 어떨지... 이제 총 7편이 남았는데, 그 중에서라도 만족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에발~!

P.S 피프빌리지에서 김지운 감독/이병헌/정우성의 오픈 토크가 있다던 것 같은데, 차마 못가겠어요. 일본 아줌마들 잔뜩 포진하고 있을게 뻔하지라-_-;;


오늘도 스타벅스 입니다. 어제는 해운대 쪽의 롯데시네마 - 남포동의 부산극장,대영시네마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극장에서는 무선IP 잡히는게 네스팟 밖에 없어서(..쳇..) 인터넷 근처도 못왔네요.

숙소는 역시나 아르피나에서 묵었습니다. 15인실 한실에서 묵었는데, 오히려 침대방보다 나은 듯 합니다. 값도 7000원 밖에 안하고 말이죠. 어제 현장판매에 관한 이야기를 잠깐 했었는데, 숙소에서 다른 분들이랑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오전 10시 20분 경에 모든 영화 판매분이 매진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역시나 예매로 승부보는게 최고입니다.

어제 본 영화들은 "사랑의 4중주", "순회공연", "일 디보", "다다의 춤"입니다. 짤막하게 감상을 적자면, "사랑의 4중주"는 시놉시스 상에서 봤던 내용보다는 좀 약하더군요. 그다지 큰 감흥이 없습니다. "순회공연"은 93년 발칸반도에서의 인종청소가 벌어지던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초반은 그런 시대의 분위기를 이용해 그 속에서의 코메디를 유발하는데, 후반부에서는 너무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서 노력하다보니 무거워지면서 전체적인 톤이 불균질해보입니다. "일 디보"는 총리 7번, 장관만 25번을 지낸 이탈리아의 정치가 줄리오 안드레아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의 정치생활 동안의 각종 비리를 그린 영화는 초반에 간단한 용어 설명을 하고 들어가긴 합니다만, 이탈리아의 과거 정치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따라가기가 벅찬 영화입니다. 전개 자체도 빠른 편이기도 하구요. 저도 모르기는 매한가지인데, 로베르토 칼비 은행장의 암살 및 P2 같은 이야기가 나와서...순간 전에 읽었던 프리메이슨과 음모론에 관한 이야기가 떠올라버렸습니다.(...관련해서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듯, 쿨럭..) 영화 시작할때,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어머니가 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할 수 없다면, 아예 말 자체를 하지 마라.'  나중에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인간의 극적인생(일 디보 -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극적 인생)을 그릴 영화가 나오길 희망하며("야망의 세월" 같은거 말고.), 그 앞머리에는 그의 어머니의 유언을 적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직'. "다다의 춤"은 영화의 이야기 자체도 좀 허술한 편이고, 기대했던 것보다는 큰 감흥이 없더군요. 이 중에서 몇편은 감상기에서 좀 더 이야기를^^;

어제는 남포동 PIFF 광장에서..

스테판 in PIFF

엔니오 모리꼬네 옹의 핸드프린팅도 보고..

스테판 in PIFF

했습니다. 사람 느무느무 많아요;;

그리고, 어제 봤던 영화들 중 유일하게 GV가 있었던 "다다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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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은 프로그래머분이시고, 장위엔 감독, 주연배우 리신윤입니다. 장위엔 감독 나름의 개그센스. Q : '사진 상으로나 지금 모습으로나 머리 스타일이 독특한데, 펌을 한 것인가?" A : "매일 아침마다 손가락을 전기콘센트에 꼽는다.'  GV에서의 나름의 득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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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위엔 감독과 리신윤의 사인~
(장위엔 감독 사인은 펜을 좀 확인을 하고 드렸어야 하는데, 급해서 그냥 드렸더니 좀 끊겼다는...) 친절하게 사인 응해주셨던 장위엔 감독과 리신윤 씨에게 감사를^^ 사실, 한국배우나 일본배우들에게는 이런 걸 기대하기가 힘들지요. "구구는 고양이다" GV는 우에노 쥬리 양은 더 있고 싶어했었으나, 스케쥴 때문에 자리를 떠야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다른 화제의 GV, 판본 4개의 낚시 영화-_-"세 놈" 들의 경우는 질문3개 받고 끝났다고 하더군요. 뭐랄까, 한국/일본 배우들은 높은 인지도 만큼이나 멀어요.

