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그 밀려드는 파도 같았던 격동의 시대, 미국의 1960년대 후반을 비틀즈의 주옥같은 노래 33곡을 통해서 들려줍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주드는 리버풀의 조선소에 일하는 청년으로 그가 미국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됩니다. 영화는 처음에는 주드와 그가 미국에서 만난 친구, 맥스의 여동생 루시와의 로맨스로 진행될 듯 보이나 점차 당시의 시대 상황을 비추기 시작합니다. 히피 문화, 디트로이트의 흑인 폭동, 베트남 전쟁과 반전 운동 등. 루시의 남자친구는 베트남 전쟁 중 사망, 그녀의 오빠 맥스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루시는 극렬반전운동에 참여하게 됩니다. 주드는 정신없는 그런 현실로 발을 내딛지 못하고 거리를 둡니다. 이처럼 영화는 그 시대의 굵직한 사건들에 주인공들을 끌어들이고, 그 모습을 비틀즈의 음악으로 풀어냅니다. 비틀즈의 음악이 좋아서가 단연코 1순위이고, 뮤지컬 연출에 일가견 있는 감독 쥴리 테이머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화면들, 비틀즈의 음악들을 스토리에 맞게 절묘하게 사용하는 모습은 영화에 푹 빠져들게 만듭니다.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맥스가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펼쳐지던 장면들(엉클 샘의 모습 등)과 주드가 만들어낸, 마치 붉은 피를 흘리는 듯한 딸기의 모습들. 다른 많은 장면들이 있었지만 이 두 장면만큼은 강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비틀즈 헌정 영화로써도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지만, 영화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입니다. 비틀즈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영화이자 비틀즈를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영화라고 할까요. 고집 센 비틀즈 팬들이 이 영화에서 해석한 비틀즈 노래들에 불만을 표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영화 속에서의 이야기는 노래를 통해 이끌어낼 수 있는 많은 것들 중 하나니까요. 이런 괜찮은 영화가 서울 시내 단 세 곳의 개봉관에서만 상영된다는 것이 참 안타까울 뿐입니다.
P.S 주드는 역시나 리버풀 F.C 팬입니다. ‘This is Anfield'. 리버풀은 역시 비틀즈와 리버풀 F.C의 도시니까요.
Movie/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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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Across The Universe, 2007)
[리뷰]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The Spiderwick Chronicles, 2008)
이 영화의 이야기는 딱 한 줄로 요약이 됩니다. ‘스파이더위크의 비밀 가이드’를 발견한 아이들이 그 책을 물가래스라는 사악한 존재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도. 사실, 영화의 이야기 적으로는 너무 무난해서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집중하는 것은 비쥬얼 효과인데, 각종 상상의 생물들이 CG로 제작되어 스크린을 활보합니다. 브라우니, 홉고블린, 오크, 트롤, 실프 등등 생동감 있게 그려지는 CG 캐릭터들의 향연이 이 영화의 볼거리 및 흥미유발 요소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타입의 영화랄까요. 하지만 위에도 언급했던 가족 관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다보니 각종 액션 장면들에서 어느 정도 성인관객들도 만족할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기는 합니다. 그냥 적당한 수준에서 말이죠.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 후에 든 생각은 딱 두 가지였는데, 첫째, ‘절대 ~을 하지 말것.’ 이라는 말을 하지 말자. 그건 ‘~을 하시오.’와 동의어이다. 둘째, 사서 고생할 짓은 하지 말자. 그 책은 왜 써서 부인에 자식에, 조카 손주들까지 고생을 시키는지...였답니다. 동심을 잃은게야...
2008/02/14 - [Movie/News] - 판타지영화 "스파이더위크가의 비밀", 영화 속 영상 공개
2007/12/11 - [Movie/News] - "스파이더윅 연대기", 새로운 포스터 공개
2007/11/20 - [Movie/News] - 판타지 무비 "스파이더윅 연대기", 새 예고편 공개
[리뷰] 점퍼 (Jumper, 2008)
그가 그런 능력을 통해 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부유하게 사는 모습이 보여진 후 팔라딘이라는 집단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중세 때부터 점퍼들을 사냥해온 존재들인데, 그런 팔라딘의 수장격인 롤랜드(사우엘 L. 잭슨 분)는 처음으로 데이빗과 마주한 자리에서 그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힘에는 그만한 댓가가 따르는 것을 몰랐나’ 라구요. 흐음... 뭔가 “스파이더맨” 스럽죠? 하지만, “스파이더맨”의 의미심장한 그 주제와는 달리, 데이빗의 행동거지 때문에 이 영화에서의 그 말은 그저 철 없는 녀석이 벌 받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밖에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롤랜드에게서 도망친 후의 행동이 더 가관인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습격을 당한 후에 한다는 것이 고작 예전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모습이지요.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이름을 알린 “스타워즈” 프리퀄에서 봤던, 첫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치부하기는 좀 연결고리가 어색하고, 나아가 진부합니다. (그 상황에서 여유롭게 로마 관광을 즐기는 모습이라니...) 이렇다보니 주인공으로 내세운 데이빗보다는 다른 점퍼인 그리핀(제이미 벨 분)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이 점퍼들이 사실 그다지 고까워보이지가 않는데, 어찌됏든 영화에서 보이는 점퍼들이 팔라딘의 말대로 심하게는 ‘인류의 해악’으로 밖에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데이빗은 롤랜드에게 자신은 다르다라고 주장하는데, 별로 근거가 없습니다. 다른 점퍼들이 못했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했다고 그들과 다른 건 아니니까요. TV 뉴스에서는 홍수로 불어난 물 때문에 지붕 위에 대피해 있는 사람들을 보며 기자가 ‘그들에게 필요한건 기적 밖에 없어보입니다.’라고 하는 내용이 소개되지만, 그것을 그저 무관심하게 넘기는 데이빗의 모습을 보면 말이죠. 후반부에도 딱히 그 모습과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점퍼들이 왠지 가벼워 보이고, 영화의 이야기는 그저 시시껄렁한 데이빗이라는 녀석이 점퍼의 능력을 알고나서 악용하다 고생 좀 하는 내용으로 밖에 보이지가 않습니다. 9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에 많은 것을 담기에는 무리여서 이런 식으로 구성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도 속편을 위해서인지 각종 떡밥들을 깔아놓기에 바쁜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참 아리송해 지는 영화입니다.
하기는, 이 영화가 ‘헐리우드 액션영화’ 라는 것을 상기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원래 스토리는 단순하고, 때로는 허술한데 비해 볼거리로 그것을 상쇄시키는 것이 ‘헐리우드 액션 영화’들의 특징이니까 말입니다. 적어도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점퍼의 순간이동을 통해 보여지는 화려한 액션, 시각적 효과는 인상적입니다. 액션 장면의 속도감도 상당하구요. 하지만 문제는 이 정도 기준에 부합하는 ‘헐리우드 영화’는 널리고 널렸고, 단순한 액션 영화 이상을 보여주는 영화들 역시 많다는 것이겠지요. 더그 라이먼 감독은 전작인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이어 또 한번 실망을 주고 말았습니다. “본 아이덴티티”는 우연이었으려나요. 아니, 작가가 문제인가. 에이, 따지기 귀찮은데 그냥 감독에게 다 덮어씌우자구요.
