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Nolan is back! "다크 나이트"로 전세계를 뒤흔든 크리스토퍼 놀란이 신작으로 돌아왔습니다. "인셉션". "다크 나이트"의 성공으로 스튜디오에게서 이전보다 더한 권한을 부여받았을 것이 분명한 놀란은, 그 기회를 자신의 오리지널 각본을 바탕으로 한 첫 대작에 사용합니다.

기억과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는 그간 놀란의 작품세계에 지속적으로 보여지는 공통주제였으나 "인셉션"에서는 그에서 한발 더 나아가 꿈과 현실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전 작품세계를 끌어안습니다.

"인셉션"의 큰 스토리의 골격 자체는 어쩌면 매우 단순합니다. 타겟이 된 대상의 꿈에서 의뢰인이 요구한 정보를 빼오는 추출자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어떤 사정으로 인해 고향 미국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해외를 떠도는 신세입니다. 그러던 중 사이토(와타나베 켄 분)가 그의 경쟁기업의 상속자 피셔(킬리언 머피 분)의 머리 속에 어떤 정보를 심어준다면('인셉션') 그가 무사히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 제안합니다.

놀란의 거대한 지적 유희의 미로

놀란은 이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며 복잡한 지적유희를 동반한 거대한 미로를 창조했습니다. 어디가 위이고 어디가 아래인지 모를 '펜로즈 계단', 그리고 코브와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 분)가 거울 안에서 끝없이 반복되어 이어지는 이미지를 통해 꿈, 그리고 꿈 속의 꿈, 꿈 속의 꿈 속의 꿈으로 연결되는 그 안에서 과연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꿈인지 구분할 수 있을 것인지 지속적으로 반문합니다. 꿈은 무의식의 현실이자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끊임없는 꿈 속에서 현실의 자아와 무의식의 자아를 구분해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입니다.

그에 더해 반복되어 나타나는 맬을 통해 자아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의 존재와 피셔를 통해 보여주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의 모습, 각 단계별 꿈에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부여하면서 '상대성이론'까지 버무립니다. 롤링 스톤지의 평론가 피터 트레버스가 "인셉션"을 두고, 관객의 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보았다라고 언급한 것이 일견 맞는 것도 같지만, 눈을 현혹하는 자극적인 시각효과의 반복만을 통해 사고할 기회를 접게 만든 헐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라는, 일종의 타성에 젖었던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그 틀에서 깨어나 생각하는 즐거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종 영화 포럼과 게시판에서는 "인셉션"에 대한 이야기와 토론이 넘치고 있습니다. 어딘지 보일 것 같으면서, 보이지 않는 미로의 출구의 끝을 찾기 위한 즐거운 게임입니다.

"인셉션"은 분명 이처럼 꿈과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영화에 대한 메타포를 함유한 넓은 의미의 메타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에 대한 영화

영화 보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과연 영화를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는 '꿈을 꾸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눈꺼풀을 덮어 암흑이 찾아오는 그 순간, 자아가 잠시 무의식에 자리를 내주는 그 순간 꿈이 시작되고, 영화관이 암전이 되어 암흑이 찾아오는 그 순간, 스크린에는 영사기가 쏟아낸 빛이, 새로운 세상이 찾아옵니다.

"인셉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영화와 관계된 역할들로 대체될 수 있을 것입니다. 코브는 감독, 사이토는 제작자, 아리아드네는 각본가, 아서는 일종의 조감독, 피셔는 관객으로 말입니다.
꿈은 분명 혼자만의 것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여러 사람이 꿈을 공유합니다. 유서프의 공간에서 하나의 꿈을 공유하는, 꿈을 꾸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보면,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한편의 영화를 공유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또한, 코브는 아리아드네에게 꿈을 설계할 때, 기억을 사용하면 현실과 꿈이 구분이 되지 않아 위험하다 말합니다. 기억을 가져오더라도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가져오라 합니다. 많은 관객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고 진부한 이야기는 싫증냅니다. 하지만,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이야기에는 마찬가지로 거부 반응을 일으킵니다. 보는 관객 대다수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아주 작은 그리고 결정적인 공통 분모가 있어야만 영화와 관객의 교감이 수월해집니다. ("인셉션"에도 출연한 조셉 고든-레빗의 "500일의 썸머"에서, '누구에게나 썸머가 있다.'를 생각하시면 간단합니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실력좋은 각본가와 설계자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피셔, 즉 관객에게 원하는 주제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놀란은 "인셉션"을 통해 다신 한번 놀라운 꿈(영화와 동일어로써)의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했습니다. 놀란은 엔딩 크레딧의 끝머리에서 영화 속에서 '킥'으로 사용되었던 에디트 피아프의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rien, 마리온 꼬틸라르가 "라비앙 로즈"에서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케 한 바로 그 에디트 피아프)를 들려줍니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라는 친절한 안내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닐 것입니다. 코브가 피셔에게 그랬던 것 처럼 놀란은 영화를 보던, 꿈을 꾸던 우리의 깊은 무의식 속에 분명 '인셉션'을 성공시켰습니다. 지금 당장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 '씨앗'이 점점 커져가 어느 순간 우리의 머리를 가득 채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놀란이 심어놓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500일의

