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피플
과연 스마트한 사람이란 무엇일까요?

여기에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가 있습니다. 교수라...직업만으로도 왠지 스마트해보입니다. 그리고 그의 딸을 봅시다. 그녀는 청년공화당원모임의 멤버이자, 멘사회원이고 SAT에서 만점을 받았으며 스탠포드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교수의 이름은 로렌스 웨더홀드입니다. 아침에 학교에 와 차를 주차하면서는 심술맞게 자리를 두칸이나 차지하고, 자기 학생들의 이름은 전혀 외우지 못하며, 수업시간에는 오로지 자신만 줄줄 이야기할뿐 학생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성격은 거만합니다. 또한 죽은 아내와의 추억때문에 다른 사랑을 만날 용기도 가지지 못하며, 자신의 아들, 딸의 일에마저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의 딸의 이름은 바네사입니다. 그녀는 독단적이고 역시나 거만한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공부는 잘하지만, 성격으로 인해 그녀는 모든 일에 있어 혼자이며, 점심시간에도 혼자 밥을 먹습니다.

이 두 부녀의 교수라는 직업이나, 멘사회원에 SAT 만점을 받는 모습은 말그대로 스마트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대인관계는 스마트와는 거리가 멉니다. 바네사는 아버지에게 그가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머리는 물론 좋지만, 이들의 대인관계는 빵점에 가깝습니다. 그런 이들 앞에 로렌스에게 10년전에 수업을 들었던 여의사 자넷과 로렌스의 입양된 남동생 척이 등장합니다. 자넷을 통해 로렌스는 새로운 사랑과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알게되고, 바네사는 척을 통해서 조금더 다양한 세상과 열린 관계에 대해 알아갑니다. 그러한 내적인 안정,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소통이 머리의 영리함보다도 좀 더 스마트한 사람을 만드는 요소일 것입니다.

영화는 크게는 로렌스-자넷, 바네사-척의 관계를 통해 전개됩니다. 로렌스와 자넷의 모습이 일종의 로맨스물이라면, 바네사와 척의 이야기는 성장담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를 적절히 교차하면서 무난하게 전개해나갑니다. 하지만, 그저 무난할 뿐이지 영화의 주제도 그렇고 그 속의 이야기는 다분히 진부하고 별 특색이 없습니다. 너무 틀에 박힌 이야기라고 할까요.

그렇다보니 다소 심심하게 느껴지는 이 영화지만, 배우들의 호연은 눈에 띄는 요소입니다. 배역을 위해 10kg이 넘게 찌웠다는 데니스 퀘이드(아무리 생각해도 배에 뭐 집어넣은것 같은)나 엉뚱한 삼촌 역을 연기한 토마스 헤이든 처치.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미 "주노"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엘렌 페이지의 모습이 크게 보입니다. 공부만 알고, 독단적이고, 그 와중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바네사의 모습을 엘렌 페이지는 더없이 훌륭하게 연기해내고 있습니다. "주노" 때도 그러했지만, 미국 인디영화계가 발굴해낸 이 여배우로 인해 미국영화계는 조금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P.S ...뭐, 실토하자면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오로지 엘렌 페이지 때문에..쿨럭;;

CJ7 - 장강7호
주성치의 팬들은 농담반 진담반 삼아, 우스개소리로 이런 말들을 하곤 합니다. '세상의 영화는 두 부류로 나뉜다. 주성치의 영화와 아닌 영화.'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주성치의 영화는 어떻게 보면 유치하고, 황당한 영화이지만 그의 영화에는 항상 가득한 웃음과 더불어 웃음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그 아래 슬픔이 존재합니다. 그런 일종의 페이소스가 주성치 영화의 매력일 것입니다.

주성치의 신작 "장강7호"는 가난한 부자(父子)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로 분한 주성치는 막노동을 전전하지만, 아들 샤오디는 자신과 같은 삶을 살게하지 않게 위해, 좋은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무리해서 사립학교에 보냅니다. 샤오디는 가난으로 인해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지내는 착한 아들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인지라 샤오디는 부잣집 아이의 장난감이 부러워 아버지에게 떼를 씁니다. 주성치는 아들의 그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을 내심 안타까워하다가 평소때처럼 쓰레기장에서 어떤 물건을 주워옵니다. 그런데 그 물건은 외계인이었습니다. 영화는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그 외계인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나갑니다.

가난이라는 어찌보면 일종의 루저의 입장인 영화 속 두 부자의 모습은 애잔함을 보입니다. 문제는 그 애잔함을 동반한 정서가 너무 크게 지속된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들인 샤오디 입니다. 주성치의 역할은 그저 자상하고 헌신적인 아버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샤오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 속의 웃음요소는 그간 주성치 영화 속의 코메디에 미치지 못하고, 그럼으로 인해 영화 속에서는 주성치 영화 특유의 느낌이 전혀 살아나지 않습니다. 그런 점을 인식해서인지, 영화 속에서는 주성치의 전작들을 연상케하는 소품, 일부 전작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모습들이 등장합니다. 주성치영화같지 않은 이 영화에서  그런 모습은 그저 지난 주성치영화 이미지의 재탕, 답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습니다. 또한, 이 주성치스럽지 않은 영화의 모습은 주성치 영화기에 당연히 수긍이 가야할 상황도 그리 긍정적으로 바라보지않게 합니다. 결국 이 영화는 외계인이 조미료로 등장하는 그저그런 가족드라마일 뿐입니다.

근래들어서 주성치는 헐리우드 자본과 손을 잡고 있습니다. 헐리우드 자본과 결합하면서 일부 자신의 색깔에 대한 양보도 있었을테지만, 그럼에도 '주성치'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영화가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헐리우드가 원했을 맥이 빠질정도로 지나친 대중성이 가득한, 그래서 아무런 특색도 없는 평범한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주성치가 한 템포 쉬어간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아니면, 그냥 이 영화는 주성치의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속 편합니다.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지난 2000년 홀연히 온라인에 등장해 1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던 류승완 감독의 중편, "다찌마와 리". 2008년 여름 다찌마와 리가 '대형 스크린을 압도박하는 박력과 흥분'을 머금고 극장판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그것입니다.

지난 중편을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다찌마와 리"는 의도된 어색함과 6,70년대 한국영화에나 나옴직한 억양과 대사들로 큰 폭소를 자아냈던 작품입니다. 이러한 작품의 특성은 극장판에도 이어집니다. '그녀는 내 마음의 마지막 세입자.' 라던가, '더러운 죄악에 종지부를 찍을 내 주먹을 사라', '내 인생에 삼각은 오로지 삼각김밥뿐이오.' 등 듣는 것만으로도 폭소를 자아낼 주옥과 같은 대사들이 영화내내 넘쳐납니다. 이런 대사를 비롯한 이 영화 웃음의 핵심 코드는 철저한 뻔뻔함입니다. 이 영화가 첩보코메디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영화는 최근작으로는 "겟 스마트" 그리고 조금 더 뒤로가면 "오스틴 파워"가 있습니다. "겟 스마트"가 어쩌면 스티브 카렐의 처량하리 마치의 순진함이 뻔뻔함으로 승화된 경우라고 봤을 때, 이 영화는 "오스틴 파워" 쪽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으나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단 한명도 빼지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앞뒤 안 가리는 뻔뻔함으로 무장하고 있는 이 영화는 진정한 뻔뻔(FunFun?!) 무비입니다.

멋드러지게 등장하는 다찌마와 리(임원희 분)에게 전작의 화녀와 충녀처럼 많은 이들이 환호하며, 연방 잘 생겼다는 말을 하는 이 뻔뻔함(임원희 씨께 사죄의 말씀을..쿨럭..)의 그 기반에는 이 영화의 (다른 말로는 느낌이 안 살아서 부득이하게) 쌈마이 정신이 있습니다. 저렴한 제작비 내에서의 최대한 효과를 이루어내려던 B급의 쌈마이 정신이 이 영화에 살아 있습니다. 이러한 의도적인 쌈마이는 영화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도도히 흐르는 한강과 성수대교, 그리고 뒤쪽에 지나다니는 냉동탑차를 두고서도 이곳은 두만강이라고 생색을 내지를 않나, 전혀 안 프린스턴 대학스러운 장소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프린스턴 대학이라고 우기는 그 불굴의 정신이란... 이 외에도 영화는 자체발광 쌈마이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터넷 중편을 보지 않았더라도) '아, 이 영화 원래 이런 영화구나'라고 절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이 영화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의 웃음은 위에서도 언급한 쌈마이 정신에 기초한 웃음인데, 절정으로 치닫기 전의 한 액션신에서는 그런 웃음기가 싸악 가실정도의 뭔가 갖춰진, 그간의 영화흐름과는 이질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이는 '액션 키드'라고 불리우는 류승완 감독이 자신의 욕망을 주체못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하나의 액션 시퀀스로는 만족스러운 부분이나 영화 전체로 봤을 때는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일백프로 후시녹음인데도 불구하고 몇몇대사가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존재하는 영화지만, 나름 기대했던 작품으로서 극장판 "다찌마와 리"는 올여름 한국영화중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내내 사람의 웃음을 자아내는데에 대한 만족감에 더해 이런류의 영화가 주류상업영화로 제작되어 한국극장가에 걸릴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 정말 호방합니다.

P.S 200억들여서 해외로케이션 한 영화보다 28억 들여서 영종도에서 만주인척 찍은 영화가 더 만족스럽다니... 뭔가 불공평한데요.


