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세폴리스
영화 "페르세폴리스"는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격동의 이란의 현대사를 살아온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이란의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내용이구요.  친서구화의 길을 걷던 왕정국가에서 1979년의 이슬람혁명 이후의 공화정국가와 이슬람 근본주의. 그후의 이란-이라크 전쟁까지...

주인공인 마르잔은 궁금증도 많고, 특유의 반항심도 있는 소녀입니다. 기실 이런 모습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나름의 시선을 가지고, 억압된 현실에 대해 반발심리도 있지만, 실상 공권력 등의 힘을 동반한 강제적 논리 앞에서는 그저 작아지고, 때로는 비겁해지는 모습 등이 말입니다. 마르잔의 모습이 이러합니다. 어린 나이에 오스트리아 유학을 통해서 이란의 현실과 타국인으로서의 차별 등을 알고, 사랑의 아픔에 방황하며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고국의 현실은 그녀를 점차 힘들게 할 뿐입니다. 결국 그녀가 사랑하던 가족을 고국에 두고, 다시 해외로 나가는 모습은 그녀 역시 현실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의 모습이 바로 우리 중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작가의 자서전이기도 한 이 영화가 이란인이 아닌 다른 현실을 사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깊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그리는 격변의 이란 현대사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민중의 갈망과 희망에 의해 세상이 점차 살기좋게 변할 것 같지만, 그것은 결국 민중들의 소박한 꿈일 뿐 현실은 각종 이권과 이데올로기 등에 의해 민중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우리네도 그렇게 크게 차이가 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더 공감이 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 소박한 꿈을 오늘도 꾸어보지만 말이죠.

이런 영화의 이야기를 제쳐두고, "페르세폴리세"는 두 부분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마르잔의 현재와 과거로 말이죠. 현재는 컬러로 표현되어지고,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거는 검은색과 흰색, 흑백으로만 표현되어집니다. 평소에 자주 접할 수 있는 미국/일본 애니메이션에 비한다면 투박하고 단순하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단순히 흑백으로 그려내는 영상들이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또한 이런 모습과 더불어 그 속에 풀어놓은 상상력들은 전체적으로 무거워 질 수도 있는 영화의 이야기와 그 균형추를 맞추는 역할도 수행해냅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니 근래에 본 "아주르와 아스마르"에 이어서 또다른 인상적인 프랑스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엿본 것 같아서 뭐랄까, 기분이 참 좋네요.
스피드 레이서
"마하 고고고". 국내 방영명 "달려라 번개호".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다고 하지만, 저는 위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닌지라 그와 관련해서 이 "스피드 레이서"와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전무합니다. 즉, 제게는 그저 "스피드 레이서"라는 영화 한 편일 뿐이지요.

영화 "스피드 레이서"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자동차 레이싱 오덕후 가문인 레이서 가의 차남 스피드 군은 죽은 형처럼 레이서가 된 후 최고의 기대주로 떠오릅니다. 그런 그의 앞에 드리워진 검은 그늘이 있으니 정정당당한 줄로만 알았던 레이싱계에 배금주의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이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런 현실과 그를 괴롭히는 위협 앞에 스피드는 위기를 겪지만 결국에는 가족의 사랑으로, 가족을 위해 승리를 차지합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분히 아동용 내러티브의 틀을 따르고 있습니다만, 그냥 유치한 내용으로 끌고 가기에는 그랬는지 위에도 있듯이 자본주의의 그늘을 갈등의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미국 애들이 좋아라하는 가족이 곧 모든 것이자, 가족애야 말로 모든 것의 해결책이라는 가족주의를 더했구요. 뭐, 이런 이야기들이 잘 조합이 되었다면야 문제없겠지만, 바람과는 달리 썩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은 아닙니다. 전적으로 아이들용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성인층을 대상으로 하기에도 그런 어정쩡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처럼 이야기의 매력이 그다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런닝타임은 2시간이 약간 넘어가버립니다. 이런 영화의 특징상 기댈 곳은 화려한 영상 및 액션(이 영화의 경우는 레이싱 장면)이라고 볼 때 보통 일반적인 이런 류의 런닝타임은 90분에서 100분 정도가 적당하죠. 그에 비해 "스피드 레이서"는 20~30분이 더 길다보니 영화의 중간중간 처지는 기운이 적잖이 있습니다.(아이들 영화에 가깝다고 봤을때도 이런 런닝타임은 독입니다.) 스피드의 동생 스프리틀과 침팬지 침침의 썰렁한 개그씬은 영화의 맥을 뚝뚝 끊어먹구요.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결국 이 영화가 내세울 것은 영상 밖에 없습니다. 처음 예고편을 보았을 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거 너무 애니틱한데...' 워쇼스키 형제의 의도가 원래 그랬다고 하지만, 첫인상은 제 취향과는 거리가 너무도 멀었습니다. 계속 공개되는 예고편 및 영상들을 보면서도 그 생각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보통 이런 뉘앙스면 그 다음 이어지는 내용은 실제로 보니 아니다라고 나오지만) 그것은 영화를 보면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각종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원근감을 지워내 2D 애니메이션 처럼 보이게 하는 '실사 아니메 영상'이라든지 '2 1/2D'라는 용어들은 그 쪽 관련된 사람들에게만 의미있는 것이지 실제 일반 관객들에게 별 상관없는 내용들이지요. 어떻게 보여지고 어떻게 느끼느냐. 형형색색의 화려함과 속도감 있는 레이싱 장면의 연출은 인상적이었지만, 취향상 과도하게 애니틱한 영상들에는 살짝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베오울프" 마냥 전체CG로 가든지, 아니면 의도한바대로 아예 애니메이션으로 가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까요. '당신의 상상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워쇼스키 형제의 전작 "매트릭스"의 카피를 다시 들고 나왔지만, 절대 그만큼의 새로운 이펙트는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쇼스키 형제가 쉬다보니 감을 잃었나, 아니면 이 덕후 형제들이 자신들의 어릴적 로망을 이루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라 방향을 잃어버린걸까...(PJ는 "킹콩" 잘만 만들었는데...)

P.S 언론 매체에서 이야기와는 다르게 비의 출연분량은 상당히 적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대사가 별로 없고, 주조연이라는 보도와는 다르게 실제 극에서 차지하는 그의 배역의 비중을 봤을때 조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혹여라도 비 때문에 보실 분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언론의 보도만 믿고 가신다면 낚이시는 겁니다.

P.S2 대사도 훨씬 적고, 훨씬 적게 나오는 사나다 히로유키가 엔딩 크레딧에서 비보다 이름이 먼저 나오더군요. 헐리웃에서의 네임밸류 차이라는 그 냉정함. 그런데, 정말 제대로 잡힌건 한 두장면 밖에 안되는 박준형의 이름이 마지막에 있는 것을 보고는 순간 황당...

P.S3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마하 고고고"의 오프닝송을 변형한 스코어가 나오는데, 전 왜 그 곡에 맞춰서 속으로 "십오야"의 '삼돌이가 부르는 사랑의 노래~' 부분을 흥얼거렸을까요. 정말 비슷한데...

P.S4 크리스티나 리치는 이쁩니다. 쿨럭;;

P.S5 역시 정답은 썩은토마토를 보면 나옵니다. 현재 "스피드 레이서" 신선도 29%(북미 개봉 전이라 리뷰수가 적긴 하지만..)..."아이언맨" 93%... 혹여라도 둘 중에 어떤 것을 한번 더 볼래 라고 묻는다면, 저는 "아이언맨"을 한번 더 봐서 삼세번을 채우겠습니다.