오늘은 "남쪽 바다의 노래"(GV), "해피 고 럭키", "스카이 크롤러" + "고모라", (미드나잇패션2)"카멜레온" + "장 끌로드 반담"입니다. 밤새 달려야 해서, 홈플러스 지하철 역 근처에 있던데 커피 좀 사놔야 겠어요. 가능하다면 중간에 또 틈틈히...(무선AP좀 잡혀라!)


어제 부산에 내려왔습니다.

KTX 타고 부산역 도착하니, 6시 10분. 지하철 타고 동백 역에 내려서 길 몰라서(-_-) 택시잡아 타고 야외상영장 오니 7시 정도 되더군요. 시간이 이러고 하니, 레드카펫이야 사람들 많아서 볼 수도 없고, 표 뽑아서 바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누가왔었는지도 잘 모릅니다. 전광판으로야 보긴 했는데...

스테판 in PIFF

자리는 대략 이쯤이었다죠. 개막선언하고 나서는 불꽃놀이도 팡팡!

스테판 in PIFF

개막작은 "스탈린의 선물". 한마디로 하면, 그저 그랬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감상기에서 적기로 하고 이쯤에서 생략.(...불친절하다!) 잠은 예약해놓았던 아르피나의 피플하우스에서 청했습니다. (2층 침대에서 처음 자봐요!-_-)

아침에 일어나 오늘의 첫 감상작인 "사랑의 4중주"를 보기 위해 롯데시네마로 왔습니다. 역시나 현장표 줄이 상당히 길더군요.

스테판 in PIFF

...저 줄이 돌고돌아서 보이지도 않는 화장실까지 주욱 이어져있다죠. 아마 메가박스 쪽은 더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결론은 인터넷 예매에 모든 것을 걸어라! 실패하면 취소표에 올인하고 열심히 마우스 클릭질해라!...현장표구하기는....무척이나 피곤한 일. (저 줄의 대부분이 원했을 "구구는 고양이다" GV는 현장분에서도 가장 먼저 매진됐다지요. 그리고 서있는 사람들이 문자를 주고 받더니 나누던 이야기. '남포동 쪽은 기계 고장이래.'...OTL...)

표 발권 받고서 저는 지금...

스테판 in PIFF

이러고 있습니다.(이런게 바로 불필요한 설정..쿨럭.) 무선인터넷 + 노트북 충전 + 아이팟 충전이라는 다목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타벅스가 제격!...(평소에는 가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만...)

아, 오늘은 "사랑의 4중주" - "순회공연" - "일 디보" - "다다의 춤" 입니다. 틈틈히 블로깅은 계속~;


부산국제영화제

내일 모레면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가 개막합니다. 예매때 계획했던 영화들을 이리저리 놓치곤 했지만, 인내와 끈기의 클릭질로 나름 최종계획에 가까운 계획을 얻게되었습니다.

제 관람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19:30 스탈린의 선물 (GV) 야외상영장 *개막작

