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나비처럼
총체적 난국.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말하는데 있어서 이만한 표현이 더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승우, 수애가 주연을 맡은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이미연이 "나 가거든"의 뮤직비디오에서 연기한 '나는 조선의 국모다.'의 명성황후 이미지와 그리 다르지 않은 명성황후 민자영을 그리고 있습니다. 둘다 야설록의 소설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0분 가량의 뮤직비디오와 2시간의 영화를 비교한다는 것은 좀 어폐가 있습니다만 무리를 해서 비교하자면 차라리 그 10분짜리 뮤직비디오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영화는 무명(조승우 분)의 어린시절과 이어서 무명과 민자영(수애 분)의 만남을 보여주며 시작해 연결고리 없는 사건과 사건의 배치로만 이어나가다 명성황후의 죽음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2시간의 이야기를 보여줌에 있어서 앞뒤 사건 사이의 정황이나 이음새를 가다듬지는 못하고 그저 멀리 떨어져있는 징검다리 돌 위를 위태롭게 건너뛰고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습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모양새만 보여주는 것으로 극의 전개와 상황의 변화를 관객이 납득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극으로서, 명성황후와 해당 시대의 그 밀접한 관계를 그려내기에도 실패하면서 영화는 멜로 영화로서의 위치도, 시대극으로서의 위치도 잡지 못하는 꼴을 보입니다.

극의 연결성을 떨어뜨리는 데에는 액션신도 한 몫을 합니다. 급작스러운 등장으로 전개의 맥을 딱 끊어먹기 때문인데 더 큰 문제는 액션신 그 자체로 보더라도 난발된 CG부터 해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중간의 대결장면은 마치 "1724 기방난동사건"의 그것을 보는 듯 해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영화에 있어 무엇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하는지를 분간 못하고 눈요기로 어떻게 좀 해보려는 듯 한데 여러모로 패착입니다.

영화의 완성도 여부와 그에 대한 책임은 결국 감독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어떤 때는 가혹하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번 영화만큼은 무엇보다도 감독의 탄식이 나오는 연출력이 영화가 최악의 길로 빠지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이 자명하기에 다른 어떤 이유도 내밀지 못할 것입니다. 조승우와 수애라는 그 나이 또래에서 인정받은 배우들과 100억원에 가까운 제작비를 들여 나온 결과물이 이러하기에 그 초라함은 커져만 갑니다.

님은 먼곳에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에 이어 속칭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으로 불리우는 "님은 먼곳에"는 다분히 실망스러운 작품입니다.

영화는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군인인 남편이 월남에 간 사실을 안 아내 순이가 그 남편을 찾아 위문공연단 틈에 끼어 베트남으로 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이야기이기에 이 이야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에 가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남편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순이의 모습을 설명할 이유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70년대의 전통적 통념 속에서 시어머니의 반떠밀림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 남편에 대한 사랑? 남편에 대한 원망? 영화는 어떤 것 하나에도 방점을 찍어주지 않습니다. 순이는 베트남에 갔고 고생 끝에 남편을 만납니다. 영화는 기본적인 극의 모티베이션이 미약함으로 인해 이러한 전체 극의 이해를 심각하게 저해시킵니다. 동기부여가 불분명한 상황을 영화 내내 전개하는 것은 관객에게 이해못할 상황의 연속을 보여주며 그것은 곧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는 괴로움입니다. 전작들에서 남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던 이준익 감독이 처음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그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설명하기 난해한 존재였나 봅니다. 아마도 그러한 상황의 해결을 위해 선택한 것이 음악이었을테지만 그 음악과 노래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는 못합니다. 순이의 동기부여도 실패한 마당에, 순이 주변의 남성들의 캐릭터도 매력이 없습니다. 그들이 매력적이지 못한 것은 순이보다야 돈이라는 이유에서 베트남을 선택하는 것이 명확하나, 그 후에 순이의 노력에 동화되는 그 지점이 썩 개운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순이가 남편을 만나러 가게 하기 위한 급조된 성격이 강한 모습입니다.

"님은 먼곳에"는 태국 로케이션을 통해 촬영되었는데, 그 중에는 대규모 전투씬도 있습니다. 영화의 제작비가 올라간 것에는 그 장면이 한 몫 했을테지만 영화의 순간순간마다 등장하는 전쟁장면은 극의 흐름을 뚝뚝 끊어먹습니다. 물론 순이와 그녀의 밴드가 펼쳐보이는 위문공연 모습과 전쟁의 포화가 가득한 모습이 월남전쟁이라는 공간에서의 상반된 이미지이긴 하지만, (그래서 결국 한장소에서 두 이미지가 만나지만) 그 전투장면들의 등장 타이밍이 어딘가 엇박자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또한 월남전쟁을 다시 조명해보고자 하는 시선도 그리 효과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착하디 착해 보이는 베트공들의 모습과 그에 비한다면 오히려 악해보이는 미군 장교는 이전 미국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베트남전을 입장을 바꿔바라본 것 밖에 안됩니다. 또한, 한국군 역시 돈을 벌러왔다고하는데, 그 이면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는 모습은 더더욱 더 이 영화의 베트남전에 대한 시각에 동의할 수 없게 만듭니다.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베트남전을 그리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마 이런 영화에서 눈 여겨볼만한 것은 배우 수애 밖에 없습니다. '수애'라는 배우에게서 떠올려지는 이미지의 한계 내에서의 캐릭터가 아쉽긴 하지만, "가족"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로 크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영화에서 보이는게 이런 한 배우의 꾸준한 가능성, 혹은 그 결실의 일부 밖에 없다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을지 모르겠습니다.

P.S 영화 처음 배우 크레딧에 주진모가 나와서 다들 그 주진모를 찾으시던데, 영화 속 밴드에서 기타 치시는 분이 동명이인의 주진모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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