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
"셀마의 단백질 커피"라는 정체불명(?)의 제목을 갖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원티드", "사랑은 단백질", "무림일검의 사생활"이라는 세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 정체불명의 저 제목은 각각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의 특징적 단어를 조합해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첫 번째 단편 "원티드"는 이국적인 어느 마을에 괴상한 모습의 노파가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노파의 기괴한 분위기에 질겁합니다. 그 노파가 지나간 후, 마을에는 큰 장대비가 내리고, 크게 불어난 물에 잠긴 마을 위로 표류하는 주민들이 공포에 떱니다. 그런 그들 앞에 나타난 정부 측 대표. 그는 마을 사람들의 피해 상황의 정도보다는 괴노파를 추적하기에만 바쁘고, 그가 강제로 떠넘긴 구호물품은 전혀 필요없는, 쓰레기에 가까운 물건들입니다. 영화의 자막으로 표시되는 시간의 흐름. 1987년 7월 15일. 이쯤되면 대충 눈치챌수 있듯이 이 단편은 198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셀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18명 사망, 215명 실종, 선박 2,829척 침몰 및 파손, 재산피해 2,195억원의 피해를 남겼고 심지어 교과서에도 실렸던 그 셀마.(지금의 교과서에는 나올런지 모르겠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이국적인 그림체와 배경이지만, 영화는 분명 그 때의 우리나라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 보여졌던 정부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마을에 물이 빠진 후에도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어집니다. 말그대로 삽질을 하고 있는 정부의 피해복구 작업과 뒤늦은 선심성 피해보상.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정치적 상황들이 그로부터 20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셀마는 20년 전에 지나갔지만, 또 다른 셀마는 여전히 계속 찾아오고 있습니다.

두번째 단편 "사랑은 단백질"은 "습지생태보고서"의 작가 최규석이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에 실었던 동명의 작품을 영상화한 작품으로 "습지생태보고서"에 등장하는 두명의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좁디 좁은 자취방에서 기거하고 있는 세 명의 자취생은 있는 돈을 탈탈 털어(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 통닭을 시킵니다. 그리고, 도착한 통닭. 배달온 이는 족발집 주인인, 한쪽 팔에 의족을 한 돼지(!)이며, 무언가 사연을 가진 듯한 통닭집 주인 수탉(!!)이 애처롭게 뒤를 따라옵니다. 배달온 통닭을 앞에 놓고, 그 사연을 들어본 즉슨 그가 튀겨온 닭은 자신의 아들 '닭돌이'. 살기위해 자신의 아들을 직접 튀겨야 했던 아버지 수탉은 통곡을 하는데, 어찌보면 이 모습은 우리네 서민들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앞에서 세명의 자취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이런 이야기에 개의치 않고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통닭을 뜯는 재호, 그런 재호를 야만적이라고 비판하며, 자신은 안 먹겠다는 경순, 그런 그들 사이에서 확실한 의견 제시를 못하고 눈치 보기 바쁜 몽찬. 이것도 우리네의 모습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들 각각의 모습은 나 아니면 너, 아니면 또 다른 우리 중 누구의 모습입니다. "사랑은 단백질"은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통해 어쩌면은 무겁고 진중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절묘한 상상력과 유머로 유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세번째 단편 "무림일검의 사생활"은 정의내리자면 판타지무협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순간의 방심에도 목숨을 잃어야하는 무림세계의 고수로 군림하던 보검 청랑검의 주인이자 '무림제일검'이라 불리던 진영영은 현시대에 환생합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아닌 커피 자판기로 환생합니다. 환생을 했지만, 여전히 과거의 적들과 싸움을 지속하는 진영영.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혜미라는 여성을 만나 첫사랑에 빠집니다. 커피 자판기인 진영영을 조건없이 사랑하는 혜미. 그런 그녀에게 진영영은 차가운 강철의 커피 자판기인 자신의 안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어줄 수 있습니다. 그 따뜻함이 그의 마음이겠지요. 어쩌면 황당한 상황일 수도 있지만, 그런 황당함이 작품 전반에 흐르는 은은한 멜로적 감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현실을 직시하는 한마디. '이젠 정신차리고 공무원시험 준비라도 해.'

"셀마와 단백질 커피"는 이 각각의 전혀 다른 느낌, 전혀 다른 소재의 단편 애니메이션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편견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은 상상력이 부족해 문제야, 작화를 받쳐줄 이야기가 빈약해 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단순히 관심 부족이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지기도 하더군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21
MIT의 명석한 두뇌들이 카드 카운팅으로 환락의 도시,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를 휩쓴다는 이야기를 다룬 "21"은 그 소재에 있어서 분명 흥미를 끄는 영화입니다. 사실 이런 소재적인 측면도 물론 있지만, 이 영화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금발이 너무해"의 로버트 루게틱의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금발이 너무해"는 금발의 여성과 금발에 대한 편견을 소재로 그것을 아우르는 절대적인 낙관주의가 참 마음에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그 속에서 빛났던 리즈 위더스픈의 캐릭터도. 하지만,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21"은 실망스럽습니다. MIT의 우수한 인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정작 영화는 그만큼 똑똑하지 않습니다.

MIT 졸업반인 벤 켐블은 3억이나 되는 하버드 의대 등록금때문에 고민입니다. 시간당 8불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로봇경진대회도 준비해보지만 3억이란 돈은 그에게 너무나도 큰 돈입니다. 그가 기댈 곳은 오로지 장학금 뿐. 그러던 어느날 그의 천재적인 수학실력을 눈여겨보던 미키 교수가 그에게 카드 카운팅을 이용한 돈벌이 제안을 해옵니다. 처음에는 거부했던 벤이지만 결국은 미키의 팀이 되고, 점차 라스베가스의 화려함에 빠져듭니다.

영화는 흥미로웠던 소재를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소진합니다. 평범했던(혹은 그게 지나쳐 nerd에 가까운) 모범생이 오락의 즐거움에 빠져들어가는 이야기는 너무도 흔할 뿐더러 이 영화는 그 뻔함 마져도 제대로 살리지 못합니다. 영화는 그저 화려한 라스베가스의 모습을 비춰주는데만 열중할 뿐 다른 것에는 신경쓰지 않습니다. 주인공 벤의 캐릭터는 특색없이 밋밋할 뿐이며, 라스베가스에만 신경쓰다보니 벤의 주변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는 부족하고, 그러다보니 저 밋밋하여 불쌍한 주인공을 받쳐줄만한 조연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합쳐지면 그 결과는 결국 지루함이며, 영화는 그 지루함을 마지막 장치로 상쇄시켜보려 하지만 이 또한 너무 뻔합니다.

그저 킬링타임용으로 보기에도 런닝타임이 길고, 그렇다고 그 2시간의 러닝타임동안의 즐길거리조차 마땅치 않은 영화가 남기는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의 교수의 놀라움과 흥미로움이 아니라, 정확히 그 반대의 기분입니다.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이 영화의 감독이 수오 마사유키라는 것을 알고는, 조금 놀랐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시사회로 접했던 "쉘 위 댄스"의 그 감독의 오랜만의 신작이 이런 사회비판적 이야기여서 말입니다.

