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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스위니 토드
영화 “스위니 토드”는 1979년 초연된 스티븐 손더하임의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영화는 팀 버튼이 연출을 맡았고, 그의 페르소나인 조니 뎁이 주인공인 스위니 토드를 연기했습니다. 작년에 국내에서도 공연된 뮤지컬이지만, 제가 보지 못한 관계로 뮤지컬과의 비교를 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사실, “스위니 토드”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팀 버튼과 조니 뎁의 팬으로써 가슴이 두근두근)82년 공연된 “스위니 토드” 뮤지컬 영상을 보긴 했지만, 실제 무대에서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무리겠지요. (그래도 굳이 비교하자면, 몇몇 뮤지컬 넘버가 빠지고 그 과정을 통해서 안소니와 조안나의 러브라인보다는 주인공인 스위니 토드와 그의 복수에 좀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정도가 있겠네요. 자세한 비교는 직접 뮤지컬을 보시고 영화를 보신 분들이 해주실테니...)

“스위니 토드”는 한 남자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벤자민 바커. 아름다운 부인과 딸을 가진 행복한, 그리고 순진했던 사내. 그의 아름다운 부인에 흑심을 품은 터핀 판사에 의해 그는 억욱할 누명을 쓰고, 저 멀리 오스트레일리아 감옥에 갖히게 됩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후, 가까스로 감옥을 탈출해 다시 런던 땅을 밟은 그의 눈에 보인 런던은 익숙한 거리지만 온갖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암흑의 도시입니다. 벤자민 바커는 스위니 토드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가리고, 복수의 칼날을 세웁니다.

스위니 토드의 이야기는 원래 160명을 살해했다는 연쇄살인범의 실화인지 허구인지 모를 이야기였으나, 후에 연극으로 만들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복수의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스티븐 손더하임이 그 연극의 줄거리를 뮤지컬로 만든 것이구요. 행복했던 한때, 악한 이들에 의해 행복이 깨지고, 그에 이어지는 억울한 감금과 고통. 그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행하는 한 사내. 무엇인가가 떠오르지요? 아마 처음 연극으로 이 이야기를 만든 극작가 크리스토퍼 본드는 알렉상드로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그 모티브를 따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랑하던 여자와 생이별을 하게 되는 에드몽 당테스/몬테크리스토 백작과 벤자민 바커/스위니 토드. 남의 여자를 탐하고, 질투하고 결국은 한 사내를 세상의 밑바닥까지 떨어뜨리고 마는 페르낭, 당글라르, 빌포르와 터핀 판사. 이러한 억울한 누명과 그에서의 탈출, 복수의 이야기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후로 수없이 재생산되었지만 그 복수라는 강렬한 주제는 여전히 보는 이들에게 큰 인상을 남깁니다. “스위니 토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는 스위니 토드의 모습과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만든, 비극을 방치하고 조롱으로 삼았던 사회적 무관심, 인육파이라는 또 다른 자극적 소재 및 언제나 억압받던 '아래층' 피지배계급이 '윗층' 지배계급에 칼날을 들이대고 나아가 먹어버리는 사회 전복적인 발상, 복수의 끝에서 다다르게 되는 비극적 결말까지. “스위니 토드”의 이야기는 복수라는 그 소재 자체를 넘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합니다.

감독 팀 버튼과 촬영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그들은 필름느와르와 흑백영화, 더불어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고전호러영화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그런 성향은 영화에 잘 드러납니다. 흑백영화 같이 제한된 색의 표현과 어두운 톤. 그로 인해 더욱더 강하게 다가오는 암울한 영화의 분위기. 잔혹하고 비극적인 스위니 토드의 이야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모습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스크린 위에 뿜어지는 붉은 피는 어느 때보다 더욱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소재를 살리는 영화의 분위기에 또 한몫하는 것이 스위니 토드 역의 조니 뎁과 러빗 부인 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의 모습입니다. 눈밑 가득한 다크 써클과 초췌해져 보이는 모습은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입니다. 영화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위에도 언급되었던, 감독의 취향과 의도 역시 한 몫 한 듯 싶습니다. 고전 흑백 영화에서는 여자 배우들 뿐만 아니라, 남자 배우들 역시 눈 주위와 눈 밑은 짙에 화장을 했었습니다. 당시의 여성의 미의 기준이 다크 써클이 짙은, 그리고 초췌해져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그것을 넘어서 연극이나 영화에서는 얼굴의 입체감을 살리고, 표정의 강조 및 그를 통해 감정의 표현을 돋보이게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화장 속, 스위니 토드의 눈에 가득한 복수의 집념은 더욱 더 확고하게 드러납니다. 모든 것을 잃고, 증오와 분노가 가득한 그런 모습 말입니다.

