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지스, 패티 스미스, 러너웨이스의 펑크락 음악을 좋아하며, 다리오 아르젠토의 슬래셔 호러 무비를 즐기는 16세 소녀가 있습니다. 주노 맥거프. 영화 “주노”의 주인공입니다. 주노는 그녀의 취향에서 느낄 수 있듯이 참 당돌한 소녀입니다. 1년 전 스페인어 수업 때, 찍어 둔 폴리 블리커를 계획대로 끌어들여 의자에서 첫 경험을 한 아이지요. 후에 임신 사실을 안 주노는 처음에는 낙태를 하려고 하지만, 친구의 ‘뱃 속의 아기는 손톱도 있어.’라는 말에 포기하고 다른 친구와 함께 아이를 입양시킬 양부모를 직접 찾습니다.
영화 “주노”는 십대의 임신이란 나름 진중하고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를 무겁게 만든다거나 어떤 편향적인 시선을 가지고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영화는 주노라는 열 여섯살 소녀가 임신을 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 ‘유쾌함’은 영화 속 매력적인 캐릭터들에서 나옵니다. 주인공인 주노 자체가 그렇거든요. ‘맥거프 가문이 유머가 센 집안인데, 얘가 그중에서 가장 드세요.’ 라는 아버지 맥의 말처럼 그녀는 참으로 시니컬하고, 자신은 딱히 의도치 않은 일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거친 유머를 구사합니다. 아버지인 맥은 딸의 임신 소식을 듣고, 당황은 하지만 화보다는 오히려 딸을 이해하려하구요. 새어머니인 브렌도 기존의 ‘새엄마’ 이미지와는 달리 친엄마 그 이상으로 양녀를 아낍니다.
이런 주노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십대의 임신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보다는 다른 것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자신의 아이의 양부모가 될 이들이라고 104% 확신했던 마크와 바네사 부부의 갈등을 보며, 주노는 가슴 아파합니다. 그저, 자신의 아이가 사랑을 받으며 살 행복한 부부를 찾은 것인데, ‘왜 한번 사랑해 결혼했는데, 두 번은 사랑을 못하는지.’ 그 결론이 무엇인지는 주노가 살아가면서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 주노는 17세이고, 그녀의 곁에는 같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를 폴리가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주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연인 엘렌 페이지입니다. 뒷말을 낮게 끄는 그녀의 억양과 함께 이야기되는 유머들, 주노의 캐릭터에 딱 맞는 표정 연기. 해외의 평들을 빌릴 것도 없이 한마디로, 엘렌 페이지,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사랑스러워질 정도니까요.
(영화사의 홍보 문구대로) 104% 남다른 주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주노”. 나름 자신있게 , 104%의 재미를 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추천드립니다.
P.S 시사회를 양도해주신 DP의 用心棒님께 감사드립니다.
P.S2 국내 개봉일은 2월 21일입니다.
P.S3 "주노"가 알려지면서 부터 나오는 "제니,주노"와의 관련 이야기. 이 영화가 그 영화의 표절이라면, "화성침공"과 "인디펜던스데이" 류의 영화들은 모두 "우주전쟁"의 표절입니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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