스탈린의 선물
Rustem Abdrashev : 루스템 압드라쉐프

참담한 암흑기를 견디고 살아남은 이의 이야기. 그에게 남은 것은 따뜻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뿐이다. 카자흐스탄의 가장 유망한 젊은 감독 루스템 압드라쉐프(Rustem Abdrashev), 러시아의 대표적인 시나리오 작가 파벨 핀(Pavel Finn), 카자흐스탄의 탁월한 실력파 배우 누르주만 익팀바에프(Nurzhuman Ikhtimbaev) 등 황금의 스탭과 배우가 만나 감동적인 대하드라마를 완성하였다. 1949년 카자흐스탄, 구 소련 정부에 의해 수많은 소수민족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하던 시절. 유대인 꼬마 사쉬카(Sashka)는 기차로 강제이주 도중 할아버지가 숨지고 할아버지의 시신과 함께 카자흐스탄의 어느 외진 마을에 내린다. 그곳에서 카심(Kasym) 할아버지를 만나 정착하게 된다. 하지만, 그 마을사람들에게는 엄청난 비극이 닥치고 이스라엘로 보내졌던 사쉬카만이 살아남는다. 제목 [스탈린의 선물]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1949년 구 소련 정부는 스탈린의 70회 생일을 맞아 최초의 핵폭탄 실험을 하였다. 그런데, 그 핵실험으로 인하여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스탈린이 70회 생일을 맞아 죽음의 선물을 인민들에게 안긴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사쉬카의 꿈과 관련된 것이다. 사쉬카는 스탈린에게 70회 생일선물을 보내면 부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루스템 압드라쉐프는 사쉬카와 카심의 관계를 중심으로 냉전과 폭압적 정권의 암울한 시기에도 변하지 않는, 인종과 종교, 연령을 초월한 사랑과 신뢰의 긍정적 가치를 감동적으로 풀어나간다. 이 작품은 카자흐스탄에서 만들어 졌지만, 러시아, 폴란드, 이스라엘 의 여러 제작사가 참여한 범 국제적 프로젝트이다.


10:30 사랑의 4중주 롯데시네마 6관

사랑의 4중주
Sergey Mokrizky : 세르게이 모크리츠키

4계절과 함께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사랑의 4중주>는 세르게이 모크리츠키가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첫 장편영화 <희생자 게임>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영화는 사랑의 의미와 근원 그리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유발하는 행위들을 탐구한다. 자신의 고독을 표출하기 위해 수상한 역할극을 하는 두 여인이 등장하는 봄, 정신지체아에게 양부모를 찾아주고자 노력하는 수도사의 여름,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두 소년소녀가 소녀의 목적지를 향해 함께 떠나는 가을, 그리고 눈 덮인 모스크바의 거리를 걸어가는 노부부가 등장하는 겨울 등 고전 신화에 기반을 두고 펼쳐지는 사계절의 이야기가 담겼다.각자의 비밀을 감추고 있는 주인공들을 통해 흔히 생각하는 달콤함과는 다른 사랑의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14:00 순회공연 부산극장 2관

순회공연
Goran Markovic : 고란 마르코비치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특정 배우 집단을 통해 전쟁을 드러내고자 한다. 배우들은 진지하면서도 경박한 존재들이다. 그들이 표현하는 예술은 매우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깊이 있기도 하다. 그들은 종종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그들 앞에 놓인 삶의 복잡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운명이 지닌 본질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각색하는데 있어 그 누구보다도 유능한 자들이 배우라고 할 수 있다. 배우들은 어린아이이자 철학자이며, 무책임하면서도 얽혀있고, 피상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존재들이다.”- 고란 마르코비치 발칸 전쟁이 정점에 다다랐을 무렵, 한 무리의 배우들이 세르비아의 크라이나로 여행을 떠난다. 배우들은 위험한 상황마다 살아남기 위해 연기를 해서 위기를 모면한다. 하지만 그들 주위에서 전개되는 사건의 영향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16:30 일 디보 대영시네마 1관 *2008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일 디보
Paolo Sorrentino : 파올로 소렌티노

줄리오 안드레오티는 이탈리아에서 세 번이나 수상을 지냈으며 60년간 정치가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일 디보>는 권력과 영향력,부패 그리고 비밀스러운 이력이 뒤섞여 이탈리아인들의 의식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던 한 남자에 대한 신랄한 연대기다. 영화는 정치적 기반을 잡아가던 안드레오티의 젊은 시절에서 시작해 그가 일해온 7번째의 정부가 마피아조직과의 연루 혐의를 공판하는 것으로 끝난다. 소렌티노 감독은 일반적인 전기 영화의 전통을 탈피해 화려하고 수수께기 같으며 늘 논쟁거리를 몰고 다녔던 안드레오티를 실존 인물이면서 동시에 영화적 캐릭터로 다루고 있다. 그는 당혹스럽고 복잡한, 좋아하기도, 비난하기도 어려운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가끔씩 신랄한 웃음을 선사하는 <일 디보>는 얼룩진 역사 수업과도 같았던 영화 <최고의 청춘>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이탈리아 영화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2008년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안드레오티 역을 맡은 토니 세르빌로의 탁월한 연기가 돋보인다.