[리뷰] 주노 (Juno, 2007)
영화 “주노”는 십대의 임신이란 나름 진중하고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를 무겁게 만든다거나 어떤 편향적인 시선을 가지고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습니다. 영화는 주노라는 열 여섯살 소녀가 임신을 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 ‘유쾌함’은 영화 속 매력적인 캐릭터들에서 나옵니다. 주인공인 주노 자체가 그렇거든요. ‘맥거프 가문이 유머가 센 집안인데, 얘가 그중에서 가장 드세요.’ 라는 아버지 맥의 말처럼 그녀는 참으로 시니컬하고, 자신은 딱히 의도치 않은 일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거친 유머를 구사합니다. 아버지인 맥은 딸의 임신 소식을 듣고, 당황은 하지만 화보다는 오히려 딸을 이해하려하구요. 새어머니인 브렌도 기존의 ‘새엄마’ 이미지와는 달리 친엄마 그 이상으로 양녀를 아낍니다.
이런 주노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십대의 임신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보다는 다른 것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영원히 행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자신의 아이의 양부모가 될 이들이라고 104% 확신했던 마크와 바네사 부부의 갈등을 보며, 주노는 가슴 아파합니다. 그저, 자신의 아이가 사랑을 받으며 살 행복한 부부를 찾은 것인데, ‘왜 한번 사랑해 결혼했는데, 두 번은 사랑을 못하는지.’ 그 결론이 무엇인지는 주노가 살아가면서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 주노는 17세이고, 그녀의 곁에는 같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를 폴리가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주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연인 엘렌 페이지입니다. 뒷말을 낮게 끄는 그녀의 억양과 함께 이야기되는 유머들, 주노의 캐릭터에 딱 맞는 표정 연기. 해외의 평들을 빌릴 것도 없이 한마디로, 엘렌 페이지,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사랑스러워질 정도니까요.
(영화사의 홍보 문구대로) 104% 남다른 주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주노”. 나름 자신있게 , 104%의 재미를 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추천드립니다.
P.S 시사회를 양도해주신 DP의 用心棒님께 감사드립니다.
P.S2 국내 개봉일은 2월 21일입니다.
P.S3 "주노"가 알려지면서 부터 나오는 "제니,주노"와의 관련 이야기. 이 영화가 그 영화의 표절이라면, "화성침공"과 "인디펜던스데이" 류의 영화들은 모두 "우주전쟁"의 표절입니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잖아요.
[리뷰] 찰리 윌슨의 전쟁 (Charlie Wilson's War, 2007)
영화는 1980년대 소련의 침공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아프가니스탄과 그 아프가니스탄을 미국이 비밀리에 지원토록 해 결과적으로 소련을 아프가니스탄에서 몰아내게 한, 냉전 종식의 시작을 알리게 한 찰리 윌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특히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주인공 찰리 윌슨(톰 행크스 분)은 방탕한 생활을 즐기는 미국 하원 의원입니다. 그의 사무실은 예쁜 여비서들로 가득하고, 거액을 기부하는 기부자의 이름은 헛갈려도 기부자의 예쁜 딸의 이름은 정확히 기억합니다. 그녀보다 더 구미가 당기는 이가 등장하면 다시 금새 그녀의 이름은 머리 속에 지워지지만요. CIA 요원인 거스트 애브라코토스(필립 셰이무어 호프먼 분)는 영화에서도 나오는 ‘CIA 같지 않은’ 성격과 이민2세라는 태생적 요인으로 CIA 내에서, 그가 계속 완력으로 깨버리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유리벽에 부딪히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돈 많고, 섹시한 휴스턴의 반공주의자 조앤 헤링(쥴리아 로버츠 분). 이들과 이들을 연기하는 세 명의 오스카 주연상 수상자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나, 이 영화에 더 큰 재미를 주는 것은 분명 아론 소킨의 손에서 나온 각본입니다. 아론 소킨은 자신이 썼던 “웨스트윙”과 같은 요소를 이 영화에서 부여했습니다. 일종의 모순에서 오는 재미가 그것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움직이는, 완벽해야 할 것 같은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들이 각자 인간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 이 영화 속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을 크게 변화시킨 인물들 역시 각자의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일종의 아이러니와 함께 그들 역시 평범한 인간들이라는 동질감을 제공합니다. 평범한 인물들의 큰 이야기. 또한 각종 이권에 개입되고, 정치권에 있는 이들이 행동을 취하는 이유가 각자의 이해타산이 맞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풍자도 같습니다. 결국은 이때 아프가니스탄에 지원한 자금과 무기가 후에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존재를 낳아 총부리가 미국을 향하게 되었다는 것은 가장 큰 모순일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장황한 대사들로 정치 상황들을 이야기하는 그 특징 역시 이 영화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웨스트윙”보다는 눈이 덜 피로하긴 합니다.
미국 내의 모순을 드러내면서도 ‘그때부터 난 미국을 사랑하게 됐지’ 라는 대사 등을 통해 드러나는 미국에 대한 믿음 등은 사실, 미국 외의 입장에서는 조금은 불편한 모습일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미국이 세상을 바꿨다는 이야기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좋았지만, 결국에는 죽을 쒔죠.’라는, 영화 마지막 찰리 윌슨의 말을 이용해 그 당시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황까지 어우르는 풍자 등. 영화 전체에 흐르는 모순과 풍자의 그 재미는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보이기에 충분토록 합니다.
마지막으로, 기부자의 딸로 짧게 출연하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에밀리 블런트, 찰리 윌슨의 여성 보좌관 보니로 나오는 “마법에 걸린 사랑”의 에이미 아담스는 또 하나의 관심 요건이랄까요.(쿨럭;)
P.S 찰리 윌슨의 집무실을 보면 그가 여러 유명 정치 인사들과 찍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포레스트 검프”가 떠오르더군요.
P.S2 찰리 윌슨의 마약수사를 지휘했던 이가 루돌프 쥴리아니 前 뉴욕 시장이었다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몇 번이나 쥴리아니의 이름이 거론되지만, 자막에서는 쏙 빼먹은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히어링이 안되어 자막으로만 봐야해서 놓친 안타까운 부분들이 얼마나 많을지...
[리뷰]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 (The Orphanage, El Orfanato, 2007)
로라는 자신이 어릴 적 자랐던 고아원에 남편과 입양한, 불치병에 걸린 아들(본인은 모르는) 시몬과 함께 이사해 옵니다. 시몬은 이사 온 후, 보이지 않는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부모는 그런 시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로라는 이사한 집에서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몇 명 데려다가 키우려는 작은 소망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녀와 남편의 소망은 어떤 정체 모를 할머니의 등장과 자신이 입양되었고, 죽을 병에 걸렸다는 걸을 알아버린 아들 시몬. 그리고 이어지는 시몬의 실종으로 깨지게 됩니다. 그렇게 6개월, 9개월 시간이 흐르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시몬이 죽었다고 말하지만 로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들이 말하던 그 친구들의 정체에 대해 알아가게 됩니다.
