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 2: 최후의 결전
전에 "적벽대전 1부"의 감상기를 적을때도 말씀 드리긴 했습니다만, 전 "삼국지"의 팬이 아닙니다. 그것이 정사든 연의든 말이죠. 가슴에 큰 야망을 품은 사나이들이 난세에 일어나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은 별 관심도 없을 뿐더러, 대륙의 허풍까지 결합되면은... 이자저차해서 어릴적부터 별로 안 좋아했습니다. 이번 영화에 대해 "삼국지"의 팬이신 분들은 각색을 거치며 변경되거나 빠진 내용에 화를 내시기도 하더군요. 어차피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이후 후대에 수많은 개작들 및 게임 등이 등장하며 그 각각에 맞춰서 수정되고 변경되었기에 영화 "적벽대전"에게 정사나 연의와 똑같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덧씌울 필요는 없습니다. 이건 그저 "삼국지"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일 뿐이니까 말입니다.

영화에서 주가 되는 것은 전편에 이어서 주유(양조위 분)와 제갈량(금성무 분)입니다. 전편에서 서로의 우정을 나누었던 그들은 이번에도 서로 경쟁하며 또한 돕습니다. 제갈량은 10만개의 화살을, 주유는 조조군에 투항한 장윤과 채모를 없애는데 '내 손모가지, 아니 모가지를 걸지, 쫄리면 뒈지시든지.'(개그는 개그일뿐) 하는 장면은 그들의 그런 관계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는 모습입니다.

전편이 바다를 뒤덮은 조조의 수많은 함대를 비추면서 끝나며 왠지 에피타이저만 먹고, 본 음식은 못 먹은듯한 허기짐을 느끼게 했는데, 사실 이번 영화도 그런 허기짐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한 편입니다. 아시아 최대 제작비 800억 이라는 것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케일에서 오는 스펙타클함이 전적으로 부족합니다. 영화의 핵심은 결국 동남풍이 불고 이어지는 오의 화공 공격으로 이어지는 말그대로의 '적벽대전'일 것입니다만, 그것이 기대한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화공장면은 그저 폭발의 연속일 뿐이고, 그와 함께 이어지는 지상상륙작전은 오우삼 감이 이런 대규모 전투씬을 연출하는데는 여러모로 취약하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주유, 손권들이 일개 병사들이랑 같이 상륙작전을 펼치는 황당한 모습이 거슬린다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전투장면을 구성하고 전개하는 과정이 밋밋합니다.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이 클라이막스가 기대치를 밑돌면서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도 실망으로 치닫습니다.

영화에서는 두 명의 여성이 부각되는데 손권의 동생 손상향(조미 분)과 주유의 부인 소교(린즈링 분)입니다. 다분히 남성들의 틈바구니에서 벌어지는 남성들의 이야기여서인지 그녀들의 모습은 더 눈에 띄기는 하는데 조금은 영화에 방해가 되는 모습입니다. 손상향이 맡은 역할은 조조군에 잠입해 있다 만난 손숙재와의 애틋한 감정을 통해서 거대한 전쟁에서 희생되는 일반 백성의 삶을 그려내는 것이었는데, 상향과 숙재의 그런 모습을 비추었다가 돌아오면서 '이 전쟁의 승리자는 누구도 아니다.' 라고 결말에서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진부하기도 하고 이 영화의 전체적인 지향점이 그리 시니컬하지도 않기에 뜬금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소교는 홀로 조조군으로 가 조조에게 차를 대접하며 조조의 끝없는 욕망을 질책하며 공격의 시기를 늦추어 전쟁의 향방을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거대한 전장의 한가운데에서 그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소교의 이런 방식은 맥을 탁 풀리게 합니다. 아무리 큰 전쟁도 결국은 사소한 하나의 사건에서 그 승패가 갈린다는 것은 역사를 통해봐도 자명한 일이긴 합니다만 이것은 영화일 뿐이고, 소교를 이용한 방법은 심하게 말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영화가 그리는 캐릭터들은 입체적이라기보다는 평면적인 쪽에 가까워서 캐릭터성의 기복이 큰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조조의 경우는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조조이기에 비열하거나 악랄한 면이 부각되기는 하는데 열병에 걸린 병사들을 독려하는 장면들은 구성해놓은 캐릭터에서 분명 튀는 부분입니다. 악랄하면 악랄하게, 찌질하면 찌질하게, 다른 캐릭터들처럼 그냥 확실한 방향성을 잡고 가는게 더욱 나았을 듯 보입니다. 병사독려하는 모습말고도 다른 식으로 조조의 능력을 표현할 방법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1편에 비해 2편이 어느정도 나아지기는 했습니다만, 여전히 극은 긴장감이 없이 늘어지며, 스케일은 기대할 수 없는, 제작비가 의심되는 모습이 되풀이 되는 "적벽대전 2 : 최후의 결전" 입니다. 오우삼 감독 일대의 프로젝트였다는 이 영화는 오우삼 감독에 대해 나쁜 의미로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를 가지게 합니다. 그가 과연 이 영화에 적합한 감독이었는가? 답은 아니다 입니다.