20:00 다다의 춤 (GV) 롯데시네마 4관

다다의 춤
ZHANG Yuan : 장위엔

“사실 네 생모는 따로 있단다.” 어느 날 엄마의 애인이 다다에게 귀띔해준 비밀은 충격적이라기보다는 뜬금없다. 그 얘기에 다다는 곧장 가출을 감행한다. 그녀를 훔쳐보며 혼자 사랑을 키워가던 이웃집 소년 자오 예와 함께 생모를 찾아나선 것이다.
중국 6세대의 선두주자 장위엔이 만든 <다다의 춤>은 생모 찾기로 시작되지만 사실 이 모티브는 맥거핀에 가깝다. 그 핑계는 자신에게 치근대는 벌레 같은 엄마의 남자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점은 다다와 자오 예의 여정을 따라 두 사람의 감정이 교류하는 과정을 담고, 사랑이라는 감정의 실체를 시각화하는데 있다. 장위엔은 이 영화를 여닫는 두 번의 ‘다다의 춤’과 중반에 제시되는 ‘자오 예의 춤’에 그것을 실어낸다. 세번의 춤은 처음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그 다음엔 상대를 기쁘게 하려고, 마지막엔 사랑을 고백하는 몸짓으로 그들의 사랑을 시각화한 것이다. 쓸쓸하게 흔들리는 청춘들을 감싸안는 장위엔의 영화적 시선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강소원(영화평론가)


10:00 남쪽 바다의 노래 (GV) 프리머스 3관

남쪽 바다의 노래
Marat Sarulu : 마랏 사룰루

중앙아시아의 대초원(Steppes)을 배경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정신적 방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러시아계인 이반은 막 태어난 자신의 아들의 피부색깔을 보고 옆집의 친구인 카자흐계 아싼(Asaan)을 의심한다. 15년 뒤, 집으로 찾아 온 처가댁 식구들과 싸운 뒤 이반은 집을 나간다. 이웃 집 아싼도 집을 나가고, 아들 사샤(Sasha)도 집을 나가서 대초원을 방황한다. 이반은 할아버지를 만나 자신이 몰랐던 증조할아버지의 비밀, 즉 카자흐 여인과 결혼하였던 내막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들의 피부색깔에 대한 지난 15년간의 의혹이 풀린다.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에서 벌어졌던 비극적 역사의 아픔이 이반의 현재에 까지 이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꼭 역사적 이유 때문으로만 읽히지는 않는다. 대초원을 방황하는 영혼은 중앙아시아 특유의 정신적 세계이며, 더 넓게는 인간 고유의 근원적 고독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반과 아싼, 사샤의 방황은 관객의 깊은 내면에까지 울림을 전한다.   -김지석(수석 프로그래머)


14:00 해피 고 럭키 대영시네마 3관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

해피 고 럭키
Mike Leigh : 마이크 리

마이크 리 감독의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2005년 작품인 <베라 드레이크>까지 마이크 리의 필모그라피를 관통하는 확고한 주제의식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의아해하는 것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전작들이 주로 계층 문제, 리얼리즘과 관련된 이야기였기에 낙관, 가벼움과 같은 수식어가 따르는 <해피 고 럭키>는 왠지 모르게 낯설다. 그러나 감독은 섬세한 손재주를 가진 장인의 손길로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완성해내고 있다. 주인공 포피는 훌륭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인기 많은 독신녀이며 균형감각 있고 공평한 관점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너무나 견실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종종 마이크 리의 영화답다고 생각되는 위기의 순간들은 존재하지만, 그 상황도 지칠 줄 모르는 포피의 낙관적인 성격에 흠집을 내지는 못한다. 영화는 지루하거나 감상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으며, 포피 역을 맡은 샐리 호킨스는 호연을 보여준다. 결국, 삶을 긍정하는 마이크 리 감독의 시선에는 변함이 없는 작품이다.