<이 글의 연관글>
2008/05/05 - [Movie/News] - "스피드 레이서", 새 영상 공개
2008/04/26 - [Movie/News] - "스피드 레이서", 뮤직비디오 공개
2008/04/15 - [Movie/News] - "스피드 레이서"의 새로운 영상 또 공개
2008/04/15 - [Movie/News] - "스피드 레이서", 새 예고편 및 4분간의 영상 공개
2008/04/08 - [Movie/News] - "스피드 레이서", 새로운 영상 공개
2008/03/28 - [Movie/News] -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 새 스틸 사진 8장 공개
2008/03/20 - [Movie/News] -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 캐릭터 포스터 4종 공개
2008/03/14 - [Movie/News] - "스피드 레이서", 새 북미판 예고편 공개
2008/03/09 - [Movie/News] -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 새로운 예고편 공개
2007/12/08 - [Movie/News] - 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 레이서", 티저 예고편 공개
할람 포
영화의 제목 "할람 포"는 극 중 주인공의 이름입니다.

"할람 포"는 나무 위에 만들어놓은 집이라는 자신의 공간에 스스로를 가두고, 관음증에 탐닉하며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안고 살던 할람(제이미 벨 분)이 런던이라는 더 넓은 세상을 만나게 되고 그 곳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이 만든 미성숙의 틀을 깨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망원경을 지닌체, 자신의 마을 사람들을 몰래 훔쳐보며 그것을 일기에 기록해나가는 할람. 아직 어머니의 죽음을 잊지 못하는 할람은 새 어머니인 베리티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증오합니다. 하지만 그러는 한편으로는 그녀에게 성적으로 끌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게 불안한 할람의 정신 세계만큼 그의 관계도 혼란합니다. 결국, 베리티와 있어서는 안될 일을 겪고서 할람은 집을 나옵니다. 무일푼으로 시작된 런던 생활. 어머니를 닮은 케이트를 보고는 이끌려 그녀의 직장에서 일하게 된 할람은 런던에 와서도 여전히 관음증을 떨치지 못합니다. 케이트를 훔쳐보며 할람은 그녀와 점차 가까워지고,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하지만 런던에 찾아온 베리티의 말 한마디에 할람은 무너져 내립니다. '어머니와 자니 좋니?' 이성을 잃은 할람은 그녀를 죽이려 하지만, 끝내 그러지 못합니다. 그는 안 것이지요. 이제 자신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자랐다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모든 진실이 자신의 상상 속의 그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 할람은 어른이 된 자신과 함께 앞날을 향해 당당히 걸어가며 빙그레 웃을 수 있습니다.

근친상간, 관음증,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키워드로 한 소년의 성장담이라고만 한다면, 이 영화가 무척이나 어두울 것 같지만 그런 편은 아닙니다. 런던에서의 할람의 모습은 딱 그 나이 때의 소년의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으니까요. 그 사이의 조율에 한 몫을 하는 것은 역시나 주연배우 제이미 벨의 공도 큰 부분을 차지 할 것입니다. 근래 아역 배우 출신 중 이만큼 훌륭하게 자라난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이미 벨은 잘 자랐다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호수에서 베리티를 던지고서 돌아나오다 멈추었을때, 그의 눈빛을 무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또한, 영화에서 사용된 여러 곡들이 영화의 내용 뿐만 아니라 극의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지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게 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의 요소만으로 모든게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아무리 나이 어린 동생이라도 헤이든은 제이미한테 좀 배우지 뭐 했니...
비스티 보이즈
볼까 말까의 기나긴 고민 끝에 이 "비스티 보이즈"를 보긴 했습니다만. 글쎄요... 그냥 보지 말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비스티 보이즈"는 승우(윤계상 분)와 재현(하정우 분)의 두 명의 호스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긴 합니다만, 결국 이 영화는 지지리궁상 떨며 사는 젊은이들의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뭐, 호스트의 세계에 대한 조사를 통해 어쩌고저쩌고... 그냥 딱 우리가 '호스트'라고 했을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를 절대 벗어나지를 못하고, 오히려 흥미를 가질만한 부분은 쏙 빼버린체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나오는 주인공들에게 구지 호스트란 직업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이야기는 흘러갈 것 같다랄까요.

거기에 지지리 궁상을 떨고 사는 이들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대체 무엇을 말하려하는지를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네요. '돈에 얽힌, 종속된 젊음들'? 이건 좀 식상하고, 거기에 뻔하디 뻔한 비극적 최후로 뭘 하려는건지도 모르겠구요. 그나마 이 영화에서 눈에 들어오는 건 윤계상이더군요. 어차피 "발레교습소"에서의 그의 모습에서 '윤계상의 발견'이라는 말들이 나왔지만, 적어도 이 작품으로 윤계상은 그룹 god의 아이돌가수 출신이라는 딱지를 떼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정우야 이제 관객들의 인식도 그렇고, 스크린 안에서의 모습도 그렇고 기본빵 그 이상은 충실히 하는 배우이니 뭐라 할 말도 없구요.

'윤진서 노출-윤진서 노출 분 삭제' 라는 떡밥을 흘릴때 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이 영화는 뭐, 정말 더 할 말이 없네요. 그래도 억지로 끄집어내자면, '칫솔이 왜 이렇게 많아?' 정도...
호튼
어느 날 작디 작은 티끌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온다면? 그 티끌 안에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영화 "호튼"은 그 작은 세계를 발견한 코끼리 호튼의 이야기입니다.

호튼은 '룰루랄라' 정글에 사는 밝고 명랑한 코끼리입니다. 그 날도 여느날처럼 정글의 아기 동물들과 놀던 호튼은 바람 결에 흩날리던 티끌하나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습니다. 자신의 귀를 의심하던 호튼은 티끌 안의 '누군가마을'의 시장과 대화를 하게 되면서 진짜 그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호튼은 시장의 요청으로 티끌을, 누군가마을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런 호튼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이가 있었으니 캥거루 아줌마입니다. 마치 우리나라 YWCA 아줌마들을 연상시키는 캥거루는 호튼과 티끌을 없애기 위해 히트맨까지 고용하고,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 호튼을 궁지로 몹니다. 뭐, 어차피 결국에는 다 같이 티끌 안 마을의 존재를 알고서는 화해하며 행복하게 끝나지요.

3D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해서 다 보러다니기는 하는데, 이번 "호튼"은 전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픽사류의 영화가 아니라 철저하게 아이들을 위한, 음...디즈니의 "로빈슨 가족" 같은 영화입니다. 흔히 말하는 아동용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고 영화의 유머도 사실 그 범위를 벗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도 생명은 생명이다!'라고 참으로 자주 직접적으로 설파를 하니 원.. 게다가 폭스사의 정책인지 국내에서는 디지털 상영이 없어서, 3D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물빠진 듯한 색감과 선명도로 봐야 하니 그 또한 곤욕이구요. (이런, 그럼 "원티드"도 필름 상영일텐데...)

아이들이나 조카와 같이 보실 용도라면 괜찮겠지만, 성인들이 보기에는 무척이나 심심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폭스사에서도 국내 상영관의 90% 이상을 더빙판으로 채워버렸죠. 성인 관객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귀찮은(블럭버스터 물 관람을 위해 M관 갈때 빼고는 그다지 가지 않는 메가박스 코엑스까지 가는 수고를....)일이 발생해버렸지만 배급사의 수익만을 본다면 나은 방법 같습니다.

감상기 들어가기전에 영화 "아이언맨"을 아직 보시지 않았거나 보신 후에 원작에 관심이 가실 분들을 위한 글들을 먼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DVD 프라임 영화게시판에 'Al Dente'님께서 올리신 글들입니다.

아이언맨 완전정복 1/4  아이언맨 완전정복 2/4  아이언맨 완전정복 3/4  아이언맨 완전정복 4/4

또한, '은경사랑장고'님이 올리신 [아이언맨]의 악당-아이언 몽거

아이언맨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지구온난화, 그에 따라 일찍 찾아오는 초여름과 작년부터 시작된 5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습과의 관계를 명확히 연관지어 설명할 수야 없겠지만, 이제는 여름이 그 시작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개봉으로 알린다고 봤을 때 올여름은 그 어떤 때보다도 화끈할 듯 합니다. 그 선봉에 선 "아이언맨"만 보자면 말이죠.

