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여왕폐하

9년 전, "나는 영국과 결혼했소."라는 말과 함께 버진 퀸을 선언하며 떠났던 엘리자베스 1세가 돌아왔습니다. 영화 "엘리자베스"가 엘리자베스가 25세의 나이에 여왕의 자리에 오르고, 사랑과 왕권을 사이에 둔 갈등 끝에 버진 퀸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골든 에이지"는 여전히 이어지는 정치적 음모와 여자로서의 사랑에 대한 갈망, 영국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하고 "황금 시대"로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골든 에이지"는 전작인 "엘리자베스"를 보지 않아도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영화이나, 전작과 비교해보며 보는 재미 역시 분명 존재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볼타춤입니다. 실제로도 엘리자베스1세가 즐겨 추었다던 이 볼타춤은 "엘리자베스"에서도, "골든 에이지"에도 나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엘리자베스"에서는
골든 에이지
여왕, 그녀가 춤을 추는 대상이었다면, "골든 에이지"에서의 여왕은 베스와 라일리의 춤을 보면서,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어려보이는 케이트 블란쳇의 모습이 살짝 보이는데, 그 장면이 "엘리자베스"에서의 장면입니다.) 여성적 욕구를 들어내는데 있어서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또한, 정적을 사이에 둔 입장 차이를 볼 수 있습니다. "엘리자베스"에서 메리 1세는 엘리자베스를 처형하라는 중신들의 건의에도 고민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암으로 인해 사망하지만, "골든 에이지"에서의 엘리자베스 1세는 반역을 꾀한 정적, 메리 스튜어트를 참수시킵니다. 역사적 사실이기는 하지만, 두 사람의 이름이 메리로 같은 것은 참 흥미롭습니다.(당시의 영국에는 메리라는 이름이 흔했던 것일까요? 영화 속에는 또다른 메리도 있습니다.)

Long live the Queen, Cate Blanchett

프리뷰에서도 썼던 문구이지만, 엘리자베스 1세를 맡은 케이트 블란쳇은 이번에도 역시 빼어난 연기를 보입니다. 사랑을 갈구하는, 어떨 때는 안쓰럽기까지 한 여성의 모습, 영국의 운명을 손에 쥔 여왕의 모습. 영화 "골든 에이지"는 분명 케이트 블란쳇의 영화입니다. 상반된 두 가지의 모습을 "나는 나이다."라는 대사처럼 엘리자베스 1세라는 한명의 캐릭터로 훌륭하게 표현해 낸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기대를 져버리지 않습니다. 베스와 라일리의 관계를 알고, 체통까지 잃고 화를 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전작에서 로버트 더들리 경에게 가슴 아픈 배신을 당했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 더없이 가슴 아프기까지 합니다. "내 마음에는 스페인의 오만을 날려버릴 광풍이 불고 있다!"라고 일갈하는 모습이나, "천국에서 만나거나, 아니면 승리의 전장에서 만나자!"라고 외치는 군주의 모습은 더할 나위가 없구요.

이러한 그녀의 연기에 비해 조금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플롯에 있어서의 아쉬움입니다. 전작인 "엘리자베스"가 여왕의 사랑, 정치적 음모와 왕권수호 라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가 적절히 배분되고 엇물리면서 탄탄한 구조를 이루었다면, "골든 에이지"는 전작의 그런 면이 부족한 편입니다. 여왕의 사랑과 관련된 부분에 더욱 치중된 모습을 보이며, 여왕의 그런 모습과는 별개로 왕권이나, 정치적 음모가 동떨어져 진행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보니 구성의 밀집도 면에서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떨어집니다.

이처럼 구성에 있어서의 아쉬움이 크지만, 영화, "골든 에이지"는 전작 "엘리자베스"와 같이 다분히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역사 속에서의 너무도 유명한 인물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함으로서 얻는 즐거움이 큰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를 보는 것과 왕실의 화려한 예복과 명소들의 시각적 즐거움, 전작보다 커진 스케일을 보는 것은 그러한 즐거움을 더욱 크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겠지요. 혹시나 게임 "대항해시대"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약간의 즐거움을 더 느끼실지 모르겠습니다.

