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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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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
2009. 7. 19. 15:52
2009. 7. 19. 15:52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의 신작 "아이스 에이지 3 : 공룡시대"는 그 소재로만 보자면 이 시리즈의 이야기거리가 더이상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1편에서는 세 명의 주인공이 만나 제목처럼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세상을 모험했고, 2편에서는 그 눈과 얼음이 녹아갑니다. 제작진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3편은 시리즈의 제목과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입니다.
3편의 주요 소재는 공룡의 등장입니다. 아니, 빙하기도 다 끝나가는 마당에 어떻게 공룡이?! 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지만 뭐, 안되는게 어디 있겠습니까? 음모론에 흔히 등장하는 지구공동설을 끌여들여와 매니, 시드, 디에고, 엘리, 스크랫 등은 공룡들이 활보하는 녹색 가득한 공룡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됩니다. 새하얀 눈과 얼음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닙니다.
매니는 임신한 엘리를 돌보고 아기의 보금자리를 준비하기 위해 여념이 없고, 먹이감을 쫓다가 금새 현기증을 느끼고만 디에고는 자신이 홀로 서야만 과거의 야생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친구들 곁을 떠나려 합니다. 시드는 우연히 발견한 공룡알을 돌보고는 알에서 깨어난 공룡들의 어미 역할을 합니다. 이 세 명의 친구들이 각자의 길을 걸으려는 순간, 그들은 공룡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고, 그 안에서의 모험을 통해서 친구들은 우정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소재 고갈의 흔적이 역력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번 3편은 적어도 기본은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머와 액션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제가 본 상영본이 3D 상영용이 아니었던지라, 확신해 말할 수는 없지만 3D 상영으로 보았을 때 흥미로울 것으로 보이는 액션 시퀀스들이 존재하니 시각적인 측면에서의 즐거움 역시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거기다 이번 3편에서는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의 진정한 주인공이자 보배라고 여기는) 스크랫의 활약상에 더해서 스크랫의 여자친구까지 합세해 새로운 즐거움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스크랫은 여전히 최고입니다.
기본은 하고 있는 영화지만, 반대로 그 기본만 하고 있을 뿐이지 큰 새로움은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의 단점입니다. 스크랫의 여자친구나 사이몬 페그가 감칠맛 나게 목소리 연기를 한 벅 등의 새로운 캐릭터를 가세시키고 있긴 기본적인 갈등관계 등의 이야기 측면에서는 지난 시리즈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을 뿐입니다. 색다른 아이디어를 통한 돌파구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즐길 무난한 가족영화로는 손색이 없긴 하지만 말입니다.
얼마전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 4편의 제작이 결정되었습니다. 언급했던 소재고갈 때문인지, 이제는 장소뿐라 아니다 시대까지 건너뛸 계획이라고 합니다. 시드/매니/디에고 등이 얼음 속에 갇혀있다가 현대의 박물관에서 깨어나는 것이 4편의 주요 줄거리입니다. 이거..."아기공룡 둘리" 인데요?
P.S 시사회를 통해 미리 접한 영화로 국내에는 오는 8월 12일 개봉합니다.
Stephan
2009. 7. 11. 15:20
2009. 7. 11. 15:20
변혁, 허진호, 유영식, 민규동, 오기환. 이 다섯 명의 감독은 대체 이 영화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까요?
"오감도"는 '에로스'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다섯 명의 감독들이 각각 한 편씩의 연출을 맡은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각 감독들이 어떤 식으로 표현해 낼지를 비교해 보고 그 감독의 색을 찾아보는 것이 옴니버스 영화의 재미일 수도 있지만 그 재미를 음미할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오감도" 속의 다섯 편의 완성도는 형편 없습니다.
각각이 한편의 단편영화라고 보기에도 어정쩡한 이야기 구성과 전개, 그리고 그 한편에서 어우러지는 배우들의 호흡도 인상을 찌푸릴만큼 삐그덕대며 연기력도 널을 뜁니다. 저렴한 제작비로 완성했다 하는데, 그 저렴한 제작비로 인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도 못미치는 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최소 2편 이상의 장편 연출작을 내놓은 감독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친분으로 끌어모은 게 아닐까 생각되는 배우들을 데리고 단편 영화 찍을 때의 습작 수준에도 못미치는 영화들을 끌어모아다가 '에로스, 그 이상의 사랑 이야기'라는 괜시리 거창한 주제를 붙여서는 얼기설기 이어놨습니다. 보통의 옴니버스 영화들이 그 안의 모든 편이 마음에 드는 것은 상당히 드물지만 그 안의 모든 편이 다 마음에 안드는 이번과 같은 경우도 참으로 드문 것 같습니다.
"오감도"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 '에로스'? 아닙니다. 주궁장창 늘어지며 하품까지 나오게 하는 키스씬입니다. 대체 저 입술박치기는 언제 끝나나요?
Stephan
2009. 6. 26. 10:22
2009. 6. 26. 10:22
개인적으로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2007년 7월 블로그를 처음 개설하고 가장 처음 포스팅했던, 글 넘버 1이 바로 "트랜스포머"의 감상기였기 때문입니다. 그 때부터 2년이 지난 후, 마이클 베이와 샘 윗위키, 미카엘라, 그리고 로봇 친구들은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이하 트랜스포머2)으로 돌아왔습니다.
"트랜스포머2"는 전형적인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후속작의 전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다양한 장소, 다양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한층 커진 스케일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서부에서 동부로, 그리고 이집트로. 전작에서 14기 뿐이던 등장로봇이 46기로 대폭 들어났으며, 그런 로봇들의 숫자에 대응하기 위해서인지 영화의 이야기 줄기에 발을 디딘 인간 캐릭터들의 숫자도 늘어났습니다.
이런 한층 방대해진 스케일을 가진 "트랜스포머2"는 결과적으로 말하면 더도말고 딱 마이클 베이의 장단점을 모두 극대화한 영화입니다. 단점이라면 역시나 마이클 베이는 이야기하기 보다는 보여주는 것에 더 능한 감독이기에 이야기를 풀기에는 너무도 서툴다는 것입니다. 1편은 주요 인간 캐릭터의 수도 적고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단선적인 이야기에 불과해 그 티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2편은 그 커진 스케일로 인해서 이야기기의 적당한 조절능력과 연결능력이 필요했습니다만 마이클 베이는 그렇지가 못합니다. 이런 단점을 상쇄하기에 또 극대화한 한 것이 그의 장점인 보여주기 능력입니다. 이야기에 종속된 액션이 아니라 액션에 종속된 이야기로 영화는 끊임없이 거대 로봇들의 향연으로 눈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로봇들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마이클 베이의 말처럼 클로즈업된 로봇들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표정은 쇳덩이치고는 생생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액션신 중 특히 옵티머스 프라임의 숲속 혈투 장면은 어쩌면 이 영화의 장점이 가장 극대화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1:3으로 맞서 싸우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전투 장면은 이 영화의 한층 커진 액션 스케일을 볼 수 있으며 그 비장함은 이 영화의 주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후반부의 클라이맥스 전투도 그러하지만, 강렬함은 이 쪽이 우선합니다.)
1편이 샘 윗위키(샤이아 라보프 분)라는 소년의 성장이 그 주제였다면, 2편도 그 성장이라는 점에서 일치합니다. 1편의 감상기에도 적었지만,
"예쁜 여자 친구와 빨간 차도 갖고 싶었지만..." - 이승환 <덩크슛>
가 전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식축구부에서 망신을 당한 샘이 마치 경기장을 달리는 듯 큐브를 옆구리에 끼고 달려 메가트론의 가슴에 터치다운을 성공시키고 예쁜 여자친구와 소망했던 멋진 차도 갖게되는, 소년의 성장을 다룬게 1편이었다면 2편은 소년이 남자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작가들은 이 영화가 '집에서 멀어지는 이야기'(샘이나 트랜스포머들 모두)라고 하며 '독립'을 통한 성장을 이야기했지만 그보다는 감독 마이클 베이가 이야기했던 '희생'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인간 주인공인 샘의 달리는 행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거대 로봇들에 비해 아무 능력도 없는 보잘 것 없는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설득력이 있어보이는데 1편의 달리기는 말 그대로 욕구에 기반을 둔 소망의 성취를 통한 성장의 길이었다면 2편의 달리기는 '희생'에 그 의미가 닿습니다. 옵티머스 프라임의 희생은 샘 윗위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후반부의 사막 전투에서 샘은 그의 아버지가 도망가라고 외치지만 도망가지 않고 디셉티콘 앞에 섭니다. 그리고는 그의 부모에게 '멈추지도 숨지도 말고 달려서 도망가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샘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달리 그 말을 처음에는 부정합니다. (영화 초반부에 집을 떠나는 샘에게 취하는 태도는 반대였습니다.) 이유는 그가 남자이자 아버지이자 가장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위한 희생의 책임과 의무는 우선적으로 '가장'에게 돌아갑니다. 영화의 시작부에 나오는 그 옛날부터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더없이 남성위주의 생각이지만 그러한 남성위주의 사고가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그리 틀리지도 않습니다. 샘의 아버지는 '희생'의 책임과 의무를 샘에게 넘깁니다. 지켜야할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위해 '희생'할 줄 알 게 되면서 그제서야 비로서 소년은 남자가 됩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샘에게 '운명' 지어진 길은 (철저하게도) 남성 입장에서의 그들의 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가 (1편보다 더욱) 이야기를 위한 액션이 아니라 액션을 위한 이야기를 추구하다보니 사실 이러한 영화의 주제를 파악하기는 전작보다 더욱 어렵습니다. 애초에 기저에 깔려있던 의도대로의 연결 고리를 관객에게 충분히 제공해 주지 못합니다. 대신에 액션을 위한 이야기에 너무도 충실하기에 확실한 것은 이 영화가 보여주기 위한 목적의 헐리우드 액션 블럭버스터의 현재 정점에 올라있다는 것입니다. 후반부의 사막 전투는 그 보여주기를 극대화하고 있는데 데바스테이터의 등장과 피라미드를 두고 펼쳐지는 일련의 전투, 미군들의 정신없는 총격과 포격이 이어지면서 혼을 빼놓습니다. 그저 보고 듣고 있는 행위 자체에만 몰두하게 할 뿐이고 그 외에 다른 행위는 무의미하게 합니다.