영화의 초반에 설정해 놓은 이야기들을 보면 각각의 어떤 영화들이 금방금방 떠오를 정도로 상당히 익숙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진부하지는 않은데, 이는 영화가 외형적 표피로 이용하는 호러 요소의 적재적소의 활용을 통한 강약의 조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영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로라가 겪는 호기심과 두려움을 잘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음침한 느낌 가득한 영화의 분위기는 이를 잘 돕고 있으며,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키는 효과를 더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익숙함을 넘어설 그 이상의 특별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판의 미로”가 여러 신화적, 동화적 요소를 스페인 내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풀어냈다면, 이 “오퍼나지”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한 동화를 새롭게 변주해 낸 영화입니다. 그 과정에서 호러 영화라는 틀을 이용한 것이지요. “판의 미로”를 국내에서는 “해리포터” 류의 판타지로 홍보하는 바람에 아이들과 같이 극장을 찾았던 부모들을 경악시켰다는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이번 작의 홍보는 준수해보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에서 '판타지'라고 하면 고정관념 마냥 생각드는 것들이 있기에, 그런 점에서 본다면 약간 핀트가 어긋나보이기는 해도 말입니다.
전체적으로 “오퍼나지”는 나름 만족스러운 작품이기는 하지만, ‘길예르모 델 토로’의 이름에서 오는 기대감에는 조금은 못 미치는 모습입니다. 그만큼 이제 그의 네임 브랜드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자아낸다고 할 수 있을 (지난 연말 개봉했던) 우리영화 “헨젤과 그레텔” 보다는 훨씬 볼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두 감독(델 토로는 이번 영화에서 제작자이지만)이 외형적으로는 참 비슷한데...
P.S 시사회 양도해주신 DP의 sota 님께 감사드립니다.
P.S2 국내 개봉일은 2월 14일입니다.
[리뷰] 브릭 (Brick, 2005)
“브릭”은 브랜든이라는 탐정격 인물을 내세운 범죄 미스테리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범죄 느와르 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는데, 배후에 있는 모종의 인물, 정체를 알 수 없는 매혹적인 여성, 완력만 사용하는 거친 하수인과 히트맨 등의 캐릭터들, 점점 나아갈수록 꼬이고 커져가는 이야기 전개와 반전, 대사 등에서 그러한 면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이걸로 끝이었다면, 진부한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으나, 그 배경을 고등학교로 설정하면서 이야기는 확 달라집니다. 바바리 코트를 걸치고 있는 것이 어울릴 듯한 주인공 탐정은 코트 대신 낡은 자켓에 두 손을 푹 쑤셔넣은 채 돌아다니고, 학교라는 조직 내에서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존재는 교감입니다. 교감은 전에 그를 통해 교내에서 마약을 팔던 학생을 적발했고, 계속 그를 이용하려는 존재. 탐정격인 브랜든이 예전 여자 친구의 주변을 탐문하면서 묻는 것은 그녀가 요즘 ‘누구와 점심을 같이 먹느냐’인데, 느와르에서 등장하는 세력들을 점심을 같이 먹는 부류들로 변주한 것입니다. 학교 내에 마약을 배급하는 핀은 비밀스런 배후 인물답게 잔뜩 카리스마를 발휘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는 순간 그의 어머니가 제공하는 음료수를 먹고 있는 얌전한 신세로 비춰집니다. 거기다가 건배를 할 때 그의 잔에 담겨 있는 것은 하얀 우유. 이렇지만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마약 판매라는 범죄 행위이고, 살인까지 발생합니다.
영화는 이런 고등학교라는 배경의 변화라는 아이디어를 통해 장르의 성공적인 변주를 이루어내고, 그럼으로써 신선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브릭”은 이러한 변화로 재미를 추구하는 면이 큰 영화이지만, 영화 자체의 모양새 역시 좋은 영화이며 느와르의 배경을 고등학교로 옮겨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보인다는 점에서 어쩌면 교내 마약, 총기사건 등 현재의 미국 고등학교의 씁쓸한 단면을 드러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리뷰] 더 게임 (The Game, 2007)
영화는 뇌가 바꿔치기 당하고 그로 인해 젊은이가 노인의 몸을, 노인이 젊은이의 몸을 얻게 된다는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흥미로움은 희도와 노식이 몸이 바뀐 딱 그 시점까지만 유효합니다. 둘의 몸이 바뀐 후에 벌어지는 일들은 다분히 코메디적인데, 그로 인해 영화는 극초반을 통해 기대했던 긴장감은 떨어지게 되고 늘어지게 됩니다. 그저 바뀐 두 사람의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주기만 하며 러닝타임을 소비하던 이 영화는 그렇게 결말을 향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은 채 한국 스릴러의 고질적 문제점 중 하나인 반전에 모든 걸 맡기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결말의 반전이라는 것이 관객이 예상치 못한 그것이 아니라 당연히 배제했던 그 결말이라 전혀 감흥이 없습니다. 이것도 나름의 반전이라고 한다면 그저 허망할 뿐입니다. 거기에 더해 영화의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 어차피 이 영화의 소재가 비현실적인데, 굳이 그것을 설명하려는 모습이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그나마 이 실망 가득한, 허술한 (스릴러라는 말은 빼고 싶은) 스릴러 영화에서 약간이나마 만족을 얻을 수 있었던 부분은 예상 밖으로 은성 양이 많은 장면을 소화해냈다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쿨럭;)
[리뷰] 원스 어폰 어 타임 (Once Upon A Time, 2008)
‘독립군의 시대는 가고, 사기꾼의 시대가 왔다!’라는 메인헤드카피를 당당히 내세우고 있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이지만, 결국 이 영화의 귀결은 독립군의 이야기이고, 일제 치하의 이야기이며, 광복의 이야기입니다. 일제의 잔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원죄로 그 시대 배경을 다루는 데에 어려움이 많은 것은 인정하나, 그 배경을 계속 그리고 그저 민족주의 코드로만 남용하는 모습은 볼썽사납습니다. 포스터에서 보이기로는 이 영화는 마치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 “내셔널 트레져”를 꿈꾸는 듯 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에 더해, ‘동방의 등불’을 찾아나서고 그에 얽히는 모습들이 위의 영화들 같은 류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재미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기에 실망만 자아냅니다. 이 영화가 제공하는 재미라는 것은 그저 빨간 양말 양정팔스러운 캐릭터의 두 콤비가 주는 사소한 웃음 뿐.
영화 속에서 봉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오까네가 아리마센’이라고. 경제도 어렵고 그러다보니 관객들도 역시 ‘오까네가 아리마센’임에도 설날을 앞두고 있으니 먹힐 거라 생각했는지, 이렇게 시원찮은 코메디로 포장한 시즌용 민족주의 자극성 영화를 통해 관객들 돈 뜯어내려고 생각한 영화계 제작자들은 정말 대가리 박고 ‘스미마셍’ 해야 됩니다. 아, 조금은 덜 박으셔도 되요.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같은 주에 개봉한 “라듸오 데이즈” 보다야 그나마 작은 웃음이나마 준다는 점에서 조금은 나으니까요.
P.S 역시 영화는 그 감독을 보면 대충 답이 나옵니다.
[리뷰] 명장 (The Warlords, 2007)
힘든 전투 끝에 그들은 점차 큰 세를 이루지만 나아갈수록 그들의 이상에도 차이가 발생하고, 그로 인한 갈등은 피로 맺었던 형제의 의까지 져버릴 지경에까지 이릅니다. 영화는 이런 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연걸, 유덕화, 금성무로 이어지는 캐스팅도 눈에 띄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전투 장면입니다. 그간에 중국의 이런 류의 시대극에서는 와이어를 이용한 화려한 액션이 주를 이루었지만, “명장”은 전장의 그대로를 보여주려 합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산’군이 첫 승리를 거두는 서성 전투인데, 마치 “브레이브 하트” +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연상시키는 이 전투는 중국 영화에서만 가능할 수 있는 대량의 인원동원으로 그 스케일을 한껏 더 배가시키며 전장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듯 과감하고 처참한 전투의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이런 전투를 계속 거치며 승리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의 눈에서 보이는 것은 승리자의 그것이 아니라 패배자의 절망과 후회입니다.