월-E
우리나라에서는 어른들이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아홉수'를 조심하라고 말이죠. 이는 픽사에게는 통하지 않나 봅니다. 하기는 소포모어 징크스도 가뿐히 무시해버린 픽사에게 이런 일종의 징크스 따위는 애초에 범접을 못하는 것일지도요.

픽사의 아홉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월-E"는 아름답고 장엄한 우주를 비추며 시작됩니다. 그리고 화면은 그 우주의 모습을 지나 황량한 지구를 보여줍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쓰레기 더미만 남은 지구. 그 안에 작은 존재가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월-E'입니다. Waste Allocation Load Lifter Earth-class라는 풀네임처럼 지구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게 '월-E'의 임무입니다. 영화는 이런 월-E의 하루를 묵묵히 바라봅니다. 쓰레기를 압축해 처리하는, 프로그래밍된 업무를 마치고 월-E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옵니다. 유일한 친구인 바퀴벌레와 함께 말이죠. 이후는 프로그래밍된 일이 아닙니다. 월-E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수집품들을 정리하고, 뮤지컬 "헬로 돌리"를 보며 감흥에 젖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싶고, 누군가와 함께 춤을 추고 싶고... 700년간의 혼자만의 기나긴 시간동안 월-E는 스스로를 조금씩 발전시켜나갔고, 그 와중에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이러한 월-E의 모습을 장시간 조용히 비추면서 월-E에 대한 모든 것을 관객에게 설명해줍니다.

외로운 시간이 지나고 월-E는 지구의 생명체 여부를 탐색키 위해 파견된 로봇 이브를 만나게 되고 월-E는 사랑에 빠집니다. 낡고 허름해 보이는 월-E와 달리 마치 애플의 디자인을 연상케하는 흰색의 매끈한 바디를 자랑하는 이브는 두 종의 차이를 극명히 보여줍니다. 월-E는 사랑을 알고, 프로그래밍 이외의 행동도 알지만 이브는 사랑도, 입력된 프로그래밍 외의 행동도 알지 못합니다. 서로 너무도 다른 두 존재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것. 로맨틱 드라마의 가장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틀린 점이 라면 "월-E"는 그 대상이 로봇이라는 것이지요. 이브에 대한 월-E의 일편단심 사랑은 유머와 함께 가슴 떨린 첫사랑의 감정까지도 느끼게 합니다. '로봇 주제'에 말입니다. 픽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픽사 스토리"를 보면 존 라세터 등이 수학한 칼 아츠에서 나인 올드맨이 강의한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핵심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 '캐릭터의 내면 감정을 중요하게 여길 것. 내면 감정은 인간의 본성과 느낌에 대한 생각과 관련 있다' 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는 그 캐릭터가 생명체가 아니어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존 라세터의 단편 "룩소 주니어"가 그 예입니다. 하나의 평범한 램프임에도 존 라세터는 '그 모습을 유지하면서 그 속에서 개성과 움직임'을 끌어냈고, 거기에 자신이 배운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핵심을 부여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월-E는 룩소 주니어의 연장선상입니다. 월-E는 단편적인 단어를 말하는 보이스의 높낮이, 렌즈(눈)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이런 캐릭터와 초반의 장시간동안 이 캐릭터의 행동을 보여줌으로 인해 영화는 관객에게 감정의 동질화를 이끌어내었고, 그로써 로봇 월-E에게 생명을 주었습니다. 그러니 '로봇'이 동경과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룩소 주니어 월-E

이런 목적을 둔 초반부가 성공하면서,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월-E는 이브를 쫓아서 거대한 우주선 엑시엄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곳에는 700년전 지구를 버리고 떠난 인간들이 있습니다. 그 곳의 인간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기술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모두 포동포동한 비만인이 되어버렸고, 인간으로서의 일부 행동들은 거의 퇴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홀로그램 모니터를 통한 간접적 소통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있는 모습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랑은 터치'라고.(터치폰 광고 문구 아님!) 월-E가 이브의 손을 잡았을때의 그 떨림을 사람들은 월-E를 통해 배웁니다. 또한 월-E를 통해 기술이라는 것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이지, 인간의 기본까지도 제한하고 종속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한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 자신들이 만들었던 과거의 기술의 결과물이라는 일종의 아이러니는 기술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인간들은 700년 전 자신들이 오염시키고 떠났던 지구로 돌아오고, 그 곳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그들의 삶에는 월-E도 이브도, 700년이 지나도 여전히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퀴벌레도 함께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이 있게한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영화는 월-E, 그리고 이브를 통해 사랑과 유머, 감동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줍니다. 과연 한계가 어디인지 의심가는 픽사는 역시 3D 애니메이션 기술의 선도자, 흥행의 보증수표, 그리고 진정한 작가주의 집단입니다. 이번에도 픽사는 여전히 픽사였고, 앞으로도 픽사일 것입니다. 픽사 만세!

P.S  여타 3D 애니메이션들도 마찬가지만 이번 "월-E"도 꼭 디지털로 감상하세요. 역시나 막강한 화질을 보여줍니다.

P.S2 "월-E"에는 SF장르를 포함한 여러 영화들의 오마주가 등장합니다. 그 중 하나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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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검거율 100%의 형사반장과 치밀하게 범죄를 기획, 실행하는 범인의 대결.

이런 류의 영화에서의 가장 큰 재미는 아마 이 대척점에 위치한 두 인물이 들고 있는 패와 그 패의 쪼이는(?) 맛일 것입니다. 서로 엎치락뒷치락 하는 모습 같은 것 말입니다.

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전반부까지는 어느 정도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김현태(송영창 분)의 돈과 밀수한 금을 치밀한 계획 아래 훔쳐낸 안현민(차승원 분)과 그런 안현민을 쫓는 백성찬 반장(한석규 분).  화면 분할을 통한 연출을 통해 안현민의 범죄행각을 스타일쉬하게 표현하는 노력까지 한 전반부였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부터는 영 흐지부지해집니다. 중반부터 영화는 그저 그들이 들었던 패들을 모두 까보이고 그것을 친절하게 설명하는데에만 시간을 보냅니다. 그 때부터 관객은 그저 그 설명만 따라가는 존재가 되어버리는데 이런 무방비 상태에서 흘러가는 이야기 중 약간의 뒤틀기만 있었어도 어느정도의 흥미는 유발시켰을테지만 영화는 그렇게 설명만 하다가 끝납니다. 설명만 늘어놓는데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캐릭터 변화는 그다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일년에 7000건이 넘게 발생하는 원한범죄 중 하나일 뿐이라고 재차 확인하는 백반장의 모습은 백반장과 안현민의 관계를 형사 대 범인으로 지속적으로 설정하게되지만 후반부로 가서는 그 둘의 관계가 남자 대 남자(어떤 느낌인지 아실 듯.)로 돌변하는데, 그 모습에는 어떤 납득할만한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범인으로 나오는 차승원은 그간의 영화 속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의 전직, '모델' 차승원의로서의 모습을 맘껏 뽑냅니다. 더이상 그를 '모델'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없을테니 이제 이런 모습도 보여줄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영화 속 차승원이 맡은 역할이 침착하고, 선량한 모습이 강하다면 한석규가 연기한 백반장은 하나의 상황 속에서도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인데 때로는 (상대 차승원 역의 이미지를 너무 의식한것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감정과 표현의 과잉이라 할 수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 모습은 무대 위의 연극적인 연기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인데 대비된 두 캐릭터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잉된 연기는 조금 실망스럽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중간에 연출도 바뀌고, 개봉도 밀리는 우여곡절을 겪은 영화인데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썩 만족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석규와 차승원, 두 배우가 주는 무게감만으로도 그다지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

미이라 3: 황제의 무덤
"미이라" 시리즈는 실상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미이라의 저주판입니다. 아류가 그렇듯이 오리지널이 주는만큼의 재미는 못 주지만, CG활용의 극대화 등으로 오리지널이 없는 빈자리를 미약하나마 메꾸어주었다고 할까요? 틈새시장 공략 정도.

전작까지의 연출을 맡았던 스티븐 소머즈가 물러나고, 롭 코헨이 연출을 꿰찬 "미이라 3: 황제의 무덤"은 기존의 배경인 이집트를 벗어나 중국으로 향합니다. 2편에서 등장했던 릭과 에블린 사이의 아들인 알렉스가 성장해 중국 옛 황제의 무덤을 발굴하게 되는데, 그게 큰 재앙을 불러들인다는 이야기입니다. 장소만 달라졌지, 무덤 속에 잠들어 있던 존재가 깨어나 세계정복을 꿈꾼다라는 이야기의 골자는 지난 시리즈와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어차피 이 시리즈에서 이야기라는 걸 기대하기도 힘들지만, 2편은 1편의 이야기에 뜬금없이 전생까지 끌어들이면서 억지스러운 스토리를 만들어냈고 3편은 더이상 이집트라는 공간에서 풀어낼 이야기가 없으니 장소만 바꾼 격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한없이 산만하고, 산만함에도 지루합니다. 기존의 릭과 에블린 이야기에 더해 아들 알렉스의 캐릭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부활한 황제도 물리쳐야 하고 알렉스와 릭, 이 부자 사이의 갈등도 풀어야하고 또, 알렉스의 사랑이야기도 썰을 풀어야 하며 거기에 이번 작품에 등장한 지주안(양자경 분)의 비중도 살려줘야 하기에 더없이 바쁩니다. 벌려놓은 일이 많다보니 매듭은 지어야 하는데 그 솜씨는 눈뜨고 못봐줄 정도입니다. 예를 들면 이 영화 속에서 가족의 갈등을 푸는 방법은 최종적으로는 그저 대사 몇마디 주고받서는 영화 중간쯤에 단박에 종결시키는 식입니다. 이 영화가 각 캐릭터간의 비중을 맞추는 모습은 영화 한편을 놓고 마치 서로 갈갈이 찢어먹는 듯한 모습이며, 그렇다보니 극의 중심추적인 인물의 분간이 어려워지면서 이야기는 진흙탕을 구르는 듯 합니다. 그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한없는 지루함 뿐입니다.
지난 두 편의 시리즈에서 에블린 역을 맡았던 레이첼 와이즈가 출연을 고사했기에 그자리를 메꾼 마리아 벨로는 레이첼 와이즈가 보여줬던 액션어드벤쳐에서의 히로인의 모습을 전혀 재현해내지 못해 실망만 자아내고 전작에서 보이던 썰렁한 유머마저도 줄어들어 그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누차말하듯이 이 영화에서 애초에 이야기는 기대할바가 못되고 볼거리에만 올인한다고 했을때에도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현재의 헐리우드영화에서 CG의 기술력이라는것이 비등비등하고 그렇다보니 단순히 CG 도배질만 하는 이 영화의 핵심장면들은 전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합니다. 차라리 일련의 액션장면들은 오히려 전편의 모습이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을 듯 합니다.

