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김명민-오달수 주연의 영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은 조선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조가 노론을 견제하며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려 하고, 천주교로 인한 사회/정치적 갈등이 야기되던 그 시기, 영화는 찾을 探에 바를 正 이라 하여 '탐정'이라는 가상의 관직이 있는 걸로 설정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명민이 분한 탐정은 좀 많이 허당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예리한 추리력을 바탕으로 공납 비리의 배후를 캐나갑니다. 그리고 그러던 중에 개장수 서필을 만나 티격태격하게 됩니다.

영화 개봉 이전 공개된 스틸이나 예고편에서의 김명민의 코믹스러운 모습은 최근에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과는 거리가 있는지라, 조금의 괴리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김명민의 모습은 참으로 자연스러습니다. 드라마 "불량가족"에서도 코믹한 모습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이 영화 속의 김명민은 분명 또다른 캐릭터의 또다른 모습을 너무도 능글맞게 표현해냅니다. 역시 '명민좌' 입니다. 김명민이 연기하는 탐정은 영화상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많은 설정들이 자연스레 '정약용'을 떠올리게 합니다.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이라는 케이블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드라마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비교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일단 저는 그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탐정의 사이드킥(?)인 서필 역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이 영화의 많은 부분이 탐정과 서필이 함께하는 장면이기에 탐정의 캐릭터를 받쳐주면서도 서필의 캐릭터를 확실히 드러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필을 연기한 오달수는 '역시 오달수!'라는 소리가 나오게끔 코믹하고 능청맞은 서필 캐릭터를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그가 있었기에 탐정-서필 콤비가 비로서 완성되었습니다.

김명민, 오달수 두 배우에 비교가 되서인지 한객주 역의 한지민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 중 거의 처음이 아닐까 할정도로, 섹시한 인물을 연기하지만 그간의 모습들과의 간격을 좁히기에는 무리가 많은 모습을 보입니다.(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기에 나중에는 편해지는...)또한 그런 캐릭터를 관객이 받아들이기만큼의 시간이 허용되지 않았단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이 영화가 워낙 탐정-서필에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포커스가 탐정과 서필에게 맞춰져있기에 당연스럽게도 코믹스러운 장면의 거의 대부분은 그 둘이 함께하는 장면입니다. 두 배우의 호흡이 좋기도 하지만 전작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와 극장판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석윤 감독의 솜씨 역시 크게 몫을 했다 생각합니다. 이런 장면 연출에 재능있는 감독과 좋은 배우라는 요소가 잘 갖추어졌다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상영시간 내내 코믹스러운 장면과 액션신을 동반한 빠른 속도감으로 관객을 붙들기는 하지만, 추리극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아쉬움이 남습니다. 탐정과 서필의 코믹스러운 장면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이야기는 정작 탐정이 파헤쳐지는 사건의 진실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많은 것 같지가 않습니다. 코믹스러운 장면과 사건의 전모를 파헤쳐가는 장면 사이의 이질감은 영화 내내 사라지지 않으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그 과정에 있어서의 스토리텔링은 영화의 빠른 속도감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복잡합니다. 관객의 이해를 구하기 전에 이미 영화는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착각한 체 어느새 다른 이야기(대부분 코믹장면)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영화는 표방하고자 했던 부분에서 코믹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추리극에서는 실패했습니다.

"조선명탐정"은 계속 한 영화를 떠오르게 합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주드 로-레이철 맥아담스의 "셜록 홈즈"입니다. 이 두 영화는 추리극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 그리고, 김명민과 오달수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셜록 홈즈"는 이미 후속작이 결정되어 올해 12월 개봉 예정입니다. 김명민 등의 배우는 "조선명탐정"의 후속작에 대한 욕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매력을 유지하고, 아쉬운 점을 보완한다면 굳이 후속작이 못나올 이유도 없고, 그리고 또한 그 캐릭터들의 매력은 이 한 편으로 끝내기에는 분명 아쉽습니다. 그럼 관건은? 결국 흥행 여부입니다.


가루지기
저와 같은 20대 중반(만으로는 초반이라고 우기고 싶은)들에게 '변강쇠'의 이미지는 다수의 코메디쇼(그중의 대부분은 박수홍의 어설픈 개인기)에서 패러디 되던 배우 이대근의 모습입니다. 딱 거기까지요. 그 외의 원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접할 기회가 없었지요. 물론, 역시나 각종 코메디 및 버라이어티쇼에서의 이야기 등을 통해서 그 작품의 개략적인 분위기 등은 알고 있지만요.

영화 "가루지기"는 '변강쇠'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습니다. 위에서와 같은 경로를 통해서 알고 있는 힘의 상징으로서의 변강쇠가 아니라, 어릴 때의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응?)사고로 별볼일 없던 강쇠가 노승의 도움을 통해서 무지막지한 남자의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초중반은 마치, 헐리우드의 맨시리즈의 우리나라 고전화 같습니다. 정확히는 '스파이더맨'이요. 말 그대로 별볼일 없는 주인공이 우연적인 사고/만남을 통해서 이전과는 다른 큰 힘을 얻게되는 것이 말이죠. 영화의 시작에서 보이는 장승코로 인해 음양의 조화가 깨져서 음의 기운이 커진 마을의 모습은 흥미롭습니다. 성역할의 변화에서 오는 웃음은 힘없는 사내 강쇠에 대한 조롱으로 까지 이어지면서, 더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어지는 내용과 강쇠의 각성(?!), 그것을 통해 마을 여자들에게 천국을 안겨주는 부분까지는 재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그 동안 이끌어왔던 분위기가 뜬금없이 '진짜 사랑은 이런게 아냐'라고 내뱉는 강쇠의 모습부터 틀어지기 시작합니다.(거기다가 들어냈는지, 딱히 그에 관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서역 대표와의 힘자랑이라든지, 신열을 앓는 달갱이, 돌아오는 형 강목, 마을의 가뭄과 웅녀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무리 이 영화가 초반부터 B급 감성을 드러냈다고 해도 심하게 번잡스럽습니다. 거기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한국코메디 영화의 짜증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웃다가 마지막에는 눈물빼게 하자' 말입니다. 초중반의 유쾌한 분위기는 오간데 없고, 강목이와 달갱이 사이의 진실, 동굴 앞에서 눈물 흘리며 비오기를 기원하는 모습들은 심각한 괴리감을 들게 합니다. 대체 왜? 왜? 왜?... 그렇게 욕을 먹고 또 들어먹어도 이 같은 방식을 버리지를 못하는 걸까요? 시대 배경이 달라도, 이야기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한국코메디영화의 이런 판에 박힌 전개는 정말 넌덜머리가 납니다. 그렇게 중반 이후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망쳤습니다.

영화 만들 때는 예상 못했겠지만, 어쨌든 붙는 상대는 "아이언맨"이라구요. 결과요? 말안해도 뻔하지요.

P.S 개봉일은 오는 4월 30일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