영화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는 만원의 지하철에서 치한으로 오인받아 장기간의 구치소 생활과 그에 못지않은 기간동안의 법정싸움을 통해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한 젊은이의 이야기입니다. 미국같은 경우 법정 드라마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그 이유는 그네들의 배심원 제도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배심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는 변호사와 검사측의 대립. 그 하나만으로도 이야기거리는 나오니까요. 그에 비해 배심원제도가 아닌 우리나라나(도입은 되었으나, 미국과는 달리 결정권이 없어서 있으나마나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법정을 다룬다면 다분히 딱딱함 가득하고 지루한 이야기 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영화도 그런 면에서는 딱딱한 영화일 수 있습니다. 구치소 생활에 이어지는 수차례의 공판과정에서 피고의 변호인측과 검찰측의 심문, 발언 등으로만 전개되는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그 딱딱땀을 일정부분 상쇄시키는 것은 주인공 텟페이의 상태입니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입장에 처한 그를 딱하게 바라보며, 어느새 그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억울함이란 측면에서의 동정이 앞서는 것이지요. 영화는 그런 감정적 흐름을 이용하면서 사회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웁니다. 어쩔수 없이 관료적일 수 밖에 없는 사법계에서 무죄보다는 유죄를 선호하는 풍토, 그에 따라 무죄추정의 원칙은 저멀리 사라지고 99.9% 유죄라는 전제로 시작되는 재판, 허술하기 그지없는 형사취조 등 영화는 그 속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치한 원죄를 통해서 일본 사법계의 시스템적 문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 비판에 어느새 관객이 동의를 하게 되는 형태를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영화는 현대 법의 모순에도 그 비판을 가합니다. 어느 곳이 되었던 법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의 말처럼 법이란, 법정이란 진실을 밝히는 곳과 장소가 아니라, 누군가의(판사나 혹은 배심원) 임의적인 판단과 이해관계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갈리는 곳이라는 것이지요. 관객의 입장도 그렇습니다. 관객도 어느새 감정적 이해관계안에서 판단하고 텟페이의 모습에, 그런 법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어쩌면 이 영화의 목적은 법에 대한 이해나 지식이 깊지 않더라도 보는 이에게 잠시라도 법에 대한 생각을 해줄 기회를 제공해주려는 것일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멋대로 정의해놓고 본다면, 영화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적어도, 법에 관심도 이해도 없는 저란 녀석이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으니까 말이죠. 그런 이유에서라도 인상적이었던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문구로 감상을 마칠까 합니다.

'열명의 죄인을 놓친다 하더라도, 죄없는 한 사람을 벌하지 말지어다'
'부디 당신이 심판받기를 원하는 그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 주시기를'

P.S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던 작품인데, 조만간 일반 개봉할 듯 싶습니다.
P.S2 상영 중에 필름이 한번 튀고, 자막이 잘 안맞던데 극장에서 정식으로 걸릴때는 안 그렇겠지요?
P.S3 일본영화를 그다지 많이 보지 않는 제가 보기에도 익숙한 얼굴들이 여럿 나옵니다.
P.S4 영화 중 일본 사법계를 비판하는 내용 가운데 이런 것이 나옵니다. '법정에서 유죄를 많이 선고하고 빠르게 처리할수록 판사 개인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져서 그 이유 때문이라도 판사들이 유죄를 전제로 선고를 한다.' ....어디서 많이 보던건데...2MB가 그랬죠. 개발공사 승인을 빨리 내줄수록 그 공무원 인사고가에 인센티브 준다고..
강철중: 공공의 적 1-1
돈이 없다 그래서 패고 말 안듣는다 그래서 패고 어떤 새끼는 얼굴이 기분 나뻐 그래서 패고 이렇게 맞은 애들이 4열종대 앉아번호로 연병장 두바퀴인 그 형이 돌아왔습니다.


바로 전작은 어울리지도 않는 갑갑한 양복아래 갇힌 철중이 형 보는 것이 내내 껄끄러웠습니다. 그 형이 다시 강동서 강력반 강철중 경사로 돌아온 것입니다. 강철중에게 가장 걸맞는 옷은 바로 이 형사 옷인 것 분명한데, 시간이 지나더니 살짝 변했습니다. 둘이었던 딸네미는 왠일인지 한명으로 줄어있고, 이래저래 약한 모습도 보입니다. 형~ 안 그러셨잖아요~ 그래도 경사 강철중은 강철중인지라, 기본은 갑니다. 캐릭터 영화로서의 전전작의 대성공의 아우라가 그래도 계속 이어지기는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전작을 이용한 웃음코드의 사용도 적절한 편입니다. 고등학생 애들 데리고, 조폭 이야기로 썰을 풀려다보니 강철중이라는 캐릭터를 이끄는 힘 외로 욕설이 난무하고 또, 그것을 웃음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눈에 거슬리긴 합니다만...그래도 1편의 아우라는 대단합니다. 그게 이 영화를 이끄는 원동력입니다.

세 편의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공공의 적들의 공통점, 이중성입니다. 1편의 적은 겉으로는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지만 진짜 정체는 천인공노할 패륜아였고, 2편은 번지르한 교육재단 이사장이나, 실상은 자본이란 이름하에 군림하는 제왕, 1-1은 거성기업이라는 이름을 내건 물류,유통, 건설 기업의 회장. 허나 진실은 수틀리면 바로 칼이 날아오는 조폭입니다. 이런 이중성이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이번 작품의 적은 조금 틀립니다. 장진의 각본 탓이겠지만 좀 인간적이라고 할까요. 좋게 말하면 악역 캐릭터에도 다층적인 면을 부여했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공공의 적"이라는 시리즈에서 본다면 강한 공분을 불러일으킬 포인트를 흐리게 합니다. 단순하기 하지만, 그게 이 시리즈의 핵심인데 말이죠.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영화의 시작은 변명입니다. 조폭이 멋있다고 아우성대는 아이들, 그에 한탄하는 강철중. '그게 다 드라마니까, 꾸며 낸거다' 라고 강변하지만, 결국 이 영화의 소재도 조폭입니다. 행동대장 문수는 차갑고 샤프하며, 이원술은 아이 데리고 주말농원 찾아가고 밤에 온 전화에 아내에게 눈치밥 먹는 아빠이기도 합니다. 공분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영화에 대한 변명, 또 조폭이야기라서 미안하다는 변명. 그게 영화의 시작입니다.

이러쿵저러쿵 불만을 내뱉으면서도, 이 영화에 자체 평가로 Good을 달아버린 이유는 또 말하지만, 형사로 돌아온 강철중 때문입니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달달한 유머에 살짝 변하기 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배급사의 막강한 지지력. 한국영화의 현 상황에 빗대면 주자 만루 상황에서 올라온 구원투수로, 잘하면 무실점으로 이닝 마무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어떨런지요.

도화선
가장 최근에 본 견자단이 나온 영화는 "연의 황후" 였습니다. 영화 자체도 최악이긴 했지만, 무거운 철갑주를 입은 견자단의 모습은 그의 장점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었습니다. 속으로 감독이 대체 생각으로 이런 짓거리를 했는지, 욕을 한바닥 했으니까요.

"도화선"은 견자단의 액션이라는 점에서는 "연의 황후"보다는 만족스럽습니다. 실전 격투에 이종격투기를 접목시킨게 가끔 황당한 면모를 보이긴 하지만, 빠르고 강한 힘이 느껴지는 견자단의 모습은 무언가 끓어오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물론 그와 합을 맞춘 예성도 견자단 만큼이나 칭찬할만 모습을 보이구요. 그렇지만 여전히 문제는 그런 견자단의 액션을 받쳐주지 못하는 전반적인 영화의 모습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기존의 경찰범죄드라마의 그것을 한치의 벗어남없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하나같이 다 예상가능한 드라마는 영화가 주는 긴장감과 재미를 반감시킵니다. 이런 이야기의 특성상 그 안에 캐릭터들도 깊이가 보여지기보다는 전형적이고 평면적으로 그려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보여주려고 주력하는 것이 분명한 액션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마지막 클라이막스의 견자단의 액션 장면이 보여지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액션이 전무하기에, 가장 처음 언급했던 이야기 상의 문제로 지루함만 유발할 뿐입니다.

견자단이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좀 제대로 된 영화에 출연했음 하는 바람만 간절합니다.

