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한숨. 한숨.
소설, 만화등과 같이 기존의 원작이 있는 작품을 영화로 옮길때는 두가지 선택이 존재합니다. 원작을 그대로 충실히 따르느냐, 아니면 과감히 내용을 삭제, 추가하느냐.
영화 "황금나침반"은 원작을 충실히 따르는 쪽을 택했습니다만, 말 그대로 원작을 그대로 따르려다보니 모든 내용이 축약된 한권의 요약본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판타지라는 장르의 특성상 현실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내게 되는데, 그 세상에 대한 이해가 되도록 할 적절한 설명이 존재해야합니다. 이 영화에서 우리의 현실과 다른 가장 독특한 부분은 '데몬'이라는 존재인데, 영화는 그저 우리네와 달리 영혼이 '데몬'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초반 나레이션으로 설명할 뿐, 그 후에는 그에 대해 부가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인터시전'이 왜 그렇게 치명적인가라는 가장 큰 물음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살짝 스쳐지나가지만 다른 사람이 남의 데몬을 만지는거에 대해서 왜 놀라워하는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영화 배경적 요소 중 원작에서는 교회를 등장시키고, 그에 대한 문제와 또한 '더스트'란 존재를 기독교와 연계시켜서 설명하고 있는데, 영화는 종교계의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교회를 매지스테리움이라는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단체로 변경시켰습니다. 그로 인해 전체적인 세계관이나 이 영화의 핵심일수도 있는 '더스트'라는 것의 물음에 대한 답이 너무 간단하고, 모호하게 정의되버립니다.
영화는 원작 소설의 한권이지만, 방대한 내용을 2시간도 안되는 분량에 모두 넣으려다보니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각 사건들, 사건 진행의 깊이가 얕습니다. 그렇게 여러 사건들을 그대로 우겨넣다보니 전개 역시 지나치게 듬성듬성하고 빠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구요. 그러다보니 세세한 부분들이 약간씩 생략되고는 하는데, 엔딩을 향해 가는 부분에서 왜 라이라가 아스리엘경에게 황금나침반을 가져다주려하는지가 영화 상에서는 그간 전혀 설명이 되지 않아 뜬금없는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여러가지 일례 중 한 예입니다.) 후반부에 원작의 순서를 바꾼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 내용은 원작에 충실한데, 마지막 엔딩을 날려버리고 끊어버리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를 모르겠습니다.(2부의 오프닝으로 등장한다고는 합니다만, 개인적 견해로는 1부에서 등장시키는 것이 2부의 호기심 자극이라는 면에서도 더 좋았을 듯 합니다.)
또한, 영화를 이끄는 이는 니콜 키드먼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닌 라이라역을 맡은 다코타 블루 리차드로 잡지에서는 '제2의 다코타 패닝'이라는 호칭을 붙였던데, 이 소녀가 라이라 배역을 맡기에는 그 재능의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나름대로 경쟁률 높은 오디션을 거쳤을텐데 말이죠. 드라마나 영화든 아역의 연기가 빛날 경우 극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처럼 아역이 중심에 있는 영화에서 그 아역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은 또다른 큰 미스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지나치더라도 헐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큰 장점인 볼거리는 어떨까요. 불행하게도 볼거리면에서도 그나지 크게 감흥을 줄만한 모습은 아닙니다. 하기는 다른 영화에서는 거대로봇이 이리저리 변신하는 마당에 왠만한 비쥬얼은 그렇게 눈에 띄어보이지도 않겠지만, 현재의 헐리우드의 그래픽 수준으로는 그렇게 획기적이지도 않고 평이합니다. 전체관람가 등급에 맞는 수준의 긴장감 조성과 액션 장면 역시 마이너스 요소이구요.
"황금나침반"은 말그대로 북미에서의 처참한 흥행성적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2008년, 2009년에 연달아 후속작을 개봉할 예정 같은데, 심히 우려가 됩니다. 흥행성적도 그리 좋아보이지 않고, 더군다나 이 1편이 앞으로의 후속작의 디딤돌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는 위에 말했던 배경설명, 캐릭터 구성면에서도 그다지 좋지 않아 턱없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부실한 받침대를 딛고 일어서면 그 결과는 뻔하니까요.
이처럼 크리스 웨이츠는 결코 피터 잭슨이 될 수 없었습니다. 예고편에서 반지가 황금나침반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2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꿈꿨던 뉴라인시네마의 꿈은 날아간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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