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Review

[리뷰]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Terminator Salvation, 2009)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제임스 카메론이 창조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그가 마지막으로 메가폰을 쥔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로 마침표를 찍었어야 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본인의 말대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리하게 만든 "터미네이터3"는 제임스 카메론의 그 말을 증명하며 팬들에게는 아예 없는 존재처럼 여겨집니다. (LG 트윈스 팬들의 금지어처럼.)

그리고 6년이 흘러 개봉한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하 터미네이터4)은 자신이 스스로 외전격임을 인정하는 영화입니다. 영문제목 "Terminator Salvation"에서 보이듯이 그간의 후속편과는 다르게 숫자를 달고 있지 않습니다. 제목부터 자신의 차이를 드러내며 기존의 시리즈와는 다른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맥지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할만 한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영화는 '심판의 날' 이후, 기계들이 지배한 세상에서 기계들에 맞서 저항군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201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세 편의 시리즈에서 잠깐씩 보여줬던 바로 그 미래입니다. 존 코너(크리스챤 베일 분)은 그의 어머니 사라 코너가 했던 말처럼 저항군의 리더로서 스카이넷을 토벌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마커스 라이트(샘 워싱턴 분)라는 정체불명의 사내와 조우하게 됩니다.

이야기 구조 상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시리즈의 핵심 구조였던 쫓는 자와 쫓기는 자라는 관계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존 코너가 마커스와 만난 후 드러나는 마커스의 정체와 존 코너가 스카이넷 본부에 침입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영화의 구조는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성을 나타냅니다.

팬들은 맥지가 연출을 맡았을때 크게 반발했습니다. 고작 "미녀삼총사" 시리즈를 만든 감독이 감히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연출을 맡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하게 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 말 속의 의미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맥지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흔히 말하는 MTV 스타일을 구사하는 감독입니다. 영상적 화려함이나 카메라 기교를 통한 눈요기에는 능합니다. 맥지는 그의 장기를 잘 살려서 크나큰 액션장면의 연출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합니다.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액션신은 분명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런 맥지 같은 스타일의 감독들의 단점은 딱 거기까지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들의 가장 큰 약점은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꾼'으로의 재주는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전개에서 어떤 식으로 강약을 주며 흐름을 이끌어나가야 할지를 잘 모릅니다. 강 부분은 액션신이고, 약 부분은 드라마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흘러갑니다. 이번 영화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액션신의 비중이 상당하지만 드라마는 완급조절이란 말을 꺼내기 민망할 정도로 힘을 기울이지를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크리스챤 베일이란 너무도 좋은 배우를 데려다가 그저 고함만 고래고래 지르다가 영화의 엔딩을 맞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 및 배우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맥지는 자신의 한계를 이 영화에서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눈요기만으로는 보는 이들을 극 속으로 빨아들일 수 없습니다. ("트랜스포머" 급이 아니라면.)

영화는 여러모로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을 드러내려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터미네이터1,2"와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고 오히려 '금지어'와 가까운 쪽이라는 것입니다. 액션신이 '금지어' 보다 더 눈을 사로잡긴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다른 영화들보다 눈에 띄는, 확연히 나은 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영상미적 측면에 더해 이야기가 처지면서 그저 흔한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을 배경으로 한 헐리우드산 SF 블럭버스터라는 느낌이 강할 뿐입니다. 지난 시리즈의 대사나 요소를 빌려서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는 차별은 '금지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그저 시리즈의 외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입니다.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적자가 아닙니다. 영화에서 강조하는 '두번째 기회'는 외려 구차해보입니다.

혹자들은 이제 '제임스 카메론'을 잊으라고 합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손을 뗀 후, 시리즈에는 많은 부침이 있었습니다. 즉, 잊을만한 어떤 동기 유발도 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저도 바라봅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그것을 과거의 것으로 남길만한 새로움과 강렬함을 지닌 것을 말입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마무리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라면, 팀 버튼의 "배트맨"과 거의 같은 위치, 아니 혹은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과 같은 그런 "터미네이터"가 나와야 합니다. 맥지가 만들어낸 이 "터미네이터"는 분명 아닙니다.

P.S 개인적으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1>2>3>4 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차라리 이번 4편보다 '금지어'가 더 낫습니다. 정말 '금지어'에서 닉 스탈이 캐스팅 되지만 않았더라도..쿨럭...

P.S2 맥지의 낚시질.. 언제는 IMAX DMR 2D로 개봉한다더만..

P.S3 씨너스 이수5관의 사운드는 그저 감동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전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의 사운드 레코딩 자체가 너무 얌전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건재한 씨너스 이수5관. 역시 소스가 좋아야 합니다.

<이 글의 연관글>
2009/05/09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새 스틸 사진 공개
2009/05/08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4분 분량의 새로운 영상 공개
2009/04/10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새 포스터 공개
2009/03/22 - [Movie/News] - 워너, "터미네이터4"의 엔딩 바꿔
2009/03/20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새 포스터 공개
2009/03/17 - [Movie/News] - 린다 해밀턴, 목소리로 "터미네이터4"에 등장
2009/03/03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두번째 정식 극장용 예고편 공개
2009/03/02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새로운 포스터 및 스틸 사진 공개
2009/02/28 - [Movie/News] - 맥지, "터미네이터4"는 "트랜스포머"보다 더 리얼하다
2009/02/25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새로운 이미지 공개
2009/02/09 - [Movie/News] - "터미네이터4"에 CG 아놀드 슈워제네거 등장할 것으로 보여
2009/02/07 - [Movie/News] - 크리스챤 베일, 욕설 논란에 대해 사과
2009/02/03 - [Movie/News] - "터미네이터4"의 조감독이 밝힌 크리스챤 베일 욕설 논란
2009/02/03 - [Movie/News] - "터미네이터4"의 T-600 공개
2009/02/03 - [Movie/News] - 크리스챤 베일, "터미네이터4" 촬영 중 격노
2009/02/02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새 스틸 및 감독 맥지가 밝힌 이야기들
2009/01/19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IMAX DMR 2D로 개봉
2009/01/15 - [Movie/News] - 감독 맥지가 밝힌 "터미네이터4"에 관한 이야기들
2009/01/13 - [Movie/News] - 맥지, 마이클 베이의 발언에 반박
2009/01/10 - [Movie/News] - 마이클 베이, '"터미네이터4"는 "트랜스포머"를 베꼈다'
2009/01/10 - [Movie/News] - 대니 엘프먼, "터미네이터4"의 음악 맡아
2008/12/16 - [Movie/News] - "터미네이터5"는 이미 기획 중
2008/12/10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두 번째 예고편 공개!
2008/12/05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정식 예고편 맛보기
2008/07/29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첫 티저 포스터 공개
2008/07/17 - [Movie/News] - "터미네이터4", 첫 티저 예고편 공개
2007/08/23 - [Movie/News] - 클레어 데인즈 "터미네이터4 출연에는 관심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