19:30 스카이 크롤러 + 고모라 야외상영장

스카이 크롤러 *2008 베니스영화제 경쟁

스카이 크롤러
Mamoru Oshii : 오시이 마모루

오시이 마모루의 가상의 세계는 늘 현실과 가상의 경계, 과거와 미래의 경계에 놓여있다. 모리 히로시(Mori Hiroshi)의 동명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스카이 크롤러>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젊은 세대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유럽을 닮은 듯한 어느 곳. 평화가 찾아 온 땅에 ‘전쟁 쇼’가 대중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전쟁 쇼’에 등장하는 조종사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그들을 일컬어 ‘킬드렌(Kildren)’이라고 한다. 공군기지에 새로 온 조종사 유이치(Yuichi)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다. 상관인 쿠사나기(Kusanagi)와 가까워 지면서 자신의 전임자였던 진로(Jinroh)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에 대해 점차 의문을 갖게 된다. 킬드렌이 나이를 먹지 않으려면 기억을 상실해야 했을 것이다. 기억을 상실하고 똑 같은 삶을 반복하는 것은 과거와 미래를 상실하는 것과 같다. 비디오게임에 빠져 사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은 과연 과거와 미래를 지니고 있을까? 오시이 마모루의 이 질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김지석(수석 프로그래머)


고모라 *2008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고모라
Matteo Garrone : 마테오 가로네

카모라(나폴리판 마피아)가 군림하는 폭력의 도시 나폴리. 생존을 위해서는 조직의 법에 따라야 한다. 어려서부터 카모라를 동경하는 토토, 조직에서 벗어난 인디펜던트 갱을 자처하는 마르코와 치로, 배후에 카모라가 조종하는 폐기물처리를 시와 협상하는 프란코 등 6개 이야기가 교차편집됨으로써, 부패와 죽음이 지배하는 현대판‘고모라’를 적나라하게 조명한다. <고모라>는 2006년 로베르토 사비아노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기존의 폼 나는 미국산 마피아영화들과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이 단연 돋보인다. 이탈리아 조직범죄를 일체의 과장이나 미화 없이 냉정하게 담고 있으며, 비전문배우 기용, 나폴리 방언 사용 등 네오리얼리즘의 자취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고정 숏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비주얼 또한 일품이다. 현재 3일에 1명꼴로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나폴리의 암울한 현실, 일상이 되어버린 카모라의 횡포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이탈리아 최고의 화제작.  (이수원)

24:00 미드나잇 패션2 (GV) 메가박스 9관 (인주 + 카멜레온 + 장 클로드 반담)
순서가 이대로라고 한다면, 이전 고모라 상영이 밤 12시가 넘게 끝나는지라, 인주는 못봅니다.

카멜레온

카멜레온
Junji Sakamoto : 사카모토 준지

길거리에서 점을 봐주며 외롭게 살아가던 게이코는 결혼 사기단의 리더인 고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주차장에서 우연히 한 남자가 납치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어두는 고로. 하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자신도 엄청난 정치적 음모에 휘말리게 되고 사기단은 와해의 위기를 맞는다. 일본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범상치 않은 캐릭터이다.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행동이나 만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오버액션’은 일본영화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다. <카멜레온>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록 스릴러이긴 하지만 화려한 액션보다는 철저한 인물 중심인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결혼 사기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건의 전개나 의외의 요소들이 곳곳에서 재미를 제공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 사건을 다룬 로 한국 관객과 친숙해진 사카모토 준지의 신작.