영화의 시작에도 나왔지만, 이 때의 혼란으로 2차 세계대전 사망자보다도 많은 7000만명이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런 가혹한 현실에서 승리는 말 그대로의 올곧은 승리일리 없을 것이며, 이상이란 그런 혼란한 현실에서 부질없는 허상일 것입니다. “명장”은 그런 아픔을 묵묵히 그리고 때로는 잔인하게 담아내는 전투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입니다.
[리뷰] 라듸오 데이즈 (2007)
이처럼 영화는 7명의 인물들이 모여 발생하는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그 인물들의 캐릭터 중 인상적인 인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영화의 주연인 류승범이 맡은 ‘로이드’는 안타깝게도 가장 그러한데(주연이어서 더더욱), 광고에 한량스럽다느니 하는 등 유쾌하고 가벼운 캐릭터일 듯 했던 ‘로이드’는 그러한 성격은 물론이고 그와 다른 캐릭터성도 딱히 드러나지 않는 전혀 색깔 없는 캐릭터로 나옵니다. 어디 하나 딱히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는 것에 이어서, 영화의 내용 역시 어딘가 몰입을 할 부분이 없습니다. 극의 굴곡 없이 평탄한 이 영화는 그렇게 끊임없이 지루함을 유발시킬 뿐입니다.
또한, 이 영화의 장르인 코메디에서도 함량 이하입니다. 캐릭터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니 그들을 통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계가 있고, 현시대의 드라마 내용을 그 시대에 등장시키는 요소도 처음 이후로는 그저 시큰둥할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엔딩을 결정도 못하고 계속 바뀌는 극에 고민하는 작가의 캐릭터로 인해 현시대 드라마 제작 형태를 은유하는 모습만 더 크게 눈에 띕니다. 코메디 영화로 앞이든 뒤든 웃음을 줘야 하는데, 영화는 어디서 웃으라는건지를 뭐를 황당함을 선사하기에 이릅니다.
그렇게 영화는 진행되어 끝을 향해 가고, 일제는 로이드에게 드라마의 내용을 학도군 자원을 부추기게 하는 내용으로 끝내라고 지시하지만 로이드는 이에 크게 반발합니다. 이 장면을 통해서 이 영화의 가장 큰 제작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그간의 로이드 캐릭터로는 그가 이런 모습을 모이기에는 참 애매하거든요. 청진기대보면 진단이 나온다고, 이 영화는 설을 앞두고 있는 시기에 코메디물이 흔히 말하듯 먹히기에 충분하니 그것으로 정하고, 일제 치하를 배경으로 해서 그를 통한 약간의 민족성을 자극해보자는 그 생각만으로 제작된 안일한 영화입니다. 어떤 것 하나 제대로 통하지가 않아서 더 문제지만 말입니다. 한국 영화 힘들다고 하죠? 그런데 아직 그렇게 많이 안 힘든가봐요. 아직도 이렇게 얼렁뚱땅 만들어서 극장에 거는 것 보면 말입니다.
[리뷰] 추격자 (2008)
지난 해 한국영화에는 스릴러 장르의 붐이 일었습니다. “리턴”, “검은집”, “세븐데이즈”, “우리동네”, “가면” 등. 그리고 올해의 “무방비도시”까지. 많은 스릴러 장르의 영화들이 만들어졌지만, 사실 호응을 얻었던 것은 “세븐데이즈”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 “추격자”는 어떨까요?
“추격자”는 처음부터 범인이 지영민이란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는 “우리 동네”와 비슷할 수 있지만, “우리 동네”를 포함한 영화들이 그러했던 것과 같은 과거에 얽힌 비밀은 없습니다. 영화는 현실만을 직시합니다. 과거를 동반해서 각각의 인물들에 동기를 부여하고,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범인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려하지 않습니다. 영민은 그저 연쇄살인범일 뿐이지 그의 범행 동기나 그를 그렇게 만든 과거의 일,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가 않다는 것이지요.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인 살인범. 그게 지영민의 전부입니다.
그런 영민에 비해 영화는 적어도 중호는 전직 경찰이라는 것은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그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관객도 영민보다는 중호에게 집중하기 조금은 더 수월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그는 선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인물인지라 관객이 그런 캐릭터를 접할 때 일종의 심리적 거리감이 들게 됩니다. “세븐 데이즈”의 비리 형사 김성열이 유머러스한 대사와 능글맞은 태도로 그 거리감을 극복했다면 중호는 어둡고 거친 캐릭터는 그대로 두고, 외적인 문제를 통해 그를 해결합니다. 무능력해보이기까지 하는 경찰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권력 앞에서 비굴해지고, 지영민의 말 한마디에 놀아나고 책임을 회피하는 공권력의 모습은 실망감으로 다가오고, 그에 반해 끊임없이 돌진하는 저돌적 중호의 캐릭터는 관객의 마음 속 벽을 허물고 다가옵니다. 그에 더해 미진의 딸과의 만남은 그에게서 약간의 선한 면도 드러내 보이면서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는 캐릭터로 다시금 그려지게 합니다. 처음에는 외부적인 다른 장치를 통해서였다면 나아가면서 그에 더해 캐릭터의 성격으로도 관객들을 끌어 당기는 것입니다. 일종의 안티 히어로 같은 모습이랄까요.
이 영화의 매력은 중호의 캐릭터의 특성과 같은 지점에서 나옵니다. 저돌성. 흐지부지하고 걸리적거리는 내용 없이 오로지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위에도 언급했던 지리한 과거의 설명도 없고, 마치 그것이 영화의 모든 것인 양 목숨 거는 반전도 없습니다. 그저 나아갈 뿐입니다. 그 저돌적인 시원함 속에서 중호가 가진 그 팽팽한 긴장감처럼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최대 매력이자 미덕입니다.
거기에 더해, 이 영화 속 배우들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중호를 연기한 김윤석은 이미 “타짜”에서 적은 분량이었지만 악독한 카리스마로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번 “추격자”에서 그는 영화 내내 “타짜” 아귀 이상의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또한, 그와 대척점에 위치한 하정우 역시 지영민이라는 연쇄살인범 캐릭터를 훌륭히 표현해 내었습니다. “추격자”는 근래의 한국 영화 중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눈부시게 빛난 작품일 것입니다.
강하게 밀어붙이던 영화인지라 그에 비해 마지막 결론이 조금 약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매력은 이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합니다. “추격자”는 한국 스릴러 영화에 한 방점을 찍은, 나아가 근래의 전체 한국영화에서도 큰 인상을 주는 작품임에 분명해 보입니다. 무시무시한 장편 데뷔작을 내놓은 나홍진 감독의 이후가 벌써부터 무척 기대가 됩니다.
P.S 정식 개봉일은 2월 14일입니다.