P.S 지금 찾아보니 런닝타임이 87분이었군요. 전 두시간은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인크레더블 헐크
마블 측에서는 고심이 컸을 거예요. 이안의 "헐크"가 실패를 겪은 후, 그것을 타산지석 삼는다는게 말처럼 그리 쉬운게 아니니까요. 전작은 참 어두웠죠. 억압된 트라우마와 주체못할 힘이 만나면서 그 고뇌가 영화 전반에 깔려있으니 말이죠. 이안의 "헐크"는 지나칠 정도로 헐크의 내면 탐구에 집중했고, 그로 인해 녹색인간의 시원한 액션을 보기를 원했던 관객을 배신했습니다. 마블이 이를 바탕으로 아,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그거구나, 라고 생각해 만든게 바로 루이 리터리아 판 "인크레더블 헐크"입니다.

TV 시리즈도 아닌, 이미 영화가 있는데 그 고리를 부인하고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은 그 역시 힘들었을 것입니다. 전작은 전작이로되, 확실히 전작은 아닌 미묘한 상황에 놓인 것이죠. "인크레더블 헐크"는 이미 브루스 배너가 헐크로 변신한 이후에서 시작됩니다. 대신 오프닝과 중간의 회상장면에서 헐크의 탄생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이안의 "헐크"와는 그 시작이 다름을 보여줍니다. 간략하긴 하지만, 꽤나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시작만 다른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색깔도 틀립니다. 전작의 과오(?)를 밟지 않기 위해 마블은 "트랜스포터"의 루이 리터리어를 감독으로 데리고 옵니다. 액션을 크게 강화하기 위해서 말이죠. 결과적으로 크게 세번에 걸친 영화의 액션장면은 만족스럽습니다. 브라질의 음료수 공장, 캠퍼스, 마지막의 도심장면. 특히나 어보미네이션과의 마지막 결투는 거대한 육체와 육체, 힘과 힘이 부딪히는 느낌을 훌륭히 표현해냈습니다. 헐크가 되지 못해 억압된 스트레스를 가진 관객들의 마음을 뻥뚫리게 해줄 액션. 이전 작품에서 관객들이 실망했던 그것을 보상해주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래요. 액션은 좋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액션을 위해서 브루스 배너와 헐크는 평면화가 되어버리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으며, 지나칠 정도로 베티 로스와 배너의 로맨스에 집중하면서 영화의 중심추가 제대로 맞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영향들 중 하나로 헐크의 맞상대가 될 에밀 블론스키의 캐릭터 설명도 충분스럽지가 못했구요. 블론스키가 힘에 집착하게 되는 그 모습을 이해하게끔 할 전반부의 묘사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정도니 말입니다. 이미 "프라이멀 피어" 등에서 이중적 자아를 소름끼치게 표현해냈던,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배우가 브루스 배너로서 중심에 없었더라면 더 실망했을지도 몰라요.

결국, "인크레더블 헐크"는 만족스러운 세 번의 액션 장면을 위해서 불만족스러운 이야기를 감수해내야하는 영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시원한 액션장면을 원하기야 했지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만 안 올라간 킹콩이 되어버린 헐크를 바란 것도 아니었거든요. 이안의 "헐크"와 루이 리터리어의 "인크레더블 헐크"를 한 반반씩 섞으면 참 좋을 것도 같은데 말이예요.

P.S 에드워드 노튼의 원 각본이 어땠는지가 참 궁금하네요. 마블이 너무 어둡다고 우겨서 결국 갈등 끝에 마블 측 의견대로 가게되고, 그 갈등으로 인해 에드워드 노튼의 "인크레더블 헐크" 모든 홍보 불참에 까지 이르게 한...바로 그 원 각본이요.
P.S2 솔직히 이 영화를 보며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토니 스탁의 등장이었습니다. 쿨럭...
P.S3 베티 로스도 제니퍼 코넬리가 더...
P.S4 씨너스 이수 5관의 사운드는 언제나 만족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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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공
그냥 앞에 자잘한 내용 빼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순진한 여학생 미카는 날라리 같은 히로와, 첫만남에서의 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사랑에 빠집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둘의 사랑은 점차 커지지만 2학년인 된 해, 히로는 일방적으로 이별을 고합니다. 미카는 영문도 모른체, 첫사랑과의 이별을 겪고 아파합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 앞에는 어느새 히로와는 반대 이미지를 가진 부드러운 남자 유가 등장합니다. 그렇게 유와 새로운 사랑을 하지만, 미카는 왜 히로가 자신을 그렇게 떠났는지... 그 진실을 알게 됩니다.

...솔직히 이쯤 되면 왜 히로라는 녀석이 미카를 떠났고, 그 진실을 알게 된 미카가 어떻게 행동할지 짐작이 되지 않으십니까? 예, 저 녀석 3개월 남았데요. 정말 설마,설마 했는데 그대로 맞아떨어지더군요. 영화는 이런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진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억지스런 각종 사건과 존재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들을 간신히 끼워맞춰가며 굴러갑니다. 정말 그걸 보는 것 자체가 불안하달까요. 이것이 문제인지 배우들의 연기 역시 한없이 볼품없습니다. 히로 역을 맡은 미우라 하루마의 연기는 때때로 분위기와 전혀 걸맞지 않는 방향으로 튀면서, 이 영화가 혹시 일부러 코메디를 지향하고 만든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거기에 자막 번역에 있어서 뜻은 맞을테지만 그 말의 종결어미 등이 어색하게 사용되면서 진지한 장면을 또 한번에 코메디로 전복시켜버립니다.

정말 뭐라 입에 담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대체, 이 영화의 수입사는 무엇을 믿고 이 영화를 수입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인지도 있는 영화에 끼워팔기 식으로 들어온 것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네요.

P.S1 ....영화 후반부에는 순간 오우삼 영화가 떠오르더군요. 뜬금없이 거기서 비둘기가 왜?!
P.S2 ....마지막에는 정말 이제 좀 죽어버려! 라고 속으로 외쳐댔습니다...
P.S3 시사회로 접했는데, 개봉일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해프닝
저는 영화 관람 후, 그 영화의 감상기를 거의 다 올리는 편입니다. 개중에 몇몇 올리지 못한 것들의 경우는 우선 시간이 없어서 작성을 못하고 시기를 놓친 경우가 하나, 아니면 정말 극도의 실망감에 다시 머리 속에 떠올리기 조차 싫어서 상종을 안하게 되는 경우가 하나가 있습니다. 전직 '낚시의 제왕', '반전의 마술사', M. 나이트 샤말란의 신작 "해프닝"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영화 본 직후에 제가 이렇게 서둘러 글을 남기는 이유는 지금 아니면 아예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려 노력하다가 작성을 안 할 것 같아서입니다. 또한 그것을 우려한 이유는 이 글을 보실 분들 중에서 혹여나 이 영화 관람을 마음에 두신 분이 있다면, 그 마음을 돌리고픈 마음 때문입니다.

"해프닝"은 미스테리스러운 오프닝으로 시작합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 한가운데 부터 발생한 이상한 현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뭐, 당한다기보다는 스스로 자살을 해버리는 것이니...) 이 이상 현상은 점차 범위를 넓히며 퍼져나갑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 죽음의 공포를 피해서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피난처를 향합니다.

이 영화는 총체적인 문제점을 두루 갖고 있습니다. 낚시스러운 오프닝을 뒤로 하고 한없이 늘어지고 지루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중반부,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장난이었다는 듯이 경악을 금치 못할 분노를 자아내는 어처구니 없는 마지막 마무리. 거기에 여주인공인 주이 디샤넬을 비롯한 전 출연진들의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연기까지 더해지면 애초에 볼거리 없는 시나리오의 문제점에 감독의 디렉팅 능력 등 전방위에 걸쳐 그 책임의 화살이 돌아갑니다. 즉, 시나리오에 연출까지(거기에 제작도 참여) 맡은 샤말란의 종말을 이 영화 하나로 보실 수 있다는 것이죠.

올 한해 많은 영화들을 봤지만, 혹여나 최악의 영화를 누군가가 묻는다면 전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이 "해프닝"을 꼽겠습니다. 예전 딴지일보 식으로 '현시간부로 쉣 무비 경보령이 내려졌음을 알려드립니다.'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
'뭐야? 끝이야?'

