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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브릭 (Brick, 2005)

브릭
소년 탐정 김전일, 아니 브랜든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브릭”은 하수구 입구에서 그가 예전 여자 친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죽음. 그 시작과 원인을 찾아가는 것이 이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브릭”은 브랜든이라는 탐정격 인물을 내세운 범죄 미스테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범죄 느와르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는데, 배후에 있는 모종의 인물, 정체를 알 수 없는 매혹적인 여성, 완력만 사용하는 거친 하수인과 히트맨 등의 캐릭터들, 점점 나아갈수록 꼬이고 커져가는 이야기 전개와 반전, 대사 등에서 그러한 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이걸로 끝이었다면, 진부한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으나, 그 배경을 고등학교로 설정하면서 이야기는 확 달라집니다. 바바리 코트를 걸치고 있는 것이 어울릴 듯한 주인공 탐정은 코트 대신 낡은 자켓에 두 손을 푹 쑤셔넣은 채 돌아다니고, 학교라는 조직 내에서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교감입니다. 교감은 전에 그를 통해 교내에서 마약을 팔던 학생을 적발했고, 계속 그를 이용하려는 존재. 탐정격인 브랜든이 예전 여자 친구의 주변을 탐문하면서 묻는 것은 그녀가 요즘 ‘누구와 점심을 같이 먹느냐’인데, 느와르에서 등장하는 세력들을 점심을 같이 먹는 부류들로 변주한 것입니다. 학교 내에 마약을 배급하는 핀은 비밀스런 배후 인물답게 잔뜩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순간 그의 어머니가 제공하는 음료수를 먹고 있는 얌전한 신세로 비춰집니다. 거기다가 건배를 할 때 그의 잔에 담겨 있는 것은 하얀 우유. 이렇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마약 판매라는 범죄 행위이고, 살인까지 발생합니다.

영화는 이런 고등학교라는 배경의 변화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장르의 성공적인 변주를 이루어내고, 그럼으로써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브릭”은 이러한 변화로 재미를 추구하는 면이 큰 영화이지만, 영화 자체의 모양새 역시 좋은 영화이며 느와르의 배경을 고등학교로 옮겨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보인다는 점에서 어쩌면 교내 마약, 총기사건 등 현재의 미국 고등학교의 씁쓸한 단면을 드러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