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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A Man Who Was Superman, 2008)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정윤철 감독의 전작들을 모두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말아톤"은 조승우 때문에, 입대 3일 앞두고 메가박스에서 했던 유료시사회를 통해서, "좋지아니한가"는 박해일이 나온다기에(우정출연이었지만서도.. 정작 그가 주연으로 나온 "극락도 살인사건"은 못 본...) 봤습니다. 그런 두 전작을 통해서 이번 "슈퍼맨이 되었던 사나이"(이하 슈퍼맨)에서야 비로소 정윤철 감독 연출이라는 이유 때문에 봤습니다.(우연찮게 시사회를 통해 봤지만, 아니었다면 개봉날 봤을거예요.)

말아톤은 정윤철 감독의 데뷔작으로 관객 520만을 동원하며서, 흥행에 성공했고, 차기작 "좋지아니한가"는 그에 실패했습니다. "좋지아니한가"의 흥행은 저조했습니다만,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의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다른 면에서는 "말아톤"보다도 더 만족을 얻었던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번작이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영화 "슈퍼맨"은 바로 전작인 "좋지아니한가"보다는 "말아톤" 쪽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좋지아니한가"의 실패로 인해 전에 흥행했던 류의 감동적 소재와 주제를 선택한 듯 합니다. 그런 주제를 위해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황정민(슈퍼맨 역)과 그런 그를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PD 전지현(송수정)을 등장시킵니다.

영화의 주제는 처음부터 명확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을 도울 수 있는 힘이 있고, 그러니 도와야한다.' 슈퍼맨(황정민)은 말 그대로 아무 이유없이 (때론 미친 사람마냥) 사람들을 돕고, 지구온난화를 걱정합니다. 송수정은 그런 그에게 관심을 드러내지요. 좋은 취재거리니까요. 슈퍼맨을 맡은 황정민의 기행(?)은 웃음을 자아내는데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한몫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런 그의 행동의 뒤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보는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영화는 계속 그의 기행을 비춰줍니다. 그 과정에서 송수정은 점차 그에게 관심을 넘어서 동화가 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송수정이란 인물은 어쩌면 관객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슈퍼맨을 보고 호기심이 동하고, 그에 대해 궁금해 하는. 관객은 여전히 슈퍼맨에 대해 궁금해하고, 계속되는 그의 기행에 오히려, 슈퍼맨인가 뭔가 정말 미친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는데 비해 송수정은 반대로 그를 이해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캐릭터가 그런 방향으로 관객을 이끌어나간다면야 좋은 모습이겠지만,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듭니다. 그녀가 동화되는 과정에 전혀 동감이 안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일종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슈퍼맨의 드러나는 과거 역시, 지극히 신파적이고 그래서 싱겁기까지 합니다만 어찌보면 쉽게 먹힐 수 있는 소재로도 보입니다. 그렇지만, 역시 단순히 그 이유로만으로는 약했다는 판단이었는지(..예, 좀 그렇고 뻔하긴 합니다.) 슈퍼맨의 과거를 또 하나 더 드러냅니다. 머리 속에 박혀있던 클립토나이트의 정체를 말이죠. 우리정치/사회사의 아픈 사건을 드러냈는데, 사실 좀 뜬금없습니다. 현재의 한국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감독들이 이전 세대의 감독들보다도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영화 속에서 더 드러내고 또한 절충해가는 과정에서의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습니다만, 이번 작품에서의 그 의도는 오히려 영화에 방해되는 요소로 작용한 듯 싶습니다.

송수정 역을 맡은 전지현은 여전히 발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 똑같은 모습입니다. 감독 역시 그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영화가 진행될 수록 그녀의 대사보다는 표정 쪽에 주안을 두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종목이니까요. 황정민도 처음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이나, 슈퍼맨의 반복되는 행위에, 나아가 신파적인 요소까지 추가되면서 캐릭터 자체에서 부담스러움이 묻어납니다. 더불어 당연히 그의 연기도 점차 힘을 잃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드라마류에 있어서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도 또 하나의 관건일 것입니다. "말아톤" 역시 그러했구요. 초원이가 미소를 지었던 것처럼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슈퍼맨도 미소를 짓습니다만, 그것을 있게 한 감정의 울림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슈퍼맨"에서는 클라이막스에 버금가는 그 이상의 감정의 고조를 너무 앞서서 남발한 듯 싶습니다. 아니면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위치한 그 감정이 너무 얕았던지요. 어떤 이유였던지 정작 가장 큰 울림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그것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무대인사에서 정윤철 감독이 말하기를, 극장개봉판에는 에필로그가 조금 더 추가될 것이고 그를 통해서 더 감동을 자아낼 것이라고는 합니다만 에필로그에서의 추가만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감정이 얼마나 더 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좋지 아니한가"를 통해서 정윤철 감독의 신작을 기대했던 저에게는 다분히 실망이었고, 또한 "말아톤"에 비한다하더도 역시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2008/01/24 - [잡동사니] -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시사회에서 생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