이 영화가 끝난 후, 제일 먼저 든 생각입니다.

"노크: 낯선 자들의 방문"은 별장에 온 두 연인이 정체불명의 살인자들에게 끊임없이 위협당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입니다. 별장 밖으로도 오고가고 하지만 그 이상을 벗어날 수도 없고, 도움을 요청할 길도 끊긴 상태이니 밀폐된 공간이나 다름없지요. 어찌됏든 이런 공간적 제약에 더해서 정체불명의 불청객들은 이런 류의 영화에는 익숙한 소재입니다. 희생양이 남여커플이란 모습도요. 영화는 그런 소재에서 기본적으로 뽑아낼 수 있을만한 긴장감을 유발해내기는 하지만 그 모습이 그리 특별나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다음 순간에 어떤 식으로 놀래키려 하겠구나라는게 라는게 뻔히 보입니다. 그나마 이런 상황 속에서의 음악 및 효과음의 사용은 나름 괜찮은 편이니 그건 다행이라고 할까요. 여자 주인공을 맡은 리브 타일러의 공포와 두려움에 질린 모습도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지만 어쨋든 소재가 줄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긴장감 외에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영화는 그저 실망만 더할 뿐입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주인공들을 괴롭히던 녀석들의 정체에 대해서 밝혀지는 마지막 부분은 허탈하기 그지 없구요. 영화 초반에 자막 및 나레이션으로 표시해주듯이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지만, 굳이 마무리까지 그렇게 해야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한번 깜짝 놀래켜줘야겠다는 굳은 의지(강박관념?)가 돋보이는 마지막 장면은...에휴... 더더욱 '어쩌라고...'라는 말 밖에는... 이 영화가 첫 각본이자 연출인 브라이언 버티노의 미숙함이 크게 드러난 영화였습니다.

P.S 시사회로 미리 접했는데, 국내개봉일은 오는 7월 3일입니다.

쿵푸 팬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드림웍스의 3D 애니메이션은 일단 빵빵한 성우진을 자랑합니다. 이번 "쿵푸 팬더"만 봐도 그렇죠. 더스틴 호프만, 안젤리나 졸리, 성룡, 루시 리우, 세스 로건 등에 주인공 팬더 '포' 역에 잭 블랙까지... 그런데 사실 그간의 경험상 드림웍스의 3D 애니에서 기억나는 작품이라고는 "슈렉" 시리즈 정도 밖에 없어요. "마다가스카"는 조금 약하고... 그렇다보니 성우진 외에는 그렇게 크게 건질 만한게 없다는 생각도 들죠.

그렇다면 이번 "쿵푸 팬더"는 어떨까요? 어찌보면 이 영화는 "슈렉"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루저가 주인공이고, 그 대상에 대한 편견을 철저히 이용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예, 이 영화의 주인공은 'Big Fat Panda', 포입니다. 피 속에 육수가 흐른다는 전통의 국수가게 가문의 팬더 포는 꿈 속에서까지 쿵푸의 영웅을 꿈꾸는 녀석입니다. 화가 나면 일단 막 먹어야 되는 녀석이기도 하구요. 포는 얼떨결에 대사부 우그웨이에 의해 '용의 전사'로 지목되고, 시푸 사부에게 훈련을 받아 용문서를 노리는 악당 타이렁에 맞서게 됩니다. 하지만, 팬더가  쿵푸라니요. 풉... 영화는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서 웃음의 코드를 찾아냅니다. 뒤뚱거리는 포의 모습, 그의 식욕을 이용한 훈련방식 등... 그리고 동키의 에디 머피 이후 가히 최고의 성우 캐스팅인 잭 블랙. 잭 블랙이 이전에 보여준 역할 들이나 그의 실제 모습 등으로 인해 각인된 그에 대한 일종의 고정 관념이 팬더라는 캐릭터에 퍼펙트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웃음의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냅니다.

"슈렉"으로 대표되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의 장기는 현실 비꼬기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3편까지 이어진 시리즈로 인해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죠. "쿵푸 팬더"에서는 이러한 현실 풍자적 요소를 크게 드러내기보다는 쿵푸라는 주제에 맞게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에 더욱 치중합니다. 이러한 방법은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쿵푸라는 단어가 주는 기대감은 전자의 풍자보다는 일단 후자의 액션일테니까 말이죠. 그리고 그 액션신이 나름 상당히 만족스럽기도 하구요.

영화의 이야기가 따로 큰 특별함 없이 평범하다는 것이 아쉬움에 남지만, 이 영화가 지향하는 가족영화로서의 요소는 충분히 반영히 되어있고, 흐름 역시 무난하기에 그 아쉬움은 살짝 눈감아주렵니다. 무엇보다도 일단 '잭 블랙 만세!' 이며, "슈렉" 이후에 드림웍스에서 괜찮은 캐릭터를 뽑아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아, 이해안되는 포의 가계도에 대한 진실을 밝힐 듯하다가 옆길로 빠진건 후속작을 염두에 둔 것이려나요.

P.S 용산CGV IMAX관은 일단 언제 스크린 청소 좀 한번 했으면...
P.S2 IMAX 버전으로 감상하시는 분들은 "마다가스카2"의 예고편을 보실 수 있습니다.
P.S3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쿠키 영상이 있습니다.

겟 스마트
"40살까지 못해본 남자", "브루스 올마이티", "에반 올마이티", "댄 인 러브", "더 오피스" 등에서 수많은 관객과 시청자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위인(?). 바로 스티브 카렐입니다. 때로는 너무도 고지식하게, 때로는 너무도 순진하게, 그리고 때로는 진지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그의 몸개그와 대사는 우리네와 다를바 없이 평범한 그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더욱 큰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런 그가 비밀첩보요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영화 "겟 스마트"에서 스티브 카렐은 미국의 첩보기관인 컨트롤의 요원으로, 현장요원을 너무도 원하나 뛰어난 분석능력이 아까워(진실은?) 꽉 막힌 사무실에서 업무처리만 하는 맥스웰 스마트로 분합니다. 스마트가 현장요원이 되지못해 낙담해 있던 차, 냉전시대 컨트롤의 적이었던 악의 집단 카오스가 활동을 개시하여 모든 컨트롤 요원들을 습격하게 되고, 결국 스마트는 에이전트 86이 되어 미모의 여성요원 99(앤 해더웨이 분)와 함께 카오스에 맞서게 됩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여타 첩보물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악의 집단이 태동하고, 그것을 막기 위해 적의 본거지로 침투해 활약을 펼치는 요원들, 그리고 위기, 배신, 최후의 영광의 승리..차이가 있다면 이런 흐름에 코메디가 가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스티브 카렐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대부분의 코메디는 극의 주인공인 맥스웰 스마트에 집중됩니다. 진지한 순간에서 어김없이 터지는 몸개그,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 그럼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진지한 그 코믹씬의 주동인물 맥스웰 스마트(!). 이런 캐릭터에 딱 맞는 스티브 카렐이 이 배역을 맡음으로 인해서 폭소의 세기는 더욱 더 커집니다. (이건 기존의 스티브 카렐을 알던 이나 모르던 이나 똑같을 것입니다. 글의 가장 처음에 언급했던 내용으로 인해 말이죠.)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들도 미국 코메디에서 많이 나오는 화장실/섹스유머, 자기들끼리의 언어유희와는 거리가 멀어(아예 없지는 않지만요.) 한국관객에게도 충분한 즐거움을 누릴 꺼리를 제공하고 말이죠. 거기에 더해 다른 요소이긴 하지만, 에이전트99 역의 앤 해더웨이의 기존과는 다른 섹시하고 도도한 모습도!
 