[리뷰] 댄 인 리얼 라이프 (Dan In Real Life, 2007)
그런 불만을 가진 딸들을 데리고, 1년에 한번 있는 가족 휴가지를 찾는 댄. 딸들과의 갈등 때문에 잠시 머리를 식히는 차 심부름 나온 서점에서 그는 마리(쥴리엣 비노쉬 분)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그녀에 대해 가족에게 이야기하자, 가족들은 호들갑을 떱니다. 부인과의 사별 후에 혼자 지내던 댄에게 경사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웬걸, 동생이 새로 사귄 여자 친구라고 소개하는 그녀가 글쎄, 마리입니다.
영화는 이 당혹스런 상황을 그린 로맨틱 코메디 물입니다. 동생의 여자 친구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마음먹으려 하지만, 댄은 계속 그녀에게 끌립니다. 댄과 마리의 이 지속되는 관계는 사실 조금은 진부한 편입니다. 하지만 진부는 할지언정,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스티브 카렐 특유의 진지한 듯 하면서도 그 속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연기와 영화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효과들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족이라는 말이 나와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는 헐리우드 특유의 가족주의가 깊게 내포되어 있습니다. 번즈 가족들이 매년 하는 것이라지만, 단란한 가족 학예회 모습이나 남자,여자 편나누어 게임을 하며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 댄의 딸들과의 갈등과 그 속에서 서로 이해해 나가는 모습. 마지막 댄과 함께 세 딸이 마리를 찾아나서는 모습 등은 그것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엄마의 부재로 이 빠진 댄의 가족이 마리를 통해서 그 빈자리를 메꾸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서 갈등은 술술 풀린다는 전형적인 헐리우드식 결말입니다. 즉, 로맨틱 코메디 + 가족 코메디랄까요.
“댄 인 리얼 라이프”는 이런 가족주의적 내용의 진부함과 그에 따른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만 아니라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로맨틱 코메디 물입니다. 말 그대로 딱 무난한, 좋지도 그렇다고 나쁜 편도 아닌 영화라고 할까요.
P.S 모니터 시사회를 통해서 봤는데, 국내에는 3월 개봉 예정이라고 합니다. 화이트데이를 겨냥하는 듯 한데, 위에도 적었듯이 댄과 마리의 로맨스도 있긴 하지만, 가족주의적 냄새가 좀 강하네요. 그리고 국내개봉명도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리뷰]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A Man Who Was Superman, 2008)
말아톤은 정윤철 감독의 데뷔작으로 관객 520만을 동원하며서, 흥행에 성공했고, 차기작 "좋지아니한가"는 그에 실패했습니다. "좋지아니한가"의 흥행은 저조했습니다만,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의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다른 면에서는 "말아톤"보다도 더 만족을 얻었던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번작이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영화 "슈퍼맨"은 바로 전작인 "좋지아니한가"보다는 "말아톤" 쪽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좋지아니한가"의 실패로 인해 전에 흥행했던 류의 감동적 소재와 주제를 선택한 듯 합니다. 그런 주제를 위해 자신을 슈퍼맨이라고 믿는 황정민(슈퍼맨 역)과 그런 그를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PD 전지현(송수정)을 등장시킵니다.
영화의 주제는 처음부터 명확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남을 도울 수 있는 힘이 있고, 그러니 도와야한다.' 슈퍼맨(황정민)은 말 그대로 아무 이유없이 (때론 미친 사람마냥) 사람들을 돕고, 지구온난화를 걱정합니다. 송수정은 그런 그에게 관심을 드러내지요. 좋은 취재거리니까요. 슈퍼맨을 맡은 황정민의 기행(?)은 웃음을 자아내는데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한몫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런 그의 행동의 뒤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보는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배경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영화는 계속 그의 기행을 비춰줍니다. 그 과정에서 송수정은 점차 그에게 관심을 넘어서 동화가 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송수정이란 인물은 어쩌면 관객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슈퍼맨을 보고 호기심이 동하고, 그에 대해 궁금해 하는. 관객은 여전히 슈퍼맨에 대해 궁금해하고, 계속되는 그의 기행에 오히려, 슈퍼맨인가 뭔가 정말 미친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는데 비해 송수정은 반대로 그를 이해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캐릭터가 그런 방향으로 관객을 이끌어나간다면야 좋은 모습이겠지만,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듭니다. 그녀가 동화되는 과정에 전혀 동감이 안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일종의 괴리가 발생합니다.
슈퍼맨의 드러나는 과거 역시, 지극히 신파적이고 그래서 싱겁기까지 합니다만 어찌보면 쉽게 먹힐 수 있는 소재로도 보입니다. 그렇지만, 역시 단순히 그 이유로만으로는 약했다는 판단이었는지(..예, 좀 그렇고 뻔하긴 합니다.) 슈퍼맨의 과거를 또 하나 더 드러냅니다. 머리 속에 박혀있던 클립토나이트의 정체를 말이죠. 우리정치/사회사의 아픈 사건을 드러냈는데, 사실 좀 뜬금없습니다. 현재의 한국영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감독들이 이전 세대의 감독들보다도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영화 속에서 더 드러내고 또한 절충해가는 과정에서의 고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습니다만, 이번 작품에서의 그 의도는 오히려 영화에 방해되는 요소로 작용한 듯 싶습니다.
송수정 역을 맡은 전지현은 여전히 발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 똑같은 모습입니다. 감독 역시 그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영화가 진행될 수록 그녀의 대사보다는 표정 쪽에 주안을 두는 모습을 보입니다. 주종목이니까요. 황정민도 처음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이나, 슈퍼맨의 반복되는 행위에, 나아가 신파적인 요소까지 추가되면서 캐릭터 자체에서 부담스러움이 묻어납니다. 더불어 당연히 그의 연기도 점차 힘을 잃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드라마류에 있어서는 마지막 클라이막스도 또 하나의 관건일 것입니다. "말아톤" 역시 그러했구요. 초원이가 미소를 지었던 것처럼 자신의 임무를 완수한 슈퍼맨도 미소를 짓습니다만, 그것을 있게 한 감정의 울림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슈퍼맨"에서는 클라이막스에 버금가는 그 이상의 감정의 고조를 너무 앞서서 남발한 듯 싶습니다. 아니면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위치한 그 감정이 너무 얕았던지요. 어떤 이유였던지 정작 가장 큰 울림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그것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무대인사에서 정윤철 감독이 말하기를, 극장개봉판에는 에필로그가 조금 더 추가될 것이고 그를 통해서 더 감동을 자아낼 것이라고는 합니다만 에필로그에서의 추가만으로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과 감정이 얼마나 더 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좋지 아니한가"를 통해서 정윤철 감독의 신작을 기대했던 저에게는 다분히 실망이었고, 또한 "말아톤"에 비한다하더도 역시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2008/01/24 - [잡동사니] -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시사회에서 생긴 일
[리뷰] 클로버필드 (Cloverfield, 2008)
결론부터 말하자면 "클로버필드"는 낚시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_-) 이런 표정으로, 뭐냐? 라고 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이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기존의 몬스터 영화들에서처럼 괴물의 발생 및 정체,최후 등을 기대하신다면 "클로버필드"는 낚시 영화 자체일 테니까요. 반면에 이 영화가 의도한 것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게 습격당한 도시의 생존자로서의 그 느낌을 '체험'하는데 순응하신다면, 그 보상을 충분히 해주는 영화입니다.(많은 호기심을 자아냈던 괴물도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나중에는 제대로 보여줍니다.)