전작까지는 그래도 주인공이 샘으로 느껴졌지만 이 영화에서는 완연하게 주인공이 옵티머스 프라임처럼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이 영화가 바로 보이고 듣는데만 모든 걸 집중하게 하면서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고, 그 한가운데에 옵티머스 프라임(혹은 트랜스포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음으로서 자신의 단점을 무마해버리는 이 영화는 어쩌면 헐리우드 블럭버스터가 그토록 원하던 것일 수도 있지만 달리 말하면 우려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최소한의 사고와 사유도 허락하지 않는 오락성. 과연 "트랜스포머3"에서도 마이클 베이는 사고와 사유의 불능을 야기하는 블럭버스터를 만들어낼까요? 기대도 있지만 다시 말하자면 분명 우려도 있습니다. 샘은 성장하고 어른이 되는데 영화는 오히려 보는 이들을 아이들로 만들려고 하니까 말입니다.
P.S 씨너스 이수5관(디지털), 코엑스 메가박스 M관(디지털), 용산CGV 5관(IMAX)에서 감상한 결과, 이 영화의 장점을 가장 극대화해 즐기기 위해서는 IMAX 관람이 절대적입니다. 특히 옵티머스 프라임의 숲속 혈투장면의 IMAX 관람의 감흥은 디지털 상영 관람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혹여나 보실 분들은 왕십리CGV IMAX관을 강력 추천해드립니다. 흔히 말하는 왕십리CGV IMAX관의 스윗스팟은 J/K열 가운데입니다. 그로부터 앞으로 갈 수록 점차 목이 힘들어지며, "트랜스포머2" 같은 영화에서는 영화 속 빠른 움직임을 쫓기가 무척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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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
2009. 6. 17. 13:03
2009. 6. 17. 13:03
지난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흥행에 성공하면서(개인적으로는 그 영화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만)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는 필패한다는 징크스가 깨졌습니다. 해볼만한다고 생각되니 이러한 스포츠(중에서도 비주류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우후죽순 처럼 기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역도를 소재로 한 "킹콩을 들다",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국가대표", 컬링을 소재로 한 "돌 플레이어" 등이 그것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개봉을 앞두고 있는 "킹콩을 들다"는 결과적으로 "우.생.순"의 성공을 목도하고 그를 이어보고자 벤치마킹만 시도하는(아니 시도하고픈) 영화입니다.
영화는 일반적인 스포츠 소재 영화의 전형적 도식을 그대로 따릅니다. 실패한 왕년의 운동선수가 하나 있습니다. 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안타까운 부상으로 동메달에 그치고 그 부상으로 인해 은퇴한 이지봉(이범수 분)은 역도계를 떠나있다 국가대표 시절 감독의 부탁으로 한 시골 중학교의 역도부 담당 선생님이 됩니다. 하지만 역도의 위험과 고통을 너무도 잘 아는 지봉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역도부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역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열정 앞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역도의 기본부터 알려주기 시작합니다.
이런 류 영화에서 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하나같이 유/무형의 상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공식입니다. 이지봉은 자신의 꿈을 꺾은 몸의 상처와 그로 인해 얻은 마음의 상처가 있으며, 역도부 아이들에게는 왕따나 편모가정의 아픔, 가난 등의 상처가 있습니다. 그러한 평범한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이 영화에서 크게 느껴지는 것은 임춘애의 그늘입니다. 역도부 아이들 중에서도 주인공 격인 박영자(조안 분)은 사격부에서 총을 사지 못해 탈퇴를 하고 역도부에 듭니다. 같이 살던 할머니를 여의고 영자의 집은 친척들에 의해 처분됩니다. 결국 영자는 이지봉의 도움으로 얻게된 합숙소에서 생활을 하게 됩니다. 가난한 자신의 처지에서 진학을 위해 그녀는 운동을 합니다.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역도를 듭니다. "넘버3"에서 조필이 그렇게도 강조했던 '헝그리 정신'이 또 등장합니다. 운동 = '헝그리 정신'이라는 그 낡은 공식은 이제 지겹습니다.
코메디적 분위기와 진중한 분위기를 위태롭게, 그리고 일관성 없게 오고가던 영화는 후반부로 치달으면서는 어떻게든 울음을 자아내려고 노력합니다. 운동 중 얻게된 심근경색으로 괴로워하며 가슴을 치는 지봉을 멀리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그것도 모르고 웃어대지만, 그 웃음은 결국 의도된 눈물샘 자극을 위한 얕은 수입니다. 거기에 더해진 것이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학원스포츠의 폭력입니다. 영화는 훈련과정에서 가혹하도록 맞는 아이들을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잡으며 그 아이들을 불쌍해 보이도록 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보다보다 짜증이 날 정도로.
그리고 후반부에 터뜨립니다. 이 불쌍한 아이들이 이렇게 우니 당신들도 우시오. 스포츠를 통한 역경/고난의 극복과 그로 인한 인간 승리의 드라마라는 이런 류 영화의 기본도 "킹콩을 들다"에는 없습니다. '금메달을 딴 사람의 인생만이 금메달은 아니다.' 등의 교훈적 이야기를 그저 주구장창 나레이션으로 읊을 뿐입니다. 스포츠의 감동은 오간데 없고 자극적인 싸구려 신파만 가득합니다.
실화, 여성, 비주류스포츠 등 <우.생.순>의 성공요인을 분석해보고 그것을 벤치마킹해보고자 한 기획에 대해서는 별 할 말이 없습니다. 상업영화에서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물을 내놓은 이상 안일한 판단과 기획이라는 덤터기를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습니다.
P.S 시사회를 통해 미리 접한 영화로 올해 7월 2일 개봉합니다.
Stephan
2009. 6. 15. 21:36
2009. 6. 15. 21:36
샘 레이미가 드디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영화 "드래그 미 투 헬"은 샘 레이미의 명백한 "이블데드" 류로의 귀환입니다.
영화는 집시의 은목걸이를 훔쳐 저주를 받고는 끝내 지옥으로 끌려들어가고마는 한 소년의 에피소드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프닝에는 한 권의 책이 보입니다. 마치 "이블데드"의 '죽음의 책'을 연상시키는 이 책은 이 영화 속 악마 '라미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이 '라미아'의 저주에 영화 내내 몸부림 칠 이는 은행 대출창구를 맡고 있는 크리스틴(알리슨 로만 분)입니다. 어느날 그녀에게 한 괴상한 노파가 찾아옵니다. 자신의 집이 차압되게 생겼으니 자신을 불쌍히 여겨 제발 대출상환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노파는 부탁합니다. 마음 약한 크리스틴은 잠시 고민을 하고 점장에게도 부탁을 해보지만 '승진 기회'라는 현실 앞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합니다. 기한 연장이 거부된 노파는 크리스틴에게 저주를 내리고 크리스틴의 삶은 엉망으로 변합니다.
"이블데드"와 같은 오컬트 소재를 중심으로 한 이 "드래그 미 투 헬"은 역시나 "이블데드"와 같은 방식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이를 극단으로 몰아붙입니다. '이블데드'에서는 다리를 건너기 직전 '출입금지. 이를 어기고 들어올 시 그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있음.' 이라는 경고판을 무시하고, 이 영화에서는 '승진' 앞에서 냉혹한 판단을 내려버립니다. 이 순간의 결정은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합니다. 이 실수와 잘못은 끊임없이 그들을 괴롭히지만 되돌릴 수 없습니다. 다리는 끊어져있고, 용서를 빌 노파는 없습니다. 해결할 수 없는 원죄의 무게는 결국 그들을 끝까지 가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공포와 함께 동시에 웃음을 배치합니다. "이블데드2"에서 저주가 걸린 자신의 손에 괴롭힘을 당하다 전기톱으로 그 손을 자르고야 마는 애쉬를 볼때의 그 것처럼 말입니다. 기를 쓰고 달려들어 크리스틴을 무는 노파는 틀니가 빠져서 침만 묻힐 뿐이고, 몸 속으로 들어간 파리는 그 안에서 웽웽거립니다. 초현실적인 악마와 상대를 할 무녀는 지극히 현실적이게도 돈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기묘한 공포와 웃음의 조합이 적응이 안되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 것이나 "이블데드"의 팬 분들이라면 더없이 즐거워할 모습입니다. 거기에 더해 약간은 어설픈 CG와 역시나 우스꽝스러워보이는 특수효과는 과거 만족스럽지 못했던 예산,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던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의 결과로 탄생해 많은 이들을 열광시켰던 B급 호러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완벽한 완급조절입니다. 공포 분위기로 몰아갈때는 확실히 몰아가고 빠져야 할 때는 확실히 알고 빠지는 샘 레이미의 연출은 그 리듬감을 타는 재미가 영화의 8할을 차지합니다. 극사실적이고 잔인한 이미지의 나열만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는 최근의 호러 영화들에게 샘 레이미가 "드래그 미 투 헬"을 통해 내놓은 대답은 압도적일 만큼 명확합니다. '이게 바로 호러다.'
"드래그 미 투 헬"은 포스터에 적혀 있는 홍보문구가 최근 영화들 중 가장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영화입니다. '익스트림 판타지 호러'. 샘 레이미가 준비한 이 공포의 롤러코스터에 어서 탑승하십시오. 그리고 즐기십시오.
