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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님은 먼곳에 (2008)

님은 먼곳에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에 이어 속칭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으로 불리우는 "님은 먼곳에"는 다분히 실망스러운 작품입니다.

영화는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군인인 남편이 월남에 간 사실을 안 아내 순이가 그 남편을 찾아 위문공연단 틈에 끼어 베트남으로 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이야기이기에 이 이야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에 가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남편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순이의 모습을 설명할 이유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70년대의 전통적 통념 속에서 시어머니의 반떠밀림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 남편에 대한 사랑? 남편에 대한 원망? 영화는 어떤 것 하나에도 방점을 찍어주지 않습니다. 순이는 베트남에 갔고 고생 끝에 남편을 만납니다. 영화는 기본적인 극의 모티베이션이 미약함으로 인해 이러한 전체 극의 이해를 심각하게 저해시킵니다. 동기부여가 불분명한 상황을 영화 내내 전개하는 것은 관객에게 이해못할 상황의 연속을 보여주며 그것은 곧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는 괴로움입니다. 전작들에서 남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던 이준익 감독이 처음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그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설명하기 난해한 존재였나 봅니다. 아마도 그러한 상황의 해결을 위해 선택한 것이 음악이었을테지만 그 음악과 노래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는 못합니다. 순이의 동기부여도 실패한 마당에, 순이 주변의 남성들의 캐릭터도 매력이 없습니다. 그들이 매력적이지 못한 것은 순이보다야 돈이라는 이유에서 베트남을 선택하는 것이 명확하나, 그 후에 순이의 노력에 동화되는 그 지점이 썩 개운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순이가 남편을 만나러 가게 하기 위한 급조된 성격이 강한 모습입니다.

"님은 먼곳에"는 태국 로케이션을 통해 촬영되었는데, 그 중에는 대규모 전투씬도 있습니다. 영화의 제작비가 올라간 것에는 그 장면이 한 몫 했을테지만 영화의 순간순간마다 등장하는 전쟁장면은 극의 흐름을 뚝뚝 끊어먹습니다. 물론 순이와 그녀의 밴드가 펼쳐보이는 위문공연 모습과 전쟁의 포화가 가득한 모습이 월남전쟁이라는 공간에서의 상반된 이미지이긴 하지만, (그래서 결국 한장소에서 두 이미지가 만나지만) 그 전투장면들의 등장 타이밍이 어딘가 엇박자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또한 월남전쟁을 다시 조명해보고자 하는 시선도 그리 효과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착하디 착해 보이는 베트공들의 모습과 그에 비한다면 오히려 악해보이는 미군 장교는 이전 미국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베트남전을 입장을 바꿔바라본 것 밖에 안됩니다. 또한, 한국군 역시 돈을 벌러왔다고하는데, 그 이면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는 모습은 더더욱 더 이 영화의 베트남전에 대한 시각에 동의할 수 없게 만듭니다.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베트남전을 그리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마 이런 영화에서 눈 여겨볼만한 것은 배우 수애 밖에 없습니다. '수애'라는 배우에게서 떠올려지는 이미지의 한계 내에서의 캐릭터가 아쉽긴 하지만, "가족"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로 크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영화에서 보이는게 이런 한 배우의 꾸준한 가능성, 혹은 그 결실의 일부 밖에 없다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을지 모르겠습니다.

P.S 영화 처음 배우 크레딧에 주진모가 나와서 다들 그 주진모를 찾으시던데, 영화 속 밴드에서 기타 치시는 분이 동명이인의 주진모 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