미이라는 그냥 이집트에서 이모텝 두번 죽이는 것으로 끝냈어야 합니다. 그랬으면 괜히 (베이징 올림픽에 맞춰서) 중국에서 미이라 깨워서는 올 한해 최악의 헐리우드 영화 중 하나로 기억되게 할 이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말입니다.

P.S 뭐,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이었을 테지만...
[롭 코언] “<미이라3: 황제의 무덤>은 스필버그 영화보다 잘될 거다”
결과적으로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P.S2 안습의 이연걸 형님...

선생님은 외계인
"선생님은 외계인"이라는 한국어 제목만 본다면 영화는 왠지 다분히 아동취향의 밝고 명랑한 영화 같습니다. 물론,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중심이 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실상 영화는 그렇게 밝고 명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는 외계인이 나옵니다. 소설, 영화에서 그리는 외계인은 보통 두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그 분류는 지구인에게 우호적인가, 그러지 않은가로 결정되곤 하는데 이 영화에서의 외계인은 후자입니다. 전쟁만 아는 다른 행성에서 온 영화 속 외계인은 종족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사랑과 이해를 배우기 위해 지구로 옵니다. 사랑을 배우기 위해 온 존재지만, 그녀는 그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그녀의 행동은 사랑/이해와는 거리가 멉니다. 외계인은 인간의 몸 속에 침투해 울라 함즈라는 이름으로 대리교사인 척을 합니다. 그녀는 학교의 아이들을 보며 사랑과 이해에 대한 것을 배우려고 하지만, 그녀의 강압적인 지도는 아이들에게 의문을 가지게 만듭니다. 제목만 보고 생각한다면 이 외계인과 아이들이 화해하는, 밝고명랑한 사회에 걸맞는 내용이겠지만 실제로는 외계인은 아이들을 납치해 고향별로 가려는 시도를 합니다. 또한 그 와중에 살인마저도 서슴치 않습니다.

영화는 이렇게 외계인과의 갈등을 그리고 있지만 진짜 얘기는 그보다는 칼로 대표되는 아이의 성장담과 아이들과 어른들의 갈등입니다. 칼은 어머니를 불의의 사고로 여의고 아버지, 여동생과 같이 사는 남학생으로 여전히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담교사도 농락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칼은 후반부에 가서 결국 어머니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것이 바로 이 외계인과의 갈등입니다. 살아가면서의 경험을 통해 아이는 성장하는 것이랄까요. 또한, 앞서 말했듯이 영화에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갈등 역시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울라 함즈 선생이 이상하다고, 외계인이라고 까지 말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상담교사는 심지어 TV,게임 등이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혼란하게 하고, 아이들은 자신들이 믿고 싶어하는 세계를 창조해낸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아이들을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가 아닌 불완전한, 불안정한 존재로 이야기합니다. 울라 함즈에게 항의하러 왔던 학부모들은 그 말을 믿고는 울라 함즈에게 자신들의 생각이 짧았다고 사과하며 오히려 그녀를 더 인정합니다.

2007년 덴마크 최대 흥행작인 영화는 이런 갈등구조를 다루면서도, 유머러스한 상황과 대사들을 통해서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로 가는 것을 방지합니다. 또한 많은 부분에 쓰인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때에 효과적으로 사용된 CG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약간 매끄럽지 못한 극의 분위기 변화라던가 후반부의 마무리 장면이 좀 뜬근 없는 감이 적잖아 있지만, 다른 의미를 부여하자면 대중적 흥행성이라는 코드가 결코 그 국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P.S 칼의 여동생(대략 초등학교 1~2학년 정도)이 아빠를 두고, '아빠는 요즘 여자를 안 만나요.' 식으로 이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한국자막으로는 저런 식인데, 영문자막으로는 fuck이 나오는 걸 보곤 순간 흠칫했습니다. 아마 영문자막 쪽이 더 원 의미에 가깝겠지요? 역시 서구쪽은 그런 표현에 있어 자유로운 건가.. 하는 생각이..(단순히 유머러스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의도적 대사일수도 있지만요.)

포르노 오테르
여기에 한 거장 감독이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르투로 도밍고. 아르투로는 창의적인 능력이 넘치는 사내였습니다.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 열렬한 헌사를 바쳤고, 팬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런 그의 작업에는 자신의 페르소나이자 뮤즈인 프랭크라는 배우가 있었습니다. 둘의 만남은 연속적인 흥행을 기록하지만 아르투로의 야심찬 대작이 스튜디오의 입김에 의해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편집되고 개봉, 실패함으로써 둘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아르투로는 점차 내리막을 걷습니다.

아르투로는 오만했고, 집착이 심했습니다. 그런 그의 성격은 아내와의 사이에도 문제를 발생케 했고, 둘은 헤어집니다. 자신의 회고전에 참석하러 온 아르투로는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예전 아내를 찾아가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 그는 자신의 실수를 반성합니다. 그 날 아르투로의 실패했던 대작의 디렉터즈 컷이 회고전에서 상영되자 많은 이들은 그 영화에 큰 찬사를 보내고 아르투로는 소원했던 프랭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의 새로운 대작의 제작을 꿈꿀 수 있게 됩니다.

제목인 Auteur처럼 이 영화는 한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6살때 부모님의 침대 밑에서 두권의 책을 발견합니다. '허슬러'와 '까이에 뒤 시네마'. 훗날 USC 영화학과에 입학해 감독을 꿈꾸던 그는 같은 학교의 프랭크를 만나게 되고, 둘은 "헤픈 다섯 조카딸"이라는 하드코어 포르노를 찍고는 포르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킵니다. 여기서 그의 이름은 바로 아르투로 도밍고입니다. 그가 그 후 프랭크와 찍은 영화들은 다음과 같습니다."나의 왼 불알", "다이크 클럽", "스내치 아담스" 등. 이런 성공작들로 인해 그는 포르노계의 큐브릭이라는 칭호를 얻습니다. 그 후 그가 야심차게 찍었던 대작이 실패하면서 그는 슬럼프를 겪습니다.(로저 에버트의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것이 분명한) 영화평론프로그램에서는 그의 영화들에 대해 축 처진 똘똘이로 평가합니다. 이런 그의 슬럼프를 있게 한, 실패한 대작의 제목은 "풀 메탈 자위"(Full Metal Jackoff). 스튜디오는 아르투로가 원하던 이야기는 너무 동성애적분위기가 강하다고 스튜디오 자의대로 촬영 및 편집을 해버립니다. 그런 스튜디오의 억압이 그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 것입니다. 영화에서 계속 언급되고 나중에 제작을 할 수 있게 된 대작의 제목은? "갱뱅스 오브 뉴욕"입니다.

포르노 오테르

영화는 포로노계의 거장 감독이라는 소재와 그로 인해 (일종의) 패러디된 상황만으로도 큰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실제 영화감독들이 겪어야하는 각종 일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스튜디오의 지나친 간섭, 흥행에 따른 비평가와 팬들의 질책, 감독인 자신보다는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에게 더 환호하는 팬들 등. 고민에 가득찬 오만한 포르노 영화감독을 능청스럽게 연기해낸 주연 멜릭 말카시안을 보는 즐거움도 있는 "포르노 오테르"는 성기노출이 잦은지라 영화제 형식으로 밖에 국내에 소개될 수 없겠지만, 적어도 킬킬대며 보는 목적으로는 나름 충분한 역할을 하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P.S "갱뱅스 오브 뉴욕"을 두고 아르투로와 프랭크와 갈등을 빚는 부분이 리얼리티를 위해 당시의 사회관습상 할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안된다 입니다.이게 실제로 어떤 영화의 제작에 얽힌 이야기인지..들어본 것 같아서말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다룬 것이 시트콤 "프렌즈"에서의 한 에피소드에서도 나오는데...

