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던 우리나라 여자핸드볼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열악한 국내 핸드볼 사정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자핸드볼 최강이던 덴마크에 맞서 2차 연장까지 간 끝에 승부던지기로 값진 은메달을 땄던 그 이야기.
불과 몇 년전 보고 들었던 이 일화는 보는 관객에게는 무척 익숙한, 그래서 친숙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야기마저 익숙합니다. 이런 스포츠 드라마 류의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이야기의 순서, 인물관계, 갈등 등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가 신선하다거나, 그리고 더 나아간 모습은 없습니다. 즉, 핸드볼이 아닌 야구, 농구, 축구 등의 다른 단체종목으로 대체해도 별 차이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비인기종목의 설움과 그에 대한 극복이라는 하나의 줄기가 있지만, 그런 갈등 요소는 다른 어떤 요소로 대체하더라도 별 무리는 없거든요. 사실 영화 속에 보이는 것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미숙의 안타까움에서 느껴지는 것은 핸드볼이라는 비인기종목에서 오는 설움보다는 개인적 가정사의 슬픔이니까요. 다른 선수인 정란은 남편이랑 식당 잘 하구요.(뭐, 살짝 그녀의 아픔도 언급을 합니다만.) 또한, 영화의 전체적인 얼개가 조금 아쉬운데 예를 들어, 팀의 갈등과 그에 따른 융합 과정이 그리 잘 드러나지 않고 그냥 이리저리 해서 해결이 되는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그 후 바로 설명없이 바로 아테네 올림픽 준결승으로 넘어가는 것도 그렇구요.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프랑스와의 준결승과 이어지는 덴마크의 결승전입니다. 일화는 익숙하지만, 비인기종목이기 때문에 핸드볼은 관객에게 익숙치가 않지요. 그렇기에 그것이 조금 멀리 다가올 수도 있지만, 또 다르게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칩니다. 감독이 영상에 크게 신경쓴다거나 촬영에 기교를 부리는 감독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들이 TV홍보에 나와서 말하던) 핸드볼 경기의 역동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합니다. 굉장히 밋밋하다고 할까요. 분명 그 부분이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일텐데, 저에겐 영화에서 가장 지루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이런 부분들은 조금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흥미를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하거든요. 아쉬움이 많은 영화였지만 배우들의 호연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문소리, 김정은, 김지영, 조은지 씨의 연기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던 유일한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엄태웅 씨는 이 영화 속 모든 캐릭터들이 그렇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전형적인 인물인지라 일명 ‘엄포스’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 실망이지 않을까 합니다.
전체적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전에 “우리 동네” 리뷰의 마지막에도 썼던 말이지만, 배우들이 온갖 버라이어티쇼에 출연하면서 홍보하는 우리영화치고 그다지 재미있는 영화 없다라는 제 개인적인 판단에 다시금 힘을 실어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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