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스프레이"는 뮤지컬영화입니다. 뮤지컬영화는 유성영화가 만들어지면서부터 헐리우드가 제작해낸 나름 유서가 깊은 장르입니다. 과거에는 "사랑은 비를 타고"가 최근에는 "드림걸즈" 가 있었습니다. 그런 긴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헐리우드는 뮤지컬 영화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헤어스프레이"는 1988년의 동명의 영화를 활용한 2002년판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을 다시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영화는 1960년대 새로운 바람이 불던 미국의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야기가 크게 두 갈래의 축으로 나뉩니다, 흑백차별 철폐에 대한 이야기와 외모적 불리함을 딛고 일어서는 한 뚱보소녀의 판타지가 그것입니다.
흑백차별 철폐에 대한 메세지가 무거운 것은 사실이나, 그것은 이 영화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서 상쇄됩니다. 1960년대에 어떤일이 일어났고, 결국에는 흑백철폐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있기에, 그 문제에 대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 것은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 분)의 로망도 마찬가지입니다. 뚱보소녀가 무대에 오르는 꿈을 이루고, 짝사랑하는 잘생긴 킹카와 이어지는 것을 관객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영화는 그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보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이제 남은 것은 즐기는 일 뿐입니다. 2003년 토니상을 휩쓸었던 뮤지컬을 원작 삼은 영화답게 이 영화의 뮤지컬 넘버들은 훌륭합니다. 그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나는 음악들은 이 영화의 낙관적인 분위기에 더욱 일조합니다. 거기에 더해 트레이시의 의외의 춤 실력에 놀라다가, 링크 같은 백인들의 '코니 콜린스쇼'에서의 춤을 즐기고, 흑인들의 그루브한 무대를 보다보면, 어느새 훌쩍 시간이 흘러갑니다. 어깨는 들썩들썩, 발로 박자를 맞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뮤지컬영화에서 느낄수도 있을 어색함(노래와 춤)이 없다는 것은 분명 헐리우드가 가진 뮤지컬 장르의 노하우일 것입니다. 또한, 젊은 시절"토요일밤의 열기" ,"그리스"에서 한 춤 하던 존 트라볼타가 분장을 하고 질펀한 엉덩이를 튕기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재미입니다. 마지막에는 존 트라볼타가 "펄프 픽션"에서의 가위춤이나 한번 춰주지 하는 바람마저 들정도.
"헤어스프레이"는 이렇게 무척 신나는 영화입니다.(너무 신나다보니 중간의 흑인들의 시위장면때 분위기가 너무 다운된다는 생각이 들정도.) 비록, 하루밤 자고 나면 잊혀져버릴 흥겨움이라도 그 순간 동안 진정 즐거웠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합니다.
P.S "웨스트윙" 팬이시라면, 간만에 CJ 크랙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07/12/07 - [Movie/Trivia] - [트리비아] "헤어스프레이"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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