영화는 시사회 직후부터 각종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유튜브 세대를 위한 재난물이라는 말이 어쩌면 가장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영화 초반부에도 베스가 이야기하지만, "이거 찍어서 인터넷에 올릴거지?" 같은 말들에서도 그것은 드러나구요. 기존에 공개된 정보처럼 영화는 캠코터로 촬영된 듯한 영상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영화는 파나소닉 HD 캠코더로 촬여되었습니다. 중간중간 CG를 위해서 고해상도의 다른 카메라가 사용되긴 했지만) 마치 아마츄어가 찍은 듯( 영화 속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정신없이 흔들리고, 줌인-줌아웃에서 초점이 안맞는 모습 등... 지난해부터 큰 화두로 주목되던 UCC를 연상케 하거든요. 그것을 통해서 영화는 재난의 한가운데 있는듯한 생생한 느낌을 제공해줍니다. 긴장감을 능수능란하게 조절하는 감독의 연출력도 눈에 띄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이 촬영기법일 것입니다.
이런 '재난의 체험'에 있어서 또 하나의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영화의 사운드입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느껴지는 묵직한 중저음. 거의 영화 내내 이어지는 효과적인 사운드는 심리적으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진주 엠비씨네에서는 SDDS로 상영한다니, 근처분들은 찾아가 보심이..)
영화가 쫓는 대상이 몬스터에 의해 피해를 입은 개인들이라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의 "괴물"과 연관지을 수도 있습니다만(중간에 "괴물"을 연상케하는 장면이 나오기는 합니다.) 두 영화는 몬스터 영화라는 소재 외에는 다른 영화입니다. "괴물"이 한 가족의 괴물에 대한 대항을 외부의 시선으로 그렸다면, "클로버필드"는 괴물에게 피해를 입은 개인들을 그들의 시점에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낚시라고 생각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했던 괴물의 정체나 최후 등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그렇구요.
어떤 매체들에서는 이 영화가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에게 심어진 무차별테러에 대한 잠재적 불안감을 다시 떠올리게 하면서 공화당 부시 정부의 정책에 동조하는 건 아니냐고 하지만 이전의 몬스터 영화들이 미소 냉전관계에서 오는 핵폭탄에 대한 불안감, 미국내 불안요소들의 표출이었다는 점을 봤을때, 영화가 제작되는 당시의 시대상황 요건이 그저 반영되어졌다고 봅니다. 시대와 그 때 만들어지는 영화는 때어놓을수 없는 관계고, 9.11 이전이든 이후이든 아마 어떤 식으로든 사회와의 연관성을 찾았을 테니까요.
"클로버필드"를 통해서 그냥 영화 속 재난의 한 가운데에서 그 상황이 주는 스릴과 공포를 접하세요.그뿐입니다. 그리고 괴물의 최후가 드러나지 않는,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를 통한 J.J.에이브럼스의 떡밥에 다시 한번 낚여보자구요.
P.S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의 내용은 이것이라고 합니다. 스포일러이므로 접습니다.
2008/01/20 - [Movie/News] - 감독이 밝힌 "클로버필드" 후속작 관련 이야기!
2008/01/14 - [Movie/News] - "클로버필드", 새로운 TV 스팟 공개!
2008/01/11 - [Movie/News] - "클로버필드", 새로운 TV 스팟 및 그 속의 괴물의 모습
[리뷰] 잠수종과 나비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2007)
프랑스 '엘르'의 편집장인 쟝-도는 어느날 뇌출혈로 쓰러지고, 한참 후에야 병원에서 깨어납니다. 의식을 차린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왼쪽 눈만 깜박이는 일입니다. 카메라는 그런 쟝-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런 무언가 갑갑한 시선은 그가 처한 상황을 체험해보는 느낌을 들게 하며, 그와의 일체감을 들게 합니다. 그가 그안에서 하는 혼자말(세상은 들을 수 없으니)을 들으며 웃는 것은 그런 일체감에서 오는 것입니다. 내가 저 상황이더라도 저럴 것이다 라는.. 그가 던지는 말들과 후에 나오는 회상 장면들을 통해서 그가 밝고, 나름 유머러스한 사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그가 지금의 상황에 더욱더 절망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는 사람도 그렇구요. 어떤 사람이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마찬가지일테지만요. 그는 '대체 이런 모습으로 살아서 뭐하냐고'고 외치며, 차라리 죽음을 바랍니다. 그렇게 그는 스스로 침잠해갑니다. 잠수복 안에 갖혀 움직일 수 없는 그의 상상 속 모습은 그의 신체적인 상태를 반영함과 동시에 그의 정서적 상태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뻔 한 쟝-도는 언어치료사의 도움과 자신의 상상력에 다가가게 되면서, 마음을 바꾸게 됩니다. 자신의 상상력의 자유로움은 그에게 새로운 삶에 대한 의욕을 돋게 만듭니다. 왼쪽 눈을 깜박거려 알파벳을 하나하나 맞춤으로써, 어렵게나마 세상과 소통하던 그는 책을 쓰기로 결심합니다. 거대하고 단단한 빙벽이 허물어지듯이, 그의 마음은 그렇게 변해가고 상상 속 나비를 떠올리며 그 과정을 통해서 잠수복에서 벗어나 아름답고 자유로운 나비가 되는 자신을 꿈꿉니다. 쟝-도가 상심한체 자기안에 자신을 가둘때의 카메라가 쟝-도의 1인칭 시선이었다면, 자신의 상상력에 대해 깨닫고, 나비를 꿈꾸면서 카메라의 시선은 점차 3인칭 시점도 사용합니다.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쟝-도지만("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누아르티에와 자신을 동일시여기고, 그래서 여전히 1인칭 시점이 종종 사용되지만), 3인칭 시점의 사용은 그의 마음가짐과 시도을 통해서 그가 자기자신안에만 갖혀있지 않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영화는 쟝-도의 그런 모습과 쟝-도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쟝-도의 상상과 회상들을 찬찬히 보여줍니다. 쟝-도의 아이들과 (쟝-도와 결혼은 안한) 아이들의 엄마 셀린느, 그리고 그의 다른 여인 이네스를 통해서 사랑하는 이의 안쓰러움도 지켜주는 사랑과, 차마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좋은 모습만 기억하기를 원하는 사랑을 보여주고, 쟝-도의 아버지를 통해서 부정을 느끼게 합니다. 이런 모습들과 그의 상상, 회상을 쟝-도는 계속 구술해나갑니다.
영화는 쟝-도의 온몸이 마비된, 한 연약한 존재의 고되고, 그래서 위대하리만치 힘든 노력과 의지를 통해서 인간 삶의 존엄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대체 이런 모습으로 살아서 뭐하냐'라고 생각할 상태라도 인간으로서의 현재 삶에는 다 의미가 있고, 그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목표가 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어쩌면 무거운 주제일 수 도 있지만, 아니, 당연히 무거운 주제이지만 영화는 쟝-도를 위와 같이 조명하면서 그런 주제를 찬찬히 그리고 깊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주연을 맡은 매튜 아말릭의 훌륭한 연기와 그의 주변에 자리한 다른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이에 한 몫을 합니다.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감동이 아닌, 찬찬히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크게 번지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 "잠수종과 나비"입니다.