"겟 스마트"는 웃음을 전적으로 지향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다보니 냉전 이후 잠잠했던 카오스가 왜 다시 활동을 개시했는지, 배신이 왜 일어났는지 등의 몇몇 자세한 내막은 가볍게 스킵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야기가 조금 헐거워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한, 영화 내에서 몇몇 패러디 장면 등이 등장하고, 주변 인물들이 노력은 해보지만 스티브 카렐 혼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은 약간의 아쉬움을 자아내구요.

이같은 아쉬움이 있지만, 단순히 웃음면으로 봤을 때 "겟 스마트"는 지금까지의 올 한해 영화 중 가장 웃긴(!) 영화 중 하나임에 분명합니다. 또한, 스티브 카렐의 진가가 빛나는 영화로, 그의 팬들이라면 그러한 점에서라도 큰 만족을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 "무한도전"식의 몸개그에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시는 분들에게라면 피하셔야 할 영화일 수도 있겠지만요. 저요? 스티브 카렐-앤 해더웨이 체제로 후속작 만들어줘요~

P.S 빌 머레이가 깜짝 카메오 출연합니다.
P.S2 영화를 보고 유튜브에서 원 TV 시리즈를 찾아보니, 영화에서 과거 시리즈의 여러 부분을 차용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과거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라고 할까요? 기지로 들어가는 오프닝이라던지, 영화 초반에 컨트롤에 남아있는 과거 유산이라고 보여주는 자동차, 옷, 비밀장치된 신발. 그리고 맥스웰 스마트의 여러 대사, 에이전트99가 임무 중 잠시 썼던 가발의 스타일 등.
P.S3 국내 개봉일은 오는 6월 19일입니다.

위 오운 더 나잇
영화 "위 오운 더 나잇"의 시작만 본다면 마치 느와르, 혹은 갱스터무비를 기대케 합니다. 뉴욕의 한 클럽을 잘 운영하고 있는 바비(호아킨 피닉스 분)의 모습을 그릴 때는 말이죠. 하지만 그의 아버지(로버트 듀발 분)와 형이 뉴욕 경찰이라는 것이 보여지고, 유흥/위법 문화와 가족사이에 놓인 바비의 모습과 그로 인한 갈등이 드러난 순간부터 영화는 지나치리만큼 평범한 경찰드라마도 변하고 맙니다. 형이 총격사건의 피해자로 입원함으로 인해, 바비는 결국 경찰쪽으로 기울고 이어서 아버지가 죽은 이후로는 '불효자는 웁니다'의 이야기가 펼쳐지지요.

거기다 '실은 네가 부러웠다. 나는 나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었거든.' '아니야, 그런 소리하지마 형.' 이러고 있는 두 형제의 대화를 보자고 있으면 순간 낯부끄러워집니다. 이 정도로도 알수 있다시피 이 영화는 말그대로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분위기의 영화 속에서 기대할 수 있을 액션 장면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빗속의 차량 추격장면이 흥미롭긴 했지만, 그래도 그 부족함을 메울 수는 없어요.) 예상 가능한 그저그런 이야기인지라 기본적인 영화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것도 영 시원찮습니다.

결과적으로 마크 월버그, 호아킨 피닉스, 로버트 듀발의 영화 속 연기는 만족스러웠으나, 영화의 시나리오가 평범 혹은 부실한지라 그들의 그런 모습도 영화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지할수는 없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사실 영화 가장 처음에 경찰들을 담은 흑백사진에서 나오는 '(경찰이) 뉴욕 시의 밤을 지배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P.S 엔딩 크레딧을 보니 ILM이 나오던군요. 그래서 아니, 대체 이 영화에 ILM 씩이나 들어갈 부분이 어디가 있지 하는 궁금중에 찾아보니 빗속 차량추격신의 그 비오는 효과 등이 모두 CG였다는군요.
아임 낫 데어
리뷰라고 제목을 적어놓긴 했지만, 사실 리뷰는 아닙니다. 그냥 일종의 주절거림이라고 해야겠네요. 이유는 아래를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영화 "아임 낫 데어"는 다들 아시겠지만, 밥 딜런에 대한 영화입니다. 사실 전 밥 딜런에 대해 잘 모릅니다. 'Like A Rolling Stone', 'Knocking On Heavens Door ' 같은 몇몇 유명곡들만 아는 수준이죠. 그럼에도 영화를 보러 갔던 것은 감독도 그렇지만, 일단 배우들이 컸습니다. 케이트 블란쳇, 이제는 고인이 된 히스 레저, 크리스챤 베일, 리차드 기어 등등...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참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어떤 인물의 전기 영화가 그 인물에 대해 모르면 기본적으로, 그리고 당연히 받아들이기가 어렵긴 하지만, "아임 낫 데어"는 특히나 그렇더군요. 제목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영화가 밥 딜런을 그리는 모습은 밥 딜런을 정의내린다던가 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라는 자서전을 조금 읽었었는데, 그가 말했던 거짓말을 그대로 그려놓는다는가 하는 점에서 그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내용도 아니구요. 영화는 6명의 배우들이 연기하는 밥 딜런의 다양한 이미지의 단편들을 교차해나가고 엮어나가며 전개합니다. 그렇다고 그 각각의 이미지를 하나로 모으려고는 당연히 하지 않구요.

결국 '나는 거기 없다'. 그럼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의 대답은 그저 '바람 속에 답이 있다네' 라고 정의내릴 수 있겠습니다만, 밥 딜런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것은 답임에도 답이 아닌, 또 다른 어려운 난제입니다. 아니 잠깐, 애초부터 답을 내리지 않는 영화이기도 하니, 이건 모순이군요.

뭐, 이렇게 "아임 낫 데어"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개인적인 평가 보류 영화가 되었습니다.

픽사 스토리
저는 3D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픽사가 만들어내는 영화를 가장 사랑하지요. 그 이유에는 자세히 알지는 못하는 기술적인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픽사가 만들어낸 이야기, 스토리텔링 능력, 그리고 그 안의 캐릭터들일 것입니다. 그들은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현재 영화계에서 가장 창조적이며 재능있는 제작사 중 하나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픽사 스토리"는 제목 그대로 3D 애니메이션 업계에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는 픽사에 대한 이야기로, 에드 캐트멀과 존 라세터, 그리고 스티브 잡스 등의 꿈과 열정으로 시작된 픽사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픽사 스토리"는 3D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나가는 픽사의 실패담과 위기, 그리고 성공을 그려냅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끝없는 노력까지도요. 픽사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크게 부각되는 것은 픽사의 수장인 존 라세터입니다. 디즈니에 관한 책을 통해서 '와우~ 만화를 그려서 돈을 벌 수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애니메이터가 되기로 결정했다는 그는 칼 아츠-디즈니 입사 코스를 밟아나갑니다만, 디즈니는 그의 꿈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컴퓨터를 이용한 3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았고, 그것을 믿었습니다. 그리고는 후에 에드 캐트멀과 스티브 잡스라는 훌륭한 투자자를 만남으로 인해 자신이 믿었던 그 가능성이 맺은 열매를 손 안 가득 쥐게 됩니다.