P.S 애초에는 크리스틴 역에 "주노"의 엘렌 페이지가 캐스팅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고사하고 알리슨 로만에게 배역이 돌아갔는데, 엘렌 페이지 고마워요. 엘렌 페이지가 연기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 알리슨 로만은 더없이 훌륭히 동화되었습니다.
Stephan
2009. 6. 14. 14:39
2009. 6. 14. 14:39
영화 "추격자"로 지난해 한국영화계를 말그대로 '평정'한 김윤석이 차기작으로 선택한 작품, "거북이 달린다"는 김윤석이라는 배우 한 명의 존재만으로도 큰 기대치를 갖게하는 작품입니다. '김윤석'이 선택한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먹힐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북이 달린다"는 충남 예산의 한 평범한 형사가 예산에 나타난 탈주범을 잡기위한 고군분투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추격자"에 이어서 김윤석이 누구를 쫓는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두 영화는 그 점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다릅니다. "추격자"가 있는대로 관객을 몰아붙이는 긴장감을 무기로 한 스릴러였다면 이 영화는 군데군데 코메디적 요소를 가미한, 크게보면 가장의 책임과 그 책임을 다하고 싶은 가장의 바람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예산의 형사 조필성(김윤석 분)은 어느날 딸의 담임에게 혹시 일일교사를 해줄 수 없다는 부탁을 간접적으로 받게 됩니다. 다른 반 한 아버지는 소방관인데 살수차까지 끌고왔다는 말까지 듣고. 딸은 또 아버지에 대해 기대를 품습니다. 보통 영화에서 그려지는 형사라는 직업이 그렇듯이 필성의 가정 역시 돈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아내는 부업으로 끊임없이 양말을 뒤집으며 돈에 대한 아쉬운 소리를 합니다. 필성에게 마음이 아픈 것은 그러한 아쉬운 소리보다도 그 소리를 하게 만드는 자신입니다. 좋은 남편, 잘난 아빠가 되기 위한 필성의 노력은 송기태(정경호 분)의 등장과 그와의 조우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게 되는데 더이상 물러날 곳도 기댈 곳도 없는 필성은 송기태를 스스로 잡기로 합니다.
포스터에서 보이듯이 이 영화가 형사 필성과 탈주범 송기태와의 일종의 대결을 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영화가 그것에 크게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는 조필성이란 인물의 생각과 행동에만 그 관심이 있을 뿐 그 외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습니다. 필성과 대립각을 세우는 송기태에게는 그의 연인 경주(선우선 분)까지 붙여주지만 송기태라는 캐릭터를 단단히 구축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습니다. 이 영화가 제목의 영감을 얻은 듯한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처럼 거북이가 이길 수 없는 토끼라는 존재에 송기태를 대입시킨 듯 하지만 두번, 세번 당하고야 필성을 따돌리는 것만으로는 송기태의 존재감이 또렷이 극 중에 새겨지지 않습니다. 정경호의 연기 자체도 김윤석이란 배우와 상대할 만큼의 무엇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추격자"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윤석과 더불어 하정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영화의 대립구도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김윤석' 하나 뿐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필성-송기태의 대립 구도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도 그러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른 어떤 캐릭터와 배우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입니다. 모든 걸 필성을 연기하는 김윤석에게만 걸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그에게 맡겨만 두고 충분한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습니다.
필성의 송기태 추적이 생각보다는 그리 큰 흡입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영화가 신경쓰는 부분은 영화 군데군데의 코메디적 요소입니다. 충청도라는 장소적 배경에 따라 보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충청도에 대한 이해와 생각을 바탕으로 한 대사나 상황들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물론 그것들이 몇몇 오락프로에서 보이는 그런 이미지의 무분별한 차용이라는 점에서 혹자들은 너무 뻔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분명 있지만 그 유머의 종종 허를 찌르는 타이밍은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영화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필성-송기태의 대결의 미약함을 오히려 다른 쪽의 잔재주로 만회해보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결의 미약함이 영화의 마지막에 있어서 흐름상의 절정에 다다르지 못하게 하면서 제풀에 스스로 꺾이고 말고 결국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극복하지 못합니다. 또한 가장의 책임과 그 책임을 다하고픈 필성의 바람은 영화의 초반부에서 크게 드러나고 영화 중간중간 딸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보여지긴 하지만 그것이 어떤 감정의 이끌림을 불러낼 만큼의 요소로는 작용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필성-송기태의 대결을 잘 못 끌어냈다는 점에서 영화의 주인공인 필성의 행동의 진짜 동력, '가장'으로서의 바람이 조금 더 크게 부각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이도저도 아닌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영화에서 필성은 송기태를 쫓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필성을 연기한 김윤석은 추격자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스크린에 등장합니다. 너무도 안일하고 때로는 무능해보이기까지한 서글서글해보이는 시골형사의 모습. 이처럼 다른 모습이지만 그의 연기는 변함없이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거북이 달린다"는 필성의 탈주범을 잡기 위한 고군분투가 아니라 배우 김윤석의 영화를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입니다. 김윤석은 그래도 자기할 바는 다 했습니다.
Stephan
2009. 6. 14. 00:23
2009. 6. 14. 00:23
토니 스콧 감독의 신작 "펠햄 123"는 존 고디가 쓴 ‘The Taking of Pelham One Two Three’라는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 소설을 원작으로 처음으로 영화화되었던 조세프 서전트 감독의 1974년 작은 후에 "스피드" 등의 인질 액션 극에 영향을 줄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합니다. 하지만 제가 1974년 작을 보지를 못해서 이번 2009년 작의 비교는 사실상 무리이고 그렇다보니 단순히 이 작품에 대해서만 감상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토니 스콧 감독의 작품답게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편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토니 스콧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국내에서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영화는 지하철과 그 안에 탑승한 승객들을 인질로 잡은 라이더(존 트라볼타 분) 일당과 뉴욕 지하철의 배차계원(뇌물 수수혐의로 강등 된) 가버(덴젤 워싱턴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기싸움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질극 상황이긴 하지만 영화는 딱히 큰 액션신을 보여주기보다는 대부분을 라이더와 가버의 대화로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보니 그런 상황에서 토니 스콧 감독 스타일의 영상 연출은 액션이라는 기대치를 대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입니다.
영화는 무전을 통해서 이뤄지는 라이더와 가버의 대립을 그리는데 그 대립을 이끄는 것은 상반된 두 사람의 캐릭터입니다. 우선적으로 두 사람의 인종이 흑과 백으로 다른 것부터 해서 히스테릭한 모습을 선보이는 라이더와 그를 설득하기 위해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가버, 그리고 라이더와 가버의 서로 다른 방향의 한쪽 귀(라이더는 오른쪽, 가버는 왼쪽)에 한 귀걸이까지도 이 둘의 다른 점을 역설합니다. 이런 대립 관계에 집중케 하는 것은 덴젤 워싱턴, 그리고 특히 존 트라볼타의 연기입니다. 존 트라볼타의 라이더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묘한 리듬감에 즐거움을 얻는데 이 영화가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배우의 연기에만 기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봤을때 이들은 분명 영화에서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대립은 현 미국사회 문제와도 일치합니다. 서프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벌어진 경제위기가 그것입니다. 라이더가 가버에게 모기지 때문에 힘들지 않냐고 하는 놀림이나 라이더의 과거가 드러나는 순간 그것은 확실해집니다. 모기지론이 각종 파생상품으로 돌고도는 사이 월스트릿의 금융기업들은 실체없는 돈으로 그들만의 돈잔치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위기가 도래한 후로도 크게 달라진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연이나 사회적 투영이라는 장치가 극의 재미로까지 이어졌나 생각한다면 그것은 또 아니라는 것이 짐으로 남습니다.
영화에는 21세기로 무대를 옮긴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무선 인터넷과 웹캠이란 소재가 등장합니다. 인질이 가지고 있던 노트북을 통해 전송되는 웹캠 화면이 방송을 타고, 라이더는 무선 인터넷 망을 통해서 주가를 확인합니다. 이런 소재자체는 등장 의도와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도 그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는게 아쉽습니다. 인질의 노트북을 극에 있어서 다른 역할로의 활용은 할 수 없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존 트라볼타가 맡은 라이더의 캐릭터입니다. 사실 라이더의 캐릭터가 주는 느낌이 이 영화의 전체적 느낌가 정확하게 일치하는데 무언가 더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허전함이 그것입니다. 라이더 캐릭터는 과거 자체도 아주 명확하게 영화상에 제시되지 않으며 그의 범행 동기 역시도 참으로 단순하기 그지 없습니다. 현시점의 몇몇 액션 영화들이 과거에 엃히고 이리저리 비비 꼬인 스토리로 관객의 머리를 복잡함으로 터지게 만드는 성향이 있긴 하지만, 단순한 흐름을 지향한다고 하기에는 이 영화는 단순을 너무 초라한 조촐함을 보입니다.
물론 토니 스콧의 장기를 통한 시각적인 즐거움을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토니 스콧과 그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덴젤 워싱턴, 그리고 존 트라볼타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봤을 때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것은 일종의 무기력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영화가 추구하는 영웅상이 어떤 전통적인 헐리우드 영웅상이라기보다는 소시민적 영웅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영웅상을 구축하고 실현해 나가는 모습 역시도 어떤 동질감이나 몰입감을 제공해주지 못합니다.
기대가 컸던걸까요? 허전함과 아쉬움이 너무도 짙은 영화 "펠햄 123"입니다.
P.S ...이 영화의 런닝타임이 고작 '105분' 이라니... 왠만해서는 영화 보면서 시계를 안 쳐다보는데 무려 세번이나 봤다구요.
Stephan
2009. 6. 7. 23:50
2009. 6. 7. 23:50
전작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영화적인 상상력을 잘 살린, 그리고 그에 가족주의라는 진부하지만 무난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주제를 결합시킨 가족 대상의 오락영화였습니다. 그런 편안함 때문인지 흥행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후, 그 후속편, "박물관이 살아있다2"가 개봉했습니다. 이번 편은 역시나 속편의 법칙답게 한층 커진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영문 원제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작의 자연사 박물관을 벗어나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으로 그 배경을 옮깁니다.