영화 “아이언맨”은 마블의 동명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맨이라는 것에도 알수 있다시피 슈퍼 히어로물입니다. 사실, 영화화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 아이언맨에 대한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북미 쪽에서도 인기는 있으나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급의 인지도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뭐, 팬들 사이에서의 인기가 영화화의 동기부여는 될지언정, 작품의 질을 결정하지는 않으니 상관은 없지만요. 아이언맨은 과학 기술을 이용한 후천적 슈퍼히어로라는 점에서 위에 언급된 슈퍼히어로 중 배트맨과 비교해 볼 수 있겠지만, 인물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브루스 웨인이 어린 시절 살해된 부모님의 기억과 박쥐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해 어두운 느낌이라면, 토니 스탁은 그와 반대로 무척 밝습니다. 스탁 인더스트리의 CEO로, 돈 뿐만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를 지니고 있으며 유머 감각 역시 뛰어납니다.

여느날처럼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스탁은 자신이 만든 제리코 미사일의 시연을 위해 방문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집단에게 납치를 당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입은 상처와 탈출을 위한 방편으로 아이언맨 마크 I 이 탄생합니다. 아프간에서 돌아온 스탁은 평화를 위한다고 만들었던 무기가 자신을 위협하고, 그리고 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을 깨닫고 무기 산업을 정리합니다. 대신 아이언맨 슈트를 개선해, 자신이 직접 평화를 지키려 합니다.

영화는 시리즈의 첫편으로 영웅이 탄생하는 과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대부분의 이런 슈퍼히어로물시리즈 첫 작품의 약점은 그 탄생 과정에서 약간의 지루함을 동반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언맨"은 그 과정을 아이언맨 슈트의 업그레이드로 돌파해내고자 합니다. 마크 I 에서 마크 II로, 그리고 최종적인 마크 III 까지 오는 과정을 따라 가는 것만으로 상당히 흥미진진합니다. 토니 스탁의 천재 과학자 다운 면모와 놀라운 과학 기술을 엿볼 수 있기도 하구요. 그리고 그 과정이 끝나면, 이제 영화는 본격적으로 헐리우드 블럭버스터다운 면모를 보입니다. 화려한 CG와 막강한 물량공세가 동반된 영화의 액션장면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특히나, 클라이막스인 아이언 몽거와의 결투는 쇠(엄밀히는 티타늄 합금이지만)와 쇠가 부딪히는 육중한 타격감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무기 산업을 정리하기까지의 토니 스탁의 고민이 그다지 깊이 있게 그려지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 후에 이어지는 여름 블럭버스터 다운 면모는 그 아쉬움을 떨쳐내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만족스러웠으며, 또한 슈퍼 히어로물서의 매력을 더욱 뽐내게 한것은 바로 배우들입니다. 주인공인 토니 스탁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토니 스탁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모습을 선보입니다. 여유롭고 능글맞으며 유머 감각 넘치는, 그리고 이어지는 강인한 모습까지. 과연 그 없이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또한 토니 스탁의 비서인 페퍼 포츠 역을 맡은 기네스 펠트로우는 어쩌면 너무 평범하고 평면적일 수 있는 인물에 그 자신만의 색을 불어넣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토니 스탁을 궁지에 몰아넣는 오베디아 역의 제프 브리지스도 이 대열에 끼기에 충분하구요. 다만 제임스 로즈 역의 테렌스 하워드가 너무 평범하게 그려져 아쉽지만, 속편에 보일 그의 모습을 기대하며 위안을 삼아보려 합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현재 "아이언맨"은 3부작으로 계획 중이며, 이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후속작에 대한 사인을 마쳤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곧 또다른 기다림의 시작이라는 말이지요. 그래도 이 정도라면 그 기다림은 분명 즐거운 일일 것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P.S 자신이 만든 무기에 자신이 상처를 입는 것도 아이러니지만, 그로 인해 깨달음(?)을 얻고 만든게 또다시 최가의 무기라는 것은 또한 아이러니예요.
P.S2 영화 속에서 토니 스탁의 운전수로 나오는 이가 바로 감독인 존 파브로입니다. 위에 링크 속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운전수 역시 흥미로운 인물이네요.
P.S3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후속작에 큰 흥미를 불러일으킬 중요한 쿠키가 나갑니다.

<이 글의 연관글>
2008/04/21 - [Movie/News] - "아이언맨", 다량의 새로운 스틸 사진 공개
2008/04/20 - [Movie/News] - 영화 "인크레더블 헐크"에 아이언맨이 출연한다!
2008/04/15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영상 7개 공개
2008/04/13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영상 및 스틸 사진 공개
2008/04/08 - [Movie/News] - "아이언맨"의 새로운 영상 공개
2008/04/08 - [Movie/News] - "아이언맨" 새 스틸 사진 다량 공개
2008/03/19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홍보물 공개
2008/03/09 - [Movie/Trivia] - 슈퍼히어로 최고의 부자는 누구?
2008/03/07 - [Movie/News] - "아이언맨", 최종 포스터 공개
2008/02/29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예고편 공개
2008/02/22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스틸 사진 및 새 예고편 관련 소식
2008/02/04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스틸 사진 다량 공개!
2008/02/04 - [Movie/News] - "아이언맨", 슈퍼볼용 광고 영상 공개
2008/01/09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스틸 사진 공개
2007/12/22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사진 공개
2007/12/09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티저 포스터 공개
2007/12/05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스틸사진 공개
2007/12/05 - [Movie/News] - 아이언맨과 헐크, 영화 속에서 만나게 된다?
2007/11/05 - [Movie/News] - "아이언맨" 새로운 티져 예고편 공개
2007/10/05 - [Movie/News] - "아이언맨" 포스터 공개
2007/09/10 - [Movie/News] - "아이언맨" 티져 예고편 공개!
2007/08/10 - [Movie/News] - "아이언맨" 새 이미지 공개
2007/07/28 - [Movie/News] - "아이언맨" 코믹콘 2007 포스터
가루지기
저와 같은 20대 중반(만으로는 초반이라고 우기고 싶은)들에게 '변강쇠'의 이미지는 다수의 코메디쇼(그중의 대부분은 박수홍의 어설픈 개인기)에서 패러디 되던 배우 이대근의 모습입니다. 딱 거기까지요. 그 외의 원내용에 대해서는 딱히 접할 기회가 없었지요. 물론, 역시나 각종 코메디 및 버라이어티쇼에서의 이야기 등을 통해서 그 작품의 개략적인 분위기 등은 알고 있지만요.

영화 "가루지기"는 '변강쇠'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있습니다. 위에서와 같은 경로를 통해서 알고 있는 힘의 상징으로서의 변강쇠가 아니라, 어릴 때의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응?)사고로 별볼일 없던 강쇠가 노승의 도움을 통해서 무지막지한 남자의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초중반은 마치, 헐리우드의 맨시리즈의 우리나라 고전화 같습니다. 정확히는 '스파이더맨'이요. 말 그대로 별볼일 없는 주인공이 우연적인 사고/만남을 통해서 이전과는 다른 큰 힘을 얻게되는 것이 말이죠. 영화의 시작에서 보이는 장승코로 인해 음양의 조화가 깨져서 음의 기운이 커진 마을의 모습은 흥미롭습니다. 성역할의 변화에서 오는 웃음은 힘없는 사내 강쇠에 대한 조롱으로 까지 이어지면서, 더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어지는 내용과 강쇠의 각성(?!), 그것을 통해 마을 여자들에게 천국을 안겨주는 부분까지는 재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그 동안 이끌어왔던 분위기가 뜬금없이 '진짜 사랑은 이런게 아냐'라고 내뱉는 강쇠의 모습부터 틀어지기 시작합니다.(거기다가 들어냈는지, 딱히 그에 관한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습니다.) 서역 대표와의 힘자랑이라든지, 신열을 앓는 달갱이, 돌아오는 형 강목, 마을의 가뭄과 웅녀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무리 이 영화가 초반부터 B급 감성을 드러냈다고 해도 심하게 번잡스럽습니다. 거기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한국코메디 영화의 짜증스러운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웃다가 마지막에는 눈물빼게 하자' 말입니다. 초중반의 유쾌한 분위기는 오간데 없고, 강목이와 달갱이 사이의 진실, 동굴 앞에서 눈물 흘리며 비오기를 기원하는 모습들은 심각한 괴리감을 들게 합니다. 대체 왜? 왜? 왜?... 그렇게 욕을 먹고 또 들어먹어도 이 같은 방식을 버리지를 못하는 걸까요? 시대 배경이 달라도, 이야기가 달라도 변하지 않는 한국코메디영화의 이런 판에 박힌 전개는 정말 넌덜머리가 납니다. 그렇게 중반 이후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망쳤습니다.

