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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과속스캔들 (2008)

과속스캔들
살다보면 때때로 전혀 기대치 않았던 상황에서 의외의 좋은 결과나 재미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반대일때가 많아서 그렇지, 종종 겪는 그런 경험은 그 순간을 더욱 즐겁게 합니다. 영화 "과속스캔들"은 기대와는 다른 의외의 결과로 인한 즐거움이 큰 영화입니다. 극장을 들락날락거리면서 영화 상영전 나오는 이 영화의 예고편을 많이도 봤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차태현이라는, "엽기적인 그녀" 한편의 캐릭터로 근 10년의 연기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배우의 존재도 그러했지만, 예고편 상으로 어떤 끌림 같은게 전혀 느껴지지가 않아서였습니다. 30대 후반의 연예인과 그 연예인의 딸이라고 찾아온 여자, 그리고 그녀의 아들. 소재도 눈에 띄지 않고, 꼬마아이가 나이에 맞지 않게 조숙(?)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간에 등장했던 영화 속 아역 캐릭터들이 대부분 그러했으니까 말입니다.

실제 영화상에서도 이 영화가 어떤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혹자들은 예고편 등의 마케팅의 문제라고도 하지만, 누가 가져다 한들 영화 이전의 마케팅만으로는 이 영화를 포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별난게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기대와는 다른 재미를 주었던 가장 큰 이유는 코메디 영화라는 본분을 잘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코메디 영화의 지저분한 특징 중 하나는 코메디를 코메디로 끝내려하지 않고, 꼭 불필요한 눈물샘을 자극하려는 몸부림을 친다는 것입니다. "과속스캔들"에 그러한 면이 전혀 없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절제의 미덕을 충실히 살린 편입니다. 코메디 답게 적절한 때에 웃겨주고 빠져주고, 딴길로 안새는 호흡 조절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주인공인 박보영 - 차태현 - 왕석현 의 배우들이 보이는 연기 앙상블도 이 영화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한 요인입니다. 차태현이야 사실 앞에도 언급했지만 한우물만 파다보니 식상할지언정 어색하지는 않고, 박보영은 갓 주연 타이틀을 딴 배우 답지 않게 안정적인 연기를 펼칩니다.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아역배우 왕석현의 연기도 귀엽고 말입니다.(왕석현이 연기한 황기동 캐릭터의 성격이 잘 맞아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는 조숙함이 식상함이나 거부감으로 치닫지 않고 그저 웃음이란 목적에만 맞게)차태현의 식상함을 그저 웃음으로 넘기며 받아들이게 하는 데에는 이 두 배우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의 한국 코메디 영화가 기본만 충실히 했어도 관객의 발길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을 이 "과속스캔들"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감히 말하자면, 한국영화계가 지향해야 할 바는 "놈놈놈" 같이 수백억이 들어가는 블럭버스터(그로 인한 과도한 스크린독점)가 아니라, 이러한 중간규모 영화들입니다. 모 아니면 도 식의 블럭버스터가 남기는 황폐함보다는 이러한 중간규모 영화 여러편이 만들어내는 아기자기함이 한국영화의 미래에 있어서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P.S ...올한해 한국영화 중 최고의 코메디 영화는 "미쓰 홍당무"인데, 그 영화가 흥행을 못한게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결국은 관객이 문제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