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 이 다섯 명의 감독은 대체 이 영화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까요?

"오감도"는 '에로스'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섯 명의 감독들이 각각 한 편씩의 연출을 맡은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각 감독들이 어떤 식으로 표현해 낼지를 비교해 보고 그 감독의 색을 찾아보는 것이 옴니버스 영화의 재미일 수도 있지만 그 재미를 음미할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오감도" 속의 다섯 편의 완성도는 형편 없습니다.

각각이 한편의 단편영화라고 보기에도 어정쩡한 이야기 구성과 전개, 그리고 그 한편에서 어우러지는 배우들의 호흡도 인상을 찌푸릴만큼 삐그덕대며 연기력도 널을 뜁니다. 저렴한 제작비로 완성했다 하는데, 그 저렴한 제작비로 인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도 못미치는 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최소 2편 이상의 장편 연출작을 내놓은 감독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친분으로 끌어모은 게 아닐까 생각되는 배우들을 데리고 단편 영화 찍을 때의 습작 수준에도 못미치는 영화들을 끌어모아다가 '에로스, 그 이상의 사랑 이야기'라는 괜시리 거창한 주제를 붙여서는 얼기설기 이어놨습니다. 보통의 옴니버스 영화들이 그 안의 모든 편이 마음에 드는 것은 상당히 드물지만 그 안의 모든 편이 다 마음에 안드는 이번과 같은 경우도 참으로 드문 것 같습니다.

"오감도"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에로스'? 아닙니다. 주궁장창 늘어지며 하품까지 나오게 하는 키스씬입니다. 대체 저 입술박치기는 언제 끝나나요?

그림자 살인
해외 영화들에서는 탐정이 등장하는 모습을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우리 영화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설령 탐정 비슷한 캐릭터가 등장하더라도 그 캐릭터는 조연, 혹은 단역으로 영화의 겉을 맴돌 뿐 입니다. 영화 "그림자 살인"은 그간의 한국영화들과는 달리 탐정을 영화의 중심에 놓은 영화입니다. 우리 영화에서는 왜 탐정이 비중있게 그려지지 않았을까요? 너무도 유명한 '셜록 홈즈' 등이 그러하듯이 그 존재들은 우리가 아닌 해외의 존재들이다보니 우리나라라는 배경에서 그런 '탐정'이 등장하는게 낯익은 모습이 아니기 때문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그 낯설은 모습은 소설 등의 분야에서부터 탐정을 다루는 모습이 쉽게 등장하지 않았기에 더욱 커졌을테고 말입니다. (우리나라 장르 영화/소설의 그 토대 자체가 취약해서 정도일까요?)