영화 만들 때는 예상 못했겠지만, 어쨌든 붙는 상대는 "아이언맨"이라구요. 결과요? 말안해도 뻔하지요.

P.S 개봉일은 오는 4월 30일입니다.
포비든 킹덤
"포비든 킹덤"은 성룡과 이연걸이 한 영화에 처음으로 같이 출연하면서 큰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이 두 배우의 명성답게 영화는 전형적인 소년의 성장스토리를 다루고 있지만 그런 소년을 돕는 인물로 분한 두 배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입니다. 최근에 이것과 비슷한 영화가 있었지요. "트랜스포머"라고 말이죠. "트랜스포머"도 찌질한 10대 소년 샘 윗위키(샤이아 라보프 분)가 로봇들과의 한바탕 소동을 겪게 되면서 예쁜 미녀의 사랑과 멋진 차까지 얻게 되는 성장스토리이지만, 실제로는 그 이야기보다는 로봇들에 더 큰 촛점과 재미가 담겨있었지요. 옵티머스 프라임, 범블비, 메가트론 등등을 성룡과 이연걸로 대체하고 배경을 판타지로 바꾼 것이 이 "포비든 킹덤"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듯 합니다.

홍콩영화에 심취해 살던 10대 소년 제이슨(마이클 안가라노)은 평소 자주찾던 전당포에서 여의봉을 발견하게 되고, 판타지 속 중국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알게 된 것이 자신이 500년동안 내려져 오던 전설의 주인공으로, 여의봉을 오행산 꼭대기에 돌이 되어 있는 손오공에게 건네주어 제이드 장군의 폭정을 끝내야 한다는 것. 그 전설을 실행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제이슨은 루얀(성룡 분)과 묵승(이연걸 분)과 스패로우(유역비 분)을 만나 그들을 도움을 받습니다.

사실, 어쩌면 이 영화는 성룡과 이연걸, 그리고 홍콩무협액션영화에 바치는 헌정영화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킬 빌"과 좀 다른 분위기의... 홍콩영화들의 포스터를 이용해 만든 타이틀 시퀀스부터 취권을 구사하며 영화 속에 처음으로(그 전에 분장하고 1인 2역으로 전당포 주인노인으로 등장하지만.) 모습을 보이는 성룡의 모습이나, 성룡과 이연걸이 서로 권법을 바꿔가면서 펼치는 액션장면들이 말이죠. 쇼브라더스(영화 중에도 한번 언급됩니다.)로 대표되는 과거의 홍콩액션 영화에 대한 지식이 매우 얕은지라 이 정도 밖에 적을 수는 없지만, 홍콩영화 팬 분들이 보시면 재미나는 부분이 더 있을것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언급했지만, 영화는 스토리의 식상함을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배우들로 메웁니다. 기대했던 둘의 액션장면은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일단 둘이 영화 상에서 격돌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니까요.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칭찬할 부분은 두 스타 배우들의 격돌에서 누가 더 강하다거나, 약하게 보이지 않도록 그 강도를 잘 조절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배우 자신들에게도 문제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팬들에게도 큰 문제일테니까 말이죠. 어찌됐든 결판이 나야 한다는 분들에게는 실망일테지만 말입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딱 그뿐입니다. 성룡과 이연걸이라는 배우들을 걷어내고 본다면, 지극히 식상하고 뻔한 스토리에 평면적인 캐릭터들로 그득하거든요. 그렇다보니 두 배우로 간신히 그런 전체적인 영화를 틀어막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됐든 영화를 끌어나가는 중심 인물인 제이슨 역의 마이클 안가리노도 평범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구요. 찌질한 10대 소년의 모습과 능청스러움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표현해내며, 눈돌아가는 로봇들 사이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샤이아 라보프와 비교해 보면 더더욱 말이죠. 그렇다보니 마지막에 풋볼(풋볼부 들어가려다 시험봤으나 떨어졌던..)에서 터치다운하듯이 큐브를 들고 달리는 샘 윗위키의 모습과 같은 이펙트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맞은 놈이 힘 키워 때린 놈 때려 준다는 것은 심하게 뻔하잖아요. (샤이아 라보프. 뭐, 그러니 잘 나가는 스타지 괜히 스타겠냐만 말입니다.)

"포비든 킹덤"을 보실 분들은 이것 하나만 기억하세요. 성룡과 이연걸이 나온다. 그리고 그 외에는 모두 무시하세요. 그게 이 영화를 보는 방법입니다.

P.S 전설의 맛스타(응?)라... 과연 무슨 맛일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사과맛, 복숭아맛만 질리게 먹어서 가끔 나오던 포도맛 맛스타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P.S2 유역비가 연기한 (골든) 스패로우가 홍콩영화 "금연자"의 금연자 캐릭터에 대한 오마주라고 하던데, 말투도 오마주인가요? 자신을 3인칭으로 표현하던데..'she'나 'her'로...

스트리트 킹
키아누 리브스의 신작, "스트리트 킹"을 보면서 계속 떠올랐던 인물이 있었는데, 영화의 연출을 맡은 데이빗 에이어 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가 각본을 맡았던 안톤 후쿠아 감독의 영화 "트레이닝 데이"입니다. 영화 시작할 때, 나오는 붉은 태양과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의 유사함, "스트리트 킹"에서의 완더(포레스트 휘테커 분)와 톰 러들러(키아누 리브스 분)의 관계의 경우 "트레이닝 데이"에서 제이크(에단 호크 분)가 알론조 반장(덴젤 워싱턴 분)의 팀 일원이 되기로 했다면 후에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경찰 내부의 문제를 다룬 것도요. 선악의 경계점이 모호한 인물이 되어버린 톰. 범죄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이 만이 할 수 있는 현장 조작("트레이닝 데이"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이 나옵니다.) 등을 통해 그는 무법자가 되어 LA의 치안을 지킵니다. 그러넌 어느 날, 톰은 한때는 동료였던 워싱턴의 죽음으로 인해 큰 생각의 변화를 겪고 워싱턴을 죽인 범인들의 뒤를 쫓다 그 배후에 있는 경찰의 부패와 음모를 알아나가게 됩니다.

'경찰 내부와 부패와 음모'를 다루는 이야기 자체가 그다진 새로운 것도 아니긴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보다 더 큰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포레스트 휘테커가 연기한 완더 역 이외에는 극중의 캐릭터 성이 그다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른 인물도 아니고, 극의 중심에 있는 톰 러들러까지 그러하니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완더의 팀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며 자신의 행동이 필요악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혹은 이미 그에 무감각해진) 톰이 동료 워싱턴(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거의 원수나 다름없는)의 죽음에 그토록 집착하며, 결국은 수사과정에서 인식의 변화를 통해 선으로 굳어지는 그의 모습은 충분한 개연성을 부여받지 못합니다. 이러한 것은 결국 극의 몰입을 방해케 하는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이런 문제를 상쇄시킬 다른 것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액션신 말입니다. 한마디로 하면, 아니오 입니다. 총소리는 인상적이었지만, 일련의 액션 장면들은 극의 전개의 문제점을 덮을 만큼의 인상은 심어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액션 장면도 많이 부족한 편이구요.

결국 이렇게 되면서 "스트리트 킹"은 잘 빠진 범죄 스릴러의 미덕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화끈한 액션신도 보여주지 못하는 상당히 어정쩡한 포지션의 영화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뭐랄까, 때때로는 모 아니면 도가 필요 때도 있어 보입니다.