장 클로드 반담 *2008 토론토영화제 상영작

장 클로드 반담
Mabrouk El Mechri : 마브룩 엘 메크리

장 클로드 반담이 실제로 강도를 만나게 된다면? 평소 같으면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허술한 강도들이 시키는 데로 한다면 믿을 수 있는지? 장 클로드 반담이 자신을 연기 하는 이 블랙 코미디는 올 여름 프랑스에서 개봉하여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10:00 영원한 순간 (GV) 롯데시네마 4관

영원한 순간
Jan TROELL : 얀 트로엘

평온함 뒤에 깊은 고뇌가 스며 있는 영화. 스웨덴은 오랫동안 사회적 평등과 화합의 상징으로 여겨져 전 세계적으로 경쟁심과 동경을 불러 일으킬 만한 나라였다. 얀 트로엘의 <영원한 순간>은 이와 같은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90년대 초 스웨덴 전체에 만연해 있는 빈곤과 사회적인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급변하는 사회상황을 한 여인의 시선으로 묘사한다. 마리아는 노동계급이다. 그녀는 복권에 당첨되어 우연히 카메라 한 대를 손에 넣게 되고, 사진 덕분에 삶에 활력을 얻는다. 그녀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다. 하지만 사진일을 하던 마리아는 매력적인 사진작가 페데르센과 가까워지는 데, 이 일로 알코올중독자이자 난봉꾼인 마리아의 남편은 위태로움을 느낀다. 잉그마르 베리만과 동시대의 감독인 얀 트로엘은 베리만의 후기 작품들처럼,하층민들의 삶을 서정적인 방식으로 관찰한다. 빛 바랜 사진 톤을 사용하여 한 여인의 시선을 그려내는 방법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한 여인의 풍부한 내면과 그녀의 삶을 그려내는 동시에 시대의 비참함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13:30 35 럼 샷 (GV) 롯데시네마 3관 *2008 베니스영화제 비경쟁

35 럼 샷
Claire Denis : 끌레르 드니

전철기관사인 리오넬은 딸 조와 단둘이 변두리 동네에서 단조로운 일상을 보낸다. 가끔 친구들과 럼 샷을 하고 주변에는 사랑하는 친구들과 자신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여자도 있다. 같은 아파트에서 혼자 고양이를 키우며 사는 레오는 조를 좋아하고, 리오넬은 홀애비인 자기 때문에 그녀가 청춘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한다.
<35럼 샷>은 흑인 부녀의 일상을 더할 나위 없이 담담하게 그려내는 방식이 탁월하다. 백인들 속 혹은 주변의, 박해의 대상이자 문제제기로서의 흑인이 아닌 그야말로 평범한 인간으로 사는 모습이 영화 내내 시선을 붙들고 반추하게끔 만든다. 특별할 것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은 오프닝부터 시작해서 영화 전체를 얇은 슬픔의 막으로 감싸지만, 후반부에 암시되는 희망의 가능성은 조금은 다른 앞길을 예고한다. 타자의 침투라는 감독의 일관된 주제가 집약된, 조와 레오가 서로를 확인하는 춤이 가슴에 남는 클레르 드니의 주목할 만한 신작.(이수원)


17:00 애모 롯데시네마 4관

애모
Atom EGOYAN : 아톰 에고얀

아톰 에고얀의 관심사인 진실과 현실의 본질을 탐구한 영화. <애모>는 미스터리를 표방한 도전적이고 독보적인 작품이다. 고등학생인 사이먼은 테러리스트에 대한 뉴스를 번역하는 숙제를 하던 중 엉뚱한 이야기를 지어내게 된다. 바로 임신한 여자친구의 짐에 폭탄을 넣어 비행기를 폭파하려는 남자의 이야기에 자신의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를 대체해 넣은 것. 사이먼의 엉뚱한 실험은 신 경과민인 마을 사람들을 포함하며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고, 그 결과 거짓과 잘못된 믿음이 생겨난다. 아톰 에고얀은 소위 새로운 것을‘창조’한다는 인터넷의 기능에 의문을 던지며, 전화와 웹 그리고 의도된 연출로 찍힌 이미지들의 파급효과를 탐구한다. <애모>는 에고얀의 전작 <달콤한 내세>처럼 정치적인 것에서 개인적인 문제까지를 관통하는 그의 통찰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4일날의 "렘브란트의 심판"과 "크리마스 이야기"를 못보는 것이 좀 아쉽습니다. 취소표가 안보이네요. 왠지 현장판매분 사기도 좀 힘들듯 하고, 야외상영관의 "고모라"가 심히 끌리기도 하구요. 그리고 5일날의 "헝거"도 못봐서 아쉽습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영화인데, 보고나면 KTX 막차 시간을 넘겨서 서울 못 올라와요-_-..