P.S2 어차피 국내에서는 보여질일 없으니, 디렉터즈컷 "풀 메탈 자위"의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전장에서 길을 잃은 6명의 대원들. 그들은 어서 빨리 여자를 찾아 자신들의 욕구를 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며칠째, 그저 헤멜 뿐입니다. 그렇게 지쳐가고 있던 중, 한 대원이 농담삼아 한마디를 던집니다. '서로가 서로를 해주면 어떨까? 게이처럼 그렇게 말고 손으로 말야.' 얼토당토않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던 대원들이지만, 이내 서로 합의를 하고는(프랭크가 분한 캡틴은 심지어 저 놈의 손은 너무 물렁물렁할 것 같아, 이 놈의 손이 좋아보이는군 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둥그렇게 모여서는 동시에 서로서로를 손으로 해줍니다. 대단원의 클라이막스는 서로의 얼굴로 쏟아지는 정액들.

P.S3 유명영화 패러디해 성인영화 제목 짓는 것은 우리나라 쪽이 더 센스가 있는 거 같기도..

님은 먼곳에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에 이어 속칭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으로 불리우는 "님은 먼곳에"는 다분히 실망스러운 작품입니다.

영화는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군인인 남편이 월남에 간 사실을 안 아내 순이가 그 남편을 찾아 위문공연단 틈에 끼어 베트남으로 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이야기이기에 이 이야기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남편을 찾아 베트남에 가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남편을 찾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순이의 모습을 설명할 이유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70년대의 전통적 통념 속에서 시어머니의 반떠밀림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 남편에 대한 사랑? 남편에 대한 원망? 영화는 어떤 것 하나에도 방점을 찍어주지 않습니다. 순이는 베트남에 갔고 고생 끝에 남편을 만납니다. 영화는 기본적인 극의 모티베이션이 미약함으로 인해 이러한 전체 극의 이해를 심각하게 저해시킵니다. 동기부여가 불분명한 상황을 영화 내내 전개하는 것은 관객에게 이해못할 상황의 연속을 보여주며 그것은 곧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는 괴로움입니다. 전작들에서 남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던 이준익 감독이 처음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그에게 여자라는 존재는 설명하기 난해한 존재였나 봅니다. 아마도 그러한 상황의 해결을 위해 선택한 것이 음악이었을테지만 그 음악과 노래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는 못합니다. 순이의 동기부여도 실패한 마당에, 순이 주변의 남성들의 캐릭터도 매력이 없습니다. 그들이 매력적이지 못한 것은 순이보다야 돈이라는 이유에서 베트남을 선택하는 것이 명확하나, 그 후에 순이의 노력에 동화되는 그 지점이 썩 개운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저 순이가 남편을 만나러 가게 하기 위한 급조된 성격이 강한 모습입니다.

"님은 먼곳에"는 태국 로케이션을 통해 촬영되었는데, 그 중에는 대규모 전투씬도 있습니다. 영화의 제작비가 올라간 것에는 그 장면이 한 몫 했을테지만 영화의 순간순간마다 등장하는 전쟁장면은 극의 흐름을 뚝뚝 끊어먹습니다. 물론 순이와 그녀의 밴드가 펼쳐보이는 위문공연 모습과 전쟁의 포화가 가득한 모습이 월남전쟁이라는 공간에서의 상반된 이미지이긴 하지만, (그래서 결국 한장소에서 두 이미지가 만나지만) 그 전투장면들의 등장 타이밍이 어딘가 엇박자인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또한 월남전쟁을 다시 조명해보고자 하는 시선도 그리 효과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착하디 착해 보이는 베트공들의 모습과 그에 비한다면 오히려 악해보이는 미군 장교는 이전 미국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베트남전을 입장을 바꿔바라본 것 밖에 안됩니다. 또한, 한국군 역시 돈을 벌러왔다고하는데, 그 이면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고 있지 않는 모습은 더더욱 더 이 영화의 베트남전에 대한 시각에 동의할 수 없게 만듭니다.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베트남전을 그리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마 이런 영화에서 눈 여겨볼만한 것은 배우 수애 밖에 없습니다. '수애'라는 배우에게서 떠올려지는 이미지의 한계 내에서의 캐릭터가 아쉽긴 하지만, "가족"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후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로 크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영화에서 보이는게 이런 한 배우의 꾸준한 가능성, 혹은 그 결실의 일부 밖에 없다는 것이 어쩌면 이 영화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을지 모르겠습니다.

P.S 영화 처음 배우 크레딧에 주진모가 나와서 다들 그 주진모를 찾으시던데, 영화 속 밴드에서 기타 치시는 분이 동명이인의 주진모 씨입니다^^

*영화의 감상에 지장을 줄 스포일러성 내용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혹여나 있어도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다크 나이트
팀 버튼의 "배트맨", "배트맨 리턴즈"는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꼽을데 꼭 이야기가 되는 영화들입니다.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이중성. 그로 인해 배트맨은 너무도 우울하고 어둡게 표현되며, 그것에 만화적 상상력을 덧붙여내는 것은 팀 버튼의 주특기나 다름없었습니다. 팀 버튼이 그 자신의 다음 작품들에서 조차 뛰어넘지 못한 "배트맨 리턴즈"(그냥 사견입니다.)를 끝으로 '배트맨' 프랜차이즈에서 손을 떼고 두 편의 배트맨 영화가 이어 스크린에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영화들은 팀 버튼이 만들어낸 "배트맨" 영화 프랜차이즈의 명성에 큰 흠만 내놓았을 뿐입니다. 팬들은 그저 허울만 좋은 '배트맨'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시 '배트맨'을 화려하게 부활시킵니다. 팀 버튼의 만화적 상상력은 지우고 필름느와르의 암울한 기운이 지배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말입니다. 배트맨의 기원에 대해 탐구한 이 영화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야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나의 배트맨을 보여주겠다'. "배트맨 비긴즈"는 그의 배트맨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위한 기반작업이었습니다. 3년만에 돌아온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는 그 탄탄한 기반 위에 너무도 멋진 구조물을 세웠습니다.

영화 "다크 나이트"는 한 무리가 은행을 털면서 시작됩니다. 가면을 쓴 이 정체불명의 일당들 중에 결국 남는 것은 한 사람 뿐입니다. 보라색 양복을 입은 이가 가면을 벗자 하얀 분칠을 한 사내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조커(히스 레저 분). 영화는 이 불쑥 등장한 한 사내의 영화입니다. 영화에는 이 사내, 조커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의 정체가 무엇이며, 과거가 어떠했는지 등 그에 관한 무엇도 없습니다. 조커는 묻습니다. '내 입의 상처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 그가 스스로 묻고 답하는 질문으로는 이 사내의 어떠한 것도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하나. 그의 과거를 알 수 없다는 것. 조커는 그 자체로 영화에 자리잡고 있으며, 영화를 지배합니다. 그는 말로니나 다른 여타 악당들과 같이 돈이나 권력에 집착하는 부류가 아닙니다. 그는 모든 계획을 비웃고 그 계획을 비틀며, 그로 인한 혼란을 즐기는 혼란의 사도입니다. 그는 그 혼란으로 이 사회를 활활 불태우고 싶고 그로써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는 인물입니다. 배트맨은 그런 그에게 그 과정에서 같이 놀아줄 장난의 대상입니다. '알량한 정의감'으로 자신을 죽이지 못하는 배트맨은 즐거운 놀이의 대상임이 분명하고, 그 대상에게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에 승복시키는 것은 최고의 흥분일 것입니다. 정의감에 불타는 지방검사 하비 덴트는 그런 놀이대상에게 던져주는 또다른 장난감일 뿐입니다. 문제는 아무도 이런 조커를 처음부터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경찰과 배트맨은 말로니 집단과 그들의 자금줄에만 신경쓰며 그를 피라미로 여겼고, 말로니는 좁혀오는 경찰의 수사망을 벗어나긴 위한 사소한 도구로만 그를 생각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조커는 그들의 모든 계획을 지켜보았고, 그 계획의 틈사이에 혼란이라는 꽃을 피웁니다.

다크 나이트

영화는 슈퍼히어로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액션의 화려함을 위한 치장에 집중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이야기에 큰 힘을 쏟습니다. 액션이 주는 느낌은 흘러가는 이야기가 전하는 감정의 연장선상이며, 이야기는 시작된 하나의 사건들에서 다음 사건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복잡하면서도 그 연결에 무리가 없는 탄탄한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것은 곧 안도의 숨을 한번도 내쉴 수 없는 긴장감으로 이어집니다. 특히나 이러한 긴장감에는 편집도 큰 도움을  주는데 하나의 사건, 순간에 대해서 벌어지는 동시다발적 순간을 교차편집으로 표현해내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상당합니다. 영화의 흐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임스 고든을 비롯한 경찰/하비 덴트/배트맨과 말로니 일당이 서로 얽힌 이야기가 그 첫번째 부분이고 이어지는 것은 조커가 자신의 존재감을 폭발적으로 드러내며(그 전에도 존재 자체로 인상적이긴 했지만..), 인물들의 주된 갈등이 심화 및 종지부를 향하는 부분입니다. 조커가 이 영화의 중심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흐름을 가르는 인물이 조커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대단치않게 느꼈던 조커에 대해 제대로 깨닫게 되는 그 순간이 바로 흐름의 전환이 일어나는 부분입니다. 훌륭한 시나리오, 연출은 이 두 이야기의 사이를 인식도 못할만큼 매끄럽게 연결합니다. 조커가 벌이는 (그의 입장에서는) 즐거운 장난은 개인적 수준에서 전체의 수준으로 나아갑니다. 조커는 하비 덴트와 레이첼을 이용해 배트맨에게 하나의 게임을 제시하며, 나아가서는 고담시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게임을 제시합니다. 조커가 만들어낸, 투페이스라는 희생양이 던지는 동전처럼 앞뒤가 극명한 게임. 투페이스가 생사를 결정짓기 위해 던지는 동전은 조커의 제로섬 게임의 또다른 축소판입니다. 그러한 게임으로 선과 악은 갈리지만, 동전의 앞뒤와 같은 그 차이를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정의의 실현 앞에 따라야 할 희생을 치루며 온 배트맨은 조커의 게임 승리를 부정하려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부인하고 정의의 가치를 지킴과 동시에 고담의 안정을 위한 그의 최후의 선택에는 또 큰 희생이 따릅니다. 고난과 오해, 그로 인한 고독이라는 이미지가 어쩌면 전통적 영웅상에 가까울 수도 있지만, 많은 것을 잃은 배트맨의 모습은 크나큰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아무리 그것이 영웅의 길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또한 고담시의 'Dark Knight'인 그가 그 길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한 물음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 전체의 이야기는 슈퍼히어로영화라기보다는 범죄스릴러에 가까울 정도로 현실에 닿아있으며, 또한 어둡습니다. 전작 "배트맨 비긴즈"에 이어서 이러한 모습은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를 정의하는 핵심키워드입니다.

