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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Review

[리뷰] 원티드 (Wanted, 2008)

원티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전작은 "나이트 워치" 밖에 보지를 못했습니다. 러시아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었고, 그가 헐리우드에 오게 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 작품이죠. 그 작품은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작품임에는 분명했으나 원작이 있는 이야기로서 원작을 모르는 다른 이들에게 영화의 이야기를 알리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의 헐리우드 진출작 "원티드"에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각색된 원작을 얼만큼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대해 먼저 답을 내리자면, 우려는 기우였다입니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는 헐리우드와 만나 더욱 때깔좋아지고, 눈에 띄는 비쥬얼에 이야기의 전개도 무리없이 이루어냈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인상적인 비쥬얼로 시작합니다. 예고편 등에서도 보여졌던 창문을 깨고 나가면서 총을 쏘는 이미지와 이어지는 저격 장면은 처음부터 이 영화의 비쥬얼에 큰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R등급 답게 약간의 고어장면도 곁들여지고 말입니다.
"원티드"는 한 회사의 경리 매니저인 웨슬리 깁슨이라는 사내의 일탈기입니다. 인상적인 오프닝을 뒤로 하고 이 주인공이 소개되어집니다. 회사에서는 상사에 들볶임 당하고, 친한 친구는 자기 여자친구와 자신이 산 식탁 위에서 섹스나 즐기고 있고... 그럼에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내가 바로 주인공 웨슬리 깁슨(제임스 맥어보이 분)입니다.구글에 자신의 이름을 쳐보고는 알 수 없는 자신의 정체를 궁금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억눌리고 피곤한,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는 일생을 자포자기하며 살던 그 앞에 폭스라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해주는 진실. 웨슬리의 아버지는 암살자였다는 것입니다. 폭스의 안내로 '결사단'이라는 비밀 단체의 본거지에 가서 수장격인 슬로안을 만나게 되는 웨슬리.그곳에서 그는 두려움 속에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능력을 깨닫고는 결국은 '결사단'의 일원이 됩니다. 일탈의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 '결사단'이라는 단체는 프리메이슨를 변현시킨 듯한 이미지입니다. 프리메이슨의 시작이 석공들이었다면, '결사단'의 시작은 방직공들이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이어진 집단이 어떤식으로는 세계의 흐름에 큰 일을 한다는 것도. 각설하고, 웨슬리는 고된 훈련 끝에 점차 자신의 능력을 일깨워나갑니다. 이런 모습은 어쩌면, 'I'm sorry.'라는 대사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두 번의 이 대사는 말 그대로 상황에 따른 미안함의 표현이었다면, 마지막 세번째 반복될때는 암살자로서의 웨슬리 깁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웨슬리 깁슨이 암살을 하는 이유는 운명입니다. 문제는 그 운명이 누군가를 거쳐 웨슬리에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웨슬리의 일탈을 지나서는 영화는 운명의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가. 있다면, 그 운명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이와 더불어 또 한축을 가지는 것이 바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쳐보는 웨슬리의 모습은 정체성을 찾고 싶은 궁금증을 나타내고, 영화는 그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원티드

운명이니, 정체성이니 왠지 모르게 진중하고 심오한 이야기 같지만, 생각만큼 그런 편은 아닙니다. 또한 약간의 반전이 있긴 하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특별한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말그대로 깔끔하니 무리없습니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고 주를 이루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액션입니다. 영화는 조금 과장을 더하면, 쉴 새 없는 액션을 선보입니다. 이 액션 장면을 보니, 뭐랄까 재능있는 감독이 헐리우드의 거대 자본을 만나서 나름 원한대로 자기 능력을 펼칠때 어떤 모습이 보여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액션 장면에서 빠질 수 없는 자동차 추격신, 총격신, 대규모 액션신 등에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선보이고 있습니다. 'Curve the Bullet'이라고 (혼자서) 불러보는 장면들은 단순히 신기함을 넘어서 스타일리쉬하고 극적인 장면을 자주 연출해냅니다. 기차에서의 액션이나 클라이맥스서의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후반부의 "이퀄브리엄"을 연상케 하는 일대다 상황에서의 질주신(?)입니다. 장면장면의 연결이 스피디하고 역동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모습이랄까요. 영화의 대부분의 영상들이 이 같은 이유로 인상적인긴 합니다만. 총알을 휜다느니, "이퀄브리엄"이니 하는 것에서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액션은 비과학적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비과학성을 의식치 않게 합니다. '우리 영화는 이래~'라고 정의하려는 듯한 초반 오프닝부터의 모습도 있겠지만, 그런 비과학성을 뛰어넘는 스타일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티드

헐리우드 첫 진출작에서 흥미로운, 그리고 인상적인, 섬머시즌에 부합하는 액션영화를 선보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차기 행보가 기대됩니다. 벌써부터, 후속작이 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니 그 기대가 빠른 시일내에 충족될 것 같은 생각도 드는군요.

P.S1 적다보니...배우이야기를 빼먹었네요. 그간 "어톤먼트", "페넬로피" 를 통해서 로맨틱가이로 자신을 알렸던 제임스 맥어보이는 자기의 영역을 또 한번 훌륭히 넓혔습니다. 또한, 안젤리나 졸리.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우는 그녀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P.S2 어쨋든 뭐, 이 영화는 제 취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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