"그림자 살인"은  탐정과 그가 겪게되는 사건들을 대한제국 말기라는 시대에 풀어놓습니다. 그 시기는 각종 서구의 새로운 문물과 이기들이 우리에게 소개되는 때로, 신문물의 새로운 등장으로 인한 새로움과 혼란의 시기에 등장하는 탐정이란 직업의 캐릭터는 다른 어느 시기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의 그의 존재를 자연스레 수긍케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홍진호'(황정민 분)라는 탐정 캐릭터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던 기존 서구의 탐정 캐릭터들이 혼재해 있습니다. 마치 그 시대 배경처럼. 장광수(류덕환 분)를 처음 만날때 단박에 그가 의사임을 알아채는 모습은 셜록 홈즈의 그것이고, 그의 전체적의 탐정 활동 모습은 "차이나타운"에서 잭 니콜슨이 연기했던 J.J. 기티스의 그것입니다. 거기에 더해진 것이 황정민이란 배우에게 어울리는 웃음기 머금은 능글맞음입니다. 이런 혼합된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나 영화의 일부 장면에서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의대생인 장광수는 군의관이었던 셜록 홈즈의 단짝 왓슨 박사를, 홍진호에게 망원경 등의 도구를 제공해주는 박순덕(엄지원 분)은 "007" 시리즈의 Q를 연상케하고 골목과 건물 지붕을 넘나드는 추격장면은 "본 얼티메이텀"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구한말이라는 우리의 시대 배경에 접목시킨 모습은 생각 외로 자연스럽고 뿐만 아니라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탐정 스릴러'라는 장르적 측면에서는 맥이 빠집니다. 영화는 고위관료 아들이 실종이 되고, 그 아들의 시신을 우연찮게 발견한 의학도 장광수가 자신이 혐의를 뒤집어쓸까봐 진짜 범인을 찾아달라고 홍진호에게 의뢰를 하며 시작합니다. 홍진호가 하는 일이라고는 기껏에야 떼인 돈 받아주기, 바람피는 마누라 뒷조사하는게 전부인 마당에, 그는 대번에 장광수의 의뢰를 거절합니다. 하지만 돈과 장광수의 설득으로 그는 사건조사에 나섭니다. 영화는 이른 시점에서 범인의 정체를 관객에게 들어내면서 홍진호가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함께 추리하며, 머리를 쓰는 재미를 앗아갑니다. 그러면서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관객이 몰입하며 흥미를 느낄 요소가 사라집니다. 결국 영화는 범인의 정체가 결과적으로는 착각과도 같은, 그로 인한 속임수 같았다는 것을 관객에게 강요합니다. 또한 홍진호라는 주인공 캐릭터는 분명 매력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그 외 다른 인물들의 묘사와 행동은 실망스럽습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순덕입니다. 순덕은 영화에서 Q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도 또한 다른데, Q가 초반에 등장해 이펙트를 남기고 사라진다면 순덕은 초반 이후 홍진호와의 과거 관계 암시를 위한 용도로만 집중적으로 사용되면서 영화 상에서 애매한 위치를 고수합니다. 지나치게 베일에 쌓인 둘의 관계는 흥미를 불러일으킬만큼 깊어지지도, 그렇다고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도 되지 않으며 서브 플롯으로의 역할을 자임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셜록 홈즈와 왓슨의 관계를 염두해 두고 만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장광수는 비록 홍진호에게 사건을 쥐어주는 역할을 하며 그와 자주 어울리긴 하지만, 중요한 상황에서는 철저하게 사건 외부의 인물로 작용합니다. 왓슨도 결국 사건 자체에 하는 일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는 이야기의 서술자라는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급격하게 축소되는 장광수 캐릭터와 같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아쉬운 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저는 이 영화가 나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는 좋았던 것은 이 영화의 이야기와 캐릭터가 결코 시대에 억눌리거나, 그로 인해 함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 가장 근래의 예는 낭만의 화신이 사랑 때문에 독립의 화신으로 변모하고, 남은 것은 CG로 만든 화려한 경성 시가지의 모습 밖에 없었던 "모던 보이" 일 것입니다. (같은 해에 개봉한 "라듸오 데이즈"나 "원스 어폰 어 타임"도 마찬가지.) 홍진호의 어두운 뒷모습에 드리워진 것은 결코 시대의 아픔이나 무게가 아니었습니다. 그의 뒷모습에서 본 것은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으로 얼룩진 비극을 목도한 한 남자의 슬픔이었습니다. 주연인 황정민이 인터뷰에서 밝히는 바도 그렇고, 애초에 이 영화는 시리즈 물로 기획된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이 한 편의 영화로 봤을 때는 실망스러웠던 순덕과 홍진호, 그리고 홍진호의 과거에 대한 암시가 효과를 보일 시퀄, 혹은 프리퀄의 제작을 바라봅니다. 아쉬움 속에서도 황정민이 연기한 탐정 홍진호 캐릭터의 매력은 빛을 잃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휴가>, <디 워> 가 순조로운 흥행을 이어나가면서, 그간 부진했던 한국영화계에서 활력소가 되고 있는데요, 2007년 하반기에는 한국영화계에 어떤 기대작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2007년 하반기에는 최대 57편의 한국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 주관적인 관심에 의한) 기대작들을 뽑아봤습니다^^a


9월 20일

<즐거운 인생>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독 :  이준익
출연 :  정진영(기영), 김윤석, 김상호, 장근석(현준), 고아성(기영의 딸 주희)

천만감독 이준익 감독과 정진영 씨가 당시 뭉쳤습니다.