"다크 나이트"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조커로 분한, 지금은 세상을 떠난 히스 레저의 연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표정, 눈빛, 몸짓, 대사에서 뿜어져나오는 압도적 카리스마는 글로써 설명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히스 레저는 영화 역사상에 빛날 연기를 해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를 더욱 빛나게 해준 것은 그의 압도적 카리스마에도 자신의 위치, 역할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인 그 외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크리스챤 베일은 고담의 자경단원으로서의 자아와 그 자리에서 물러나 평범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또 다른 자아 사이에서의 심리적 갈등을 잘 그려냄으로써, 영화의 주연으로서 한축을 전혀 무리없이 지탱했습니다. 또한 탄탄한 이야기, 뛰어난 배우 등 모든 요소들을 절묘히 배합해 자신의 '배트맨'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있기도 합니다.

하나의 걸작 영화를 두고 배우 덕이다, 감독 덕이다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크 나이트"는 진정 두말할 필요없는, 이 시대에서 만날 수 있는 완벽한 걸작입니다. 그저 그 한마디면 됩니다.

P.S 이 블로그를 시작함과 거의 동시에 "다크 나이트"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1년. 80여개의 소식과 함께 보낸 그 기다림의 시간을 충분히 보상해준 훌륭한 영화가 탄생한 것에 한없이 큰 기쁨과 감동을 느낍니다.

P.S2 이번에도 용산CGV 5관에서 IMAX로 감상했지만, 8월 5일/6일/7일에 또 용산CGV에서 IMAX로 한번씩, 씨너스 이수5관에서도 디지털로 한번해서 최소 3번은 더 관람할 것 같습니다.

미라지맨
영화 "미라지맨"은 칠레에서 온 슈퍼히어로 영화입니다. 슈퍼히어로물이라고 하지만, 영화 속에서도 언급되듯이 주인공 마코는 아이언맨도, 벽을 타는 스파이더맨도, 배트모빌을 모는 백만장자도 아닙니다. 그는 그저 가라데 등으로 단련된 무술유단자로 현실은 나이트클럽 기도입니다. 그가 무술유단자가 된 계기에는 과거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과거 그의 가족은 거리를 걷던 중 강도들의 습격을 당해 부모님은 돌아가시시고 자신은 부상당했으며, 남동생은 강간당해 그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스스로를 단련해나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마코는 집을 터는 강도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제압합니다. 마침 그 집은 한 기자의 집이었으며, 그 소식이 뉴스를 타게 되고 그것을 본 마코의 동생이 약간의 회복 기미를 보입니다. 마코는 동생이 보이는 회복증세를 보고 정의실현에 대한 욕구를 느끼게 됩니다. 여타 슈퍼히어로들이 그렇듯 그도 복장을 갖추어야 합니다. 복면, 벨트, 쫄쫄이 등이 그것인데 그는 그것들을 구하는 일반 시장에서 구입합니다. 그렇게 복장을 갖춘 그는 본격적으로 악에 응징을 가하기 시작하는데 소매치기를 쫓아간 마코는 변신을 시도합니다. 마코의 변신은 슈퍼맨처럼 와이셔츠를 젖히며 S마크를 확 드러내는 그것이 전혀 아닌, 쓰레기통 뒤에서의 눈치보며 소심하게 변신하는 모습입니다. 나름 거구인 마코(마코 자러 분)가 쭈그리고 앉아서 낑낑대며 옷을 갈아입는 모습이란... 어쨋든 첫 미션으로 소매치기들을 제압한 마코의 활약상은 이번에도 뉴스를 타게 됩니다. 뉴스 앵커가 마코에게 전하는 말이란 '여성스럽고, 우스꽝스런 복장. 슈퍼히어로께서는 복장을 좀 더 잘 갖추시라'는 지적입니다. 충격을 먹는 마코는 다시 코스튬을 재정비하고(그래도 파란 마스크에서 눈에 검은색 렌즈는 여전히 좀 어설픕니다. 그리고, 그 렌즈가 후에 코믹씬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다시 정의의 길에 나섭니다.

여기까지에서 느끼실 수 있듯이 "미라지맨"의 영웅은 헐리우드 슈퍼히어로들처럼 기막히게 멋있는 녀석이 아닙니다. 무술에 능하긴 하지만 다분히 평범한 인물입니다. 거기에다가 과묵한, 한 덩치의 마코가 보이는 어설픈 듯한 모습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흐름상 여타 다른 슈퍼히어물과의 그것과 다르지 않지만, 주인공의 이런 모습들과 뉴로빈(미라지맨을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평범한, 그리고 우수꽝스러운 인물) 등은 그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주인공을 맡은 마코 자러는 어릴 적부터 가라데, 태권도, 쿵푸 등을 수련한 무술인으로 이소룡을 존경해 이런 영화를 한번쯤 찍어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액션신들은 마코가 와이어나 CG등의 도움없이 실제로 행하는 것들로 거구의 몸에서 나오는 액션은 색다른 느낌을 전해줍니다. 액션에 있어서 타격감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긴 하지만 말입니다.

미라지맨

어쩌면 영화 "미라지맨"에서 느껴지는 흥미란 것은 칠레라는, 그동안 접해보기 힘들었던 나라의 영화를 본다는 것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헐리우드의 전유물과도 같은 슈퍼히어로물 영화들 틈바구니에서의 조금은 다른 신선함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실상, 그로 인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나름 괜찮아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국제영화제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라는게 그런 것 아닐까요.)

P.S 우리나라도 슈퍼히어로물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예전엔 '에스퍼맨'도 있었는데...(그렇다고 뭐, 심감독이 나서라는 것은 절대 아님.)

P.S2 감독 어네스토 디아즈 에스피노자에 따르면, 영화는 칠레의 현실을 많이 반영했다고 합니다. 시청률에만 열을 올리는 언론의 모습이나 인신매매 등.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영화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은 동명의 인기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성공률 60%인 바티스타 수술을 연속적으로 성공해 나가고 있는 도조대학병원의 기류와 그의 수술팀.(바티스타 수술이란, 확장형 심근증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 방식 중 하나로 비대해진 심장의 일부분을 잘라 작게 만드는 수술입니다.) 하지만 최근 세번에 걸친 수술 실패로 인해 기류는 직접 조사를 의뢰하고, 부정수호외래(소설 속에서는 환자들 사이에서는 구치외래라고 부르는데, 구치외래는 하소연외래라는 뜻으로 실제 하는 업무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담당하고 있는 타구치가 그 조사를 맡게 됩니다. 조사에도 불구하고 딱히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을 때, 후생노동성의 조사관인 시라토리가 등장하면서 점차 수술실패의 그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사실 원작소설은 미스테리스릴러 장르로서의 미덕에는 한참 못미치는 작품입니다. 그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영화는 그래서인지 굳이 스릴러로서의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자였던 타구치를 여자로 바꿉니다. 스릴러 장르에서 일반적인 남녀의 상황을 표현하려는 의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 영화가 원하는 방향에서 그런 배역의 성변화가 더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원하던 방향은 무엇인가 하면, 바로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일반적인 스릴러는 아니고 그보다는 편하게 볼 수 있는 의학소재 드라마라 쪽이 맞을 듯 싶습니다. 일단 편집 쪽에서도 어떤 긴장감을 유발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그렇기에 실제 범인이 밝혀지고, 그 범인과 관련된 이야기는 최소한의 극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됩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유머에 더욱 치중하는 편이며, 그렇기에 엉뚱한 시라토리(아베 히로시 분)에 순진해보이는 타케우치 유코를 짝으로 붙이는 것은 그 의도에 크게 부합합니다.

스릴러장르로서의 기대를 품은 분들이라면 다분히 실망하실테지만 유머러스한 의학드라마 한편 보신다고 생각하신다면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영화로, 원작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가볍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마일리 페이스
"무서운 영화" 시리즈의 히로인 안나 패리스가 주연을 맡은 "스마일리 페이스"는 한 대마초중독자의 운나쁜(?) 하루를 그리고 있습니다. 제인(안나 패리스 분)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현재는 거의 백수(얼마 전에 맥주CF를 찍기는 한..)로, 유일한 낙이라고는 집에서 대마초 피우며 환각에 빠져 지내는 것입니다. 평소 때와 같이 하루를 보내던 제인은 대마초 피는 것을 안좋아하는 하는 룸메이트가 만든 아주 특별한 컵케이크를 먹게 되는데 그로 인해 그녀의 하루는 이상하게 꼬여만 갑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안나 패리스의 원맨쇼입니다. 하루종일 마약에 취해 갖은 소동을 벌이는 그녀의 모습이 영화의 전체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무서운 영화" 시리즈에서도 얼빵(?)한 배역을 소화해내었던지라 마약에 취해 헤롱되는 제인도 적적할게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에는 "O.C"의 아담 브로디, "오피스"의 존 크래신스키, "해롤드와 쿠마"의 존 조 등이 조연으로 출연해 눈길을 끕니다.

