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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PIFF '08 리뷰] 카멜레온 (Chameleon, 2008)

카멜레온
별점을 보고 있는 여자. 그 여자 앞에 퀭한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그의 고민은 노후가 걱정된다는 것. 둘 사이의 약간의 섬씽이 있은 후, 여자는 남자에게 그가 카멜레온 별자리라고 말합니다.

남자의 이름은 고로. 그는 결혼사기단의 일원입니다. 세명이 한패를 이룬 그의 일당은 돈 많은 여성에게 접근해 결혼까지 약속을 하고, 그 과정에서 여자에게서 돈을 빌립니다. 그리고는 결혼식장에서 또 다른 동료가 깡패같은 채권자로 등장해 물을 흐리고, 결국은 결혼은 없던일로. 그 때 번 축의금을 자기 몫으로 얻는 식입니다. 여느날처럼 그런 사기극을 치룬 일행은 우연히도 한 남자가 납치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것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습니다. 그 남자의 정체는 한 장관의 비리를 폭로할 증인. 그것을 알게 된 일행은 혼란에 휩싸이고, 그들을 위협하는 손길이 덮쳐옵니다.

영화는 제목인 "카멜레온"처럼 변화무쌍합니다.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닌 쪽으로 말입니다. 이해의 범주를 넘어선 방향으로 영화는 정처없이 튀는데, 말그대로 역마살 맞은 전개입니다. 사기단이었다가 거대한 음모에 휩싸이며서 적에 쫓기는 고로. 쫓아온 적과 느닷없이 격투를 펼치고, 이어서 화려한 운전 솜씨를 발휘하며 카 체이싱 장면을 연출합니다. 그의 정체는 미상. 고아로 야쿠자 총알받이, 격투기 훈련생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이 고로는 가까워진 점봐주던 여자, 케이코와 함께 도망을 가다가 방심한 틈에 그녀를 잃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고로의 복수. 이렇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그 황당함에 어이를 잃을 정도입니다. 고로는 최종적인 복수로 자신을 위협하던, 뒷처리 전문인 RCA(Risk Cover Ageny)와 장관에게 싸늘한 복수를 합니다. 그 때 외치는 RCA 대표(토요하라 코스케, "노다메 칸타빌레"의 부채선생)의 한마디, '우리가 존재하기에 이 나라가 존재한단 말야.'는 다시 한번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보냅니다. 국가의 비밀에 접근한 평범한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다는 이야기는 사실 헐리우드 영화들에서 자주 반복되는 소재이긴 하나, 이 영화에서의 그 소재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인공과 그의 행동, 최소한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 억지스러운 전개와 호흡, 액션장면이 겹치면서 말그대로 황당한 영화가 되버렸습니다.

...부산까지 내려가 밤새면서 이 영화를 봐야하는 건지 하는 생각에 순간 잠도 달아나고, 깊은 우울함에 휩싸여버리게 한 작품으로, "데스 노트 - 라스트 네임"에서 라이토 역을 맡은 후지와라 타츠야, "노다메 칸다빌레"에서 키요라 역을 맡은 미즈카와 아사미, 키시베 이토쿠 같은 나름 익숙한 얼굴들을 낯설게 만들어버린 졸작입니다.

P.S 부산 내려가 영화를 많이 보다보니 보면서 틈틈히 영화에 대해 적어놓곤 했는데, 이 작품에 대해서는 마지막에...'-_-... 미치겠음'이라고 적혀있네요.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