P.S1 "트레이닝 데이"에서는 '괜찮아요.' 'Are you 경찰?'(-_-) 이라는 한국말이 나오더니, 이번에는 우리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식빵'이 나와서 흥미(?)롭더군요.

P.S2 키아누 리브스의 입국 당시를 다룬 기사를 보면서 느낀 점. 결국 기자들은 지네 입맛에 안 맞쳐주면 속 좁게 보복성 기사들만 써댄다는 거. 이런거죠 뭐, 어쭈, 지가 헐리우드 스타라지만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는 건데, 감히 우릴 무시하고 그냥 가? 그래 한번 보자. 라는. 상황을 보자면 과잉 보호를 일삼은 대행사 폭스를 탓해야지, 배우는 왜 물어뜯는지. 이러니 우리나라 연예부 기자들이 단체로 매도당하는 거지요.

포겟팅 사라 마셜
"포겟팅 사라 마셜"은 제작자인 주드 아패토우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영화입니다. 주드 아패토우는 스티브 카렐이 주연했던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와 "사고친 후에"(Knoked Up)의 연출 및 앞의 영화와 그리고 "슈퍼배드"의 제작을 맡으면서 현재 헐리우드의 섹스 코메디 장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물입니다. 이번 영화는 그런 주드 아패토우 '사단'이 뭉친 작품으로, 주연을 맡은 제이슨 시겔이 각본까지 맡았습니다.

영화는 "C.S.I"를 패러디한 것이 분명해보이는 드라마 "범죄 현장"의 배경음악 담당 작곡가인 피터 브레터(제이슨 시겔 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범죄 현장"의 주인공인 잘나가는 여배우 사라 마셜(크리스틴 벨 분)과 5년간 사귀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그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이별을 고하고 피터는 말 그대로 처절하게 괴로워합니다. 이복형의 조언으로 실연의 아픔을 잊기 위해 하와이로 날아간 피터. 그런데 하와이에서 묵은 호텔에 사라와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가 이미 묵고 있습니다. "포겟팅 사라 마셜"은 그 후에 벌어지는 소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목에서도 아실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사랑의 배신과 실연의 아픔으로 몸부림치던 한 남자의 유쾌한 상처 극복기입니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된다는 단순명쾌한 해답을 제시하면서 말이죠. 사실, 이런 이야기는 좀 흔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흔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영화에 등장하는 주조연들의 뚜렷한 캐릭터 성에 있습니다. 주드 아패토우 사단의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말이죠. "40살까지 못해본 남자"에서는 40살 동안 총각으로 살아온 피규어&게임 매니아, "사고친 후에"에서는 영화 속 베드씬 영상을 모은 사이트를 열어 돈을 벌어보려는 남자, "슈퍼배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어떻게든 총각딱지를 떼보고자하는 찌질이들. "포겟팅 사라 마셜"의 주인공인 피터는 작곡가란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며칠이고 집에만 틀어박혀서 뒹굴대기를 좋아하는 남자입니다. 그가 집에서 혼자 노는 모습이 참 압권입니다. 또한, 외모나 몸매에도 마치 커다란 곰돌이를 연상시키고 말이죠. 사라가 너무 과분한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그리고 이어지는 조연 열전. 사라 마셜의 새 남자친구로 나오는 영국 출신의 인기 최고의 락밴드의 리드싱어 알더스 스노우(러셀 브랜드 분)는 영국식 억양을 구사하면서  독특한 행동으로 눈길을 사로 잡으며,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사고친 후에", "슈퍼배드", 그리고 이 영화에까지 출연하며 주드 아패토우 작품의 전문 배우가 된 조나 힐은 알더스 스노우의 눈에 띄어보이려고 노력하는 웨이터 역으로 열연합니다. 거기에 더해 역시나 지난 주드 아패토우의 작품들에 출연했었던 폴 루드와 빌 헤더까지. 영화는 각 캐릭터들의 환상적이 조합과 맛깔스런 연기로 그 빛을 더합니다.(또 언급하지만 특히나 러셀 브랜드) 또 빼놓을 수 없는게, 참을 수 없는 유머와 조크들, 상황들, 그로 인해 터져나오는 폭소입니다. 필모를 보면 이 영화가 첫 시나리오인데도 불구하고 제이슨 시겔은 더없이 유쾌한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만들었습니다. 알맞는 때에 잘 배치한 회상씬들도 좋고 이런 모든 것을 잘 조율한, 이 영화가 첫 데뷔작인 니콜라스 스톨러의 연출력도 긍정적이구요.

이 영화가 개봉하면, 주저없이 보러 가십시오. 후회 안 할 영화입니다. 단, 섹스 코메디류에 거부감이 있으신분들이라면, 좀 그러실 수도 있지만.... 에이~ 몰라요. 이 영화 재밌다니까요.

P.S 북미 개봉은 오는 4월 18일입니다. 국내 개봉은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P.S2 영화 끝나고 바로 나가지 마시고, 아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쿠키가 남아있습니다.
P.S3 "슈퍼배드"에서 포겔의 가짜 신분증 등록지가 하와이였는데, 이번 무대가 하와이네요.
P.S4 "70's Show"에서 가장 좋아했던 밀라 쿠니스를 간만에서 봐서 더 좋았습니다.
P.S5 이 영화는 아마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일 거예요. 미국에서는 R등급이네요.
P.S6 주드 아패토우 사단의 "슈퍼배드"와 "사고친 후에"가 국내에서는 그대로 DVD로 직행해("사고친 후에"는 CGV 팝콘 페스티벌때 극장에 한번 걸리긴 했지만) 큰 아쉬움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은 개봉할 것 같아 참 다행입니다.
P.S7 사라 마셜의 드라마 이름을 그냥 '크라임 씬'으로 쓰지, '범죄 현장'으로 자막을 쓴건 좀 그랬어요. '사라'는 '새러'로 쓰면서...
P.S8 설문지에도 적어놓긴 했지만, 가능하면 원제나 원제를 이용한 제목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영화의 원제만으로도 영화에 대해 충분히 말하는 것으로 보이거든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는 진짜 아니에요. "봄날은 간다" 떠올리게 되면 이 영화에 안 어울려서 더 안 좋을것 같은데요?

내가 숨쉬는 공기
영화 "내가 숨쉬는 공기"는 재미교포인 이지호 감독의 헐리우드 장편 데뷔작으로, 유명 스타들을 캐스팅한 것으로 화제가 된 영화입니다. 포레스트 휘테커, 케빈 베이컨, 브랜든 프레이저, 앤디 가르시아, 사라 미셸 갤러 등등.. 하지만 영화는 오히려 이런 배우들을 어떻게 다 불러모았는지 의심이 갈 정도네요.

영화는 행복, 기쁨, 슬픔, 사랑 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네 가지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안의 인물들이 서로 얽키고 섥히며, 마지막에 하나의 결말로 이어집니다.

이런 식의 이야기 구성은 참으로 익숙해서 이제는 식상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넘어설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거기에 신인 감독에게 기대할 수 있을 참신함, 새로움조차 전혀 없다랄까요. 영화의 팜플렛 뒤를 보면 '우연한 만남이란 없다'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그렇죠. 우연한 만남이란 없습니다. 처음과 끝이 있는 이야기에서 순수한, 우연한 만남이란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실제적인 개념으로는 말이 안되지만) 개연성있는 우연이란 것이 존재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식상한 이야기에 우연이란 이름 아래 묶여지는 이들의 개연성조차 미약하며 그런 우연들을 그냥 한데 묶어 마지막 결말로 밀어넣는데 급급합니다.

...이러니 영화가 어떨지는 말 그대로 게임 셋입니다.

P.S 홍보도 너무 식상해요. 헐리우드 배우들이 시나리오만 믿고 선택한 영화!... 그걸 누가 믿겠어요?
P.S2 왜 Banker #3으로 나온 "해롤드와 쿠마"의 존 조에 더 관심이 갔을까요...
P.S3 그리고 영화 처음에 나온 '내 심장이 있는 한국에 이 영화를 바칩니다.' 이거 미국 개봉시에도 있던 건가요?