한때 디즈니를 동경해 디즈니랜드의 한 놀이기구 운전 아르바이트도 했던 존 라세터가 시간이 흘러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캐릭터들을 이용해 만들어진 디즈니랜드의 이곳저곳을 보고, 과거 자신이 운전했던 놀이기구를 다시 운전해 보는 모습은 말 그대로 감동입니다. 꿈과 희망, 용기, 노력...이것이 바로 지금의 픽사가 있게 한 원동력이지요. 그리고 존 라세터는 픽사의 영화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듭니다.' 어쩌면 이게 바로 많은 이들이 픽사의 영화에 열광케 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P.S 이번에 열린 SICAF2008에서 딱 이 작품 하나만 봤네요...
P.S2 자막에 오타가 많아서 좀 거슬렸던;;
P.S3 DVD 출시해주세요~

인디아나 존스4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한마디로 딱,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답다라고 표현될 수 있는 "인디아나 존스4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전작으로부터 19년이 지났어도 이 시리즈가 주는 흥미와 그 매력이 유효하다는 것을 당당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시리즈의 전통답게 파라마운트사 로고에 있는 산을 이용한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1950년대를 풍미했던 엘비스 프레슬리의 "Hound Dog"이 흘러나오면서 지금이 과거시리즈의 배경이었던 1930년대가 아님을 넌지시 알려줍니다. 역시나 시리즈의 전통답게 우리의 인디아나 존스 박사(해리슨 포드 분)는 시작부터 또다른 모험(고초?)를  겪고 계십니다. 사실 여기서부터가 이 영화의 무대가 되는 시기를 본격적으로 알려주는 부분인데, 지난 시리즈의 나찌를 대신에 등장한 소련군과 1950년대 초 미국을 레드 컴플렉스의 홍역을 앓게한 매카시즘 열풍, 핵에 대한 공포 등이 등장합니다. 뭐, 이처럼 시대는 변했고, 그로 인한 껄끄러운 고초도 겪지만, 여전히 닥터 존스께서는 위험 속에서도 분연히 일어나십니다. 본인의 입으로 나이가 들었다고 툴툴대기는 하지만요.

시리즈의 새로운 얼굴인 머트 윌리엄스(샤이아 라보프 분)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번 시리즈의 모험은 미스테리한 크리스탈 해골이 그 대상입니다. 언제나 그랬듯 이 시리즈가 주는 재미는 그 대상에서 오는 부분보다는 궁극적으로 그것을 이용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영화는 로스웰 사건과 크리스탈 해골의 연관성, 크리스탈 해골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한 후, 영화의 최종 목표를 제시합니다. 그 목표를 향한 존스 박사와 일행의 모험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이 영화의 목적을 본다면)본궤도에 올라 클라이막스를 향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역시나 정글에서의 카체이스부터 일 것입니다.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흥미있고, 인상적인 시퀀스가 연출됩니다. 다른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그것처럼 말입니다. 아, 이 "시리즈"에서 빠지지 않는 대량의 곤충 출몰(?)씬도 여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할 고대의 장소. 그곳에서 펼쳐지는 퍼즐적 요소가 전작들에 비해서 약화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스러울 정도는 아닙니다. 어느정도 논란이 일 부분은 크리스탈 해골의 정체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일텐데요, 결국은 이것 역시 시대의 반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1940년대를 거쳐 1950년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초자연적인 현상은 비과학의 산물이라는 이름으로 재단되어졌고, 설명못할 부분은 과학이 언젠가는 꼭 풀어야할 대상, 숙제로만 바라보게 되었지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과학이 아직까지지 제대로 풀지 못한 대상, 그리고 사람들의 그것에 대한 관심이 이번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보입니다.

뭐, 위에서 이러저러 주절대긴 했지만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것은 이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해리슨 포드가 연기하는 인디아나 존스라는 캐릭터의 매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세세한 단점이나 아쉬움 점들을 그런 매력으로 상쇄시킬 수 있도록 영화를 풀어나가는, 자신이 가진 최대 강점을 알고, 그래서 부각시키고 활용해나가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일 것입니다.

이정도라면 후속작 더 찍으셔도 되요. 루카스, 스필버그, 포드 할아버지.

P.S 이 영화에는 시리즈의 팬들이 보면 좋아할 장면이 여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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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처음 읽은 것은 군대에서 였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처음은 초등학교때이긴 합니다. 천주교인인지라, 성당에서 성바로출판사에서 나왔던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얻게 되어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외박나왔다가 부대로 주문해놓고 들어갔던... 부대에서 소설은 다 읽었지만, 제때 밖에 나오지 못해 정작 극장에서는 놓친 아픈 기억이지요. 훗날 DVD로 접하기는 했지만요.

이 원작 "나니아 연대기"가 기본적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인지라, 영화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아이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어 말 그대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아이들과 같이 오는 어른 관객들에게는 다소 불만을 자아냈던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더욱 그랬죠. 판타지라면 일단 "반지의 제왕"을 기대하던 관객들에게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어린이용 "반지의 제왕"으로 밖에 비쳐질 수 없었습니다. 사실상 원작에 특별한 각색을 추가하지 않았던 전작에 비해 "나니아 연대기 : 캐스피언 왕자"(이하 캐스피언 왕자)는 각색에 좀 더 신경을 쓴 느낌입니다.

영화는 ‘사자,마녀, 그리고 옷장’의 모험을 마치고 우리 세계로 돌아온 페번시가 사남매가 1년 후 방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마법의 힘에 이끌려 다시 나니아로 돌아가면서 시작합니다. 그 사이 백 년이 흐른 나니아에서, 삼촌 미라즈에게 아버지를 잃고 왕좌를 빼앗긴 캐스피언 왕자가 마법의 뿔나팔을 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전작에서 수잔의 그 나팔이죠. 나니아는 지금 캐스피언 1세 이후 텔마르 사람들에게 점령당해, 말하는 동물들을 비롯한 국민들이 모두 숨어사는 처지입니다. 캐스피언 왕자와 돌아온 페번시가 사남매는 옛 나니아를 복원키 위해 미라즈왕과의 일전을 준비합니다.

원작 "캐스피언 왕자"는 제목은 저렇지만 실제로는 "제다이의 귀환" 아니, "왕의 귀환" 아니, "페번시 사남매의 귀환"이나 다름없는 내용으로 정작 캐스피언 왕자의 비중이 작은 편입니다. 하지만, 영화 "캐스피언 왕자"에서는 캐스피언 왕자의 비중이 좀 더 커졌습니다. 원작과는 달리 나이도 거의 피터와 비슷하거나 많은 느낌이 들게 변했고 말이죠. 영화 후속작인 "새벽출정호의 항해"를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또한 영화는 원작과는 달리 맏이인 피터와 수잔의 성장에 더 할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원작에서는 피터와 수잔 등이 루시처럼 아슬란을 빨리 보지는 못하지만, 결국은 좀 늦게 보게 되고 다시금 완연한 나니아의 옛 '제왕'의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루시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마지막까지도 아슬란을 보지 못하고, 피터는 여럿 미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미라즈의 성을 기습하나 결국은 많은 동료들을 미라즈의 성에서 희생시킨 후 도망나오는 모습은 피터의 미숙함을 보여주는 가장 큰 예일 것입니다. 이어지는 캐스피언 왕자와의 갈등 역시 그러하구요. 이 갈등은 또한 위에 언급된 캐스피언 왕자의 비중 강화로도 이어집니다. 원작의 경우, 페번시가 남매들은 '나니아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점차 옛 능력을 찾아간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같은 실패없는 성장은 사실 지나친 루즈함을 유발시킬 수 있는 방식이자, 단순한 처리입니다. 소설의 텍스트적으로야 문제가 없지만, 영화로 옮겨올 경우에는 그것을 극복할 수단이 필요합니다. 성장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말이죠. 수잔의 경우는 캐스피언 왕자와의 멜로가 추가되었는데, 이 역시도 결국 성장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소녀가 어른이 될때, '사랑'만큼 직접적인 표현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 역시도 캐스피언 왕자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방편일테구요. 성장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이후로 피터와 수잔은 이제 나니아와는 더이상의 인연이 없기때문인데 이는 영화 속 아슬란의 '이제 다 배웠다.'라는 말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캐스피언 왕자"의 각색은 결국 피터와 수잔의 성장과 캐스피언 왕자의 비중을 높이는데 그 포커스를 맞추고 있고, 그 각색의 성과는 나름 유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각색들은 원작의 너무 단순한 전개를 어느정도 회피했으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금 어둡고 심각하게 만드는 효과를 내었습니다. 이러한 각색이 원작의 아동스러운 분위기를 완전히 탈피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만, 아동용 원작의 틀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각색을 이루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전작보다는 많은 발전을 보인 모습입니다. 이것이 원작의 팬들에게는 불만일수도 있겠지만, 영화로 오면서 그 아동틱함에 그다지 손을 대지 않은 전작에 실망했던 저에게는 플러스 요인이었습니다. 뭐, 바로 직전 언급했지만 여전히 그 틀안에서의 일입니다만.

