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에게 있어서의 가장 큰 숙제는 두 분류의 관객을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일 것입니다. 첫번째 부류의 관객들은 원작 만화의 팬들, 두번째 부류는 영화로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결론부터 내리자면 영화 "식객"은 위의 두 관객 집단 어느쪽에도 만족을 주지 못하는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허영만 화백의 "식객"을 참 재밌게 봤습니다. 군복무시, 이동도서관에서 빌려보고는 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에서의 감동, 그리고 알지 못했던, 혹은 알았지만 그리 큰 관심을 두지 못했던 다양한 음식들을 볼 수 있어서였습니다. 그러하기에 이 영화의 제작소식을 듣고,큰 기대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 성찬역에 김강우, 봉주역에 임원희, 진수역에 이하나. 허영만 화백의 다른 작품을 원작으로 한 "타짜"보다 네임밸류에서 조금을 떨어지는 배우들이라 내심 실망은 했지만, 그래도 원작이 괜찮으니까.. 라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식객
허나, 영화 속의 캐릭터는 원작의 그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한국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착한 주인공 성찬, 찌질이 악당 봉주, 단순 조역 진수. 원작과는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달라진 캐릭터는 배신이라는 생각까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특히나, 성찬) 2시간 분량의 영화 속에서 원작의 긴 분량 동안 축적해 놓은 캐릭터성을 그대로 쓰기에는 무리라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나, 다른 어느 작품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하다 못해 뻔한 캐릭터로 변한 셋을 보며, 허탈함이 드는 것은 팬에게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팬이 아니더라도 지나치게 평범한 캐릭터들은 불만으로 보일 것입니다.

팬의 관점에서 떠나, 영화를 보는 일반관객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힘에서도, 요리의 맛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부분에서도, 음식을 통해 감동을 주는 점에서 영화 "식객"은 모두 실패했습니다.

영화의 큰 줄기는 원작의 대령숙수 에피소드와 소고기전쟁을 바탕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령숙수의 칼을 찾기 위한 요리대결을 펼친다는 기본 줄거리가 나오게 됩니다. 대령숙수의 칼을 위해서 등장한 팩션적 요소인 일본인의 등장과 사과에서 또 불필요하게 국민적 감정을 건드릴 요소를 집어넣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차치하고, 그 후 영화의 전개는 '오감을 자극하는 화려한 요리전쟁, 최고의 맛은 오직 하나!' 라는 카피와는 다르게 진행됩니다. 요리대회에 참여하게 된 성찬과 봉주는 요리대결을 펼칩니다만, 요리가 중심에 서있지 않습니다. 1차전, 2차전이 그나마 요리가 보여지는 부분입니다만, 그 짧은 부분에서도 조차 결국은 성찬과 봉주의 대결에만 모든 것인 집중되어 있을 뿐, 요리는 크게 중점적으로 부각되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요리 과정에서의 모습도 화면이나 편집이 흥미를 끌거나 인상을 줄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만화가 원작이라는 모습을 보이려는 듯한 영상 편집이 영화 속의 음식의 맛을 보여주는데, 무슨 도움이 될까요? 그러한 결과로 심사위원들이 말로, 이것저것 찬사를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보는 관객에게는 음식의 맛이 크게 다가오지를 않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중 픽사의 "라따뚜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표현되는 요리의 맛과 스토리적 연계가 최고라고 할 정도로 잘 표현되어 있었으나, "식객"에서의 그 음식의 맛은 그냥 영화 속 심사위원들의 말뿐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후 이어지는 스토리는 여러 이야기들을 병렬적으로 구성해 나가면서, 스토리의 집중성이 떨어지고 산만한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그 중 숯을 만드는 부분에서의 봉주의 행동은 너무나도 뻔하고, 예상 가능한 전형적 악당의 행동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이 병렬적 구조로 영화는, 원작의 감동을 어떻게든 끌어들이려고 한 것 같으나 결국 영화의 전개에는 오히려 해가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의 엔딩 역시 결국은 단순한 권선징악적 마무리를 지으면서,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나 이야기적으로 지나치게 평범한 이야기로 마무리되어집니다.

이처럼 영화는 팬의 입장에서는 실망감을 얻을 뿐이면, 원작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단순한 '킬링 타임용'의. 그러나 '킬링 타임용'이라 하기에도 허술함이 눈에 띄고 재미를 찾을 수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영화가 완성된 이후에도 개봉일을 못잡고 밀리다 개봉한 이유는 위와 같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나 기대가 컸지만, 그 기대를 큰 실망으로 갚은 영화 "식객". 아마 20자평을 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맛도, 감동도 찾을 수 없는 정체불명의 영화." 김래원, 남상미 주연으로 제작되어지는 드라마 "식객"이나 기대해봐야겠습니다.

