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
Stephan
2009. 7. 26. 11:41
2009. 7. 26. 11:41
신정원 감독의 데뷔작 "시실리 2km'가 '펑키 호러'라는, 공포물 스러운 뉘앙스를 풍기는 외향만 취하고 실제로는 코메디 영화였듯이 이번 영화 "차우" 역시도 괴수물의 탈을 쓴 코메디물입니다.
전작 "시실리 2km"가 거의 모든 지향점이 코메디로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차우"는 그나마 조금은 더 괴수물의 특성을 보여주려한 기색이 있다는 것이 그 차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년째 범죄없는 마을인 것을 자랑으로 삼던 삼매리에 식인멧돼지가 출몰하는 위기가 닥치고 서울에서 음주운전단속을 하던 김순경(엄태웅 분)이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삼매리로 전근을 오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삼매리를 위협하는 식인멧돼지의 횡포는 점점 심해지고 김순경과 식인멧돼지에게 손녀를 잃은 전설의 포수 천일만(장항선 분), 유명 포수 백만배(윤제문 분), 멧돼지를 연구하는 대학원생 수련(정유미 분), 의뭉스러운 신형사(박혁권 분)은 식인멧돼지를 잡기 위해 녀석의 본거지로 향합니다.
신정원 감독은 불쑥불쑥 코메디를 치면서 주위를 환기시키기를 자주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전작 "시실리 2km"보다 그 정도가 더한 모습을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코메디적 감각은 상당히 좋다는 것입니다. 괴수물과 코메디의 만남 자체가 B급 코메디의 향취가 절로 나기도 하지만서도 기본적인 감각이 없다면 그 기운을 충분히 살리기 어려울 텐데, 영화는 적어도 코메디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한 웃음을 선사해 줍니다.
문제는 괴수물이라는 측면에서인데, 괴수물이라는 느낌이 영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식인멧돼지의 몇몇 CG의 퀄리티가 썩 좋지 못하다는 것 같은 문제가 아니라 정작 괴수물의 분위기를 타야할 때조차조 예의 그 코메디로 분위기를 반전시켜버립니다. (마치 정준하가 그토록 바라는 불꽃같은 애드립을 보는 듯한.. 예능에서라면야 좋았을테지만.)
앞서 말했듯 "시실리 2km"야 그냥 코메디물이라 치부되어도 될 정도지만 이번 "차우" 같은 경우는 여러모로 괴수물로서의 모습을 보이려고 꾸준히 시도는 합니다. 하지만 정작 계속 치고 들어오는 코메디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는 심히 난잡해져갑니다. 처음에야 그 코메디로 웃을 지언정 뒤로 갈수록 영화는 주인공들 따라 저 멀리 산으로 가는 느낌입니다. 영화는 이야기 중에 종종 이 식인멧돼지란 것이 결국은 인간의 욕심이 불러낸 것이다 같은 메세지를 던져주려고 하는데 그 주제 자체도 한없이 진부할 뿐더러 영화를 산으로 가게 만드는 데도 어느정도 한 몫을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만족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영화긴 하지만, 배우들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입니다.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자기의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연기합에 있어서도 착착 들어맞는 모습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혁권 더 그레이트', 박혁권 씨의 그 능청맞은 연기가 마음에 들었고 그리고 사랑해요, 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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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
2009. 2. 24. 18:05
2009. 2. 24. 18:05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 무엇일까요? 기본부터 확실히 하자라던가 중간이라도 하자 아닐까요? 참 말은 쉬워보이고, 그래 보이지만 또 막상 해보면 그렇지도 않으니까 말입니다.
한 매니지먼트 대표와 그가 잃어버린 핸드폰을 주운 정체불명의 남자가 옥신각신 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핸드폰"은 휴대폰이라는 너무도 익숙하고 현대인의 생활에서 떨어질 수 없는 문명의 이기를 가지고 현대사회에 만연한 소통의 부재와 사람과 사람사이의 기본적인 배려의 부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을 통해 너무도 쉽게, 그리고 즉각, 아무리 멀리 떨어진 다른 누구와도 직접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정작 때로는 가장 소중한,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는 하지 못하는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영화는 잃어버린 핸드폰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그것을 조명합니다.
소재와 그 주제는 좋습니다. 문제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릴러란 장르를 통해 저 주제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너무도 실망스럽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협박을 당하는 오승민(엄태웅 분)의 예의없고 거친 행동들을 보여준 이후에 그를 협박하던 정이규의 정체를 드러내보입니다. 그리고는 정이규의 배경을 보여줌으로써 주제를 결부시켜나가며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당위성을 부위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당위성을 향한 노력은 정이규라는 존재에 대한 동정으로 변모할 소지가 다분하며 이 둘에 대한 시각차이가 순식간에 변해가는 상황은 관객들에게 두 명의 캐릭터에 대한 정의 자체에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전개과정에서 꼭 필요한 각종 사건에게도 너무 부차적인 상황의 설정과 겉도는 이야기가 많아서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주며, 그 필요한 사건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작위적인 느낌을 입힘으로 인해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쫓고 쫓기는 느낌이 주는 재미는 흐지부지한 상황에서 끝까지 별 필요없는 부차적인 반전의 시도는 안쓰러워보이기까지 합니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입니다. 그리고 장르영화입니다. 이러한 조건에 따라 갖추어야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그 장르가 주는 쾌감과 재미를 관객에게 먼저 제공하는 것입니다. 왠지 의미있고, 거창해보이는 주제? 그건 일단 이 기본부터 해결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