이런 이야기 외적으로 영화는 후속작의 법칙답게 전편보다는 좀 더 커진 스케일을 보여줍니다. 이는 미라즈의 성에서 전투라던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전투씬에서 크게 드러나는데, 전작의 전쟁씬보다 더 많은 물량과 효과가 동원되었습니다. 아동용이라고는 생각되어지지 않는 대규모 전투씬에서의 전술을 보는 것도 흥미진진합니다. 또한, 피터와 미라즈왕의 일대일 대결은 박진감이 넘치구요. 그렇게 영화는 시각적인 면에서 전편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입니다.(여전히 피는 안튀깁니다.) 원작에서도 있었던 부분인지라, 어쩔 수 없지만 "반지의 제왕"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은 큰 아쉬움으로 남지만요. 그러고보니 웨타가 이 작품에 참여했더군요.

"캐스피언 왕자"는 분명, 전작보다는 더 나은 영화입니다. 스케일면으로나, 전연령층을 아우르기위해 노력한 흔적, 텍스트를 영상으로 옮기는데에 사용된 CG의 질 등에서 말입니다. 그렇기에 전작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을 좋아했던 아이들이라면 물론 이어서 좋아할테고, 전작에서 아쉬움을 느꼈던 어른들도 어느정도나마 그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래도 분명 확실한 것은 여전히 이 영화는 크게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가족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나저나, "새벽출정호의 항해"는 상당히 심심한 편인데, 어떻게 그려낼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군요.

P.S 리피치프의 캐릭터가 조금 짧긴했지만 그래도 잘 표현된 것같아 만족스럽더군요. 꼬리 잃은 부분도 잘 살려주는 센스~
P.S2 리피치프에 관한 또다른 이야기. 영화에서는 언급이 안되지만, 리피치프를 포함한 쥐들이 말을 하게된 것에는 연유가 있습니다. 전작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서의 일입니다. 영화에서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슬란이 줄에 꽁꽁 묶인체 돌탁자 위에서 죽어있는데, 그 줄을 갉아서 끊는게 바로 쥐들입니다. 그 공로로 인해 그때부터 쥐들은 다른 나니아의 동물들처럼 말을 하게 됩니다.
P.S3 역시나 전작에서 이어지는 안습의 에드먼드. 홀로 산타클로스에게 받은 선물이 없는 상황 또 연출. 피터는 검과 방패, 수잔은 활을 들고는 뿔나팔을 찾으려하고, 루시는 마법의 몰약을 집어들지만... 원작에서는 콕찝어서 전작의 아픔을 다시 상기시키는데, 영화에서는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니 그나마 좀 나은거려나요.

그들 각자의 영화관
여러분에게 '영화관'이라는 장소와 그 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요? 옴니버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지난해 칸영화제의 6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거장이라 꼽히는 35인의 감독들이 그 물음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담은 33편의 단편(마이클 치미노와 코엔형제의 작품 경우 자신들의 이 영화가 상업적인 용도에 쓰이지 않았으면 해서, 그들의 작품은 빠져있습니다. 즉 31편)을 담은 영화입니다. 칸영화제의 생일을 위한 참 특별한 선물인 셈이지요.(작년 선물이긴 하지만요.)

그 중에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 몇개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각각의 단편의 내용들이 있습니다.)

-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3분"(Three Minutes), 구스 반 산트의 "첫 키스"(First Kiss)
"3분"은 극장에 들어선 한 여자가 보이며 시작합니다.  그녀는 계속 누군가를 찾아 헤맵니다. 그리고는 결국 찾던 남자를 발견합니다. 스크린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자. 그녀는 그에게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앵글 밖에서 들려오는 한마디. '컷, 3분 다 됐어요.'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사람들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그 속으로 빠져듭니다. 영화관이 주는,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바로 그 순간을 말하고 있는 단편입니다. "첫 키스"는 극장에서 영사 준비를 하는 한 소년을 보여줍니다.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시원한 바닷가, 그리고 그 안의 아름다운 여인. 어느새 소년은 스크린 안에 들어가 아름다운 그녀와 키스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단편 역시 현실과 영화의 그 경계를 지우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제목인 "첫 키스"와 소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를 통해 영화관에서 이뤄지는 성장의 모습도 말하고 있습니다.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애나"(Anna), 첸 카이거의 "자전거 모터"(Zhanxiou Village)
이 두 작품은 공통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영화라는 것이 그저 시각적인 방식으로만 소통되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애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한 여자를 비춥니다. 영화가 계속 되는 도중 옆에 있는 남자가 그녀에게 영화의 내용을 조그마한 목소리로 설명해줍니다. 여자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영화관을 나온 그녀는 뒤따라 나온 남자에게 묻습니다. '영화가 흑백이었나요?' "자전거 모터"는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여줍니다. 그러던 중 배터리가 나가게 되고, 아이들은 자전거를 발전기 삼아 영화를 봅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쫓아내는 한 사내. 하지만, 아직 도망가지 않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가 사내에게 묻습니다. '영화 끝까지 보면 안되요?' 이때까지 흑백이던 영화는 컬러로 바뀌고, 앞이 보이지 않는 나이든 사내가 영화관 의자에 앉습니다. 이 사내가 그 어린 소년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 난니 모레티의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일기"(Diary of a Movie-Goer)
이 단편이 어쩌면 가장 일반적인 의미의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이지도 모르겠습니다. 난니 모레티는 영화관에 얽힌 자신의 추억담을 이야기합니다. 이 극장에서는 어떤 영화를 보았고, 아들과는 영화관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친숙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였습니다.

- 장예모의 "영화 보는 날"(Movie Night)
어떤 산골마을에 간이영화관이 설치됩니다. 들뜬 마을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 설레여보이는 한 꼬마가 보입니다.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다리는 꼬마의 모습이 참 귀엽게 느껴집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을 잘 표현해낸 단편입니다.

- 라스 폰 트리에의 "그 남자의 직업"(Occupations)
극장에 앉아있는 한 남자. 그리고 그 옆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보입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옆의 그 남자는 몸을 비비꼬더니 라스 폰 트리에에게 계속 말을 겁니다. 자신이 영화평론도 하지만 또한 잘나가는 사업가라는 둥, 앞으로 가죽사업이 비전이 있다는 둥...계속 라스 폰 트리에의 신경을 건듭니다. 그의 마지막 질문, '당신의 직업은 뭐요?' 라스 폰 트리에가 답합니다. '살인자'. 그러고는 장도리를 꺼내어 그를 무참히 두들겨, 조용히시키는 라스 폰 트리에. 이제는 조용히 영화 감상할 시간입니다. 이 정도까지의 수위는 아니지만, 이런 생각을 유발하게끔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지요.

- 마누엘 데 올리비에라의 "독특한 만남"(Sole Meeting)
구소련의 후르시초프 서기장과 교황 요한 23세가 한자리에서 만납니다. 후르시초프의 보좌관의 묘하게 설득력있는 설명으로, 그는 교황을 동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에게 다가오는 교황. 교황은 후르시초프의 배를 만지며, '우리도 공통점이 있네요.'라고 말합니다. 영화가 빗어낼 수 있는 유쾌한 상상력을 그린 단편입니다.

- 월터 살레스의 "칸느에서 8,944km 떨어진 마을"(A 8,944km de Cannes)
프랑소아 트뤼포의 "400번의 구타"가 상영 중인 극장 앞에 서있는 두 명의 남자. 그 두 남자는 티격태격 신나는 노래판을 한바탕 벌이면서 칸영화제의 60회 생일을 축하합니다.