88분
영화 "88분"은 메소드 연기의 대가, 대배우 알 파치노의 출연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영화입니다. 사실, 영화에서 내세울 만한 것도 알 파치노 밖에 없고 말이죠

이 영화에서 알 파치노는 시애틀의 명망 높은 범죄심리학자 잭 그램 박사로 분했습니다. 잭 그램 박사가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언을 함으로써 존 포스터라는 인물이 1급살인죄를 선고 받았고, 바로 오늘 그의 사형이 집행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그의 범죄와 유사한 연쇄살인이 잇달아 일어나고 오늘은 잭의 제자가 '시애틀 연쇄살인범'이라 불리는 존 포스터의 범죄와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합니다. 그리고 잭에게 걸려오는 전화. '너는 88분 후 죽는다. 똑딱.' 방송에 나온 존 포스터는 자신이 진짜 범인이 아니라고 결백을 주장하고, 계속 줄어드는 시간 동안 잭은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영화에서 잭 그램은 심리학자인데, 그 자신이 일종의 과거의 트라우마에 괴로워하는 인물입니다. 범인은 그의 그런 점까지도 알고 그것을 이용해 그를 압박합니다. 또한 잭이 전화를 받은 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하나 같이 다들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데, 잭이 그들을 의심하는 만큼 관객들도 그들에게 의심을 두게 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 및 이런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마지막 반전에 모든 것을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그 반전을 위해서 영화는 지나치게 복잡한 면을 보입니다. 잭 주변에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이 모두 의심스러울 뿐이나, 어느 한명 확고히 방점을 찍을 만한 인물이 없는지라, 마지막에 진짜 범인이 등장할때도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에 힘듭니다. 마지막 반전을 장식할 진짜 범인도 그에 대한 복선이 너무도 미약한 편이구요.

그렇다보니 아무나 범인으로 설정하고 그런 식으로 우기면 될 것 같아 버리게 된다랄까요.

영화 "88분"은 반전강박증 스릴러가 가지는 모든 단점을 다 끌어안고 있는 영화입니다. 결국 그 단점들은 알 파치노라는 배우의 이름값과 역량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치명적인 결점이 되었습니다.

P.S 시사회로 미리 접했는데, 국내 개봉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P.S2 이 영화를 연출한 존 애브넷이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만나 화제가 된 "의로운 살인"도 연출했군요. 심히 불안해집니다.

테이큰
"테이큰"의 팜플렛 뒷면을 보면 커다랗게 '"세븐데이즈", "추격자"를 잇는 2008년 최고의 추격 스릴러!' 라고 써놨네요. 이런건 그냥 홍보용 문구인거 다들 아시죠?
 
전직 국가요원이던 브라이언 밀즈는 아내와 이혼하고, 아내의 새남편과 같이 사는 딸에 대한 걱정으로만 사는 남성입니다. 딸의 17세 생일이 지나고 얼마 뒤, 자신의 걱정은 뒤로 하고  딸은 친구와 함께 유럽여행을 떠나고, 브라이언은 그런 딸 걱정에 또 한숨입니다.결국 그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 딸은 프랑스 파리에서 알바니아 이주민들로 이루어진 전문인신매매단에 납치를 당하게 되고, 이제 딸을 구하기 위해 브라이언이 직접 나섭니다.

브라이언의 행동거지를 보자면, 꼭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의 15~20년 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거의 혼자서 모든 일을 다해내고, 현란한 운전 솜씨에 이리저리 적들을 물리치는 등. 브라이언의 전직도 비밀요원이고 말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본은 살인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지만, 브라이언은 딸을 구하기 위해서는 망설임 없이 누구든 다 제거할 수 있다는 것 정도. 그리고 영화가 "본" 시리즈와는 비교도할수 없이, 주구장창 액션만 가득하다는 것이겠습니다. 영화 초반에 브라이언의 전 동료가 그를 '람보'라고 부릅니다. "테이큰"은 프랑스 파리에서 전직요원이 딸을 구하기 위해 한바탕 하고 다니는 '람보'식 막무가내 액션영화입니다. 그렇다보니 영화에서 긴장감이 부족하고, 또한 브라이언이 적을 쫓는 과정에서의 단서들이 너무 대놓고 주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이 점 역시 그런 긴장감의 부재에 한몫을 합니다. 마지막에서는 그냥 피식할 정도구요.

편하게 쫓고, 쏘고, 부수는 액션영화를 원하시는 분들이라면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긴 합니다만, 글쎄요.. 바로 전 리뷰에도 써놨었지만, 4월은 재고소진의 기간입니다.

P.S 어른이나 애나 모르는 사람이 말걸면 그냥 피해야 합니다. 안전을 위해서..
P.S2 이런 영화의 특징상 보다보면 분명 나쁜 놈들인데도 불구하고, 적들이 불쌍해보입니다.
P.S3 몇년만에 브로드웨이시네마를 가봤는데, 정말 계단만 너무 올라가요.
P.S4 영화의 개봉일은 오는 4월 9일입니다.

버킷 리스트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버킷 리스트'는 '죽다'를 의미하는 영어 관용구 'Kick the Bucket'에서 나온 말입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일'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붙인 부제같이...) 영화 "버킷 리스트"는 갑부 사업가 에드워드 콜(잭 니콜슨 분)과 자동차 정비사인 카터 체임버(모건 프리먼 분)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인종부터 지금까지의 삶 등이 판이하게 다르지만, 암에 걸렸다는 공통점으로 한 병실을 쓰게 됩니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관계였던 둘은 같은 공간에서 시한부 삶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서로의 처지에 공감을 하면서 점차 친해집니다. 그리고, 카터가 젊은 시절 철학 교수의 과제로 알게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게 되면서 둘은 그것을 실행하기로 합니다.  스카이다이빙하기, 문신하기, 쉘비 자동차 몰기 등등...  그들은 남아있는 짧은 그들의 삶에서 정말 원하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나갑니다.

영화는 '죽음'을 통해서 삶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인생에 있어서의 소중한 것인 무엇인가,  죽음을 대하는 자세 등. 하나같이 좋은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는 너무 뻔한 흐름 속에서 그 주제를 싣고 있습니다.  흑과 백의 조합의 버디무비의 형태를 띄고 있는 익숙한 모습에 영화는 무언가 커다란 갈등 없이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 흘러갑니다. 그러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마지막에 살짝 변주를 해보지만, 그간의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또한,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이 두 노명배우들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훌륭하나 이 역시 영화의 상투성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영화 "버킷 리스트"는 예고편만 봐도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다 봤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빈약한) 내용과 뻔한 이야기들로 가득찬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혹여나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의 이름값에 기대를 한다면 크게 실망할 영화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를 바꿔서 '좋은 술도 가능하면 좋은 부대에 담는게 좋다'라고 할까요. 따뜻한 이야기를 보고자 하시는 분들이라면 만족하실 영화이긴 하지만요.

P.S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의 공습이 5월로 앞당겨진 요즈음, 이제 4월은 재고소진의 기간입니다.
P.S2 영화는 오는 4월 9일 개봉합니다.

식코
마이클 무어는 '요주의 인물'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는 '영향력 있는 요주의 인물'이 되었고 GM, 총기문제, 미국 대통령 부시에 이어 이제는 미국의 의료보험실태에 눈을 돌렸습니다. 미국은 현재 국가의료보험이 아닌 민영의료보험체계이며, 무어는 이 영화 "식코"에서 그 참담한 실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대조라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을 통해서 말이죠. 불편하고 질떨어지는 시스템이라고 국가에서 선동하고, 폄훼하던 국가의료보험 채택 국가인 캐나다, 프랑스, 영국, 그리고 쿠바까지 이어지는 그의 발걸음과 시선들을 따라가노라면 미국인이 아니더라고 충격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그런 비교 중에 터져나오는 웃음은 때때로 이 영화처럼 유쾌하지만 그 속에는 더없는 슬픔이 있습니다. 돈이 없어 자신의 중지손가락을 포기했던 미국 남성과 미국에서는 한통에 213달러나 하는 약을 쿠바에서 5센트에 사면서 '가방 한가득 사들고 가고 싶다'라며 눈물 짓는 미국여성의 모습은 너무도 크게 다가옵니다. 민영의료보험체계인 미국 의료보험의 폐해가 말입니다.