<화려한 휴가>, <디 워> 가 순조로운 흥행을 이어나가면서, 그간 부진했던 한국영화계에서 활력소가 되고 있는데요, 2007년 하반기에는 한국영화계에 어떤 기대작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2007년 하반기에는 최대 57편의 한국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 주관적인 관심에 의한) 기대작들을 뽑아봤습니다^^a


9월 20일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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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준익
출연 :  정진영(기영), 김윤석, 김상호, 장근석(현준), 고아성(기영의 딸 주희)

천만감독 이준익 감독과 정진영 씨가 당시 뭉쳤습니다.

20년 전의 락밴드 멤버들이 꿀꿀한 현실의 무게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밴드를 결성한다는 내용입니다.

<라디오스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잔잔한,그러나 깊은 감동을 다시 한번 기대해 봅니다.

9월 중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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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상진
출연 :  나문희(권순분 여사), 강성진, 유해진, 유건

무적인질로 거듭난 생활형 히어로 권순분 여사와 함량미달 굴욕 3인조 납치범이 경찰, 언론, 가족을 상대로 펼치는 황당무계 범죄 대소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메디로 일가견 있는 김상진 감독의 작품, 그리고 나문희씨, 감초연기의 달인 유해진 씨의 연기를 기대해봅니다.


 

10월 3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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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허진호
출연 :  황정민(영수), 임수정(은희)

l 줄거리 l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며 살던 영수. 경영하던 바는 망하고, 애인 수연은 헤어지자 하는데, 간 경변까지 걸린다. 자포자기한 그는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내려간다.

 8년째 머물며 요양원 스태프를 겸하고 있는 은희. 뛰는 것조차 힘겨운 중증 폐질환을 앓으면서도, 아픈 것도 무서운 것도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 영수는 조금씩 빠져든다. 그리고 종착역 같았던 요양원 생활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이 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 ‘희망의 집’ 을 나와 함께 살기 시작한 1년 뒤, 은희의 도움으로 영수는 건강을 되찾는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은희와 달리, 영수는 점차 둘 만의 생활이 지루해 지기 시작하고, 그 즈음, 서울에서 수연이 영수를 찾아 오는데…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임수정의 멜로영화네요.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기대가 되네요^^


10월 26일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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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명세
출연 :  강동원, 이연희, 공효진(은혜)

첫사랑의 망령에 시달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민우(강동원), 안개처럼 다가온 비밀스런 여인 미미(이연희), 세련되고 이지적인 민우의 약혼녀 은혜(공효진), 세 사람이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치는 미스터리 멜로물로, 사라진 기억에 관한 사랑 이야기라고 합니다.

스타일리쉬한 영상으로 정평이 난 이명세 감독이 <형사 Duelist>에서 같이 작업했던 강동원 씨와 다시 만났네요.
...그냥 있어도 분위기 난다는 강동원씨와 영상의 미학, 이명세 감독의 만남..오호..


11월 1일

<식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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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전윤수
출연 :  김강우(성찬), 임원희(봉주), 이하나(진수)

l 줄거리 l
5년전, 대령숙수가 대를 물려 운영하던 운암정의 후계자를 가리는 요리경합에서 봉주의 계략으로 쫓겨난 천재요리사 성찬(김강우)과 늘 성찬의 그늘에 가려져 그의 능력을 시기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마침내 성찬을 쫓아내고 운암정을 차지한 야심가 봉주(임원희)가 그로부터 5년 후 대령숙수의 칼을 물려받을 적임자를 뽑는 요리 경연에 참가해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

우리나라 만화계의 거장인 허영만 화백의 "식객"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식객"을 참 재밌게 봤기 때문에, 더 기대가 큰데요, 거기에 이하나씨도 나옵니다.. 흐흐.. 잘 차린 "진수성찬" 같은 영화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전체 57편의 영화 중 나름 제 기준의 기대작 들만 추려봤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작품들을 기대하고 계신가요?

57편의 작품들 중 대부분이 2005년 부터 일어난 일종의 한국영화의 거품에 의해 제작되어진 영화들, 그래서 서서히 그 거품이 빠져나가면서 개봉일정을 잡지 못하고, 계속 미뤄진 영화들이 많습니다. 57편의 작품들 중에서도 올해 개봉 못하고 08년 상반기로 밀리는 작품들이 있겠지요.

다분히, 투자자의 한몫을 위해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한국영화계의 발전을 위한 영화들이 많아져서 내실을 튼튼히 하는 한국영화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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