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 무엇일까요? 기본부터 확실히 하자라던가 중간이라도 하자 아닐까요? 참 말은 쉬워보이고, 그래 보이지만 또 막상 해보면 그렇지도 않으니까 말입니다.

한 매니지먼트 대표와 그가 잃어버린 핸드폰을 주운 정체불명의 남자가 옥신각신 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핸드폰"은 휴대폰이라는 너무도 익숙하고 현대인의 생활에서 떨어질 수 없는 문명의 이기를 가지고 현대사회에 만연한 소통의 부재와 사람과 사람사이의 기본적인 배려의 부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휴대폰을 통해 너무도 쉽게, 그리고 즉각, 아무리 멀리 떨어진 다른 누구와도 직접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정작 때로는 가장 소중한,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는 하지 못하는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영화는 잃어버린 핸드폰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그것을 조명합니다.

소재와 그 주제는 좋습니다. 문제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릴러란 장르를 통해 저 주제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너무도 실망스럽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협박을 당하는 오승민(엄태웅 분)의 예의없고 거친 행동들을 보여준 이후에 그를 협박하던 정이규의 정체를 드러내보입니다. 그리고는 정이규의 배경을 보여줌으로써 주제를 결부시켜나가며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당위성을 부위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당위성을 향한 노력은 정이규라는 존재에 대한 동정으로 변모할 소지가 다분하며 이 둘에 대한 시각차이가 순식간에 변해가는 상황은 관객들에게 두 명의 캐릭터에 대한 정의 자체에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전개과정에서 꼭 필요한 각종 사건에게도 너무 부차적인 상황의 설정과 겉도는 이야기가 많아서 전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주며, 그 필요한 사건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작위적인 느낌을 입힘으로 인해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쫓고 쫓기는 느낌이 주는 재미는 흐지부지한 상황에서 끝까지 별 필요없는 부차적인 반전의 시도는 안쓰러워보이기까지 합니다.

이 영화는 상업영화입니다. 그리고 장르영화입니다. 이러한 조건에 따라 갖추어야할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그 장르가 주는 쾌감과 재미를 관객에게 먼저 제공하는 것입니다. 왠지 의미있고, 거창해보이는 주제? 그건 일단 이 기본부터 해결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일제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는 1944년의 조선. 석굴암 불상의 이마에 꽂혀있었다는 ‘동방의 등불’이라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발견되면서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은 시작됩니다. 미레르빠의 여가수 하루꼬(춘자, 이보영 분)는 밤이 되면 ‘해당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도적이고, 사업가 행세를 하며 그런 춘자의 정체도 모른 체 그녀에게 추근덕대는 사기꾼 가네마루(오봉구, 박용우 분). 그 둘은 둘다 ‘동방의 등불’을 노리다가 훔치는 과정에서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일제는 잃어버린 그 다이아몬드를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미네르빠의 사장(성동일 분)과 요리사(조희봉 분)로 분하고 있지만 실상은 독립운동가인 두 콤비는 오늘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어디선가 지령을 받고는 계획을 꾸밉니다.

‘독립군의 시대는 가고, 사기꾼의 시대가 왔다!’라는 메인헤드카피를 당당히 내세우고 있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이지만, 결국 이 영화의 귀결은 독립군의 이야기이고, 일제 치하의 이야기이며, 광복의 이야기입니다. 일제의 잔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원죄로 그 시대 배경을 다루는 데에 어려움이 많은 것은 인정하나, 그 배경을 계속 그리고 그저 민족주의 코드로만 남용하는 모습은 볼썽사납습니다. 포스터에서 보이기로는 이 영화는 마치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 “내셔널 트레져”를 꿈꾸는 듯 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에 더해, ‘동방의 등불’을 찾아나서고 그에 얽히는 모습들이 위의 영화들 같은 류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재미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기에 실망만 자아냅니다. 이 영화가 제공하는 재미라는 것은 그저 빨간 양말 양정팔스러운 캐릭터의 두 콤비가 주는 사소한 웃음 뿐.

영화 속에서 봉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오까네가 아리마센’이라고. 경제도 어렵고 그러다보니 관객들도 역시 ‘오까네가 아리마센’임에도 설날을 앞두고 있으니 먹힐 거라 생각했는지, 이렇게 시원찮은 코메디로 포장한 시즌용 민족주의 자극성 영화를 통해 관객들 돈 뜯어내려고 생각한 영화계 제작자들은 정말 대가리 박고 ‘스미마셍’ 해야 됩니다. 아, 조금은 덜 박으셔도 되요.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같은 주에 개봉한 “라듸오 데이즈” 보다야 그나마 작은 웃음이나마 준다는 점에서 조금은 나으니까요.

P.S 역시 영화는 그 감독을 보면 대충 답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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