숙소는 2일/3일은 피플하우스에서, 4일은 미드나잇 패션으로 밤을 지내시니 숙소 불필요(..아침에 찜질방 좀 들러서 잠 좀 깰려고 하기는 합니다.) 이제 대략적인 동선 계획만 짜놓으면 끝입니다. (...헤매지 않기 위해서...)

다른 분들 중에서도 PIFF 보러 가시는 분들 계시죠? 다 함께 즐겨봐요~

부산아 기다려라~


오늘 오전 9시 30분부터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의 일반상영 예매가 있었습니다.

10/2

스탈린의 선물 GV 개막작 001 야외상영관 19:30 (해운대)

10/3

구구는 고양이다 GV 347 프리머스 3관 10:00 (해운대)
신의 사무실 572 부산극장 3관 13:30 (남포동)
일 디보 013 대영시네마 1관 16:30 (남포동)
다다의 춤 GV 651 롯데시네마 4관 20:00 (해운대)

10/4

남쪽 바다의 노래 GV 351 프리머스 3관 10:00 (해운대)
해피 고 럭키 060 대영시네마 3관 14:00 (남포동)
렘브란트의 심판 654 롯데시네마 4관 17:00 (해운대)
크리스마스 이야기 GV 76 롯데시네마 6관 20:30 (해운대)
미드나잇 패션2 GV 905 메가박스 6관 24:000

10/5 영원한 순간 GV 656 롯데시네마 4관 10:00(해운대)
35 럼 샷 GV 75 롯데시네마 3관 13:30 (해운대)
애모 롯데시네마 4관 17:00 (해운대)

였는데...

엄청난 속도의 매진과 중간의 짧은 서버오류로 인해...

실패한 것들...

구구는 고양이다 GV 347 프리머스 3관 10:00 (해운대)
신의 사무실 572 부산극장 3관 13:30 (남포동)

렘브란트의 심판 654 롯데시네마 4관 17:00 (해운대)
크리스마스 이야기 GV 76 롯데시네마 6관 20:30 (해운대)
미드나잇 패션2 GV 905 메가박스 6관 24:000

...."구구는 고양이다"야 10월에 국내개봉하기도 하고 하니, 우에노 쥬리 양이 GV 참석하겠지만 그냥 과감히 제끼고, "삶은 서른세 장면"으로 계획을 바꿔서 현장판매분을 노리려고 합니다.

그런데..현장판매분 사는 것도 그렇게 어렵다네요.

....그래서 티켓판매소 앞에서 노숙하기로 했습니다-_- 해운대 메가박스 현장판매소가 그나마 지붕이 있다네요. 거기서 2일/3일 노숙하려구요 ㅜ_ㅠ.. 징징... 피플하우스 숙소 예매도 해놨는데..크흑...

영화제 시작 전까지 취소분을 예의주시하겠지만, 가능성은 별로 없을 듯 하고...부산내려가 노숙이나 하는 신세가 돼버렸...

PIFF, 개막작 예매 시작 1분30초만에 매진

오늘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작 예매가 있었습니다. 저도 개막작을 보러 가기 위해 예매 대열에 합류!

시간이 돼서 접속을 해 예매를 카드로 하려고 보니...헉?!... BC카드인지라 당연히 ISP안전결제일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번호/유효기간/비밀번호 까지 쳐야 하는 상황!

허겁지겁 카드를 꺼내서 번호 확인/입력하고 결제를 누르니, 결제가 진행중이라는 메세지가 뜬 상태로 좀 오래 지속되더군요. 불안불안 했는데, 다행이 예매에 성공했고 후에 보니 저 위에 기사가 떠 있더군요.