더 큰 박물관으로 무대를 옮김으로 인해 캐릭터들도 추가되었습니다. 전작의 테디 루즈벨트, 제레다야, 옥타비아누스 등에 이어 아멜리아 에어하트, 사악한 파라오 카문라, 나폴레옹, 알 카포네 등이 등장합니다.
이런 규모적인 확대가 볼거리에 있어서의 기대를 품게 할 수도 있지만, 이런 말을 바탕으로 예상하는 것에 비해 실제로 보이는 모습은 그 활용도나 재미에 있어서 전작보다 오히려 처지는 느낌입니다. 영화는 그저 늘어난 캐릭터로만 승부해보려는 모습입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영화상에서 크게 무게를 가지고 극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순간순간만을 위해 잠깐 활용되고 마는 식입니다.
주제에 있어서 영화는 전편과 그 궤를 달리합니다. 전편이 처량한 이혼남의 자랑스러운 아빠로 거듭나기 프로젝트로 요약될 수 있는, 가족주의적 성향이 강했다면 이 영화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진정한 자아 찾기라는 조금은 거창한(어차피 진부하긴 매한가지지만)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자면 이 영화가 성인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오락물이 아니라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영화라고 봤을 때 가족주의 코드가 빠져버린 이 영화는 마치 앙코 없는 찐빵, 김빠진 맥주 같은 꼴입니다. 또한, 그러한 가족관람객을 타겟으로 한 가족주의라는 코드는 영화의 유치함을 적당히 상쇄해주는 역할도 하는데 그 코드를 무시함으로써 이 영화는 큰 타격을 입습니다.
결국 "박물관이 살아있다2"는 전편보다 나은 속편없다는 시쳇말을 다시금 증명하는 영화입니다. 아주 대단한 작품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편안하고 무난한 작품을 원했을 관객들을 배신하는 영화입니다. 제게 이 영화는 그저 '에이미 아담스'가 출연했다는 가치만 있을 뿐입니다.
Stephan
2009. 5. 29. 14:28
2009. 5. 29. 14:28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는 제목 그대로 한 어머니를 그리고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봉준호 감독이 바라본 '모성'의 또다른 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의 전작들이 소시민으로 그려지는 개인들과 그 개인들이 속한 사회의 관계와 사건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 영화는 보편적이긴 하나 또한 개인적이기도 한 '모성'이란 이름을 탐구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생각하는 모성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영화에서 모성은 아들에 대한 보호와 집착, 그로 인한 파괴적 성향으로 들어납니다. 아들을 향한 칼날을 대신 받아내는데 그치지 않고, 그 위험한 칼날의 기억을 아들에게서 지우기 위해 어머니는 고군분투합니다. 우리 아들의 '발가락의 때만도 못한 놈'들을 상대하면서.
자신의 눈이 닿는 곳에 항상 아들 도준(김혜자 분)이 보여야만, 그리고 아들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마음이 놓이는 어머니 혜자(김혜자 분)는 아들의 위험에는 앞뒤안가리고 박차고 나가는 그런 인물입니다. 아들에게 좋은 약도 들고다니며 먹여보지만 그 노력은 그다지 효과는 없는 듯 합니다. 입으로 보약을 먹으면서 오줌을 싸는 도준의 모습을 잡는 샷을 보노라면 왠지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애니메이션 등에서 한쪽귀로 글자가 들어가고 다른귀로 글자가 나가는 그런) 모습이 연상되어서 (헛된 노력에 대한) 안쓰러움과 더불어 웃음도 납니다. 혜자는 도준을 떠나보내고 도준의 오줌자국을 보도블럭으로 가립니다. 야생에서 짐승 어미가 자기 새끼의 냄새나 흔적을 지워서 천적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처럼. 앞으로의 모든 일이 이 하나의 시퀀스로 압축되어 그려집니다.
아들만을 생각하는 혜자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 일어납니다. 마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아들 도준이 지목되어 체포된 것입니다. 영화는 이 부분에서 "살인의 추억"과의 묘한 연관성을 드러냅니다. 경찰은 살인현장을 보며 '현장보존'이 잘 되어 있다며 흡족해 합니다. 거기에 후배 형사는 덩달아 "CSI" 이야기까지 들먹입니다. 하지만 과연 지금(영화는 2002년,2006년 월드컵 이야기를 하며 분명 이 영화의 배경이 현재임을 밝히고 있습니다.)이 80년대의 그 때와 비교해서 좋아졌을까요? 구둣발은 사라졌지만, 대신 그 자리는 사과와 세팍타크로가 대신했습니다. 힘없고 돈없는 혜자에게 변호사는 '법률적 대박'만을 강조하며 포기를 강요합니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때도 그러했고, "괴물" 때도 그러했듯이 여전히 영화에서 그려지는 사회적 약자들은 사회의 희생양처럼 그려집니다. 달라진 것은 연도 뿐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대중들의 공감을 자아내는데에는 사회에 대한 이러한 시각도 분명 한 몫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사회의 특수성을 영화에 맞게 재단하고 영화의 배경에 아로새기는 것이 봉준호 감독의 또다른 장기입니다.
"괴물"에서 강두가 다들 죽었다고 하는 현서를 찾기 위해 홀로 나선 것처럼 "마더"의 엄마 혜자는 '백 프로 끝난 사건'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단서를 찾아나섭니다. 혜자의 그 여정에서 보이는 것은 단순히 어머니로서의 자식의 사랑이 아니라 집착, 그로 인한 광기와 혼돈, 그리고 폭력성입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지옥불도 뛰어드는 어머니의 사랑의 또다른 이면이 그렇게 그려집니다. 내 아들을 구할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국민 어머니'라는 말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김혜자 씨는 그렇기에 이 영화의 전부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머리 속에 새겨진 그러한 '국민 어머니'라는 이미지의 상 속에서 때로는 희번뜩거리는 눈빛이, 그리고 처연함이, 무서울정도의 무표정이 번갈아가며 드러날 때, 그러면서 고정관념의 벽이 산산히 부서지면서 영화는 서늘한 냉기를 더욱 짙게 내뿜습니다. 말로 다할 수 없는 김혜자 씨의 그 연기와 그런 그를 잡는 모습을 보노라면 혹자들이 말하듯 "마더"는 김혜자 씨에 대한 봉준호의 감독의 트리뷰트 영화라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마더"는 마무리에서 마치 "올드보이"와 "살인의 추억"의 그것을 동시에 본 느낌이 나게 합니다. 과연 저들은 행복할까? 혜자의 침과 그리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카메라처럼 저 안에서 몸을 흔드는 것으로 모든 것이 없던 것이 될까? 서늘함의 종지부에서 보이는 것은 연민과 애처로움입니다 그리고 다른 여러 모성들 사이에 숨어드는 혜자의 폭력적 모성을 목격합니다. 영화는 과함과 부족함 그 사이를 각각의 경계에서 한치도 벗어남도 없이 재단한 것처럼 절묘하게 오가며 영화의 런닝타임 내내 알수없는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그것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번에도 여지없이 좋아할 영화 "마더"입니다.
P.S 어제 메가박스(코엑스점)에서 열렸던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한 "마더" 시네마토크 후기는 오늘내일 중으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Stephan
2009. 5. 25. 21:56
2009. 5. 25. 21:56
전세계적으로 팩션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영화화 되었을 때, 흥행은 원작의 인기 만큼이나 만족스러웠지만 영화 자체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사실 원작 자체도 과연 이게 그런 인기를 얻을 작품인가라는 회의가 우선 들었지만("성혈과 성배"에서 훨씬도 전에 제기됐던 소재만 가져와 자극적으로 포장했다는 것은 무시한다 하더라도 소절 자체도 개인적으로 그리 큰 재미를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톰 행크스와 론 하워드의 조합 때문에 기대를 품었고, 배신 당했습니다.
3년 후 나온 "천사와 악마"는 역시나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댄 브라운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설 자체는 소설 "다빈치 코드" 이전의 작품이지만 영화로 옮겨오면서는 "다빈치 코드" 이후의 이야기로 탈바꿈 되었습니다.
스위스의 CERN에서 진행되던 빅뱅 실험 중 그 때 생성된 반물질이 사라지고, 과학자 실바노가 살해된체 발견됩니다. 그리고 그의 시체에서 사라진 비밀조직으로 여겨지던 일루미나티의 문장이 발견되고 그로 인해 로버트 랭던이 사건에 관여하게 됩니다. 반물질을 탈취한 인물은 4명의 교황 후보 추기경들을 납치하고, 그들을 살해하고 최종적으로는 바티칸을 파괴하겠다는 협박을 합니다.
원작 소설은 소설의 재미로만 친다면 "다빈치 코드"보다는 나았습니다. "다빈치 코드"보다 긴장감 있었고, 그래서 흥미로웠습니다. 영화는 딱 그만큼만 전작 영화 "다빈치 코드"보다 낫습니다. 영화의 중심은 랭던 일행이 추기경들을 살리기 위해, 그리고 바티칸을 구하기 위해 단서를 좇아 로마를 종횡무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다른 어떤 여지 없이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단순한 구조로 관객들에게 같이 생각할 여지를 주지않은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나름 긴박감 넘치게 랭던 일행의 모습을 그립니다. 여기에 그 배경으로 비춰지는 로마의 모습은 또다른 볼거리로 작용합니다. (실내는 대부분 세트였다고 하지만.) 기본적인 영화의 재미를 만드는데는 성공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무리에서 불만을 가지게 합니다. "다빈치 코드"의 마무리는 말 그대로의 허무함이었다면 이 영화의 마무리는 미심쩍음입니다. 영화는 소설과는 다르게 유언 맥그리거가 연기한 궁무처장과 관련된 중요한 에피소드 하나를 통째로 들어냅니다. 영화 초반에 보여주던, 교황을 아버지처럼 여기던 그의 모습와 더불어 영화의 마무리에 설득력을 실어줄 단서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영화의 런닝타임을 의식해서였을까요? 꼭 필요한 부분이 빠진지라 아쉬움이 더 큽니다.