민영의료보험체계는 취지는 참으로 그럴 듯 했습니다. '더 많은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하지만, 닉슨의 녹취록과 이어지는 보험사들의 수익, 보험/제약회사들과 정계의 유착들,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의료보험의 폐해에 고통을 겪는 이들이 보여지면서 그 취지는 진실을 감춰버린 한낱 허깨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는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일입니다. 전 정부때부터 그 밑밥을 깔아오긴 했지만, 이번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속도가 점차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십시오. 그리고 저 허황된 거짓말에 넘어가지 마십시오. 무어는 프랑스를 보며 말합니다. '국가는 국민을 무서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 이 영화가 너무 선동적이라구요? 그 위험성을 따져보기에는 이대로 가다 닥쳐올 미래가 너무 어둡습니다.

P.S 개봉일은 오는 4월 3일입니다.

나는 찍지 않았"읍"니다..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영국의 로맨틱 코메디 명가(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성공시키며 이제는 영국을 대표하는 제작사로 거듭난) 워킹타이틀이 제작을 맡고, "프렌치 키스"등의 각본과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 "윔블던"을 감독한 아담 브룩스가 연출한 영화입니다. 위의 내용만으로도 로맨틱 코메디로 한가닥 하는 영화사/인물들인지라 참 기대가 크지요.

영화는 주인공인 윌 헤이즈(라이언 레이놀즈 분)가 이혼 서류를 받고 '결혼한 부부 중 49%가 이혼한다는 것. 그게 내가 될 줄은 몰랐다.' 라고 하는 독백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매주 화요일마다 이혼한 부인 사이에서의 딸을 만나 하루를 같이 지낼 수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입니다. 4학년인 딸 마야를 데리러 학교에 도착했는데 학교는 이른, 그리고 적나라한(?) 성교육으로 난리가 나 있고, 걱정하던 윌의 예상과는 달리 딸 마야(아비게일 브레스린 분)는 침착하게, '이빠, 우리 대화좀 해요.'라고 합니다. 그때부터 마야는 엄마와 아빠의 연애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윌을 조르게 되고 윌은 자신의 연애담을 마야에게 이야기해줍니다. 영화는 윌의 이야기 속 세 명의 여성 중, 누가 과연 마야의 엄마일까를 찾는 과정입니다.

그간의 워킹타이틀 로맨틱코메디 영화가 여성을 대상으로 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여성취향의 영화였다면,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남자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첫사랑, 성적인 매력이 충분한 이성, 언제나 친구같이 곁을 지켜주는 편안한 이성. 이렇게 셋으로 분리된 캐릭터들과의 사랑을 어쨋든 철은 안 들었지만 여자인 딸에게 이야기해 주는 것입니다. 첫사랑은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로 떠났고, 성적 매력에 끌리는 여자는 계속 혼란스럽게 하고, 편한 친구인 줄 알았던 이성 친구에게서 느끼는 사랑은 어쩌면 보통 남자들의 주변의 사랑을 잘 표현한 듯 합니다. 남자 입장으로 갈팡질팡하는 윌의 캐릭터도 동감이 되고 말이죠. 영화는 마지막으로 가면서, 남자의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회귀하는 듯하다가 나름의 변주를 통해 윌의 진짜 사랑 찾기로 마무리가 됩니다.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 구축도 확실하고, 어쩌면 무난한 이야기를 중간중간 딸 마야의 개입으로 환기시키면서 극을 잘 끌어나가기는 합니다만 세 여자 사이의 이별과 우연 등을 동반한 만남등이 반복됨으로 인해 지루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걸 깨기위한, 마야의 엄마를 등장시키는 부분이 극적 변환의 기능으로만 소비된 것도 아쉽고 말이죠. 그렇다보니 워킹타이틀의 이런류 영화가 가지는 큰 장점인 사랑과 그 사랑을 통한 감동. 이어지는 클라이막스가 약한 편입니다.

아쉬운면이 있기는 하지만, 워킹타이틀의 로맨틱코메디 영화들이 그렇듯이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는 적어도 기본 이상은 하는 작품으로, 근래에 개봉한 이런류 영화 중에서는 제일 볼만한 영화로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북미 개봉은 발렌타인데이에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화이트데이도 지나치고 4월에나 개봉하네요.

P.S 아비게일 브레스린, 너무 귀여워요~ 나중에 저런 딸 갖고 싶은 생각이 물씬 들었다죠.
P.S2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Definitely라고 생각하기전에 Maybe도 일단 염두에 두어야해요.
P.S3 국내 개봉일은 오는 4월 9일입니다.

삼국지 - 용의 부활
영화 "삼국지 - 용의 부활"은 "삼국지"를 각색한 픽션입니다. 조자룡(유덕화 분)을 "삼국지"란 이야기의 중심으로 내세우기 위한 요건이었겠죠. 그렇다보니 어찌보면 영화 "삼국지 - 용의 부활"(이하 용의 부활)은 코에이의 게임 "삼국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해진 큰 줄기는 있지만, 그 사이사이의 이야기는 플레이어의 선택따라 입맛따라 변하는... "용의 부활"은 제작자/작가의 입맛에 따라 변한 "삼국지"입니다. 그러니, 연의/정사와의 모순을 따지는 것은 불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게임할때, 연의/정사 대로 따라가지는 않으니까요.(뭐, 하드코어 게이머라면 몰라도 말이죠.)

"용의 부활"은 나평안과 조조의 손녀 조영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서 조자룡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조자룡의 등장과 활약, 그로인해 얻은 명성. 그리고 그의 노년의 최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조자룡의 활약은 눈부십니다. 아두를 구한 장판파 전투나, 후반의 봉명산에서의 전투 등. 중국 특유의 무협스러운 모습이 보이기는 합니다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삼국지" 속의 거물급 명장의 실력이라고 본다면 그런 허풍은 눈감아 줄만합니다. CG와 물량공세를 적절히 사용한 스케일도 괜찮은 편이구요.

문제는 흐름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조자룡의 삶을 쫓기만 합니다. 그냥 그런 일대기 같은 모습일 뿐 조자룡이란 인물의 개인적 면모를 크게 조명하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캐릭터가 너무 평면적이 되어버렸습니다. 거기에 너무 뻔한 배신 끝에 최후에 '인생무상'이라는 네 글자를 스크린 가득 채우며, 적진을 향하는 조자룡. 그간의 이야기 속에서는 마지막의 그런 감흥을 크게 다가오게 할 요소가 부족합니다. 그렇다보니 사실 그런 마무리가 심하게 쌩뜽맞은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죠. 어차피 큰 각색을 취하고, 가상의 인물까지 투입한 마당에 이런 식의 이야기는 실망을 자아낼 뿐입니다.

주연인 조자룡 역을 맡은 유덕화는 말그대로 멋있습니다. 게임 "삼국지"에서 꽃돌이로 보이는 조운의 모습에  '꽃돌이 중년'(?) 유덕화의 모습이 겹쳐지는 느낌이랄까요. 나평안을 맡은 홍금보는 그다지 비중이 없는 편이고, 조영 역을 맡은 매기큐는 그 이국적인 외모가 조금 어색해보입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모두 평면적이고, 단선적인지라 인물의 매력도는 그다지 없다는 것이 아쉬운 점입니다. 차라리, 잠깐 등장하는 제갈량에게 더 관심이 간달까요..(두 영화적인 연계성은 전혀 없으나, "적벽"에서는 제갈량을 조금 더 볼 수 있겠죠?)