Stephan's Must See Movie at This Week

골든 에이지 Elizabeth : The Golden Age

2007년 11월 넷째 주, 가장 기대되는 개봉작, "골든 에이지" 입니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영화 "골든 에이지"는 영국 절대 왕정의 전성기를 이룬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을 다룬 영화로 9년 전 제작되었던 "엘리자베스"(Elizabeth)의 후속작입니다. 전작이 엘리자베스 1세가 여왕이 되는 과정과 절대 왕정의 시작을 알리는 내용을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은 그 후의 이야기로, 엘리자베스의 사랑, 메리 스튜어트 사이에서의 왕권을 사이에 둔 갈등, 그 배후에 있던 스페인의 무적함대와의 결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부제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통치하던 그 시기의 영국의 황금 시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골든 에이지
종교적 갈등

이 영화를 관통하는 가장 큰 갈등은 종교적 차이에 따른 국제 정치적 긴장일 것입니다. 신교도 여왕이었던 엘리자베스 1세와 열렬한 카톨릭 국가였던 스페인, 그러한 스페인이 앞세운 영국 왕위 서열 2위 메리 스튜어트. 메리 스튜어트의 처형으로 촉발된 영국 해군과 당시 무적함대로 불리우던 스페인 해군과의 전면전. 그 중심에 서있던 엘리자베스 1세의 고뇌와 갈등을 이 영화는 크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전작인 "엘리자베스"에서도 있었던 것으로, 메리 1세의 견제와 여왕 즉위 이후의 반대세력. 바티칸의 파문까지. 신교와 구교의 갈등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다루는 역사적 측면 뿐만 아니라 이 두 영화에서도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자, 여왕, 그리고 전사

전작이 로버트 더들리 경과의 로맨스, 그리고 엘리자베스 1세의 즉위를 통한 여왕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번 후속작에서는 거기에 또 다른 이미지가 추가되었습니다. "골드 에이지"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는 월터 라일리 경에게 마음이 끌리는 여자의 모습을, 그러나 그러한 여성의 모습보다는 결국은 왕권을 수호해야 했던 여왕의 모습으로, 나아가 스페인의 무적함대에 맞서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전사의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케이트 블란쳇
Long live the Queen, Cate Blanchett

케이트 블란쳇은 전작 "엘리자베스"를 통해 큰 스포라이트를 받으며, 엘리자베스 여왕의 환생이라는 찬사와 함께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등을 휩쓸게 됩니다. 이 후 그녀는 "리플리", "밴디츠", "반지의 제왕" 등을 통해 다양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2004년 "애비에이터"에서 전설적인 여배우 캐서린 햅번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 내어, 아카데미 최우수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나는 거기 없다"에서 밥 딜런 역을 소화하며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 이처럼, 연기력에 있어서는 더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없는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다시 한번 엘리자베스 1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칩니다. "당신의 오만을 날려버릴 바람이 불고 있다"는 스페인 대사의 도발에 "내 마음 속에는 스페인의 함대를 날려버릴 거대한 광풍이 불고 있다!" 며 일갈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이 영화에 더욱 큰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그녀 외에도 전작에도 같이 참여했던 제프리 러쉬와 새롭게 참여한 클라이브 오웬은 이 영화의 또다른 든든한 지지대일 것입니다.

그리고 워킹타이틀

흔히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 등의 로맨틱 코메디의 명가로 알려져 있는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이지만, 코언 형제의 "바톤 핑크", "파고",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와 "빌리 엘리엇", "밥 로버츠", "데드맨 워킹","플라이트 93" 처럼 그 영역에 제한이 없습니다. 이제 워킹타이틀은 명실상부한 가장 세계적이며, 그러한 것이 가장 영국적이라고 믿고 있는, 작품에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 제작사입니다.

해외 평가

"골든 에이지"는 북미에서는 지난 10월 12일 개봉했습니다.

대표적인 평가치들을 보면,
야후! 무비     :     전문가 평점 B, 유저 평가 B-
IMDB           :      7.1/10
루튼토마토   :     신선도 33% 평균평점 5/10

루튼토마토의 평가가 후속작에게는 다소 짠것을 감안한다면, 야후! 무비나 IMDB의 평은 준수한 편입니다.
전작과의 비교를 통해, 그 그늘을 지적하는 평론가들이 많은데, 역시 후속작에게는 성공한 전작이 큰 벽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 "골든 에이지"는 11월 21일 개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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