이 영화가 분명 만족스러운 영화는 아니지만, 단 하나 크게 만족스러운 것은 하나 있습니다. 톰 행크스가 전작의 그 어색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지 않았습니다. 마..만세?!
Stephan
2009. 5. 21. 23:26
2009. 5. 21. 23:26
제임스 카메론이 창조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그가 마지막으로 메가폰을 쥔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로 마침표를 찍었어야 했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본인의 말대로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리하게 만든 "터미네이터3"는 제임스 카메론의 그 말을 증명하며 팬들에게는 아예 없는 존재처럼 여겨집니다. (LG 트윈스 팬들의 금지어처럼.)
그리고 6년이 흘러 개봉한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하 터미네이터4)은 자신이 스스로 외전격임을 인정하는 영화입니다. 영문제목 "Terminator Salvation"에서 보이듯이 그간의 후속편과는 다르게 숫자를 달고 있지 않습니다. 제목부터 자신의 차이를 드러내며 기존의 시리즈와는 다른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맥지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할만 한 가치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영화는 '심판의 날' 이후, 기계들이 지배한 세상에서 기계들에 맞서 저항군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201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세 편의 시리즈에서 잠깐씩 보여줬던 바로 그 미래입니다. 존 코너(크리스챤 베일 분)은 그의 어머니 사라 코너가 했던 말처럼 저항군의 리더로서 스카이넷을 토벌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마커스 라이트(샘 워싱턴 분)라는 정체불명의 사내와 조우하게 됩니다.
이야기 구조 상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시리즈의 핵심 구조였던 쫓는 자와 쫓기는 자라는 관계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는 존 코너가 마커스와 만난 후 드러나는 마커스의 정체와 존 코너가 스카이넷 본부에 침입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영화의 구조는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성을 나타냅니다.
팬들은 맥지가 연출을 맡았을때 크게 반발했습니다. 고작 "미녀삼총사" 시리즈를 만든 감독이 감히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연출을 맡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간단하게 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 말 속의 의미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맥지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흔히 말하는 MTV 스타일을 구사하는 감독입니다. 영상적 화려함이나 카메라 기교를 통한 눈요기에는 능합니다. 맥지는 그의 장기를 잘 살려서 크나큰 액션장면의 연출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합니다. 시원시원하고 화끈한 액션신은 분명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런 맥지 같은 스타일의 감독들의 단점은 딱 거기까지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들의 가장 큰 약점은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꾼'으로의 재주는 없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전개에서 어떤 식으로 강약을 주며 흐름을 이끌어나가야 할지를 잘 모릅니다. 강 부분은 액션신이고, 약 부분은 드라마라는 단순한 공식으로 흘러갑니다. 이번 영화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액션신의 비중이 상당하지만 드라마는 완급조절이란 말을 꺼내기 민망할 정도로 힘을 기울이지를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크리스챤 베일이란 너무도 좋은 배우를 데려다가 그저 고함만 고래고래 지르다가 영화의 엔딩을 맞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캐릭터 및 배우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맥지는 자신의 한계를 이 영화에서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눈요기만으로는 보는 이들을 극 속으로 빨아들일 수 없습니다. ("트랜스포머" 급이 아니라면.)
영화는 여러모로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을 드러내려고 하지만 확실한 것은 "터미네이터1,2"와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고 오히려 '금지어'와 가까운 쪽이라는 것입니다. 액션신이 '금지어' 보다 더 눈을 사로잡긴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다른 영화들보다 눈에 띄는, 확연히 나은 점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영상미적 측면에 더해 이야기가 처지면서 그저 흔한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을 배경으로 한 헐리우드산 SF 블럭버스터라는 느낌이 강할 뿐입니다. 지난 시리즈의 대사나 요소를 빌려서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는 차별은 '금지어'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그저 시리즈의 외전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입니다. 이 영화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적자가 아닙니다. 영화에서 강조하는 '두번째 기회'는 외려 구차해보입니다.
혹자들은 이제 '제임스 카메론'을 잊으라고 합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손을 뗀 후, 시리즈에는 많은 부침이 있었습니다. 즉, 잊을만한 어떤 동기 유발도 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저도 바라봅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그것을 과거의 것으로 남길만한 새로움과 강렬함을 지닌 것을 말입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마무리하지 않고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라면, 팀 버튼의 "배트맨"과 거의 같은 위치, 아니 혹은 뛰어넘었다는 평을 받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과 같은 그런 "터미네이터"가 나와야 합니다. 맥지가 만들어낸 이 "터미네이터"는 분명 아닙니다.
P.S 개인적으로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1>2>3>4 순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차라리 이번 4편보다 '금지어'가 더 낫습니다. 정말 '금지어'에서 닉 스탈이 캐스팅 되지만 않았더라도..쿨럭...
P.S2 맥지의 낚시질.. 언제는 IMAX DMR 2D로 개봉한다더만..
P.S3 씨너스 이수5관의 사운드는 그저 감동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전 "스타 트렉: 더 비기닝"의 사운드 레코딩 자체가 너무 얌전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건재한 씨너스 이수5관. 역시 소스가 좋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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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
2009. 5. 18. 10:59
2009. 5. 18. 10:59
"천하장사 마돈나" 이해준 감독의 신작 "김씨표류기"는 오늘날의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한 편의 우화입니다. 1000만이 넘는 인구가 사는 서울에서 무인도라니, 너무도 우화적 공간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영화는 결국 이 시대의 소통과 고립,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남자 김씨(정재영 분)는 신용불량자로 자살을 결심하고 한강에 뛰어들지만 밤섬에 고립(!)되고 맙니다. 구조를 요청하려고 119, 전 여자친구에게 마지막 남은 배터리에 안절부절 하며 전화를 걸어보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두 쪽'을 적나라하게 흔들어내며 밤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강변의 아파트와 차량을 보고 자신을 알아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이 시대는 루저에게는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고립되어만 갑니다. 대도시의 한 무인도처럼.
그리고 여자 김씨(정려원 분)가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방을 전체의 세상으로 규정하고 그 안에 틀어박혀있는 전형적인 히키코모리입니다. 싸이월드에 여러 가상의 자신을 만들어놓고 그 거짓된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 만족해하며 살아갑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라는 간접적 소통의 창구에만 몰두하는 우리시대의 또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남자 김씨와 여자 김씨는 그렇게 자신들의 공간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남자 김씨가 밤섬에 표류하면서 벌이는 좌충우돌 생존기와 그를 우연히 보게되는 여자 김씨와 서로를 인지하는 두 사람을 그린 중반부까지의 이야기와 둘의 만남까지를 그리는 후반부가 그것입니다. 영화의 중반부 까지는 너무도 사랑스러울 정도로 재치있고, 유머 있습니다.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남자 김씨의 무인도 생활에 푹 빠져들게 합니다. 그러한 재미 속에서도 영화의 주제의식은 굳건한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중반부까지의 만족에 비해 영화의 후반부는 크게 아쉽습니다. 중반부까지 이어져오던 영화의 전반적이나 밀도나 재치가 확연히 떨어지면서 영화의 주제만 너무 크게 부각시키기 위한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결말이라고 보았을때 그 결말을 향한 과정이 너무 조급하고 안일합니다. 이 크게 나눌 수 있는 영화의 두 부분의 이질감만 아니었다면, "김씨표류기"는 현실을 살아가는 어른들을 위한 가슴 따뜻한 우화라는, 그 목적성에 더없이 잘 부합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앞부분의 영화는 그런 아쉬움에도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그 의미를 다합니다.
P.S 이 영화의 PPL은 아마도 국내 영화사상 최고의 긍정적 PPL이 아닐까합니다. 주말에 '일요일은 내가 요리사~' 라고 외치며 사 먹었습니다.
Stephan
2009. 5. 9. 14:40
2009. 5. 9. 14:40
근래의 문화적 유행 코드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음악과 패션은 '디스코'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영화계의 프랜차이즈물들은 자신들의 기원을 향해 거꾸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한 나라는 정치/사회마저 과거로...어라?!)
"배트맨"이 그러했고, "슈퍼맨", "X-맨"이 그 길을 따랐습니다. 500여 편이 넘는 TV 시리즈 에피소드와 10편의 극장판이 만들어진 미국 인기 우주 SF 프랜차이즈물 "스타 트렉" 시리즈도 자신들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리부팅'을 선언합니다. 시작점으로의 회귀는 일종의 도박이지만, 그 도박이 성공했을 경우 주는 이득은 막대합니다. 위험 요소로는 기존 팬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작점에서 모든 걸 시작하다보니 기존에 쌓아왔던 시리즈의 기반을 흔들어버릴 오류나 급진적인 개혁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팬들은 불만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리부팅'이 성공했을 경우, 그간의 장시간 이어진 프랜차이즈물로 인해 그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각종 피로누적(얽히고 설킨 이야기와 캐릭터, 진부화로 인한 팬들의 외면)을 일시해 해소하며 기존의 팬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팬들 또한 해당 프랜차이즈물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위험 요소와 반대되는 입장으로 아무것도 없었던 처음부터 시작하기에 제약 요소 상에서 여유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를 위해서 SF 적인 꼼수(?)를 씁니다.) 이런 도박판에 앉을 선수로 선택된 이가 현재 미국 TV/영화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물, J.J. 에이브럼스입니다.