가장 먼저 적었지만, 이 영화는 원 "삼국지"의 내용은 잊으시고, 유덕화의 멋드러진 모습에 취해 보시면 됩니다. 깊은 생각은 하지 마시구요~

P.S 그런데, 부제가 왜 "용의 부활"인지...설마, 그냥 이름때문에...
P.S2 개봉일은 오는 4월 3일입니다.

연의 황후
영화 "연의 황후"는 명백히 중국판 "엘리자베스" + "골든 에이지" 입니다. 왕인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여자의 몸으로 황후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연비아(진혜림 분)와 왕의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권력 싸움과 반란. 그리고 그녀를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남자와 그녀에게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느끼게, 사랑을 알려주는 남자. 이어지는 전투 끝에 모든 아픔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황후가 되어 멋드러진 옷을 입고 서 있는 연비아의 모습을 보노라면, 첫 문장과 같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차이점이라면 허술할대로 허술한 이야기와 구조와 그에 기인한, 아무리 여자의 마음이 갈대라지만 제대로 갈피를 못잡고 관객마저 헛갈리게 만드는 극의 중심인 연비아의 캐릭터, 우리나라로 치면 '쌍팔년도식'이라고 불리울만한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 흐름. 또한, '이것이 대륙의 기개다.'라는 듯이 중국애들이 좋아라하는 일대 다수의 전투라는 허풍과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나 어색한 와이어씬 등이 있겠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결합이 되면서 결국에는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엘리자베스"(는 너무 좋았고), "골든 에이지"(전작보다는 별로였지만 중박 이상은 되는)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는 허름한 영화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결정타는 18세기, 정확히는 1783년 처음으로 사람을 태우고 하늘로 떠올랐던 열기구를 기원전 2세기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놀라운 상상력! 동북공정, 서북공정, 서남공정 등에 이어 이제는 전세계 과학기술 발전 흐름까지 바꾸어놓은려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입니다. (...영화라지만, 좀 적당히 하자.) ...그리고 연비아 역을 맡은 진혜림이 케이트 블란쳇 급의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외모를 가지고(이게 포인트! 팬들에게 돌 맞으려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보통 감상기에 이런 말 안쓰는데, 왠만하면 보지 마세요.

P.S 여명과 진혜림이 내한해서 무대인사까지 했는데... 참 안됐네요.
P.S2 국내 개봉일은 오는 4월 9일입니다.

GP506
무대인사에 온 공수창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전작 "알포인트"에서의 우리 군인들에서 30년이 지난 현재의 우리 군인들로 바꾸고 싶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 말에 맞게 "GP506"은 전작에서도 보였던 '전쟁의 아픔과 상처' 를 그리고 있습니다.(우리나라는 종전 상태가 아니라, 휴전상태니까요.)

어느날 밤 휴전선 내 비무장지대의 506GP에서 21명, 전GP대원이 몰살당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노성규 원사(천호진 분)와 그 과정이 이 영화의 이야기입니다. 영화 "GP506"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은 전쟁이라는, 인간의 원망과 미움이 빚어낸 참담함입니다. 영화 초반의 자막에서도 나오지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냉전의 잔해인 GP는 그 장소로 제격입니다. 거기에 더해 6.25라는,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과거의 모습이 영화 속 현재의 GP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면 이 영화의 주제는 더욱더 잘 드러납니다.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 외에도 군대라는 통제되고 고립된 상황에서는 오는 진실의 은폐와 자신만을 위한 이기주의 역시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제와 문제제기는, 그리고 그로 인한 무게감은 좋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러한 주제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영화의 중간중간 자주 사용되는 플래쉬백은 이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돕기보다는 오히려, 산만한 느낌을 주며 극의 맥락을 끊는 모습을 보입니다. 장르의 특성상 이런 영화는 관객에게 일종의 물음을 던지며 그 답을 찾는 과정에 얼마나 관객을 끌어들이느냐가 관건인데, 이런 극의 흐름은 그 몰입을 방해합니다. 그 이전에 관객의 호기심만 자극할 뿐이지, 관객을 이 사건 속으로 불러들여서 관객 스스로 추측을 해볼만한 요소가 전적으로 부족하기도 하구요. 그렇다보니 보는 이들이 그저 노원사가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만 지켜보게 됨으로써, 결국에는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자극해 놓은 호기심과 그 기대에 비해 무리하게 주제로 회귀하는 듯한 마지막은 실망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시사회는 밀리터리 매니아 및 군복무 당시 GP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듯한데, 그래서 공수창 감독도 '고증에 신경을 쓰기는 했는데 어떤 평이 나올지 조금 두렵다.' 라는 말을 했습니다. 허나, 서울 바로 옆 하남시의 모 부대에서 2년 내내 경계근무 및 위병조장 근무만 선 저는 딱히 뭐라고 언급할 수가 없네요. 어찌됐든 고증은 부차적으로(이라지만, 중요한 것은 틀림없는) 해결할 문제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이야기와 흐름이라는 것을 이 영화가 보여주는 듯 합니다. 기대했던 영화이기에, 그로 인해 실망한 요인도 있지만 말이예요.

P.S 이번 시사회에는 무대인사로 이 영화의 프로듀서, 공수창 감독, 영화에서 '꼴통' 강상병으로 나오는 이영훈 씨가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꼴통' 캐릭터가 왜 '꼴통'인지가 전혀 납득이 안되네요. 잡지 인터뷰 보니, 캐릭터를 위해서 이영훈 씨의 제안으로 육군에서는 금지하는 머리스타일인 옆머리만 돌리기를 했다는데... 일단 캐릭터가 전혀 안 그런데, 머리스타일 바꾼다고 뭐 틀려질까요.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 안의 캐릭터성도 미약합니다.

P.S2 영화의 개봉일은 오는 4월 3일입니다.

어웨이크
영화 "어웨이크"는 '수술 중 각성'이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입니다. '수술 중 각성'이라... 작년 우리 영화에도 같은 소재를 다른 영화가 있었지요. "리턴". 소재만 같을 뿐, 하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그래도 '수술 중 각성'이라는 소재를 그저 잠깐 시선을 붙잡아두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은 두 영화가 같습니다.

"어웨이크"는 사실 '수술 중 각성' 보다는 수술 중 유체이탈을 통한 진실 찾기 영화라는 것이 더 적합해보입니다.  '수술 중 각성'이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라는 것을 관객에게 잠시나마 간접 체험을 하게 해주고는 이내 무대에서 퇴장해버리거든요. (그런데, 간접체험 적인 면에서는 "리턴"이 더 크게 다가왔어요.) 어떻게 보면 의식이 깨어있는데, 무슨 유체이탈이냐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가 100% 사실성을 추구하는 영화도 아니고 말이죠. 그래서(라고 쓰고, 얼렁뚱땅 넘기고라고 읽습니다.) 이 영화의 대부분은 그 유체이탈 상태의 클레이(헤이든 크리스텐슨 분)의 모습과 그 경험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상태에서 명색이 주인공이라는 클레이가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지요. 수동적으로 그저 진실을 알아가게만 되는 입장의 주인공의 모습은 참 지루합니다. 방금 적은 말이지만, '명색이 주인공'인데 말이예요. 거기다가 영화는 계속 출연하는데 연기의 발전은 전혀 없으니...(헐리우드판 발연기의 주인공 쯤?)

거기다 영화의 이야기도 짧은 러닝타임 때문인지 그다지 깊이도 없고(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만..), 반전 역시 예고편을 보더라도 어느정도 예상가능한 정도라, 크게 감흥도 없습니다. '엄마 말 들어서 나쁠 것 없다'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설파하는 마무리까지 가게 되면 뭔가 있게끔 포장해놓은 선물상자를 열어보니, 텅 비어있는 것을 보는 느낌을 갖게 하구요.

...그나마 알바 양 때문에 봤네요.(또다시 등장하는 팬의 편협한 시각.)

P.S 아래 '제시카 알바' 관련글을 훓어보다가 알았는데, 이 영화 2005년에 찍어뒀던 영화군요...

이 글의 관련글
  • 2007/07/28 - [Movie/Actor & Director] - [배우사전 16] 제시카 알바(Jessica Alba)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