작년 이즈음, 여느때처럼 해외 영화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가 선댄스영화제서 상영된 이 영화에 대한 호평들을 보았습니다. 애초에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인 조셉 고든-레빗과 조이 데샤넬이 주연하는 영화라 눈에 갔지만, 그 호평들을 보자하니 과연 어떤 영화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그 때로부터 1년 후 그 영화를 봤습니다. "500일의 썸머"는 (남자라면) 누구나 겪는, 그런 보편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나레이션을 통해 그것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그런 사랑 이야기를 머리 속 가득 헝클어진 기억의 파편들처럼 비순차적으로 섞어놓으면서도 또한 그런 조각난 파편들이 나름의 흐름을 갖추며 이어져나가는,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그렇게 머리 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것이 바로 지난 사랑입니다. 대부분의 헐리우드 로맨틱 코메디물이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갈등을 빚지만 결국은 Happily ever after 로 마무리 되는 공식을 따른다면 이 영화는 그 지점에서 통상적인 로맨틱 코메디물과 궤를 달리합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남자 톰 헨슨(조셉 고든-레빗 분)은 운명적인 사랑 따위는 환상이라 믿는 여자 썸머 핀(조이 데샤넬 분)에 첫눈에 반하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 그들의 좋았던 기억, 그리고 권태기의 기억들은 시간을 뛰어넘어 이어집니다. 톰의 가슴 떨림, 그리고 톰의 절망은 지극히 평범한 치수(?)의, 그러면서도 독특한 썸머를 통해서 보는 이들의(적어도 남자들의) 머리 속 또다른 썸머와의 기억을 끄집어냅니다. 그렇게 만드는 것이 남자가 여자를 만나고, 남자와 여자가 헤어진다는 이야기의 보편성(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보편적이고 평범한 만남과 이별, 그 500일의 이야기는 특별해집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특별함에 의미를 두지 말라합니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을 것 같은, 그 특별하다 생각하는 우리네들의 그 날들이 돌아보면 각자 인생 수만일 중의 하루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자연스러운 일상이라고 말입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이 영화가 마치 사랑에 대해 냉소적일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물론 그것은 아닙니다. 사랑은 운명이다라는 것만을 믿고 하나의 사랑에 집착하기보다는 지나간 사랑은 지나간 사랑으로, 사랑은 운명이되, 그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따스한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주는 것이 바로 이 영화입니다. 톰은 그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알아야겠죠.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답게 마크 웹은 비쥬얼인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영화의 감각적인 기호와 호기심을 증폭시킵니다. 뮤직비디오 출신 감독들이 내러티브에 있어서의 취약성을 종종 드러내고는 하는데, 시간상으로 분절된 이야기를 연결해나가는 시나리오의 특성인지 몰라도, 그런 면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특성이 마크 웹이란 감독에게 잘 부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이터널 선샤인"의 미쉘 공드리가 떠오르는데, 이후 미쉘 공드리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들이 기대치에 못미쳤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마크 웹에 대한 평가는 적어도 차기작까지는 지켜봐야 할 듯도 싶습니다. (발표된 바로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리부팅작의 감독으로 내정되었습니다.)

골든 글로브 코메디-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조셉 고든-레빗은 노미네이션에 그친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입니다. (골든 글로브가 흥행성에 더 비중을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 홈즈"의 연기가 당연히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브릭"에서 처음 본 이후 눈 여겨 보고 있는 배우인데, 인디영화와 블럭버스터를 넘나드는 그의 필모는 꽤나 흥미롭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까지 그를 택한 걸 보면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우리의 썸머, 조이 데샤넬은 어쩌면 연기적인 부분보다는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주는 신비함으로 기억되는 배우로, 이 영화에서도 역시 그런 그녀의 이미지를 잘 살리고 있습니다. ("해프닝" 같은 거 찍지 말아요. 하한선은 "예스맨" 정도로.) 비록 우리 모두에게 비수를 꽂은 썸머이지만 조이 데샤넬이 사랑스럽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처럼 누구나 사랑을 합니다. 톰이 느낀 썸머와의 관계는 500일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일자는 의미가 없습니다. 각자가 채워야 할 숫자니까 말입니다. () Days of Summer. 자 여기에 빈칸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썸머와 채웠던 날들, 그리고 어텀과 함께할 날들을 하나씩 카운팅해보세요.


"다크 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각본 및 연출을 맡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은 SF 영화 "인셉션"(Inception)의 첫 티저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인셉션"은 워너의 빅푸시로 2억불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블럭버스터 물이라는 것, 그리고 '마음의 구조'를 다룬다는 것 외에는 아직까지는 그다지 자세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알음알음 전해지는 바로는 영화에는 사람의 마음/정신으로 들어가는 기술이 등장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은 역할이 그의 팀과 함께 사람의 마음/정신으로 들어가 기억을 빼내거나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IMDB 상에서는 CEO 타입의 인물이 공갈협박 사건에 연루된다는 내용이라고만 짤막하게 나와있어 어떤 내용일지 더욱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인셉션"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에도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합니다. 엘렌 페이지, 마리온 꼬틸라르, 조셉 고든-레빗, 그리고 놀란표 "배트맨" 프랜차이즈를 함께한 마이클 케인, 킬리언 머피, 와타나베 켄이 출연합니다.


"인셉션"은 북미기준 2010년 7월 16일 개봉예정입니다.

P.S 잠들기 전에 슬쩍 포스팅합니다^^ 다음주 정도면 숨이 트일 것 같습니다. 블로깅 하고 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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