저는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대해서 자세히 모릅니다. "X-맨"의 사비에 교수로 친숙한 패트릭 스튜어트가 피카드 함장으로 분했던 "스타 트렉"의 몇몇 이미지만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즉, 저는 "스타 트렉"에 관한 일자무식의 자세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그런 초짜 관객의 입장으로 영화를 봤을 때, J.J. 에이브럼스는 자신이 왜 스타플레이어인지를 너무도 멋지게 드러내보였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제임스 타이베리우스 커크의 출생부터 시작됩니다. 로물란 족의 네로는 USS 캘빈 호를 공격하고 임시 함장이 된 커크의 아버지 조지는 다른 이들을 구하고자 홀로 함선에 남아 자신을 희생합니다. 그런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우주에 떠있던 구조선에서 제임스 T. 커크가 탄생합니다. 그리고 우주의 다른 쪽 벌칸에서는 인간과 벌칸 족의 혼혈로 그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어린 스팍이 보입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훗날 큰 우정을 쌓게 되는 두 주인공이 시간이 흘러 스타플리트에서 만나게 됩니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축인 이 두 명은 말 그대로 다릅니다. 제임스 딘의 그 유명한 '치킨 게임'처럼 절벽을 향해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고는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제임스 T. 커크는 제임스 딘을 연상시키듯 반항심이 가득하나 그와 더불어 호기로운 청년입니다. 논리를 중시하는 벌칸 족의 피가 흐르고 그 종족의 일원으로 살던 스팍은 만사에 있어 이성적이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침착합니다. 그런 그 둘이 만나니 당연히 서로 대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둘의 대립과 화해, 그리고 서로 힘을 합하는 일련의 흐름은 흔히 말하는 버디 무비 속 그것이라 할 수 있으며 묘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초반 오프닝 전투부터 이어지는 스페이스점프, 네로 함선과의 전투, 블랙홀 등 쉴틈없이 이어지는 영화의 액션 신들은 최첨단 CG 등으로 인해서 더욱더 실감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이러한 액션 신들은 단순히 그런 눈요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흐름이나 전개상에 너무도 잘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종종 SF 영화에서 보이던 기술적 과시로 인해 그러한 장면들만이 독불장군처럼 홀로 기세등등해 결과적으로 영화의 모양새를 안 좋게 하던 우를 이 영화는 범하지 않고 있습니다.
J.J. 에이브럼스가 새로운 함장이 되어 첫 지휘를 맡은 새로운 "스타 트렉"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영화로서의 오락성의 최고의 정점에 다다라 있으며 그로 인해 "스타 트렉"이라는 거대한 프랜차이즈 물에 새바람을 일으킬만한 충분한 대중성을 확보합니다. 또한 이야기에 잘 녹아든 유머와 흥미로운 캐릭터들의 안정감 있는 분배는 그들이 등장할 앞으로의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합니다. 혹자들은 '떡밥'의 제왕인 J.J. 에이브럼스가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떡밥신공을 자제했다고들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조금만 멀리 보면 답은 나옵니다. 그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물에 대한 떡밥으로 이 영화를 관객들에게 내놓았습니다. 보는 이들은 그 순간에야 그것을 인지 못하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품는 자신들을 본 순간, 아마도 '아차'할 것 입니다. 자신들이 이미 J.J.표 떡밥의 노예가 되었음을.
성공적으로 '리부팅' 한 새로운 "스타 트렉". 이 영화를 보며 혹자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2009년 왜 "스타 트렉"인가? 냉전의 그늘 아래서 시작된 오리지널 "스타 트렉". 핵전쟁의 위협이 팽배해 있던 그 때 "스타 트렉"은 몇 백 년 후의 미래에 인류가 인종의 차별은 물론 외계인과 같은 종족의 벽도 허문 체 서로 화합해 신세계를 가로 지를 것이라는, 현재의 불안을 잊게 하는 긍정적인 미래관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20세기를 지나 21세기, "스타 트렉"이 만들어진 미국은 지난 세기 그들이 지배하던 US 헤게모니아의 붕괴를 앞두고 있습니다. 9/11 이후 무리한 대외 정책과 최근의 미국발 경제위기가 그 붕괴를 촉진시켰습니다. 그 불안이 엄습하는 이때에 그들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론을 펼칠 이유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 바로 "스타 트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주, 최후의 미개척지. 이것은 엔터프라이즈호의 항해일지다. 엔터프라이즈호는 임무를 통해 낯설고 새로운 신세계를 탐험하고, 새로운 생명체와 문명을 찾아내며 이전에는 인류가 가보지 못했던 곳까지 과감하게 나아갈 것이다.' TV 시리즈의 오프닝 멘트를 변용했다는 영화의 마지막 이 나레이션은 곧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타 트렉"이 그토록 미국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이에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단순히 미국인들뿐만 아니라 그 외의 사람들도 즐길 만큼 충분히 매혹적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또한 그간 헐리우드가 만들어냈고, 만들어내는 영화들의 장점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P.S 잡지를 보니 "스타 워즈" 프리퀄과의 비교를 하던데... "스타 워즈" 프리퀄은 아나킨 스카이워커에게 베이더 경의 가면이 씌워지는 그 순간, 그 하나만으로도 막대한 가치가 있는 겁니다! 'Live long and prosper.'?...흥! 'May the force be with you.'
P.S2 왕십리CGV IMAX관(IMAX DMR 2D)과 씨너스 이수5관(필름)에서 각각 감상했는데, 두 곳 다 사운드에서는 만족을 못 느낀지라, 그런 조건하에서는 왕십리CGV 에서의 IMAX DMR 2D 관람을 권해드립니다. IMAX의 그 위압적인 스크린은 일반 상영관이 넘을 수 없는 사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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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han
2009. 5. 7. 01:16
2009. 5. 7. 01:16
개인적으로는 한국 영화를 보면서 종종 과도한 욕설의 사용에 못마땅해하곤 합니다. 말그대로 불필요한, 때로는 단순히 희화적 요소를 위해서만 남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그렇습니다. 그 욕설이 때로는 관객의 배설 욕구를 대신해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점을 감안한다 해도 과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영화 "똥파리"는 다릅니다.
"똥파리"는 아마 한국영화에서 욕설이 가장 많이 나오는 영화일 것입니다. 첫 오프닝에서부터 시작된 욕설은 영화 내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범국민적인 욕설 씨팔부터 해서 다양한 욕설이 들려옵니다. 그 무수한 욕설은 영화의 주인공 '상훈'(양익준 분)을 대변합니다. 남녀노소는 물론 자기 아버지도 상관치 않고 욕설을 내뱉으며 폭력을 행사하는 그는 누구나 멸시하고 피하고 싶어하는 '똥파리' 그 자체입니다. '욕설'이나 (신체적) '폭력'이나 결국은 그것이 표현되는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결국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겁을 줍니다. 상훈은 욕설과 폭력으로 하루하루를 먹고 사는 인물입니다. 그는 일수를 받으러다니거나 용역깡패 노릇을 합니다. 그의 일에 욕설과 폭력은 너무도 가까이 닿아있습니다. 그런 그를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만든 것은 가정 폭력입니다. 아버지의 숱하게 휘두르는 폭력은 결국 어머니의 죽음을 부르고, 그는 그렇게 세상에 남았습니다. 상훈은 가정 폭력을 휘두르던 채무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 나라 애비들은 집에만 오면 지가 김일성인줄 알어 씨발.' 그 자신이 그러한 폭력에 불만이 많고 이골이 나있지만, 그럼에도 그는 폭력을 떠칠 수가 없습니다. 결국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고리가 상훈을 얽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상훈에게 다가오는 묘한 로맨스가 있습니다. 어머니를 여의고 베트남 참전 용사로 정신병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오빠와 함께 힘든 삶을 사는 연희입니다. 참 그답게 침을 뱉다가 연희를 만나게되는 상훈은 누구에게나 처럼 욕설을 날리지만, 연희는 그에 개의치 않고 그에게 점차 다가옵니다. 상훈과 연희는 서로 모르는 과거의 악연이 있지만 닮은 꼴 관계에서 오는 동질감 때문인지 가까워집니다. 상훈과 연희가 일종의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은 마치 꿈같이 몽롱한 느낌으로 그려집니다. 아주 평범한 데이트. 그런 평범한 삶. 상훈이 바라던 삶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런 삶은 상훈에게는 한 낮의 꿈과도 같은 일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상훈은 '똥파리'이기 때문입니다.
상훈은 자신의 지저분한 삶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앞서 말한 그 폭력의 고리가 상훈을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훈의 자리를 대신해 연희의 오빠 영재가 그 폭력의 순환 고리 안으로 들어옵니다. '누굴 때리는 개새끼는 지가 안 맞을 줄 알거든. 근데 그 개새끼도 언젠가 좆나게 맞는 날이 있어.' 상훈이 처음부터 말했던 것 처럼 이 악순환은 쉽게 그치지를 않습니다. 상훈의 빈자리에는 오열과 울음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후에는 상훈으로 인해 엮어질 수 없었던 새로운 가족이 들어섭니다. '똥파리'로 인해 다가설 수 없었던 이들이 한 자리에게 모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가족의 모습을 뒤로 하고, 상훈과 오버랩되는 영재의 모습은 다시 한번 폭력의 질긴 순환을 드러냅니다. 또한 상훈의 용역업체 사장이던 만식이 폭력의 과정으로 인해 축적한 돈으로 번듯하게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불쾌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우리 사회 밑바닥에서 부터 밀고 올라오는 폭력을 말그대로 구역질나게 느끼게 합니다. 어찌보면 그런 폭력의 향연은 이 세상의 일부이기도 하고 또는 이 세상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영화의 연출자이자 주연을 맡은 양익준 입니다. 이 영화에서 양익준은 연기라고 하기 뭐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상훈을 연기합니다. 양익준이 상훈이고, 상훈이 양익준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그의 연기는 '똥파리' 상훈이 갖는 영화의 의미를 더욱더 도드라지게 합니다. 욕설과 폭력의 이중주가 그로 인해 아름다운(이라 쓰고 구역질나는 이라고 읽습니다.) 이중주를 이룹니다. 또한 그런 상훈을 상대하는 연희를 연기한 김꽃비, 만식 역의 정만식의 연기 역시 너무도 인상적입니다.