"스마일리 페이스"는 마약에 취한 제인의 행동을 통한 웃음과 더불어 일종의 아이러니를 통해서 웃음을 자아내는데, 경제학을 전공을 했으며 마르크스주의를 혐오하던 제인이 우연찮게 '공산당 선언'을 손에 넣게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그것입니다. 마르크스주의는 혐오하지만 '공산당 선언'은 당연히 돈이 되는지라 그녀는 그것을 팔아 자신의 어긋난 하루 일과를 끼어맞추려 합니다. 하지만, 그녀를 쫓는 사람들로 인해 제인은 도망을 치고 그 과정에서 들린 소세지공장에서는 느닷없이 노조를 만들러왔다고 하며 공장작업반장에게 자본계급이 노동자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착취하고 있다는 식으로 마약에 취한 환상 속에서 일장 연설을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도 이같은 흐름은 이어지는데, 놀이기구 꼭대기에서 제인이 뿌린 공산당 선언은 산산히 흩어져서 지금까지 영화에서 거쳐갔던 인물들에게 가게되면서 분배가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적어놓아서 '와, 재미겠구나.'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웃음이란 점에서는 썩 좋은 편은 아닙니다. 제인이 벌이는 일련의 행동들은 초반 얼마간을 지나면 웃음의 유효성이 다할만큼 다분히 반복적인 인상이 강하고, 영화에서 흐르는 블랙코메디적 기운도 사실상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기때문입니다. 그저 안나 패리스의 헌신적인 원맨쇼가 빛을 바란 것이 안타까울뿐입니다.
에이블 데인저
데이브 허먼 감독의 영화 데뷔작인 "에이블 데인저"는 통제된 언론에 의해 역사가 조작된다는 음모론 관련 책의 저자이자 카페 주인인 톰 플린과 그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모를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흑백톤인데, 컬러가 등장하는 부분은 TV 속 방송분과 톰 플린이 보는 환상 혹은 상상에서 뿐입니다. 컬러가 쓰인 TV의 영상은 톰이 지은 책의 내용과도 연결지을 수 있는데 조작된 이야기가 많은 대중에게 전파되는 TV는 익숙한 컬러로, 그리고 진짜 진실인 톰이 겪는 이야기는 흑백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도적인 흑백모드는 이 영화가 차용하고 있는 고전 헐리우드 느와르적 성격을 드러내는데 더 그 목적이 있어보입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꼭 집어 말하자면 "말타의 매"와 그것과 같습니다. 사건을 의뢰한 여성, 그리고 주인공 대신 증인을 만나러 갔다가 살해당한 동료, 범인으로 오해받는 주인공, 사건을 의뢰한 여성의 정체의 미스테리함 등등. 이러한 장르적 공식에 현실의 음모론을 접합시킨 것입니다. 얼마전에도 이와 비슷한 영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브릭"인데요, "브릭"은 고전 헐리우드 느와르의 장치를 고등학교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경에 위치시킴으로써 의외의 재미를 유발시킨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에이블 데인저"는 장르적 장치들을 그저 음모론적 이야기에 얹어만놓았을뿐, 크게 특색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단순히 그러한 장치들을 나열해 나가는 모습은 긴장감을 유지하거나 극적 흥미를 불러들이기에는 매우 미흡하며, 후반부로 갈 수록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바심이 난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고전 장르와 현시대 이야기의 조합이라는 그다지 신선치 않은 구조에, 또한 영화의 이야기 조차 특별할 것 없이 실망스러운 작품입니다.
바시르와 왈츠를
스물 여섯마리의 광기로 가득찬 개들이 거리를 휩씁니다. 그런 모습에 두려워하는 사람들. 하지만 개들의 목표는 그들이 아닙니다. 창가에서 자신을 노리는 개들을 바라보는 한 사내. 사내는 감독인 아리 폴먼의 친구이고, 오프닝은 그 친구가 꾸고 있는 악몽입니다.

아리 폴먼은 친구와의 대화로 자신 역시 참전했던 20년 전의 레바논 전쟁에 대한 기억이 하나의 이미지 외에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것을 알게되고 그에 놀라워합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은 감독 아리 폴먼이 그 이미지, 잊혀진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입니다. 다큐멘터리를 애니메이션을 만든 이유는 인터뷰어들이 자신들이 직접 화면에 등장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다큐멘터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현방식을 통해서 영화는 오히려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해내게 됩니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기억과 진실, 망각을 다룬 영화입니다. 즉, 인간의 내면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내면의 기억과 환상을 표현해내기에는 실사보다는 애니메이션이 더욱 유용했을 것입니다. 감독 자신은 레바논 전쟁에서 자신과 같이 복무했던 주변인들을 찾아나서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점차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나가기 시작하고 하나의 진실에 다다릅니다.

전쟁은 아이러니입니다. 전장의 일상적인 평온 뒤에는 총알 하나에 지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진실이 숨겨져있고 그럴 이유가 없음에도 산 자가 죽은 자 앞에서 죄책감을 느껴야 합니다. 또한 살기 위한, 적들을 향한 총부림의 모습에 우아한 선율을 덧씌우면 아름다운 왈츠를 추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은 관객이 됩니다. 살육의 행위와 예술이 묘하게 동일시되는 아이러니. 그리고 그러한 전쟁은 인간내면의 아이러니까지 들춰냅니다. 인간의 기억은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아리 폴먼의 또다른 친구가 제시해준 예처럼 어떤 사건에 대해 자신에게 즐거울 일이라면 인간은 없었던 일조차도 스스로 조작해 있었던 일로 기억해냅니다. 그리고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또 다른 친구의 말처럼 '샤브라-샤틸라' 학살에서 아리 폴먼이 조명탄을 쐈는지, 조명탄을 쏘는 것을 바라만 봤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슬픔에 빠진 팔레스타인 여성을 아리 폴먼이 마주하는 순간, 그 죄의식은 레바논 내전에서 그가 했던 모든 것을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감쌌을테니까 말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지던 영화가 바로 그 부분에서 실사 화면으로 바뀝니다. 소리내어 우는 여성들, 그리고 처참하게 쌓여있는 시체들,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실사로 전환되는 부분에서 더이상 영화는 아리 폴먼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리 폴먼의 이야기는 이스라엘 전체로 확장되고 전쟁의 참혹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정당화시키고 있는 지금의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울부짖는 팔레스타인 여성의 모습과 클로즈업되어 보이는 아이의 시신은 더없이 무거운, 강도 높은 비판입니다.

P.S 칸영화제 상영당시 유대계 기자들은 냉랭한 침묵으로 일관한체 퇴장했고, 비유대계기자들은 큰 환호와 찬사를 보냈다고 합니다.

P.S2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국내에서도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번 피판에서 못 보시는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올여름 한국영화 최고기대작으로 꼽히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게는 빛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듯 합니다. 어쩌면 웨스턴으로 이어진 김지운 감독의 장르실험의 문제가 또 다시 드러난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테구요.

여러 매체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김지운 감독의 영화의 시작은 하나의 이미지에서 시작됩니다. 이번 영화에서의 그 이미지는 아마도 끝없는 황야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사내들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김지운 감독이 그런 이미지를 스크린 상으로 꾸며내는데에 재주가 있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미지들을 한데 엮어서 어떤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해줄지에 대한 스토리텔링 능력은 이전 재주에 비해 못미침이 역력해보입니다.

영화는 한장의 지도에서 출발합니다. 현상금 사냥꾼인 도원(정우성 분)이 등장하고 마적단 두목인 창이(이병헌 분)가 등장하고 그리고 태구(송강호 분)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영화의 축을 담당하는 이 세 인물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 실상 이 세 인물이 고르게 자신의 아우라를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놈 윤태구가 그 중심에 서고 나머지 두명의 인물은 그를 그저 서포트 해주는 수준에서 그치고 말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나 도원의 캐릭터가 존재감이 가장 미약한데 말안장 위에서 장총 돌리기만으로는 태구의 농담 따먹기 상대밖에 안되는 도원의 존재를 어떻게 부각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런 캐릭터의 존재감만 문제느냐, 어쨋든 극의 중심인 태구의 캐릭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송강호가 맡은 윤태구는 말그대로 송강호의 배역인데, 이 말인 즉슨 그간 송강호가 펼쳐온, 그래서 대중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그런 캐릭터를 그대로 재활용한것 뿐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이를 두고, 관객이 마치 방청객 같았다라고 하더군요. 일리 있는 말입니다. 방청객들은 어디서 웃어줘야할지 예상하고, 준비하잖아요. 또한 이병헌의 연기 역시 그간 보여줬던 그의 한계지점에서 나아가지를 못합니다.