영화 "배트맨"을 연출했을 때, 팀 버튼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이었고, 이전의 것을 그대로 베끼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작품 전체의 어떤 분위기가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졌다고 봅니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사실 그것을 원하지 않을까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스티븐 손더하임의 "스위니 토드"가 아니라 팀 버튼의 "스위니 토드"가 스크린에 가득했으니까요. 그게 핵심입니다.

스위니 토드

큰 성공을 거둔 뮤지컬이 원작이기에 영화 속 노래들에 대해서는 뭐라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암울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예를 들어 피델리의 장면 같은 부분은 살짝살짝 웃음을 주면서 과도할 수 있는 긴장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피델리의 캐스팅이 굉장히 만족스러운데, 샤차 바론 코헨이 맡은 이 이발사는 이탈리아 억양을 흉내내는데, 그 모습이 마치 “보랏...”에서의 ‘My name is Borat.'을 말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더 웃음을 자아냅니다. 소시적에 밴드의 기타리스트를 한 것은 알았지만, 스위니 토드 역의 조니 뎁의 노래 솜씨도 기대 이상의 훌륭한 모습입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표출하는데 있어서, 그 캐릭터의 비쥬얼에 큰 성패가 달렸다고 믿는 조니 뎁. 뮤지컬 영화로서 캐릭터의 노래를 통해 그것을 드러내는 것 역시 중요한데, 그에 있어서 조니 뎁은 성공적입니다. 영화속 스위니 토드의 모습과 그의 노래, 말투가 갖는 힘은 대단합니다. 거기에 더해 조니 뎁의 팬이라면 그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정도랄까요.

위의 내용에서 느끼실 수 있듯이 저에게 영화 “스위니 토드”는 크게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의 팬으로서 그들의 여섯 번째 만남에 큰 기대를 품었고,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준 영화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감독인 팀 버튼이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R등급 뮤지컬’입니다. 칼날의 움직임에 따라 솓구치는 선혈의 낭자함과 살인 장면은 그런 류의 영화를 꺼리는 분들에게는 분명히 큰 감점 요소일 것입니다. 뮤지컬 영화에 일종의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들도 상당수이구요. 국내의 보편적인 관객의 성향으로 볼 때 큰 흥행을 거두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뭐, 사실 기존의 팀 버튼 감독의 영화도 국내에서 그다지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요.) 하지만, 그런 잔인함 등에 대해서만 극복한다면 이 영화는 분명 큰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입니다. 그런데에 여의치 않는 분들이시라면 더욱 큰 만족을 얻으실테구요. 다분히 개인적인 감상의 결론은 결국 팀 버튼, 조니 뎁. 만세입니다. 혹시라도 이 영화가 메가박스 M관에 걸린다면 재감상 들어갑니다. 하긴, 그 여부를 떠나서라도 시사회로 본 것이 필름 버전이었기 때문에 디지털 상영으로 다시 한번 더 볼 것 같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확인해보니 메가박스에서는 M관은 물론, 2관에서도 밀려버렸네요. 결국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즐겨찾는 용산CGV에서 디지털 상영으로의 재감상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용산CGV에 개봉날에는 디지털 상영은 안 걸리는군요. 다시 메가박스로 급선회해야겠습니다.

'You sir, how about a shave?'

P.S  필름 상영으로 시사회를 보고, 오늘 디지털 상영으로 재관람하였기에 추가로 말씀드리면 가능하시다면 (당연히) 디지털 상영으로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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