작년 한국 영화계에 나홍진과 이경미라는 새로운 피가 수혈되었다면, 올해는 양익준 이라는 걸물이 새롭게 자신의 이름을 드러냈습니다. 첫 장편의 강렬한 인상을 이후의 작품에서도 잃지 말고 다시 선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Stephan
2009. 5. 5. 14:22
2009. 5. 5. 14:22
박찬욱 감독의 2009년 신작 "박쥐"는 한글 제목뿐만 아니라 영문 제목 "Thirst" 까지도 이 영화의 속성을 너무도 잘 드러냅니다.
'Thirst'. 갈증, 혹은 갈망. 무엇을 향한 갈증과 갈망일까요? 뱀파이어가 된 신부, 현상현(송강호 분)에게는 피를 향한 목마름이고 태주(김옥빈 분)에게는 '평생 그들의 강아지처럼' 산 자신의 지겹고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망, 아버지 신부(박인환 분)에게는 단 한번이라도 세상을 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무언가가 결핍되어 있고,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그 것의 해소를 찾습니다. 수요일마다 마작을 즐기러 태주의 한복집을 찾는 모임의 이름마저도 '오아시스' 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결핍, 그리고 결핍의 갈증의 해소가 그들에게 만족을 줄까요? 아닙니다. 갈증의 해소는 그 과정에 있어서 다른 무언가를 필요로 합니다. 상현에게는 그를 '더 이상 수도자도, 신부도 아니게' 만들고, 태주는 '신앙이 없어 지옥에 가지 않는다며' 자기의 욕망을 상현에게 설득시키고 그 뜻을 이루지만, 지옥보다 더한 죄책감의 무게가 그녀를 짓누릅니다. 그러한 해소는 다른 무엇과의 상호 존립할 수 없는 상충적인 관계를 만듭니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처럼 이 모순적인 관계와 상황의 연속이야 말로 이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한글 제목 '박쥐'. 뱀파이어를 상징하는 동물로서 뿐만 아니라, 우화 속에서 등장하는, 날짐승들은 들짐승이라고 하고 반대로 들짐승들은 날짐승이라고 비난하는 박쥐의 그런 애매한 관계 속 모순은 바로 이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박찬욱 감독은 애초에는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을 "Evil Live"라고 지을 생각이었다 합니다. 악과 삶이 철자의 앞뒤를 바꾸는 것만으로 같아집니다. 삶 속에 악이 있고, 악 속에 삶이 있는, 삶에 자리 잡은 본능과도 같은 죄악. 이 역시도 영화와 어울리는 재밌는 제목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전개되는 원동력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순과 그 충돌입니다. 상현이 뱀파이어가 되어 버린 것도 애초에는 다른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목적으로 자신을 백신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다 뜻하지 않게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행복고전의상실'은 절대 '행복'하지 않고 한복집에서 마작을 즐기는데에 그치지 않고 라여사는 '시마이'라는 말로 영업종료를 알립니다. 상현에게 고백성사를 통해 죄를 사해준 아버지 신부는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적 희생양으로 변합니다. 상현은 그를 성자로 믿는, 자신에게서 구원을 바라던 사람들을 위해 강간을 택합니다. 일일이 늘어놓을 수 없는 영화 속 모순의 합창은 잔혹한 치정극 속의 블랙 코메디라는 형태와 더불어 박찬욱 감독이 전작에서도 이야기했던 죄악과 그 구원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집니다.
충돌하는 강렬한 이미지와 이야기는 단순히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정신을 자극합니다. 그 짜릿함이 "박쥐"의 재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하는데에 배우들의 호연도 빠질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대표배우라는 말이 이제는 너무도 당연스러운 송강호의 연기는 물론이고, 김옥빈의 연기는 말 그대로 놀랍습니다. 일상의 권태로움에 지쳐가는 여자에서 색기와 요기를 넘나드는 그녀는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이전 "올드보이"의 강혜정이 그러했듯 김옥빈은 "박쥐"라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의 한 획을 그을만한 작품을 만났습니다.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라는 조금은 미흡한 행보 이후에 다시 자신의 자리로 박찬욱 감독이 돌아온 것 같아 더욱 마음에 드는 영화 "박쥐" 입니다.
P.S "쌍화점"의 조인성 씨도 아니고, 송강호 씨의 노출이 여배우의 영화 속 노출을 눌러버리다니.. 이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놀라움 아닌가요?(퍽..)
Stephan
2009. 5. 4. 13:56
2009. 5. 4. 13:56
수입사의 어처구니없는 네이밍 센스만 아니었다면 더욱더 좋았을 영화, 바로 우디 앨런 감독의 "Vicky Cristina Barcelona" 입니다.
영화는 한여름의 휴양지 바르셀로나에서 빅키(레베카 홀 분), 크리스티나(스칼렛 요한슨 분), 후안(하비에르 바르뎀 분), 마리아(페넬로페 크루즈 분), 이 네 사람이 겪는 유혹과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빅키는 논문 준비를 위해, 크리스티나 애인과 결별 후 기분 전환 차 함께 마드리드를 찾습니다. 이 둘은 친구이지만 성격은 정반대입니다. 크리스티나는 새로움과 불같은 사랑을 찾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든다면 빅키는 말그대로 이성적입니다.
이러한 빅키의 이성은 후안이라는 한 화가를 만나면 알 수 없는 감성에 조금씩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그 것이 최고조에 벌어난 일로 빅키는 혼란에 빠집니다. 그런 빅키가 고민에 휩싸여있는 반면에 크리스티나는 한눈에 관심을 가진 후안과 그의 전처 마리아와 기묘한 동거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들이 이런 묘한 경험을 하는 바르셀로나는 휴양지 이상의 마법과도 같은 공간입니다.
이 영화를 굳이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마리아의 대사가 적격일 것입니다. '미완성의 사랑만이 로맨스로 남는다.' 마리아는 후안과 자신의 관계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둘은 사랑하지만 둘만으로는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런 그들의 관계에 끼어든 크리스티나로 인해 그들은 임시적인 안정을 얻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관계는 영원하지 못합니다. 크리스티나의 한때의 격정적인 마음은 여름의 지나감에 따라 점차 시듭니다. 그게 크리스티나의 크게 변하지 않는 속성이니까 말입니다.
이 영화에 우디 앨런 감독 본인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의 잔영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빅키입니다. 자신의 상황에 안절부절 못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불안함을 느끼는 빅키는 이 영화 속 우디 앨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관객은 그녀의 그런 불안한 모습에 미소를 짓습니다.
바르셀로나의 여름은 한때의 꿈만 같습니다. 이국적인 휴양지에서 겪는 사랑은 휴양지를 떠나면서 뒤에 남겨두는, 이루지 못한 그것이기에 마리아의 말처럼 로맨스로 남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사랑과 로맨스에만 국한되는 것일까요? 우리의 삶 자체가 일종의 불완전함으로 차있고, 그것을 채우려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삶입니다. 한때를 즐기고 떠나오는 빅키와 크리스티나 처럼 또한 결코 그 불완점함을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것이 또 바로 우리 삶입니다. 한 때의 일탈로 만족을 얻을 듯 하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에 서서 또다른 일탈을 각자의 방식으로 꿈꾸는.
Stephan
2009. 5. 3. 17:31
2009. 5. 3. 17:31
이 영화를 처음 인지한 것은 시사회 직후 온라인 상에서 보인 '(롯데 엔터테인먼트의) "과속 스캔들"을 이을만한 잘 만든 코메디'라는 식의 글들에서였습니다. 너무 뻔한 홍보방식이긴 한데, 어쨋든 그걸로 일단 존재는 알렸으니 어쨋든 성공이긴 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의 외향만 보면 단연 한국판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가 떠오릅니다. 물론 그 쪽은 킬러가 직업이었고, 이 쪽은 국가요원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커플이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그로 인한 갈등 과정이 주요 포인트라는 점에서는 사실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스미스' 부부보다 이 영화는 일단은 더욱더 코메디에 치중을 하는 편입니다.
영화는 사실 큰 폭소를 일으키거나 그래서 기억에 남을 웃음을 제공해주지는 않습니다. 서로의 정체를 모르고 오해하며 아웅대는 커플들의 모습이나 국가요원이라는 뭔가 있어보이는 직업이라도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평범한 사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관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순간순간의 간단한 웃음을 지속적으로 구사합니다. 흔히 말하는 빅 재미와 폭소라는 측면에서 아쉽기는 하지만 무리하게 큰 웃음을 유발하려는 억지노력보다는 잔잔한 웃음이라도 꾸준하게 엮어나가려는 모습은 나름 성공적이다라고 생각됩니다.
주인공들의 임무가 국가요원이다보니 불특정다수를 노리는 테러범들을 상대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액션에 치중하게 되는데, 황당한 이야기라도 해도 조금은 얼기설기한 이야기 전개가 아쉽습니다. 또한, 영화가 그리 큰 예산의 영화가 아닌지라 기본적인 '때깔' 측면에서 아쉬운데, 그러한 것은 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액션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흔히 말하는 '싼티'가 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오히려 만천하에 다 드러낸 꼴입니다.