위와 같은 세 인물 사이의 이야기를 유지해내기도 버거운 판에 영화는 삼국파에 독립군에 일본군까지 등장시킵니다. 세 인물 이외의 인물들의 등장은 이야기 상의 필요성이라기보다는 마지막 하이라이트 볼거리를 위해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희생시켜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서 안좋은 의미로 지저분한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런 희생을 감수한 액션이 만족스러운가 하면 사실 그것에 긍정을 보내기에도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마지막 황야에서의 대접전에서 인상적인 것은 단지 사운드 뿐이며, 액션신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이 미비합니다. 물량을 보여주기만 할 뿐이지, 그 물량에서 오는 느낌 이외의 무엇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는 굳이 마지막 대접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서 보여지는 대다수의 액션신이 그러한 느낌을 줍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김지운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속칭 김치 웨스턴이 그저 허울좋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의 또다른 한국식 변형이었다는 것을 미리 깨닫지 못했던 때문일지도 모르겠구요.

P.S 제목과 삼자구도 외에는 그다지 인용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실제로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달러3부작"의 오마쥬에 가까운 장면이 여럿 보이더군요.

P.S2 정우성은 이번에도 무슨 대사를 치는지 제대로 못알아듣겠습니다. 외모를 제외하고 본다면 국내남우 중 연기력이 가장 더디게 성장하는 혹은 제자리걸음인 배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P.S3 특별출연 엄지원보다도 출연량이 적어보이는 안습의 이청아.

적벽대전 1부 - 거대한 전쟁의 시작
사실 개인적으로는 삼국지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어쨋든 이 풍진세상 지나갔던 인간군상들일진데 사나이의 웅대한 기상, 꿈, 우정, 용맹 등으로 과대하게 포장시킨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거기다가 얼마전 개봉했던 삼국지 관련 영화인 "삼국지 - 용의 부활"(이하 용의 부활)도 그렇고 영화로 옮길때 '대륙인의 기개'(라고 쓰고 허풍이라고 읽습니다.)의 과도한 표현이 우려스럽기도 하고 말이죠. 말이 나와서 그런데 "용의 부활"이나 이번 오우삼의 "적벽대전 :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이나 원작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름의 변주를 하고 있지요. "용의 부활"은 조자룡이라는 인물 하나에 집중했던 작품이었다면, "적벽대전"은 "삼국지" 내에서 가장 큰 전투 중 하나를 다루면서 기존의 유관장 트리오가 아닌 제갈량과 주유에 집중한 작품입니다. 오우삼 작품의 중심인 남자들 사이의 우정, 형제애를 다루기에는 당연히 유관장 트리오 이야기가 더 쉬울테지만, 그건 너무도 많은 노출이 있었다는 것이 문제점이 있었겠지요.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부분은 "용의 부활"과 같은 부분입니다. 조운이 아두를 구하는 장면. 이번 영화에서 중심은 아니지만, 어쨋든 큰 인물들인 유관장 트리오 및 조운 등의 여러인물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그 장면을 선택했을테지만, 문제는 이미 "용의 부활"에서 다룬 장면이라는 것입니다. 그 간격이 큰 것도 아니고 근 몇달 사이에의 개봉작에서 이런 유사 장면이 그대로 보인다는 것은 사실 신선함면에서는 크게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이 장면이 "용의 부활"과 비교했을때 아주 확연할 정도로 획기적인 느낌을 보이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이런 시작을 지나서 영화는 전개되지만, 많이들 아시다피시피 이 영화는 두편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중 그 첫번째 작품입니다. 가장 중요한 적벽대전은 겨울에 개봉할 2편에서 공개되고, 이 작품에서는 그 시작 전의 모습까지만 그리고 있습니다. 중요한 2편을 앞두고 있는 작품으로 영화는 그 기반 작업, 대표적으로 캐릭터 구축 및 상황설명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기대하던 큰 스펙타클함 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물론, 그러한 캐릭터구축과 설명이 이 영화에서 중심으로 가져온 제갈량과 주유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일조하기는 합니다만.)그나마 1편에서 야심차게 선보인 '구궁팔괘진' 장면도 생각보다 그렇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합니다. '구궁팔괘진'을 비롯한 영화에서 선보이는 다른 전투 장면들도 마찬가지이구요. 특히나 주요 장수들의 전장에서의 모습은 마치 코에이의 비디오게임 "진삼국무쌍"을 보는 것 같아 실망스럽습니다. (..저러다 무쌍난무 안하나 하는..)

사실, 이렇게 궁시렁대지만 이러한 모습을 그저 묵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바로 직전에 언급했지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2편에 등장할 적벽대전으로 나머지는 모두 그것을 위한 사전 단계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1편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아쉬운 작품임에야 분명하지만 겨울에 2편이 개봉 후, 둘을 합쳐 전체적인 하나의 작품으로 이해해봐야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 영화는 2편을 위한 떡밥이니까 말입니다.

P.S1 ...제가 생각하는 제갈량의 이미지는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음흉함'인데 말입니다. 언제나 제갈선생은 음흉함이 아닌 다른 멋진 무엇인가가 있게 그려져요.

P.S2 역시나 중국애들이 오늘날 벌이는 소림전투축구는 그때부터 전해져 오던 것인가 봅니다. 그 장면을 집어넣은 것은 어쩌면 우리가 '축구의 원조다'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서 그렇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리고...역시 축구는 군대스리가.
찰리 바틀렛
해외뉴스들을 찾아보다가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을 보았을 때, 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틀렛 대통령("웨스트윙")과 무슨 관계냐?'.... 나중에 알고보니 '찰리 바틀렛'이라는 이름이 좀 유명한 이름이더군요.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그의 영부인 재클린 여사를 엮어준 사람으로, 그 둘의 결혼 후에도 그들의 결혼생활에 여러가지 조언을 준 인물. 영화속 에피소드와 연관이 있지요.

제목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각설하고, 영화의 주인공은 제목과 같은 찰리 바틀렛입니다. 찰리는 집이 좀 많이 잘 사는 고등학생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부분 이런 애들은 교복입고서는 사립학교들을 다니지요. 찰리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번번히 사고만 치다가 퇴학을 당하고 이제는 공립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됩니다. 찰리가 이렇게 사고를 일으키는 이유는 하나. 다른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싶다는 것. 여기서 찰리의 집안을 보면, 어머니는 심리적으로 약간 불안정한 상태여서 항상 정신과를 들락거리며 살고, 그러다보니 찰리에게도 정신과의사의 존재는 참 익숙합니다. '깔끔하고 번지르한 사립고등학교에 있다가 공립고등학교'로 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찰리는 새로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데, 그로 인한 정신과상담을 받습니다. 그때 처방받은 약이 약간의 환각장용이 있다는 것을 안 찰리는 그것을 학교에서 팔게 되는데 결과는 대성공. 그로 인해 아이들의 주목을 끌게 된 찰리는 화장실에서 아이들의 고민 상담을 듣고, 그 증상으로 자신이 정신과치료를 받은 후 약을 타 아이들에게 팝니다. 그럼으로써, 찰리는 명실상부 학교 최고의 인기스타, 마치 지도자와 같은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당연히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고등학생의 이야기라는 것에서부터 바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찰리 바틀렛의 성장담입니다. 하지만, 이 성장담을 조금은 삐딱히 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사이에 잠복해 있는 자본이란 배경때문입니다. 찰리가 인기인으로 떠오르게 된 것에는 그 재력이라는 점이 무시하지 못할 바탕이 됩니다. 정신과치료를 받고 약을 타는 것이 왠만큼의 돈이 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거기다가 이 철부지가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것도 결국은 재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퇴학당하려던 것을 어머니가 여러번 기부금 조로 돈을 내서 막았던 것이 영화에서 살짝 언급됩니다. 또한, 자본과 폭력의 유착도 볼 수 있는데 자신을 두들겨팼던 불량스러운 아이를 돈으로 자신의 편으로 만듭니다. 찰리는 자신이 '아이일 뿐이다'라고 하지만 그가 자신의 배경으로 (인지도 못하고)이용하는 재력과 그 쓰임새는 어른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어른들이 권력과 명예를 위해서 그것들을 사용했다면, 찰리는 인기를 위해서 사용했단 차이뿐입니다. 그렇다보니 너무나 평범하고 고리타분한 교훈적 이야기를 던지는 영화의 마지막은 어색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모든일에는 책임이 따른다' 라던지 '청소년들에게는 앞으로 많을 날들이 있고 그 시간들을 거치면서 깨달아가야할 것들이 있다' 라던지 하는...또한, 영화는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을 닮아서인지 그런 결말까지 가는 과정의 이야기들이 조금 복잡스러운 인상을 주는데, 그것 또한 아쉬움을 남깁니다.

...그나저나, 이 영화가 국내 개봉을 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마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때문일 것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은 역할은 한때 자신도 방황을 겪었지만 그 후로 시간이 지나고 많은 것을 깨달아 남에게 조언을 줄 수 있는 위치까지 온 인물입니다. 그의 과거사와 엇물리면서 그것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 배역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파란만장한 과거사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은 인터넷 검색이나 이번주 씨네21를 보세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P.S 뭐, 사실 이 영화가 그리 삐딱하게 볼 영화가 아닐수도 있는데 말지요. 그런데 제 눈엔 그렇게 보였으니까요.(네가 삐뚤어진거다!)  돈많은 부잣집 도련님이 사고뭉치(로 보이는) 공립학교 아이들 상담들어주고 조언해주고는 크게 대접받는 꼴이라니...(..'난 애일뿐이예요.' 라고 하지만...본문에서 언급한 이유로..)