P.S 시사회를 양도해주신 DP의 원,님께 감사드립니다
P.S2 국내 정식개봉일은 2월 14일인데, 씨네큐브에서는 한 주 먼저인 2월 6일 개봉한다고 합니다.
[리뷰] 퍼 (Fur: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 2006)
디앤 아버스. 사실 저는 모르는 이름입니다. 그것도 모르냐? 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지만, 사진예술에 관심이 있지 않은 바에야... 그러면서도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니콜 키드먼 때문이라고 밝혀둡니다. 팜플렛에 있는 정보를 토대로 적자면 디앤 아버스 그녀는 기이하고, 괴상한 주제들을 찾아다니며 앵글에 담았고, 그녀의 그런 사진은 20세기 서양 사진예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디앤은 모피상인 부모님을 두고 있고, 부모님의 모피 광고 및 다른 광고사진들을 찍는 사진작가 남편의 조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생활은 겉으로는 만족한듯 보이지만, 베란다에서 옷을 벗는 노출을 하는 등 그녀는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Fur. 모피, 털은 영화 속에서 그리는 그녀의 모습을 나타내는 단어 자체입니다. 모피는 그녀의 현재 삶을 싸고 있는 외피로, 그녀가 벗어나고 싶은 삶이지만, 또 다른 뜻 털은 그녀가 라이오넬에게 이끌리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온 몸이 털에 덮힌 다모증을 앓고 있는 라이오넬을 보고 그녀는 첫눈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점차 그에게 이끌리게 됩니다. 그의 털 아래 숨겨져 있는 진짜 그의 모습. 내면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있었기에, 아마 독특한 사진예술을 펼쳐 보일 수 있었겠지요.
영화는 이런 의미두기에는 능숙하나 그 이야기를 푸는것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녀가 라이오넬에게 빠져들고 사랑에까지 이르게 되는 감정의 흐름이 추상적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찌됏든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스런 두 딸의 어머니로서의 그녀의 행동들을 예술가적 자질에 눈을 떠가는 위대한 예술가의 모습을 그리기 위한 과정으로, 그 과정 속 로맨스로 바라보는 모습은 참 불편합니다. 아버스가 라이오넬 덕으로 특이하고 괴상한 비주류의 사람들을 만나가고 알아가는 과정도 그 소재에 비해서 극적 효과를 내지는 못하구요.
최근의 "황금 나침반"에서의 다소 실망적인(원작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분량이 적었던 것도 한 요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 작을 통해서 니콜 키드먼의 이름에 맞는 연기를 본 것은 만족스러웠으나, 그 외에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영화였습니다. 라이오넬이 벗은 모습을 보았을때 왜 츄바카가 생각났을까요? 아마 저는 그 전 어느 순간부터 이 영화에서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나봅니다.
[리뷰] 뜨거운 것이 좋아 (2007)
영화는 감독의 전작인 "싱글즈"에서도 그렇지만, 여성들의 삶이란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갑니다.(뭐, 남자인 제가 뭘 알겠냐만은..) 하지만, 중심이 되는 아미의 이야기는 전작 "싱글즈"의 판박이입니다. 그녀의 고민과 마지막 선택, 결정까지 말이죠. 4년이나 지났지만 똑같은 갈등과 똑같은 고민, 똑같은 마무리. 마무리에 있어서의 유사함은 "싱글즈"의 같은 대사를 단어만 바꿔서 넣는 것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영화에서 이런 데자뷰 현상을 느낄 필요는 없잖아요. 오마쥬라고 한다면 뭐라 할말 없지만 말입니다. 이야기 전체에 대한 오마쥬인지.. 우리사회가 여전히 그러한 갈등을 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같은 이야기라도 다른 식으로 풀어내고 마무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임에도 전작과 똑같은 코드를 구사하며 그 이상을 시도조차 않은 영화는 그저 실망감으로 다가옵니다. 거기에 더해 "싱글즈"에서도 그녀들의 마지막 결정에 개인적으로 짜증을 좀 내던 부류인지라, 이번에도 여전히 아미의 결정에는 마찬가지의 이유의 짜증이..
젓가락질 잘해야 밥 잘먹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때때로 그것에 맞추기를 원하고 그게 나은 것일수도 있다는 점을 점차 살아가면 깨닫는 때에 그녀의 선택은 말그대로 누군가가 바라는 판타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싱글즈" 때와 같이요.
이처럼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는 "싱글즈"라는 틀을 그대로 갖고와 김민희를 그곳에 끼워맞춘 영화 같았습니다. 여타 이미 다른 매체 등에서 이야기가 나왔듯이 그녀의 '호연'은 눈에 띄지만요.
[리뷰]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 (Aliens Vs. Predator: Requiem, 2007)
전작은 흥행면에서는 기존의 시리즈들보다야 성공했지만, 사람들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스토리야 별 기대 안하는 측면이고,(평론가들에게야 아니었지만) 팬들에게의 문제는 폭력신과 고어신이었습니다. PG-13등급이었던 영화는 팬들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주지 못했지요. 그래서인지 이번 작에서는 R등급으로, 그런 전작의 아쉬움을 달래주려는 듯 합니다.
영화는 전작의 마지막에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죽은 프레데터의 시체에 체스트버스터가 뛰쳐 나오면서 시작됩니다. 이 녀석이 이번 작품에서 처음 나오는 프레데리언이라는 놈입니다. 우주선은 이 녀석을 발견한 프레데터의 어처구니 없는 미스로 잘 날다가 다시 좀 전에 떠나온 지구로 추락합니다.
사실 이 영화가 R등급이긴 하지만, 흔히 인식하는 R등급 정도의 폭력신이나 고어 장면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아마도, 아이나 산모까지 공격하는 장면때문에 그런 등급을 받은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이 두 종족이 격돌하는 전투씬은 어떨까요?...실망에 가깝습니다. 몇몇 장면은 너무 어두워서 얘네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누가 누군지 구분도 안되는 막싸움이며, 둘이 가진 무게감에 부합하는 액션을 전혀 선보이지 못합니다. 긴장감 전혀 없는 싸움에 프레데터는 뻔질나게 적외선, 열감지를 해대는데, 그것도 적당히 해야지 제발 그걸로 좀 제대로 잡아봐라!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할까요.
위에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에 그다지 기대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이건 좀 너무합니다. 뭐, 괜시리 있어보이려는 듯 '이라크 파견에서 갓 돌아온' 듯한 군인인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에게 표현을 잘 못하는 딸, 그리고 '정부는 우리를 속이지 않아요!' 라는 낯부끄러운 대사 등을 통해서 현시대 미국인들이 느끼는 미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그런게 아니니까요. 사실 어울리지도 않아요. 거기다가 마지막 마무리는... 대체 뭐하러 이 영화를 시작했는지 이해가 할 수 없는 방향인지라 대략 어처구니가 소멸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김구라 톤으로 '이건 뭐야?'... 처음에는 이 두 종족이 떨어진 마을의 사람들이 불쌍했지만, 마지막에는 마을 사람들에 더해 하필 지구에, 그 중에서도 미국에 떨어진 이 자칭타칭 우주최강종족들이 불쌍하더군요.
이 영화가 DVD로 직행하지 않은게 다 신기합니다. 거기다가 마지막에는 3편까지 예고를 하는데... 제발 좀 그만해요.