홍보멘트의 "과속 스캔들"을 이을 코메디는 말그대로 홍보 멘트입니다. 이 영화는 일단 "과속 스캔들" 만큼 다양한 연령을 커버하며 웃음을 줄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고 간단히 '재밌었다' 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나기에는 괜찮을 만큼의 영화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가격대비 성공이란 말이 가장 적절할 듯 합니다. 그게 바로 코메디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Stephan
2009. 5. 2. 20:53
2009. 5. 2. 20:53
소재는 신선합니다. 아니, 신선하다는 말보다는 시의적절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합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모씨 스캔들,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중섭, 박수근 화백의 위작 논란 등. 미술이라는 것이 일반 대중들에게 분명 생소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런 여러 사건들로 인해 적어도 관심만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은 복원과 복제, 그리고 미술계의 어두운 뒷모습을 일종의 케이퍼 무비 형태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한 면에서 영화는 개봉 이전부터 국내 영화 "범죄의 재구성"이나 "타짜" 같은 영화와 흡사해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특히, 예고편을 통해 보이는 엄정화가 분한 갤러리 비문의 배태진 회장은 "타짜"의 김혜수의 캐릭터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뭐, 그것도 홍보 입장에서는 관심이니 좋은 일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영화에는 참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천재 복원가 이강준(김래원 분), 갤러리 비문의 회장으로 미술계의 큰손인 배태진(엄정화 분), 인사동 거리에서 고미술상을 운영하는 권마담(임하룡 분), 그리고 이 외의 다양한 인물들(포스터에 등장하는 인물만 세어봐도 일단 8명이죠?) 안견이 '몽유도원도'를 그린 후, 안평대군에게 안견 자신의 꿈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렸다는 '벽안도'가 등장하면서 이 많은 이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엮이게 됩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캐릭터들을 등장시키지만 그 등장한 캐릭터들이 모두 유효타를 득점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사실 그저 병풍에 가깝습니다. 권마담 역의 임하룡이나 호진사 사장 역의 고창석 등은 자신들이 연기한 캐릭터 속에서 고유한 특징을 부여 캐릭터성을 살려보려고 합니다만, 영화 상에서 주어진 캐릭터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합니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그 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잘 분배되어 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는그저 이강준이라는 인물의 행동에 대한 원인과 결과만이 중요시될 뿐이지, 다른 것은 주요 사항이 아닙니다. 그와 일종의 대립관계를 이루는 배태진은 외모 상으로의 카리스마는 상당하긴 하지만 그것 만큼의 실제적 역할이나 그녀에 대한 설명은 많이 부족합니다. 소재는 흥미롭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지만 '다다익선'이 아닌 '과유불급'이 되고 만 캐릭터 활용은 이 영화의 전체적 감상에 크게 마이너스입니다. 효과적이지 못한 많은 캐릭터들은 이야기를 실제 이상으로 복잡하게 끌고 나가며 그런 캐릭터들에 신경 쓰다보니 이 영화가 케이퍼 무비로서 관객에게 주어야할 일종의 쾌감은 상당히 빈약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정작 중요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빈약하고 허술한 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떼쟁이니 상박, 회음수 등의 업계용어의 활용도 이미 이전 다른 이런 류 영화들에서 보이던 모습들과 너무도 유사한지라 그리 큰 효과를 주지 못합니다.
'킬링타임'용 영화에서 무엇을 바라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영화에서도 적어도 기본적인 짜임새는 요구되기 마련인지라 그 점이 아쉽습니다. '당신이 본 그림은 모두 가짜다!' 소재와 캐릭터 뒤에 허술한 이야기를 감추고 있는 이 영화야 말로 가짜입니다.
Stephan
2009. 5. 2. 15:05
2009. 5. 2. 15:05
"본 트릴로지"의 각본/각색, 그리고 "마이클 클레이튼"이라는 인상적인 데뷔작을 선보인 토니 길로이의 작품인지라 기대가 너무 컸나봅니다. 이 영화는 스파이와 거대 글로벌 (제약)업체의 베일 아래 경쟁이 드러나지만, 그저 밋밋하고 나른한, 굉장한 두뇌게임인 '척' 하기 바쁜 로맨스범죄스릴러물일 뿐입니다.
전직 MI6 요원인 레이(클라이브 오웬 분)과 CIA 요원 클레어(줄리아 로버츠)는 연인관계로 라이벌 기업인 'B&R'과 '에퀴크롬'의 경쟁 사이를 이용, 그들의 비밀정보를 빼내어 큰 이득을 얻으려 판을 짜게 됩니다. 원제인 'Duplicity'는 '표리부동(表裏不同)' 즉, 겉과 속이 다른 음흉함을 뜻합니다. 레이와 클레어는 그들의 계획을 감춘체 각자의 기업 밑에서 그들을 돕는 사람으로 분해 임무를 수행해나갑니다. 이러한 '표리부동'은 그저 레이와 클레어가 각자의 기업들에게 하는 행동만은 아닙니다. 레이와 클레어는 플래시백을 통해 보여진 계획의 전개과정에서 그들 각자를 서로 의심합니다. 첩보요원출신의 산업스파이라는 그들의 모습은 각자에게도 끊임없는 의심을 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서로가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리부동'은 결국은 그들의 계획을 뛰어넘는 무엇을 선사합니다. 누구나 자기의 계획대로 이뤄지고, 그래서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습니다. 이 세상 자체가 '표리부동'함과 불합리함으로 가득차 있으니 말입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일종의 불변의 진리입니다.
불변의 진리는 즉, 중요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너무도 일반적이라 별 주의를 끌지 못합니다. 영화는 이 주의를 끌지 못할 이야기만을 되풀이합니다. 레이와 클레어의 과거의 플래시백을 통해 주의를 환기해보려고도 하지만 오히려 영화를 필요이상으로 복잡하게 만들어놓으며 관객의 머리를 흐뜨려놓는, 무리한 잔재주로 화할 뿐입니다. 그러한 복잡한 이야기 흐름을 좇아 영화의 마지막에 다달아 내놓은 최종 결론은 그 불변의 진리를 인지해오고 있던 관객들에게 허탈함만을 안겨줍니다. 클라이브 오웬, 줄리아 로버츠, 톰 윌킨슨, 폴 지아매티라는 좋은 배우들을 포진한 영화는 그들의 이름값에도 전혀 미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소포모어 징크스'라는 것이 떠오릅니다. 만사가 모두 잘 될 수는 없습니다. 토니 길로이가 이번 평작을 만들어놓는동안 비축해 놓은 에너지와 창작력이 있기를 바라며, 그의 세번째 연출작을 기대해봅니다.
Stephan
2009. 5. 1. 20:44
2009. 5. 1. 20:44
브라이언 싱어의 두 편의 성공적인 "엑스맨" 시리즈를 브렛 래트너가 트릴로지의 징크스를 그대로 답습하듯 혹평으로 마무리 지은 후, 이제 "엑스맨" 시리즈는 시선을 과거로 옮겼습니다. "엑스맨"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캐릭터인 울버린(휴 잭맨 분)의 기억상실증으로 잊어버린 과거가 그것입니다.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은 프리퀄로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만, 바로 이전 "엑스맨: 최후의 전쟁"의 찝찝함이 드리워져 있기에 프리퀄을 가장한 (요즘 너무도 유행하는) 리부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나름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영화임에도 개봉 전부터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스튜디오의 압력으로 대규모 재촬영이 이루어졌다는 루머가 온라인을 달구었고, 영화의 미완성편집본이 유출되는 악재도 있었습니다. 이런 불상사를 극복하고 영화는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수행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프리퀄격 스핀오프로는 성공, 리부팅의 의미로는 미흡하다 입니다.
영화에는 '울버린' 로건 외에도 다양한 뮤턴트들이 등장합니다. 울버린의 형인 빅터 크리드(리브 슈라이버 분), 갬빗, 듀크스, 레이스, 데드풀, 실버폭스, 등.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울버린입니다. 다른 뮤턴트들은 울버린의 과거를 스쳐지나갔던 인물들일 뿐입니다. 물론, 원 "엑스맨" 시리즈에서도 마주치는 세이버투스와 윌리엄 스트라이커, 그리고 스캇(사이클롭스)과 그 분은 원 시리즈와의 연계를 담당합니다.
영화는 울버린의 과거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그리고 있습니다. 연인 카일라와의 로맨스와 그 관계에서 드러나는 울버린이라는 이름의 유래, 그리고 이후 시리즈에서도 부딪히게 되는 그의 형, 빅터 크리드와의 갈등입니다. 이 두 개의 큰 이야기는 울버린의 과거를 궁금해하던 팬들에게는 나름 충분한 해답을 줄 만합니다. 이전 원 시리즈가 뮤턴트들 사이의 대립을 찰스 사비에 교수와 매그니토로 드러냈다면, 이 영화는 울버린과 빅터의 대립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힘과 그로 인해 파괴본능을 주체 못하는 빅터와 그런 유혹을 참아내는 로건은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둘이 피를 나눈 형제라는 점은 양립하는 뮤턴트들의 두 성격을 더욱 확연히 드러냅니다. 울버린만이 홀로 빛나는 영화인지라 다른 캐릭터들이 그저 소모대는 느낌이 크긴 하지만 나름 신경 쓴 듯한 이야기는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하지만 영화는 울버린의 과거를 살피는데에는 충분한 할애를 하지만, 과거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의 영광을 다시 느껴볼, 그것을 위해 새롭게 시작할 만큼의 여력은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성공했던 브라이언 싱어의 그것과 실패한 브렛 래트너의 그것 사이에서의 절충점을 찾아보려고 한 듯 하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엑스맨"으로 거듭날 기회를 놓치고, 그저 안정적인 위치에 안착하려는 모습입니다. 팬들을 매혹시켰던 "엑스맨"의 영광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요? 또다른 스핀오프, "엑스맨 탄생: 매그니토"에서는 그럴 수 있을까요? 감독이 데이빗 S. 고이어인데요?
P.S 유독 눈에 걸리는 것은 퀄리티 낮은 몇몇 CG 였습니다. 특히, 울버린의 그 것은 왠지 부끄러울정도로 어색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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