P.S2 시사회에 가기 며칠전 DP에서 이 영화에 개죽이가 등장한단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DC의 힛갤에 올라왔던 것이라고 하더군요. 교장선생님(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딸의 방문 오른쪽에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한 4~5컷 잡히더군요. 헐리우드로 뻗어가는 개죽이~

P.S3 화장실에서 고민상담 듣는 소재를 나름 신선하다고 홍보(?)하던것 같은데, 그건 우리영화 "방과 후 옥상"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던 것인지라..그다지였어요. 거기다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옛적부터 조상들이 화장실을 근심을 푸는 곳. '해우소'(
解優所)라고 불러왔던지라..(..우리가 한발 앞섰다구!..응?!)

P.S4 국내 개봉은 오는 7월 10일입니다.
핸콕
알콜중독에 성격은 다혈질로 걸핏하면 욱하고, 자기 멋대로인지라 남에게 피해 끼치기가 다반사인 슈퍼히어로가 바로 영화 "핸콕"의 주인공 핸콕입니다. 어쨋든 그는 슈퍼히어로로서 위기에 처한 상황에 짠하고 등장하거나 악당들을 상대하기는 하는데, 위에 이유로 결과는 썩 좋지 않습니다. 영화의 초반은 이런 핸콕의 모습을 비춥니다. 그간의 슈퍼히어로물들과는 달리 대중들에게 야유받고("스파이더맨"에서는 데일리 뷰글에서 선정적인 악의적 기사를 쓰기도 하고, "배트맨"에서도 영웅인가 악당인가 하는 신문기사가 언급되긴 합니다만, 어쨋든 그들은 인정받는 슈퍼히어로들이고) 그에 또 욱하여 더 삐뚤어지는 핸콕의 모습은 흥미로움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흥미로움을 영화 전반적인 재미로 승화시키지 못합니다. 핸콕의 사회적 재활을 위해 노력하는 PR 전무가 레이. 그의 노력을 그리는 과정의 모습은 지나치게 루즈한데, 핸콕의 심리적 변화를 그다지 효과적으로 표현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어진 개과천선 모드의 핸콕의 모습은 초반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인지라 그 매력을 반감시킵니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핸콕이 묘한 관심을 보이던 레이의 아내 메리의 정체가 이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그때까지의 이야기도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후부터 영화는 스스로 허물어져내립니다.

여름 블록버스터에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탄탄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볼거리 혹은 액션이라고 생각해봤을 때도 이 영화는 그 기준에 부합하지 못합니다. 기타 슈퍼히어로물이나 액션영화의 차별점을 크게 느낄 수 없는 액션 연출에, 가장 큰 액션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클라이막스 아닌 부분에서 펼쳐지면서 영화의 이야기와 동떨어진 느낌을 강하게 느끼게 합니다. 영화 내용상 클라이막스에서의 액션도 마뜩찮은건 마찬가지이고 말입니다.

이렇다보니 영화 보는 내내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물이란 겉옷을 입은 흑백차별에 대한 우화가 아닌건지.'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어쩌면 차라리 이 쪽이 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종종 기존 슈퍼히어로물에 대해 언급하며 살짝 비꼬기기도 하면서 웃음을 선사합니다. 다른 슈퍼히어로들을 떠올리게 하는 코믹스 표지를 보고 '호모'라고 표현하는 핸콕이나, 핸콕의 정체에 대해 '우주에서 왔다던지, 군실험을 당했다던지'하며 추측하는 레이가 그러한데, 이 것이 결국 이 영화의 한계를 나타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족보 없는 듣보잡 슈퍼히어로의 몸부림이랄까요. 수많은 기존 슈퍼히어로들 사이에서 자신을 드높이고 싶었더라면, 어느 쪽이든 강한 모습을 보였어야 합니다. 이야기든 액션이든. 다른 슈퍼히어로들과의 큰 차이점도, 나은 모습도 보이지 못하면 그저 외면당할 뿐입니다. 족보 있는 슈퍼히어로들이 어느때 못지 않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지금이니까 말입니다. 윌 스미스란 배우에 대한 기대치를 제하더라도 이 영화는 실패작입니다.

원티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전작은 "나이트 워치" 밖에 보지를 못했습니다. 러시아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거두었고, 그가 헐리우드에 오게 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한 작품이죠. 그 작품은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작품임에는 분명했으나 원작이 있는 이야기로서 원작을 모르는 다른 이들에게 영화의 이야기를 알리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의 헐리우드 진출작 "원티드"에 우려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각색된 원작을 얼만큼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

그에 대해 먼저 답을 내리자면, 우려는 기우였다입니다. 티무르 베크맘베토브는 헐리우드와 만나 더욱 때깔좋아지고, 눈에 띄는 비쥬얼에 이야기의 전개도 무리없이 이루어냈습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인상적인 비쥬얼로 시작합니다. 예고편 등에서도 보여졌던 창문을 깨고 나가면서 총을 쏘는 이미지와 이어지는 저격 장면은 처음부터 이 영화의 비쥬얼에 큰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R등급 답게 약간의 고어장면도 곁들여지고 말입니다.
"원티드"는 한 회사의 경리 매니저인 웨슬리 깁슨이라는 사내의 일탈기입니다. 인상적인 오프닝을 뒤로 하고 이 주인공이 소개되어집니다. 회사에서는 상사에 들볶임 당하고, 친한 친구는 자기 여자친구와 자신이 산 식탁 위에서 섹스나 즐기고 있고... 그럼에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소심한 사내가 바로 주인공 웨슬리 깁슨(제임스 맥어보이 분)입니다.구글에 자신의 이름을 쳐보고는 알 수 없는 자신의 정체를 궁금하기도 하구요. 이렇게 억눌리고 피곤한,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는 일생을 자포자기하며 살던 그 앞에 폭스라는 여자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녀가 말해주는 진실. 웨슬리의 아버지는 암살자였다는 것입니다. 폭스의 안내로 '결사단'이라는 비밀 단체의 본거지에 가서 수장격인 슬로안을 만나게 되는 웨슬리.그곳에서 그는 두려움 속에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능력을 깨닫고는 결국은 '결사단'의 일원이 됩니다. 일탈의 기회를 잡은 것입니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 '결사단'이라는 단체는 프리메이슨를 변현시킨 듯한 이미지입니다. 프리메이슨의 시작이 석공들이었다면, '결사단'의 시작은 방직공들이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이어진 집단이 어떤식으로는 세계의 흐름에 큰 일을 한다는 것도. 각설하고, 웨슬리는 고된 훈련 끝에 점차 자신의 능력을 일깨워나갑니다. 이런 모습은 어쩌면, 'I'm sorry.'라는 대사의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두 번의 이 대사는 말 그대로 상황에 따른 미안함의 표현이었다면, 마지막 세번째 반복될때는 암살자로서의 웨슬리 깁슨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웨슬리 깁슨이 암살을 하는 이유는 운명입니다. 문제는 그 운명이 누군가를 거쳐 웨슬리에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웨슬리의 일탈을 지나서는 영화는 운명의 당위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가. 있다면, 그 운명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이와 더불어 또 한축을 가지는 것이 바로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글에서 자신의 이름을 쳐보는 웨슬리의 모습은 정체성을 찾고 싶은 궁금증을 나타내고, 영화는 그 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원티드

운명이니, 정체성이니 왠지 모르게 진중하고 심오한 이야기 같지만, 생각만큼 그런 편은 아닙니다. 또한 약간의 반전이 있긴 하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특별한 편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말그대로 깔끔하니 무리없습니다.)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고 주를 이루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액션입니다. 영화는 조금 과장을 더하면, 쉴 새 없는 액션을 선보입니다. 이 액션 장면을 보니, 뭐랄까 재능있는 감독이 헐리우드의 거대 자본을 만나서 나름 원한대로 자기 능력을 펼칠때 어떤 모습이 보여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액션 장면에서 빠질 수 없는 자동차 추격신, 총격신, 대규모 액션신 등에서 티무르 베크맘베토브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선보이고 있습니다. 'Curve the Bullet'이라고 (혼자서) 불러보는 장면들은 단순히 신기함을 넘어서 스타일리쉬하고 극적인 장면을 자주 연출해냅니다. 기차에서의 액션이나 클라이맥스서의 모습 등이 그렇습니다. 또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후반부의 "이퀄브리엄"을 연상케 하는 일대다 상황에서의 질주신(?)입니다. 장면장면의 연결이 스피디하고 역동감이 강하게 느껴지는 모습이랄까요. 영화의 대부분의 영상들이 이 같은 이유로 인상적인긴 합니다만. 총알을 휜다느니, "이퀄브리엄"이니 하는 것에서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액션은 비과학적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비과학성을 의식치 않게 합니다. '우리 영화는 이래~'라고 정의하려는 듯한 초반 오프닝부터의 모습도 있겠지만, 그런 비과학성을 뛰어넘는 스타일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티드

헐리우드 첫 진출작에서 흥미로운, 그리고 인상적인, 섬머시즌에 부합하는 액션영화를 선보인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의 차기 행보가 기대됩니다. 벌써부터, 후속작이 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니 그 기대가 빠른 시일내에 충족될 것 같은 생각도 드는군요.

P.S1 적다보니...배우이야기를 빼먹었네요. 그간 "어톤먼트", "페넬로피" 를 통해서 로맨틱가이로 자신을 알렸던 제임스 맥어보이는 자기의 영역을 또 한번 훌륭히 넓혔습니다. 또한, 안젤리나 졸리.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배우는 그녀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P.S2 어쨋든 뭐, 이 영화는 제 취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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