-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최후의 극장에서 자살한 마지막 유태인"(At the Suicide of the Last Jew in the World in the Last Cinema in the World)
지구상에서 남은 최후의 극장의 남자화장실에서 자살하려는 최후의 유태인과 그의 모습을 해설하는 두 명의 캐스터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이 단편은 권총을 머리, 눈, 입으로 옮기면서 쏠까 말까 하는 유태인(데이빗 크로넨버그 그 자신!)의 모습을 통해서 그 짧은 3분의 시간동안 극도의 서스펜스를 유발시킵니다.

크로우즈 제로
"크로우즈 제로"는 뭐랄까 전혀 준비되지 않은체 본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블라인드 시사회였던지라, 극장에 도착해서야 이 영화를 볼거란걸 알았거든요. 그래서 재빨리 웹사이트 검색(...왠만하면 어디서든지 손쉽게 무선AP를 잡을 수 있는 인터넷 강국 코리아 만세)을 통해서 약간의 정보를 얻었습니다. '일본의 유명 코믹스인 "크로우즈"의 프리퀄 격인 작품으로, 주인공으로 오구리 슌이 출연한다.' 정도.. 이걸 보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만화는 본적 없는데 영화는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더군요. 그래서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주연의 영화 음악"의 예전 심수진기자 코너에서 오구리 슌에 대해 이야기할때 나오던 영화라는게 기억나더군요.

뭐, 이정도가 딱 제가 이 영화에 대해 영화 보기전 알고 있던 모든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까마귀' 학교라고 불리우는 무법천지의 스즈란 고교 재패를 위한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한마디로 정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뭐랄까, 일본만화 중 학원폭력물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 안의 캐릭터들도 그렇고 말이죠. 하나하나의 모든 인물들이 딱 그 틀에 맞춰진 인물들 일색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도 딱 그 수준이구요. 그래도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을 통한 개그씬은 그래도 자주 웃음을 자아내기는 합니다. 액션 장면도 살짝살짝 몇 장면은 괜찮기도 하지만, 이 역시도 그냥 그럭저럭...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할 수 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뻔한 이야기조차도 지나치게 허술하게 끌어나간다는 것입니다.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 설정과 그 설명이 참으로 미약하고, 그나마 초반 설정에서 보여졌던, 무법천지의 한가운데 있는 녀석들이 우정이니 법이니 뭐니, 떠들어내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것은 우습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초등학교 수준의 만화책에서나 용인될 수 있는 내용들이랄까요. (마지막 결투씬에서 갑자기 끼어들어오는 노래장면은, 대체 언제적 수법인지..)남자들의 로망, 남자들의 마초정신을 이런 어처구니없는 코믹폭력물과 동일선상에 놓기에는 그 로망, 그 마초성이 아깝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원작 "크로우즈"의 팬들에게야 볼 이유가 있는 영화일지 모르겠지만, 원작을 모르는 저 같은 이들에게는 심하게 말해 전혀 볼 가치가 없는 영화입니다.

P.S 국내에는 오는 6월 26일 개봉예정입니다.
디 아이
이런 도시괴담은 어릴적에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 눈먼 이가 각막이식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다시 세상을 보는 순간 그는 산 사람 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도 보게 되었다. 그것때문에 불안에 떨던 그는 수소문 끝에 각막의 원주인을 찾는데... 원주인은 한 무당의 딸로, 신내림을 받기를 거부하다가 끝내 신열로 죽게되고, 그녀의 각막이 그에게로 이식된 것이다.'

2002년 작 홍콩영화인 팽 브라더스의 "디 아이"를 리메이크 한 이 "디 아이"의 소재에 대한 설명은 위의 도시괴담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원작 "디 아이"도 사실 그다지 만족스럽게 본 편은 아닙니다. 소재에 대한 호기심은 불러일으켰지만, 영화는 공포를 유발시키는 연출이나 그 외의 영화 속 이야기들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웠거든요. 리메이크된 "디 아이"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록 헐리웃으로 오면서 전체적인 때깔은 좋아졌지만 말입니다. 거기다가 여주인공도 헐리웃의 섹시아이콘 제시카 알바로 탈바꿈. 하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영화의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거의 원작의 주요 소재들을 별다른 변화없이 그대로 재활용할 뿐인데요. 거기다가 음악이나 효과음을 통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으로 공포를 유발시키려 합니다. 그와 동반된 시각적인 연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한도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공포감이 전혀 들지가 않구요. 그렇다고 이 영화가 무슨 대단한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호러영화적으로든 다른 것으로든 그다지 좋게 볼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이 리메이크판 "디 아이"가 원작 "디 아이"보다 나아보이는 것은 원작이 3류 트랜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의사와 환자의 사랑을 뜬금없이 크게 부각시켜나갔다면, 리메이크 "디 아이"는 그런 정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원작만큼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원작의 여러 소재들 중 그것까지 따왔다면 욕했을지도 몰라요.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작품이어서인지 몰라도, 대체 알바 양은 언제 셀러브리티로서의 명성에 비례하는 괜찮은 작품에 출연해 배우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쌓을지...참 걱정됩니다.

P.S 영화는 오는 6월 5일 국내에 개봉합니다.

페넬로피
영화 "페넬로피"는 가문에 내린 저주와 저주가 걸린 페넬로피가 그 아픔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저주도 나오고, 마녀도 나오고 하는 이런 이야기 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일종의 판타지입니다. 영화 속 배경도 영국 같기도 하고, 미국의 대도시인것 같기도 하고... 지명이 확실치 않은 어떤 도시임에서도 그러한 면을 읽을 수 있지요.

이런 이야기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디즈니식 스토리일 것입니다. 저주받은 공주를 구해내는 멋있는 왕자님의 이야기. 저주에서 구해내는게 비록 왕자님(남자)의 몫은 아니지만, 영화는 전형적인 디즈니식 'happily ever after' 를 향합니다. 디즈니식이라는 것에서 제일 먼저 식상함이란 단어를 생각해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식상함으로 재단되어 묻히기에는 조금은 아쉽습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 마저 이런 이야기에 적절하게 들어맞는 전형적인 인물들이지만,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너무도 특별합니다. 우선 페넬로피의 엄마 역을 맡은 캐서린 오하라는 딸을 너무도 아끼는, 그래서 지나치게 호들갑스럽고 때로는 우스운 엄마의 모습을 너무도 잘 소화해내었습니다. 이 영화의 제작에도 참여한 리즈 위더스푼은 잠깐의 출연이지만, 눈길을 끌구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영화의 두 주인공. 페넬로피 역의 크리스티나 리치는 돼지코로도 차마 가려질수 없는 귀여움과 아름다움으로 영화를 주도합니다. 그녀가 저주에서 풀려나 본모습으로 돌아올때 그 효과는 더욱 극대화되구요. (너무도 뻔한 의도를 가진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영화가 가진 식상함에 변주를 주기 위해 저주를 푸는 주체를 그녀로 설정함으로 오히려 더 생뚱맞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녀와 그녀의 연기는 매력적입니다. 이어지는 제임스 맥어보이. 툼누스로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던 이 청년이 이토록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게 될지 과연 그때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물론, "어톤먼트"를 통해 이미 보았습니다만..) 요즘 국내에서도 여성들 사이에서 이 제임스 맥어보이의 인기가 슬슬 달아오르고 있다죠. 이 영화에서의 그의 모습은 그런 불붙은 흐름에 기름을 붓는 겪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페넬로피"는 어찌보면 식상하리만치 식상한 이야지이만, 영화 속 배우들로 인해 그런 불만을 잊고 즐기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즉, '캐스팅의 승리' 랄까요.

P.S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전에 "마법에 걸린 사랑"을 본 직후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구매했던 O.S.T 앨범 중 캐리 언더우드의 'Ever Ever After'를 들었는데, 이 영화와 너무 잘 어울리더군요. 이 영화가 어떤 분위기인지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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