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신작 "즐거운 인생"은 전작인 "라디오스타"와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합니다. 중년의, 이제는 꿈을 잃고 현실에서 말라가는 남성들이 주인공입니다.

한때는 대학가요제 우승을 바라고 활화산이라는 이름으로 밴드활동을 했던, 그러나 이제는 회사에서 짤려 선생인 아내에게 얹혀사는(?) 신세인 기영, 낮에는 퀵서비스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성욱, 아내와 아들,딸을 캐나다에 보낸 기러기아빠(혁수).

즐거운 인생
현실에 있을 법한 이들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판타지입니다. 밴드를 이뤄나가고,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이 환상 그 자체지요.

상황을 주도해나가는 기영은 다른 두 친구들에 비하면 참 편합니다. 회사에서 짤리고, 집에만 있고 그래서 딸에게 부끄러운 아버지, 아내에게도 얹혀사는 신세의 남편이지만, 능력 있는 아내 때문에 감히 처음으로 자기 꿈에 대한 생각을 할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두 친구들을 처음엔 그렇지 않았지요. 결국은 기영에게 감화되어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지만요.

밴드 활동 한다고 하는 성욱은 그에 반대하는 아내에게 한마디 합니다. "너도 니가 하고 싶은거 하고 살아."

누구나 꿈은 있지만, 현실에는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희생해야 될 것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꿈이 그 일부분일수도 있지요. 뒤늦게 '아, 난 내 꿈을 다시 찾을래.'하고는 그동안 이루워놓았던 가정을 버리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꿈을 선택한다.

누구나 한번은 생각하지만, 아니 두려워 한번도 생각치 못했을 수도 있는 그런 일들을 주인공들은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찌든 중년남성들의 판타지입니다. 대리만족입니다. 현실적인 영화라 보지 않고, 판타지 같은 영화로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그 목적에 충실합니다.

갈등의 해소가, 해결이 클라이막스의 공연으로 풀어집니다. 대리만족. 그 마스터베이션의 절정인 순간입니다.

그런 판타지적인 결말로 이끌게 되다보면, 다분히 전개가 어색해질수도 있겠습니다만, 연출력으로 이를 극복합니다. 연출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그에 한몫합니다. 결말로 가는 과정에 왠지 납득이 가게 한달까요. 그렇게 만드는 힘이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자, 만족할 수 있는 매력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껄끄러운 모습이 보입니다. 주인공들의 가족, 그 중에서도 아내가 그것입니다. 성욱의 아내는 집을 나가버리고, 혁수의 아내는 이혼을 하자고 하고. 아내 잘만난 기영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두 명에게는 아내와 가족은 걸림돌입니다. 어떻게 보면 주눅들게 만들고 눈치보게 만드는 가족은 기영에게도 나머지 둘과 비슷하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의도치 않았다 해도, 그렇게 비춰지는 가족의 아내의 모습이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즐거운 인생'은 고개를 젓게 되는 모습이 종종 있지만, 대리만족을 느끼게하는 영화의 이야기에서, 배우들의 연기에서, 신명나는 음악에서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갑갑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외도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그런 영화입니다.

<화려한 휴가>, <디 워> 가 순조로운 흥행을 이어나가면서, 그간 부진했던 한국영화계에서 활력소가 되고 있는데요, 2007년 하반기에는 한국영화계에 어떤 기대작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2007년 하반기에는 최대 57편의 한국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 주관적인 관심에 의한) 기대작들을 뽑아봤습니다^^a


9월 20일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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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준익
출연 :  정진영(기영), 김윤석, 김상호, 장근석(현준), 고아성(기영의 딸 주희)

천만감독 이준익 감독과 정진영 씨가 당시 뭉쳤습니다.

20년 전의 락밴드 멤버들이 꿀꿀한 현실의 무게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밴드를 결성한다는 내용입니다.

<라디오스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잔잔한,그러나 깊은 감동을 다시 한번 기대해 봅니다.

9월 중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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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상진
출연 :  나문희(권순분 여사), 강성진, 유해진, 유건

무적인질로 거듭난 생활형 히어로 권순분 여사와 함량미달 굴욕 3인조 납치범이 경찰, 언론, 가족을 상대로 펼치는 황당무계 범죄 대소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메디로 일가견 있는 김상진 감독의 작품, 그리고 나문희씨, 감초연기의 달인 유해진 씨의 연기를 기대해봅니다.


 

10월 3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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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허진호
출연 :  황정민(영수), 임수정(은희)

l 줄거리 l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며 살던 영수. 경영하던 바는 망하고, 애인 수연은 헤어지자 하는데, 간 경변까지 걸린다. 자포자기한 그는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내려간다.

 8년째 머물며 요양원 스태프를 겸하고 있는 은희. 뛰는 것조차 힘겨운 중증 폐질환을 앓으면서도, 아픈 것도 무서운 것도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 영수는 조금씩 빠져든다. 그리고 종착역 같았던 요양원 생활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이 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 ‘희망의 집’ 을 나와 함께 살기 시작한 1년 뒤, 은희의 도움으로 영수는 건강을 되찾는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은희와 달리, 영수는 점차 둘 만의 생활이 지루해 지기 시작하고, 그 즈음, 서울에서 수연이 영수를 찾아 오는데…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임수정의 멜로영화네요.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기대가 되네요^^


10월 26일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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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이명세
출연 :  강동원, 이연희, 공효진(은혜)

첫사랑의 망령에 시달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민우(강동원), 안개처럼 다가온 비밀스런 여인 미미(이연희), 세련되고 이지적인 민우의 약혼녀 은혜(공효진), 세 사람이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치는 미스터리 멜로물로, 사라진 기억에 관한 사랑 이야기라고 합니다.

스타일리쉬한 영상으로 정평이 난 이명세 감독이 <형사 Duelist>에서 같이 작업했던 강동원 씨와 다시 만났네요.
...그냥 있어도 분위기 난다는 강동원씨와 영상의 미학, 이명세 감독의 만남..오호..


11월 1일

<식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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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전윤수
출연 :  김강우(성찬), 임원희(봉주), 이하나(진수)

l 줄거리 l
5년전, 대령숙수가 대를 물려 운영하던 운암정의 후계자를 가리는 요리경합에서 봉주의 계략으로 쫓겨난 천재요리사 성찬(김강우)과 늘 성찬의 그늘에 가려져 그의 능력을 시기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마침내 성찬을 쫓아내고 운암정을 차지한 야심가 봉주(임원희)가 그로부터 5년 후 대령숙수의 칼을 물려받을 적임자를 뽑는 요리 경연에 참가해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

우리나라 만화계의 거장인 허영만 화백의 "식객"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식객"을 참 재밌게 봤기 때문에, 더 기대가 큰데요, 거기에 이하나씨도 나옵니다.. 흐흐.. 잘 차린 "진수성찬" 같은 영화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전체 57편의 영화 중 나름 제 기준의 기대작 들만 추려봤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작품들을 기대하고 계신가요?

57편의 작품들 중 대부분이 2005년 부터 일어난 일종의 한국영화의 거품에 의해 제작되어진 영화들, 그래서 서서히 그 거품이 빠져나가면서 개봉일정을 잡지 못하고, 계속 미뤄진 영화들이 많습니다. 57편의 작품들 중에서도 올해 개봉 못하고 08년 상반기로 밀리는 작품들이 있겠지요.

다분히, 투자자의 한몫을 위해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한국영화계의 발전을 위한 영화들이 많아져서 내실을 튼튼히 하는 한국영화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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