1분 30초..-_-... 역대최단시간이라는군요. 번호 실수로 잘못 넣기라도 했다면...;;

오늘의 이런 모습을 보니 내일모레 있을 일반상영예매가 상당히 불안합니다. 예매권이 번호로 입력하니 카드결제나 핸드폰결제 등보다는 일단 우위에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예매순서도 고민해봐야겠구요. 일단 GV 있는 작품을 최우선으로 해야할 듯 싶습니다.

....10시 부터 강의라 아침에 학교 일찍 가서 노트북-네스팟 으로 예매를 해야하는데, 제발 성공하기를 바라봅니다. 으...

P.S 아직까지도 확정 못하고, 시간표 보며 삐질대고 있습니다-_- 서극 감독의 "모든 여자가 나쁜 것은 아니다" 같은 경우 디렉터즈 컷으로 앞으로 개봉할 일반 상영판과 다르다는데, 아직 제작사랑 이야기 중이라고 시간표도 안 떳고;;

부산국제영화제

예, '부산국제영화제' 보러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예매개시일이라 예매권을 질렀습니다. '도전10+3'.

10월 2일이 개막식이고, 그 날 강의도 12~2시 하나 밖에 없어서, 강의 마치고 바로 서울역으로 달려가 KTX 타고 부산으로 내려갑니다. 그리고는 개막작인 '스탈린의 선물'을 볼 예정입니다.

다음주 씨네21/필름 2.0에 티켓카달로그가 부록으로 나온다니 그것 보고서도 약간의 변화가 있겠지만, 대략적인 관람 계획은 이렇습니다.

10/2
스탈린의 선물 GV 개막작 001
야외상영관 19:30 (해운대)


10/3

구구는 고양이다 GV 347
프리머스 3관 10:00 (해운대)

먀오먀오 298
프리머스 1관 13:30 (해운대)

일 디보 013
대영시네마 1관 16:30 (남포동)

다다의 춤 GV 651
롯데시네마 4관 20:00 (해운대)


10/4

남쪽 바다의 노래 GV 351
프리머스 3관 10:00 (해운대)

해피 고 럭키 060
대영시네마 3관 14:00 (남포동)

렘브란트의 심판 654
롯데시네마 4관 17:00 (해운대)

마녀의 관 GV 436
프리머스 7관 20:30 (해운대)

미드나잇 패션 2 (카멜레온, 인주, 장 클로드 반담) GV 905
메가박스 6관 24:00 (해운대)


10/5

영원한 순간 GV 656
롯데시네마 4관 10:00(해운대)

35 럼 샷 GV 630
롯데시네마 3관 13:30 (해운대)

애모 658
롯데시네마 4관 17:00 (해운대)

4일-5일은 어차피 올라오는 날이고 해서 좀 무리를 할 생각입니다-_-a 커피를 얼마나 마셔댈지... 5일날 "헝거"를 보고 싶었는데, 막차시간 맞추기도 잘못하면 무리일 듯 싶어서 포기했습니다ㅜ_ㅠ 다르덴 형제의 "로나의 침묵"도 보고팠는데, 그건 이후에나 상영을 하더군요. 또 ㅜ_ㅠ... "해피 플라이트", "도쿄 걸", "프로즌 리버" 등도 같은 이유. 3일간의 주말연휴에 갔다오는 거니 원하는 작품을 다 볼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저 아쉬워 입맛만 다실 뿐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가보는지라, 해운대와 남포동 사이를 오가는 것이 좀 애매하네요. 지하철타고서도 넉넉잡아서 한 50분, 걷는시간 하면 1시간의 여유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더군요.

숙소는 하루는 밤을 새니, 이틀동안 찜질방에서 있으려구요. 이곳저곳 알아보고, 또 다른 분이 추천해주시는 곳이 해운대의 베스파 찜찔방이네요. 알려진만큼 북적대겠지만 잠만 자면 되는지라-_-a

22일이 개/폐막식, 24일이 일반상영 예매오픈인데, 계획한대로 예매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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