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게임”은 일본 만화에서 소재를 따왔다고 합니다만, 해당 만화를 보지 못한 관계로 어떤 식으로도 비교는 못할 듯 싶습니다. 영화는 한 번의 내기로 인해 자신의 몸을 잃어버린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화가인 민희도(신하균 분)는 어느 날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되고, 그 전화로 인해 한 늙은 거부 강노식(변희봉 분)을 만나 내기를 제안 받게 됩니다. 희도가 내기에서 이기면 그에게 큰 돈이 주어지고, 지면 그의 몸을 강노식에게 주는 조건이 걸린 내기입니다. 희도는 이 허황된 말에 처음에는 거부를 표하지만, 그의 여자친구 주은아(이은성 분)와 그녀의 어머니가 사채로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내기에 응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내기에 진 그는 강노식 회장가 뇌가 뒤바뀐 체, 다 강노식의 다 늙은 노인의 몸을 얻습니다.
영화는 뇌가 바꿔치기 당하고 그로 인해 젊은이가 노인의 몸을, 노인이 젊은이의 몸을 얻게 된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흥미로움은 희도와 노식이 몸이 바뀐 딱 그 시점까지만 유효합니다. 둘의 몸이 바뀐 후에 벌어지는 일들은 다분히 코메디적인데, 그로 인해 영화는 극초반을 통해 기대했던 긴장감은 떨어지게 되고 늘어지게 됩니다. 그저 바뀐 두 사람의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주기만 하며 러닝타임을 소비하던 이 영화는 그렇게 결말을 향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은 채 한국 스릴러의 고질적 문제점 중 하나인 반전에 모든 걸 맡기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결말의 반전이라는 것이 관객이 예상치 못한 그것이 아니라 당연히 배제했던 그 결말이라 전혀 감흥이 없습니다. 이것도 나름의 반전이라고 한다면 그저 허망할 뿐입니다. 거기에 더해 영화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 어차피 이 영화의 소재가 비현실적인데, 굳이 그것을 설명하려는 모습이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극장을 나설 때의 반응이나 온라인의 몇몇 글을 보니, 의사의 말을 듣고 노식과 희도가 아들과 같은 혈육관계인가 라는 내용을 보게 됐는데, 의사의 말에서 중요한 부분은 ‘혈육이 아닌 이상’이 아니라 그 뒤의 ‘몇천만분의 1의 확률’이라는 말과 '회장님만 내기를 하신줄 아셨습니까?' 이므로 결국 의사도 수술을 운(모 아니면 도의 내기)에 맡겼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강노식의 목숨을 담보로 한. 혹여라도 감독이 혈육과 내기라는 이중의 의미를 내포하려했다면, 정말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그나마 이 실망 가득한, 허술한 (스릴러라는 말은 빼고 싶은) 스릴러 영화에서 약간이나마 만족을 얻을 수 있었던 부분은 예상 밖으로 은성 양이 많은 장면을 소화해냈다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