[리뷰]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
“스위니 토드”는 한 남자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벤자민 바커. 아름다운 부인과 딸을 가진 행복한, 그리고 순진했던 사내. 그의 아름다운 부인에 흑심을 품은 터핀 판사에 의해 그는 억욱할 누명을 쓰고, 저 멀리 오스트레일리아 감옥에 갖히게 됩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후, 가까스로 감옥을 탈출해 다시 런던 땅을 밟은 그의 눈에 보인 런던은 익숙한 거리지만 온갖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암흑의 도시입니다. 벤자민 바커는 스위니 토드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가리고, 복수의 칼날을 세웁니다.
스위니 토드의 이야기는 원래 160명을 살해했다는 연쇄살인범의 실화인지 허구인지 모를 이야기였으나, 후에 연극으로 만들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복수의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스티븐 손더하임이 그 연극의 줄거리를 뮤지컬로 만든 것이구요. 행복했던 한때, 악한 이들에 의해 행복이 깨지고, 그에 이어지는 억울한 감금과 고통. 그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고 행하는 한 사내. 무엇인가가 떠오르지요? 아마 처음 연극으로 이 이야기를 만든 극작가 크리스토퍼 본드는 알렉상드로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에서 그 모티브를 따오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랑하던 여자와 생이별을 하게 되는 에드몽 당테스/몬테크리스토 백작과 벤자민 바커/스위니 토드. 남의 여자를 탐하고, 질투하고 결국은 한 사내를 세상의 밑바닥까지 떨어뜨리고 마는 페르낭, 당글라르, 빌포르와 터핀 판사. 이러한 억울한 누명과 그에서의 탈출, 복수의 이야기는 “몬테크리스토 백작” 이후로 수없이 재생산되었지만 그 복수라는 강렬한 주제는 여전히 보는 이들에게 큰 인상을 남깁니다. “스위니 토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는 스위니 토드의 모습과 그를 연쇄살인범으로 만든, 비극을 방치하고 조롱으로 삼았던 사회적 무관심, 인육파이라는 또 다른 자극적 소재 및 언제나 억압받던 '아래층' 피지배계급이 '윗층' 지배계급에 칼날을 들이대고 나아가 먹어버리는 사회 전복적인 발상, 복수의 끝에서 다다르게 되는 비극적 결말까지. “스위니 토드”의 이야기는 복수라는 그 소재 자체를 넘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합니다.
감독 팀 버튼과 촬영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그들은 필름느와르와 흑백영화, 더불어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고전호러영화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그런 성향은 영화에 잘 드러납니다. 흑백영화 같이 제한된 색의 표현과 어두운 톤. 그로 인해 더욱더 강하게 다가오는 암울한 영화의 분위기. 잔혹하고 비극적인 스위니 토드의 이야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모습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스크린 위에 뿜어지는 붉은 피는 어느 때보다 더욱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소재를 살리는 영화의 분위기에 또 한몫하는 것이 스위니 토드 역의 조니 뎁과 러빗 부인 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의 모습입니다. 눈밑 가득한 다크 써클과 초췌해져 보이는 모습은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입니다. 영화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위에도 언급되었던, 감독의 취향과 의도 역시 한 몫 한 듯 싶습니다. 고전 흑백 영화에서는 여자 배우들 뿐만 아니라, 남자 배우들 역시 눈 주위와 눈 밑은 짙에 화장을 했었습니다. 당시의 여성의 미의 기준이 다크 써클이 짙은, 그리고 초췌해져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지만 그것을 넘어서 연극이나 영화에서는 얼굴의 입체감을 살리고, 표정의 강조 및 그를 통해 감정의 표현을 돋보이게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화장 속, 스위니 토드의 눈에 가득한 복수의 집념은 더욱 더 확고하게 드러납니다. 모든 것을 잃고, 증오와 분노가 가득한 그런 모습 말입니다.
영화 "배트맨"을 연출했을 때, 팀 버튼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새롭고 독창적인 작품이었고, 이전의 것을 그대로 베끼는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작품 전체의 어떤 분위기가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졌다고 봅니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사실 그것을 원하지 않을까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스티븐 손더하임의 "스위니 토드"가 아니라 팀 버튼의 "스위니 토드"가 스크린에 가득했으니까요. 그게 핵심입니다.
큰 성공을 거둔 뮤지컬이 원작이기에 영화 속 노래들에 대해서는 뭐라 흠 잡을 데가 없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암울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중간중간, 예를 들어 피델리의 장면 같은 부분은 살짝살짝 웃음을 주면서 과도할 수 있는 긴장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피델리의 캐스팅이 굉장히 만족스러운데, 샤차 바론 코헨이 맡은 이 이발사는 이탈리아 억양을 흉내내는데, 그 모습이 마치 “보랏...”에서의 ‘My name is Borat.'을 말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더욱더 웃음을 자아냅니다. 소시적에 밴드의 기타리스트를 한 것은 알았지만, 스위니 토드 역의 조니 뎁의 노래 솜씨도 기대 이상의 훌륭한 모습입니다. 캐릭터의 성격을 표출하는데 있어서, 그 캐릭터의 비쥬얼에 큰 성패가 달렸다고 믿는 조니 뎁. 뮤지컬 영화로서 캐릭터의 노래를 통해 그것을 드러내는 것 역시 중요한데, 그에 있어서 조니 뎁은 성공적입니다. 영화속 스위니 토드의 모습과 그의 노래, 말투가 갖는 힘은 대단합니다. 거기에 더해 조니 뎁의 팬이라면 그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정도랄까요.
위의 내용에서 느끼실 수 있듯이 저에게 영화 “스위니 토드”는 크게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팀 버튼 감독과 조니 뎁의 팬으로서 그들의 여섯 번째 만남에 큰 기대를 품었고,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준 영화이기도 했구요. 하지만, 감독인 팀 버튼이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R등급 뮤지컬’입니다. 칼날의 움직임에 따라 솓구치는 선혈의 낭자함과 살인 장면은 그런 류의 영화를 꺼리는 분들에게는 분명히 큰 감점 요소일 것입니다. 뮤지컬 영화에 일종의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들도 상당수이구요. 국내의 보편적인 관객의 성향으로 볼 때 큰 흥행을 거두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뭐, 사실 기존의 팀 버튼 감독의 영화도 국내에서 그다지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요.) 하지만, 그런 잔인함 등에 대해서만 극복한다면 이 영화는 분명 큰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입니다. 그런데에 여의치 않는 분들이시라면 더욱 큰 만족을 얻으실테구요. 다분히 개인적인 감상의 결론은 결국 팀 버튼, 조니 뎁. 만세입니다. 혹시라도 이 영화가 메가박스 M관에 걸린다면 재감상 들어갑니다. 하긴, 그 여부를 떠나서라도 시사회로 본 것이 필름 버전이었기 때문에 디지털 상영으로 다시 한번 더 볼 것 같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확인해보니 메가박스에서는 M관은 물론, 2관에서도 밀려버렸네요. 결국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즐겨찾는 용산CGV에서 디지털 상영으로의 재감상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용산CGV에 개봉날에는 디지털 상영은 안 걸리는군요. 다시 메가박스로 급선회해야겠습니다.
'You sir, how about a shave?'
P.S 필름 상영으로 시사회를 보고, 오늘 디지털 상영으로 재관람하였기에 추가로 말씀드리면 가능하시다면 (당연히) 디지털 상영으로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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