오우삼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 2"의 첫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적벽대전2"는 올해 여름 개봉했던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손 동맹군의 구궁팔괘진으로 큰 타격을 입은 조조군. 적벽을 치기 위한 본격적인 해상전을 준비하는 움직임에, 주유와 제갈량은 조조의 해군 방벽을 불로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바람이 불리한 방향으로 불고 있어, 공격을 하지 못한 채,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를 기다리며 조조의 100만 대군과의 일전을 준비한다. 마침내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유-손 동맹군은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데….  (다음 영화)

*화질이 심하게 조악합니다.


"적벽대전2"는 오는 겨울 개봉할 예정이며, 북미에서는 1편과 2편을 합쳐 2시간 30분 가량의 한편으로 개봉할 예정입니다.


적벽대전 1부 - 거대한 전쟁의 시작
사실 개인적으로는 삼국지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쨋든 이 풍진세상 지나갔던 인간군상들일진데 사나이의 웅대한 기상, 꿈, 우정, 용맹 등으로 과대하게 포장시킨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거기다가 얼마전 개봉했던 삼국지 관련 영화인 "삼국지 - 용의 부활"(이하 용의 부활)도 그렇고 영화로 옮길때 '대륙인의 기개'(라고 쓰고 허풍이라고 읽습니다.)의 과도한 표현이 우려스럽기도 하고 말이죠. 말이 나와서 그런데 "용의 부활"이나 이번 오우삼의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이나 원작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름의 변주를 하고 있지요. "용의 부활"은 조자룡이라는 인물 하나에 집중했던 작품이었다면, "적벽대전"은 "삼국지" 내에서 가장 큰 전투 중 하나를 다루면서 기존의 유관장 트리오가 아닌 제갈량과 주유에 집중한 작품입니다. 오우삼 작품의 중심인 남자들 사이의 우정, 형제애를 다루기에는 당연히 유관장 트리오 이야기가 더 쉬울테지만, 그건 너무도 많은 노출이 있었다는 것이 문제점이 있었겠지요.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부분은 "용의 부활"과 같은 부분입니다. 조운이 아두를 구하는 장면. 이번 영화에서 중심은 아니지만, 어쨋든 큰 인물들인 유관장 트리오 및 조운 등의 여러인물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 장면을 선택했을테지만, 문제는 이미 "용의 부활"에서 다룬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그 간격이 큰 것도 아니고 근 몇달 사이에의 개봉작에서 이런 유사 장면이 그대로 보인다는 것은 사실 신선함면에서는 크게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이 장면이 "용의 부활"과 비교했을때 아주 확연할 정도로 획기적인 느낌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이런 시작을 지나서 영화는 전개되지만, 많이들 아시다피시피 이 영화는 두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중 그 첫번째 작품입니다. 가장 중요한 적벽대전은 겨울에 개봉할 2편에서 공개되고, 이 작품에서는 그 시작 전의 모습까지만 그리고 있습니다. 중요한 2편을 앞두고 있는 작품으로 영화는 그 기반 작업, 대표적으로 캐릭터 구축 및 상황설명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기대하던 큰 스펙타클함 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물론, 그러한 캐릭터구축과 설명이 이 영화에서 중심으로 가져온 제갈량과 주유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일조하기는 합니다만.)그나마 1편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구궁팔괘진' 장면도 생각보다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구궁팔괘진'을 비롯한 영화에서 선보이는 다른 전투 장면들도 마찬가지이구요. 특히나 주요 장수들의 전장에서의 모습은 마치 코에이의 비디오게임 "진삼국무쌍"을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럽습니다. (..저러다 무쌍난무 안하나 하는..)

사실, 이렇게 궁시렁대지만 이러한 모습을 그저 묵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직전에 언급했지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2편에 등장할 적벽대전으로 나머지는 모두 그것을 위한 사전 단계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1편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아쉬운 작품임에야 분명하지만 겨울에 2편이 개봉 후, 둘을 합쳐 전체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이해해봐야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 영화는 2편을 위한 떡밥이니까 말입니다.

P.S1 ...제가 생각하는 제갈량의 이미지는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음흉함'인데 말입니다. 언제나 제갈선생은 음흉함이 아닌 다른 멋진 무엇인가가 있게 그려져요.

P.S2 역시나 중국애들이 오늘날 벌이는 소림전투축구는 그때부터 전해져 오던 것인가 봅니다. 그 장면을 집어넣은 것은 어쩌면 우리가 '축구의 원조다'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서 그렇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리고...역시 축구는 군대스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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