20년 전의 락밴드 멤버들이 꿀꿀한 현실의 무게에서 벗어나고자 다시 밴드를 결성한다는 내용입니다.

<라디오스타>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잔잔한,그러나 깊은 감동을 다시 한번 기대해 봅니다.

9월 중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독 :  김상진
출연 :  나문희(권순분 여사), 강성진, 유해진, 유건

무적인질로 거듭난 생활형 히어로 권순분 여사와 함량미달 굴욕 3인조 납치범이 경찰, 언론, 가족을 상대로 펼치는 황당무계 범죄 대소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메디로 일가견 있는 김상진 감독의 작품, 그리고 나문희씨, 감초연기의 달인 유해진 씨의 연기를 기대해봅니다.


 

10월 3일

<행복>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독 :  허진호
출연 :  황정민(영수), 임수정(은희)

l 줄거리 l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기며 살던 영수. 경영하던 바는 망하고, 애인 수연은 헤어지자 하는데, 간 경변까지 걸린다. 자포자기한 그는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요양원 ‘희망의 집’으로 내려간다.

 8년째 머물며 요양원 스태프를 겸하고 있는 은희. 뛰는 것조차 힘겨운 중증 폐질환을 앓으면서도, 아픈 것도 무서운 것도 없어 보이는 그녀에게 영수는 조금씩 빠져든다. 그리고 종착역 같았던 요양원 생활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나날이 된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 ‘희망의 집’ 을 나와 함께 살기 시작한 1년 뒤, 은희의 도움으로 영수는 건강을 되찾는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기만 한 은희와 달리, 영수는 점차 둘 만의 생활이 지루해 지기 시작하고, 그 즈음, 서울에서 수연이 영수를 찾아 오는데…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임수정의 멜로영화네요.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도 기대가 되네요^^


10월 26일

<M>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독 :  이명세
출연 :  강동원, 이연희, 공효진(은혜)

첫사랑의 망령에 시달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민우(강동원), 안개처럼 다가온 비밀스런 여인 미미(이연희), 세련되고 이지적인 민우의 약혼녀 은혜(공효진), 세 사람이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치는 미스터리 멜로물로, 사라진 기억에 관한 사랑 이야기라고 합니다.

스타일리쉬한 영상으로 정평이 난 이명세 감독이 <형사 Duelist>에서 같이 작업했던 강동원 씨와 다시 만났네요.
...그냥 있어도 분위기 난다는 강동원씨와 영상의 미학, 이명세 감독의 만남..오호..


11월 1일

<식객>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독 :  전윤수
출연 :  김강우(성찬), 임원희(봉주), 이하나(진수)

l 줄거리 l
5년전, 대령숙수가 대를 물려 운영하던 운암정의 후계자를 가리는 요리경합에서 봉주의 계략으로 쫓겨난 천재요리사 성찬(김강우)과 늘 성찬의 그늘에 가려져 그의 능력을 시기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 마침내 성찬을 쫓아내고 운암정을 차지한 야심가 봉주(임원희)가 그로부터 5년 후 대령숙수의 칼을 물려받을 적임자를 뽑는 요리 경연에 참가해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

우리나라 만화계의 거장인 허영만 화백의 "식객"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식객"을 참 재밌게 봤기 때문에, 더 기대가 큰데요, 거기에 이하나씨도 나옵니다.. 흐흐.. 잘 차린 "진수성찬" 같은 영화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전체 57편의 영화 중 나름 제 기준의 기대작 들만 추려봤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작품들을 기대하고 계신가요?

57편의 작품들 중 대부분이 2005년 부터 일어난 일종의 한국영화의 거품에 의해 제작되어진 영화들, 그래서 서서히 그 거품이 빠져나가면서 개봉일정을 잡지 못하고, 계속 미뤄진 영화들이 많습니다. 57편의 작품들 중에서도 올해 개봉 못하고 08년 상반기로 밀리는 작품들이 있겠지요.

다분히, 투자자의 한몫을 위해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한국영화계의 발전을 위한 영화들이 많아져서 내실을 튼튼히 하는 한국영화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